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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13화 (113/413)

〈 113화 〉 김아영 팀장(7)

* * *

{아영팀장 시점}

황소도 맨 손으로 때려잡을 것 같은 닭갈비 집 사장이 나에게 윽박지르고 있다.

솔직히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온몸에 오한이 온 것처럼 오돌오돌 떨린다.

이건 약육강식을 아는 생물이라면 느끼는 절대적인 공포에 따른 본능이다.

무섭다.

무서워서 당장에라도 저 포식자 앞에 무릎 꿇고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빌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회사에서의 내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회복 불가능이 될 것이다.

용기를 내자.

김아영.

할 수 있어!

저 산적 같이 무식하게 생긴 년 사실 덩치만 크지, 별거 아니야.

제대로 맞짱뜨면 네가 이겨.

스스로 자신감을 북돋으며 용기를 내본다.

그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앉아 있는 팀원들을 내려다본다.

모두 나를 팀장으로서.

그리고 리더로서의 자질에 대해 의심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무너지면 끝이야, 김아영.

한다.

해내는 거야!

할 수 있다!

나는 식탁에 놓인 접시를 들어서 닭갈비 집 대리석 바닥에 던졌다!

­쨍그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접시가 사방팔방으로 깨졌다.

도자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산적 같이 생긴 닭갈비 집 사장과 우리팀 직원들이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특히 유시현 이 개자식의 눈이 놀란 고양이 마냥 동그랗게 커졌다.

그래, 놀랐겠지?

나 한다면 하는 이 구역의 미친년이야!

씨발, 너 같은 새끼가 감히 기어오를 수 있는 레벨의 여자가 아니라고.

너 따위는 감히 바라보지도 못 할 넥스트 레벨.

그게 바로 나 삼종리서치 개발사업부 팀장 김아영이야.

“야! 나는 이런 음식 쓰레기 같은 삼계탕 못 먹으니까. 새로 해 와. 이게 진짜 말로 좋게 좋게 하니까 못 알아듣네. 나 김아영이야. 삼종리서치 팀장 김아영! 씨발년아. 어디서 멧돼지같이 생긴 년이 분수도 모르고 까불어. 까불기는!”

했다!

내가 해냈다.

덩치는 작아도 역시 나 김아영 깡다구는 전국구 수준이야.

깡다구 하나로 고등학교 때도 일진그룹에 속했던 나다.

무서울 것 없다.

이 정도로 임팩트 있게 기선제압 선빵을 날렸으면, 여자라면 누구나 쫄 수밖에 없다.

원래 여자들 싸움은 기선 제압과 말빨이 전부니까.

보통 머리에 깡통만 든 남자들처럼 무식하게 주먹을 날리거나 하는 일 까지는 벌어지지 않는다.

자, 이제 천천히 승자의 여유를 즐기며 이 산적 두목같이 생긴 년을 더 말빨로 조져서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만드는 일만........

남았는데?

그런데 이 산적 두목 같은 년 표정이 이상하다.

분명히 이쯤 되면 쫄아서 눈을 깔아야 하는데........

이 년이 오히려 사납게 눈을 치켜뜨며 나를 노려본다.

그리고....

“야!!!!! 아줌마. 진짜 죽고 싶어!!”

후아아아악!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사자후라도 날린 것처럼 고막이 울린다.

산적 같은 닭갈비 집 사장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온 몸이 살기로 덜덜덜 떨린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

후우. 후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산적 같은 닭갈비 집 사장을 매섭게 째려본다.

“씨발년아. 덩치만 크면 다야? 어디서 손님한테 소리를 질러. 소리를! 눈 깔아라.”

옥죄어 오는 두려움을 미친년처럼 소리치며 물리쳤다.

“눈 깔라고?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니? 이 다람쥐 같이 좆만한 아줌마야. 눈 안 깔면 어쩔 건데? 어!!”

“씨발년아, 이거 네가 자초한 일이다. 나는 분명히 눈 깔라고 경고했다!”

나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산적 같은 년의 두터운 뺨을 올려쳤다.

­쫘악!

기분 좋은 소리가

선빵 필승!

제대로 닭갈비 집 사장 년의 뺨에 싸대기가 꽂혔다.

이건 제대로 들어갔다.

아무리 덩치가 산만한 년이라도 턱에 싸대기가 꽂히면 울게 되어있다.

이제 질질 짜는 산적 두목 같은 년을 조져 버리면 되는데.......

닭갈비집 사장 년이 고개를 까닥까닥 거리며 오히려 목을 풀고 있다.

전혀 타격이 없는 것 같다.

씨발, 미치겠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쿵! 쿵!

산적 두목 같이 생긴 닭갈비 집 사장이 나에게 걸어온다.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식당 안이 울릴 정도로 무게가 실려 있다.

꿀꺽........

바르르르르........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안 돼!

“오지마! 씨발 년아. 오지 말라고!”

이대로라면 산적 두목 같은 닭갈비 집 사장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나는 식탁위에 놓인 유치하게 해적이 그려진 물 컵을 들고 나에게 성난 멧돼지처럼 걸어오는 닭갈비 집 사장을 향해 외쳤다.

“씨발년아, 오지 마. 더 다가오면 이거 던져 버린다.”

유치하게 해적이 그려진 물 컵을 보고는 산적 같은 닭갈비 사장년이 걸음을 멈춘다.

“내려놔라. 그거. 좋은 말로 할 때. 진짜, 그거 던지면 너 이 손님 팔을 분질러 버릴 랑게.”

역시 무기를 드니까 겁먹는구나.

“내려 놔. 그거 내려놓으라고!”

좋아 다시 기세는 내가 잡았다.

