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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10화 (110/413)

〈 110화 〉 김아영 팀장(4)

* * *

씨발.

내가 식당에 온 건지 싸우나탕에 온 건지.

“여기 음식 나왔습니다.”

때마침 닭갈비집 사장님이 한방 닭백숙 1인분과 야채와 양념만 든 닭갈비 냄새만 나는 야채 볶음밥을 가지고 나오신다.

아영팀장이 한방 닭백숙을 수저로 떠서 먹으며 말한다.

“어서 들어요. 꾸물거리지들 말고. 점심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하아.... 씨발 누구 때문에 우리 점심시간이 다 날아갔는데.

성현대리가 닭갈비 집 사장님에게 부탁한다.

“사장님 그냥 여기에 밥 2인분 바로 볶아 주세요.”

“아, 예........”

사장님이 밥을 볶아주시면서 우리가 불쌍했는지 닭갈비도 몇 점 넣어주신다.

다 죽어가던 성현대리의 눈에 그나마 생기가 돈다.

에휴, 불쌍한 우리 대리님.

나는 닭고기를 몰아서 성현대리쪽으로 몰아준다.

성현대리가 촉촉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성현대리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내 손을 턱 잡으며 역시 고마움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 거린다.

이런 걸 전우애라고 하는 건가!

정신없이 닭갈비 냄새나는 볶음밥을 먹고 있는데, 다른 쪽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에서 우리 쪽으로 걸어온다.

하얀 셔츠가 땀으로 다 젖어있다.

“저기, 에어컨 좀 켜도 될까요? 왜 이렇게 더운가 했더니, 이쪽에서 에어컨을 끄셨네.”

에어컨을 다시 킨다는 말에 아영팀장이 눈을 똑바로 뜨고 구미호처럼 우리 테이블로 온 남자를 노려본다.

“저기요. 제가 오늘 몸이 안 좋아서 끈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 쪽도 좀 참으세요.”

남자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날리며 말한다.

“아니. 그 쪽이 몸이 안 좋은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더워서 쪄 죽기 딱 좋은 날에, 식당 에어컨을 끄면 안 되죠. 상식적으로.”

아영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아유 미친년.

또 시작이다.

“야! 지금 나보고 상식이 없다는 욕하는 거야. 뭐야! 그리고 에어컨 키고 싶으면 처음부터 우리보다 일찍 와서 에어컨 앞자리에 앉으면 됐을 거 아니야. 지금 늦게 식당에 와 놓고 어디서 개수작이야. 개수작이.”

아니.......

에어컨 앞자리가 에어컨을 키고 끌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리도 아니고.

진짜 억지논리가 대단하다.

“아니! 여보세요. 에어컨 앞에 앉는다고 에어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저씨들, 내 말이 틀려요?”

나와 성현대리에게 남자가 도움을 요청한다.

사실 상식적으로 저 남자 말이 100번 맞다.

그건 아는데.........

씨발 미친개한테 물리고 싶지는 않다.

나와 성현대리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음식 먹기에 열중한다.

안 그래도 더워서 땀이 나는데, 지금은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민망해서 식은땀까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 한 거다.

우리가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면서도 아무 말도 못하는 걸 본 남자가 사태 파악을 했는지, 다시 아영팀장에게 시선을 옮긴다.

“야! 나한테 말하라고. 나한테. 씨발새끼야. 남자새끼가 되어가지고. 쫄았냐? 그리고 너 지금 이거 성차별인거 알아? 내가 말했잖아. 내가 오늘 그날이라 몸이 안 좋아서 에어컨 좀 껐다고. 씨발. 진짜 내가 그 날 인거 부끄러워도 다 참고 말 한 건데. 남자새끼가 그거 하나 이해 못 해? 니들이 매달 겪는 여자의 이 고통을 알아? 알면 이렇게 말 못하지. 하여간 남자 새끼들 이기적인 건 다 똑같다니까. 빨리 꺼져. 성차별로 신고해 버리기 전에.”

