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김아영 팀장(6)
* * *
나는 밥 먹던 숟가락을 팍 내려놓으며 말한다.
“진짜, 그 말이 사실인가 보네? 꼭 부모님한테 가정교육 못 받은 년 놈들이 애미, 애비 이 지랄 한다던데. 앞으로 말조심하세요. 팀장님. 그렇게 남의 집 귀한 자식들한테 애미, 애비 이런 말 써가면서 욕하면, 팀장님이야말로 부모님한테 가정교육 제대로 못 받은 거 티 나는 거니까요. 제가 다 팀장님 걱정 되서 하는 말이에요. 알죠?”
아영팀장이 분노해서 몸을 부르르 떨면서 식탁을 쾅! 소리가 나도록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야! 이 개새끼야! 지금 너 나랑 해보자는 거야? 네가 뭔데 우리 부모님을 욕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부모님 욕은 하는 거 아닌 거 몰라? 씨발새끼야!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니? 그리고 누가 너 이 씨발새끼한테 내 걱정 해달라고 했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니까!”
짝! 짝! 짝!
아영팀장이 나에게 할 말은 한참 남았겠지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박수를 치는 바람에 맥이 끊기고 말았다.
“이야! 우리 팀장이 잘 아시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남의 부모 욕 하는 거 아닌 거 아시고, 남의 걱정 해 줄 필요 없는 거 아시면서. 왜 허구 헌 날 우리 부모님 들먹거리면서 내 걱정 해주셨을까? 안 그래요. 팀장님?”
내 완벽하고 오류 없는 지적에 아영팀장이 할 말을 잃었는지, 멍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 그거야. 씨발..... 씨발......”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겠지.
“윗사람이 그 날이고 하면 기분이 오락가락 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런 걸 가지고 꼬투리를 잡고 있어. 사내새끼가. 그런 거 하나 이해 못해주고 아직까지 꽁 해 있는 거야?”
미친년.
또 사내가 어쩌고저쩌고 지랄하고 있네.
“팀장님. 사내 쪼잔 하게, 꽁하고 이런 거. 다 성차별이에요. 성차별. 사람이 그냥 다 같은 사람이지. 남자는 여자가 잘 못한 것도 다 받아줘야 하고, 여자가 기분 나빠서 화내는 것도 다 이해해 줘야하고 이런 게 어디 있어. 그리고 윗사람이면 아랫사람한테 더 모범을 보여야지. 자기 화 난다고 잘 못 한 것도 없는 아랫사람한테 성질을 내면, 그게 어디 윗사람이에요? 그냥 꼰데지. 꼰데. 팀원들한테 왕따나 당하는 꼰데.”
앞, 뒤로 꽉 막힌 아영팀장의 귀에는 꼰데라는 말만 들리는지 기분이 팍 상해서 얼굴이 구겨진 휴지조각처럼 변했다.
“꼰데? 지금 나보고 꼰데라고 했어? 씨발. 내가 어디를 봐서 꼰데야!”
아영팀장의 말에 김미희 주임이 맞받아치듯이 혼잣말을 크게 한다.
“아니, 꼰데가 뭐 별 건가. 지금처럼 앞에만 싹 자르고 자기 기분 나쁘게 하는 말만 듣고 부하 직원한테 화풀이 하는 게 꼰데지. 뭐가 꼰데야.”
아영팀장도 들었는지, 김미희 주임을 쏘아 본다.
그러자 이번에는 평소 조용하던 순둥이 성현대리도 한 마디 돕는다.
“하긴, 요즘에는 꼰데가 꼭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라던데.”
“그래요? 그러면 우리 팀에도 꼰데 한 명 있네요. 호호호.”
미영 대리가 아영팀장을 바라보며 결정타를 날린다.
식당 안 분위기는 이미 아영팀장이 점점 팀원들에게 왕따 당해가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아영팀장이 자기편이 되어 줄 거라 믿었던 서유리 사원은 그저 침묵을 지키며 눈치나 보고 있다.
자신이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판이 흘러가자 아영팀장도 점점 의기소침해지 시작한다.
당연히 김미희 주임과 미영대리는 자기편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하고, 나에게 반기를 든 것인데.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씨발. 진짜. 다들 팀장 알기로 개 좆으로 아나.......”
아영팀장이 열 받아서 씩씩거리며 팀원들을 하나하나 노려본다.
그리고 그 때.
소도 맨 손으로 잡을 것 같은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가 허연 국물이 담긴 죽을 두 개 가지고 나와서는 아여팀장과 서유리 사원에게 서빙을 한다.
“여기 주문한 음식 나왔어요.”
아영팀장이 자신 앞에 놓인 허여멀건 죽을 바라본다.
죽 안에는 찹쌀과 대파, 양파, 생강, 대추 등만 들어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유기농 닭은 가출을 하셨는지 아예 코빼기도 보이지가 않는다.
아영팀장이 어이가 없는지 한숨을 쉬며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를 부른다.
“아줌마. 여기 잠깐 와 봐. 이게 뭐야? 이거 지금 사람 먹으라고 내 놓은 음식 맞아?”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아영팀장에게 다가온다.
얼굴만 봐도 기가 눌리는 무시무시한 얼굴이다.
“왜요? 뭐가 잘 못 됐어요? 주문한 대로 다 나왔잖아요.”
아영팀장도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를 직접 눈앞에서 보자, 기에 눌려 살짝 주눅 든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아줌마. 한방 삼계탕에 닭이 없잖아!”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가 아영팀장을 매섭게 쏘아보며 말한다.
“없잖아? 손님 지금 말이 이상하게 짧네?”
아영팀장이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의 눈빛을 피하며, 다시 말한다.