이럴 때는 더 대차게 나가야 저런 좆같은 년이 다시는 안기어 오른다.

대가리가 깨져서 피가 나면 아무리 산적 같은 년이라도 더 이상 못 기어오를 거다.

설령 경찰이 오더라도 지금 이 식당에는 나와 팀원들 밖에 없다.

저 산적 같은 년이 먼저 시비 걸었다고 팀원들과 짜고, 조서를 작성하면 쌍방폭행 밖에 더 되겠어?

덩치를 보나 뭐로 보나 설마 내가 먼저 시비 걸었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경찰들도 내 말을 믿어 줄 거다.

“조까, 씨발년아!”

나는 산적 같은 년의 대가리를 깨 버리기 위해 물 컵을 던졌다.

할 때는 하는 제대로 미친년이라는 걸 팀원들한테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휘익! 쨍그랑!

물 컵은 아쉽게도 산적 같은 년을 지나쳐서 벽에 부딪쳐 깨져버렸다.

어느 새 물 컵을 피해 내고 바로 앞에 선 내 몸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닭갈비 집 사장이 나를 노려보며 팔을 쓱 걷어 올린다.

그녀의 내 허벅지만한 팔뚝에는 검은색으로 문신이 그려져 있다.

아니 새겨져있다.

­차카게 살자­

씨발.........

그제야 이성이 감정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후회가 밀려온다.

흥분해서 빨개진 얼굴로 소도둑 같이 생긴 닭갈비 집 사장이 서울말 쓰는 것도 잊은 채, 사투리로 으름장을 놓기 시작한다.

“아그야. 언니가. 먹고 살기 힘들어서 건달 짓 좀 하다가 이제 식당도 차리고 진짜 착하게 살려고 하는데. 언니의 마음을 이렇게 산산이 부서 버려야 쓰것냐?”

어, 어떡하지.

씨발.

전직 조폭이었으면 조폭이었다고 진작 문신을 보여주던가 하지.

왜, 일반인인척 코스플레이를 해서.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게 만든 건데.

나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자리에 서서 전직 조폭이었던 닭갈비집 여사장의 도끼같이 치켜 뜬 눈을 피한다.

“아그야! 언니가 묻는데 대답을 해야지. 언니가 동상의 그 가느다란 닭 모가지를 확! 꺾어버리기 전에 얼른 대답 안 할래!!

닭처럼 모가지를 꺾어버린다고?

닭갈비 집 사장이 닭처럼 모가지를 부러뜨려버린다고 하니까 왠지 더 무섭다.

나도 모르게 얼른 차렷 자세로 대답을 한다.

“그, 내가 깨트린 접시랑 물 컵 값은 변상 할 테니까. 그만하지.”

씨발.

팀장으로서의 체면이고 뭐고.

여기서 더 대들면 사람이 닭 모이로 변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거 같아서 최대한 협조적으로 말했다.

“뭐? 아그야. 지금 네가 뭔가 착가하나 본데. 아그가 깨트린 건 물 컵이 아니라, 내 마음이여. 마음! 알아! 내가 착하게 살려고, 진짜 그동안 아등바등 인내하면서 손님 접대를 열심히 했는데. 오늘 지금 그쪽 때문에 내 마음에 스크래치가 가 부렀어! 스크래치가!”

그렇게 말하며 전직 조폭이었던 닭갈비 집 사장이 내 가녀린 팔을 붙잡는다.

꽈악.......

힘이 얼마나 쎈지 잡히자마자, 마치 바위에라도 팔이 낀 것처럼 엄청난 압력이 느껴진다.

“아, 아아아아!! 아, 아파. 아프다고오!!”

나도 모르게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하아. 요거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부렀구만. 어디서 계속 반말질이여. 반말질이.”

전직 조폭이었던 닭갈비집 사장이 더 쎄게 내 손목을 짓누른다.

손목뼈가 당장이라도 아스라 질 것 같다.

“어, 언니. 제가 잘 못 했어요. 아.... 아아아아! 아파요. 진짜. 팔 부서지겠어요. 언니. 아니 사, 사장님. 제발...... 흐윽.”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애원하고 있다.

“아그야. 이제야 존댓말이 나오제? 너 같이 싸가지 없는 년은 아예 팔을 부러트려 버려야 한당게. 그래야 다시는 이런 헛깨비 같은 짓을 안 할 거 아니여. 자, 딱 대라잉.”

무, 무섭다.

이 미친년이 진짜 내 팔을 부러뜨리려고 양 손으로 내 오른팔을 붙잡고 힘을 주고 있다.

아무리 내가 잘 못 했어도 그렇지, 팔을 부러트리다니.

조폭 출신이라 그런지, 막나가도 너무 막나간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우리팀원들을 바라다보았다.

제발 한 명만이라도 이 미친년을 말려 줘.

가장 믿는 서유리 사원은 내가 바라보자 얼른 내 눈빛을 피한다.

씨발........

내가 지한테 얼마나 잘해 줬는데.

이제 와서 모른 척을 해.

나쁜년. 은혜도 모르는 년.

김미희 주임을 바라본다.

김미희 주임은 오전 회의 때, 내가 자기를 필리핀 빈민가로 보내는 것에 찬성표를 던질 건 눈치 챘는지 오히려 고소하다는 표정이다.

미영 대리는.......

원래 있으나 없으나 한 존재니까.

씨발.

이렇게 여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남자가 좀 나서야 하는 거 아니야?

“저기, 그만 하시죠. 이제 충분히 알아들은 것 같은데. 사장님.”

굵은 목소리.

성현대리가 이제야 나서서 전직 조폭이었던 닭갈비집 사장을 말린다.

뭐하다가 이제 나서는 거야.

진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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