아영팀장이 성차별을 주장하며 고소한다고 하자, 불쌍한 남자는 갑자기 어버버 상태가 되었다.

“성현대리! 아 뭐해. 빨리 동영상 안 찍고. 이 새끼 성차별로 철장 보내 버리게.”

성현대리가 할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녹음 버튼을 누른다.

아, 내가 생각해도 우리가 부끄럽다.

에어컨 좀 켜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러 온 남자도 이쯤 되자 물러 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법은 여자를 위해 존재한다.

“씨발........”

남자가 뒤로 돌아서는 다른 일행들에게 돌아간다.

그리고는 일행들에게 뭔가 말을 하더니, 먹다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계산만 하고 밖으로 나간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딱 이 심정이겠지.

미친년 하나 때문에 식당 손님들이 다 쫓겨나기 시작한 거다.

남자일행들이 나가 버리자, 아영팀장이 마치 전투에서 승리한 기사처럼 활짝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아. 시원해. 병신 새끼들. 좆도 아닌 새끼들이. 안 그래도 생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시원하게 잘 풀었네!”

아, 진짜 미친 싸이코패스 같은 년.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짜 주옥같이 살인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찌되었든 나와 성현 대리는 찍소리도 못하고 열심히 닭 냄새 스며 든 야채볶음밥을 맛있게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고프니까 다 맛있다.

아영팀장도 한방 닭백숙을 깨끗이 비웠다.

나와 성현대리가 아영팀장에게 예의상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팀장님.”

아영팀장.

이 싸이코 패스년이 지금은 또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말한다.

“아니, 뭘요. 잘 먹긴. 어머, 그런데 시현씨, 성현대리 무슨 땀을 그렇게 흘려? 누가 보면 땀으로 샤워한 줄 알겠어. 호호호.”

씨발년아.......

진짜 어지간히 좀 해라.

너 이 씨발년이 에어컨 끄는 바람에 밥 먹다 한증막 갔다 왔잖아.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끝마치고 닭갈비집에서 나왔다.

모르긴 몰라도 닭갈비집 사장님은 다시는 우리 같은 손님이 오지 않기를 바랄 것 같다.

닭갈비집을 나와서 회사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아영팀장이 배를 움켜잡는다.

“하으윽.”

생리통이 오는가 보다.

씨발.

불안하다..........

잠시의 정적 후.

아영팀장이 갑자기 도끼같이 눈을 뜨고 나에게 소리친다.

“아니 시현씨! 시현씨는 팀비로 돼지처럼 잘 먹어 놓고 팀장한테 고맙다는 말도 안 해!”

아니, 이건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바로 방금 전에 말 했건만.

아무리 생리통 온 미친개라고 할지라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 억울하다.

“팀장님. 바로 방금 전에 식당에서 고맙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미친년........

그냥 생리통 도지니까 화풀이 상대가 필요한 것 같은데.

“유시현!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 내가 방금 전에 들은 말도 기억 못하는 줄 알아? 씨발.”

“아니요, 팀장님. 진짜로 성현대리님이라 같이 잘 먹었다고 말 했다니까요!”

너무 억울해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뭐! 너 지금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야! 이 씨발새끼야. 내가 귀머거리야? 네가 잘 먹었다는 말을 하기는 뭘 해! 개새끼야. 하지도 않고 우기기나 하고. 너희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어? 애미 애비도 없이 컸어? 무슨 애새끼가 예의가 없어.”

아,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억울해서 심장이 멎을 것 같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네가 도대체 회사에서 하는 일이 뭐야? 아무 일이나 다 할 수 있다고 해서, 능력도 안 되는 병신 같은 새끼 뽑아줬더니, 일은 다 서유리씨한테 떠 맡기고. 최다정 차장한테 내 흉이나 보고. 너는 새끼야. 쓰레기야. 쓰레기. 알아 쓰레기!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쓰레기 같은 새끼. 진짜. 무능해. 애미애비한테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어. 너는 왜 사니. 진짜?”