“어, 없잖아요. 한방 삼계탕인데 닭이 없으면 그게 무슨 삼계탕이에요?”
한층 공손해진 말투다.
“그러게, 왜 처음부터 주문을 닭을 빼고 해 달라고 해요? 나도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뭐 시현씨 부탁이니까.”
내가 부탁했다는 말에 아영팀장이 나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시현씨. 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시현씨가 나랑 서유리씨 한방 삼계탕에 닭 빼고 죽만 달라고 했어?”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영팀장에게 말했다.
“아? 팀장님. 고기 못 드신다면서요. 그래서 일부러 팀장님이랑 서유리씨 한방 삼계탕에 닭은 빼달라고 했는데요. 팀장님 생각해서 어렵게 부탁한 건데, 마음에 안 들어요?”
아영팀장의 얼굴이 울그락 붉으락 달아올랐다.
“시현씨. 지금 장난 해? 어서 아주머니한테 닭 넣어서 다시 끓여오라 그래.”
아영팀장이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에게 직접 말하기는 무서운지 나에게 귀찮은 일을 떠 넘긴다.
“네? 그러면 팀 비 예산 초과 돼서 안 될 텐데요?”
“예산 초과?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아. 아니. 한방 삼계탕에 닭 안 넣은 만큼 저희 철판 닭볶음밥에 닭갈비랑 치즈, 당면사리 추가 했죠. 덕분에 맛있게 잘 먹어요. 팀장님.”
“뭐? 뭐를 해! 야!!!”
아영팀장이 열 받아서 다시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아영팀장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줌마!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 식당에 아주머니 혼자 있어요? 왜 남의 가게에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그렇게 매너 없이 식사 할 거면, 당장 가게에서 나가요. 시현씨 괜찮아요? 많이 안 놀랐죠?”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가 아영 팀장을 타박하며 나를 감싸자, 아영팀장이 두려움도 잊은 체 열 받아서 더 소리쳤다.
“아니. 씨발! 지금 손님 무시하는 거야. 뭐야! 개도 안 먹을 음식을 줘 놓고는 컴플레인 한다고 사람을 윽박질러! 내가 진짜 이 식당 문 닫게 만들어 줘? 서유리씨. 자기 음식 블로그 한다고 했지. 지금 여기서 일어난 일 적어서 블로그에 다 올려. 그러면 내일부터 이 식당 영업정지 먹을 거 아니야! 이런 양심 없는 식당은, 당장 문 닫게 만들어 버려야지.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아, 진짜.
김아영 팀장.
알고 보니 지금 믿고 있는 건 서유리 사원이 한다는 네이바 음식 블로그인 것 같다.
한 달 전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 식당 사장님을 협박했던 것처럼, 블로그에 올린다는 말로 남녀가 역전 된 세계의 사장님에게도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먹히는 사람이 있고 안 먹히는 사람이 따로 있지.
블로그라는 말에 더 열 받은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가 깔보는 눈빛으로 아영팀장을 바라본다.
“아하. 이제 봤더니. 이 아줌마. 블로그 거지구나. 블로그 거지. 어디 마음대로 올려 봐. 내가 눈 하나 깜짝 하나. 괜히 블로그에 올린다, 이런 손님들 치고 제대로 된 사람 하나도 없고. 무서운 사람도 하나도 없더라. 어디 해 봐!"
그렇게 말 하면서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가 나를 바라본다.
혹시 같이 온 손님인데,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해도 된다고 무언의 암시를 준다.
궁지에 몰린 아영팀장이 서유리 사원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니, 유리씨! 뭐 해. 어서 뭐라고 말 좀 해 봐. 자기 블로그에 글 한 번 올리면 이런 식당은 매출 바닥 찍는다면서!”
아영팀장에게 지목당한 서유리 사원이 험악하게 생긴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의 본능이 직감적으로 말하고 있다.
아영팀장 미친년이 지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고 있다고.
서유리 사원이 아영팀장을 외면하지만, 이미 다음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의 다음 타겟은 서유리 사원으로 정해진 것 같다.
“거기, 아가씨. 아가씨가 그 블로그 한다는 그 사람이야? 뭘 해서 우리 식당 매출을 바닥 찍게 만들 건데요? 어!”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가 사자후 같은 고함을 지르자, 서유리 사원이 눈을 내리 깔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러더니.........
식탁에 놓인 숟가락을 들어서는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며, 후르륵 맛있게 흡입한다.
“마, 맛있네요. 언니. 우와! 닭이 안 들어갔는데도 어쩜 이리 맛있어요. 역시 한방 삼계탕이라 그런지 국물만 떠먹어도. 막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역시 눈치 밥으로 먹고 산 서유리 사원이라서인지 자기 혼자만이라도 살겠다고 언니! 언니! 거리면서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에게 아부질을 하기 시작한다.
식당 사장치고 자기 음식 맛있다는데 기분 안 좋을 사람은 없다.
우락부락한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도 마찬가지다.
다시 타깃을 아영팀장으로 바꾸어서, 내려다보며 말한다.
“아줌마. 저 아가씨는 우리 식당 음식이 마음에 든다는데? 아줌마 혼자 왜 지랄인데요? 아줌마. 지금 나랑 한 판 뜨자는 거야? 자신 있어? 자신 있냐고!”
서유리 사원에게 완벽하게 배신당한 아영팀장이 마치 세렌디아 초원에 혼자 버려진, 어린 토끼처럼 바르르 몸을 떨며 맹수의 왕처럼 보이는 험악하게 생긴 닭갈비 집 사장 아주머니를 마주 보았다.
꿀꺽..........
긴장해서인지 그녀가 마른침을 연신 삼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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