씨발........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눈시울이 붉어진다.

진짜, 자기 생리통 도졌다고 있지도 않은 말을 꾸며내면서, 왜 나를 또 잡는 건데.

거기다가 우리 부모님 얘기는 왜 끄덕하면 꺼내는 건데.

우리 부모님이 네 밥이야?

꾸역꾸역 눈물이 날 것 같은 걸 참고 있는데, 아영팀장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붙듯 더 개지랄을 하기 시작한다.

“아, 진짜. 신입이라고 오냐오냐 하니까. 아주 그냥 어디까지 기어오르려고 그래! 회사 팀장이 여자라서 만만 해? 만만 하냐고! 씨발. 진짜. 내가 너를 보면 화를 안 내려고 해도 화를 안 낼 수가 없어! 신입 사원 하나 때문에, 요즘에 아주 그냥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야. 엉망!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렇게 맥아리가 없어서 어디 남자 구실하겠어? 키 작고 가진 것도 없으면 능력이라도 있던 가. 참. 에휴. 딱하다 딱해. 너 같은 것도 낳고 기뻐하셨을 너희 부모님은 무슨 죄니?”

이건 못 참는다.

내가 오늘은 진짜 아무리 부모님께 죄송해도 회사 그만 두고 이 미친년 들이박고 만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아영팀장에게 쌍욕을 퍼부으려고 하는데, 뒤에 서있던 성현대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내 팔을 붙잡으며 아영팀장에게, 강하게 말한다.

“팀장님. 여기 다 녹화되어 있는데요. 시현씨가 잘 먹었다고, 팀장님에게 말한 거.”

성현대리가 핸드폰을 들어서 소리를 키우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잘 먹었습니다. 팀장님.]

[“아니, 뭘요. 잘 먹긴.]

명확하게 나와 성현대리가 잘 먹었다고 녹화된 화면과 목소리가 들린다.

“아까, 그 남자분이 에어컨 꺼달라고 시비 붙었을 때, 팀장님이 녹화하라고 해서....... 녹화 켜 놨던 건데. 여기 시현씨가 잘 먹었다고 말하는 거 까지 녹화 되어있네요.”

아영팀장의 얼굴이 부끄러워서 빨갛게 변했다.

이거는 너무 결정적이고 부정할 수 없는 증거다.

결국 아영팀장은 자기가 듣고 잊어버리고서는 자기 상상만으로 생사람만 잡은 꼴이 된 것이다.

생리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그래도 미친개 아영팀장은 사과하지 않는다.

“아, 씨발. 그래서 뭐? 그래서 지금 남자 둘이서, 지금 여자 한 명한테 대들겠다는 거야? 뭐야? 사내들답지 못하게. 씨발, 진짜. 생리하면 원래 기억력도 좀 오락가락 하고, 소리도 잘 안 들리고 그래. 아, 그리고 시현씨. 진짜 경고하는데. 앞으로 소리 지르지 마. 진짜 내가 시현씨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그러고 다니면 못 배웠다는 말 듣는다니까.”

“아니. 팀장님!”

너무 기가 막히고 억울해서 아영팀장을 불렀다.

그런데 아영팀장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더니, 급하게 택시를 잡으며 말한다.

“남자들이 쪼잔 하게 다 지난 일 가지고 물고 늘어지지 마. 진짜. 없어보이게. 나 기분 나빠서 택시타고 먼저 갈 테니까. 둘은 걸어오든 뛰어오든 마음대로 해. 참나, 어이가 없어가지고.”

그렇게 아영팀장은 아무런 잘 못도 없는 나를 미친개처럼 물어놓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씨발.......

진짜 지금 생각해도 개좆같네.

하지만, 세상이라는 게 참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세상이 역전되어서 남자의 인권이 여자보다 보장 받는 날이 오고야 말았으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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