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김아영 팀장(1)
* * *
그나저나 최다정 차장은 괜찮나?
나는 최다정 차장에게 카통을 보냈다.
[나: 다정씨, 괜찮아요? 아무리 아파도 회사는 나왔잖아요. 무슨 일 있어요?]
하지만 최다정 차장은 내 카통을 읽지 않는다.
아직 조교가 부족한가?
감히 주인님의 카통을 씹다니.
나는 핸드폰 카통을 열은 김에 예슬이에게도 카통을 보냈다.
[나: 예슬씨, 아무리 아르바이트하느라고 바빠도 점심 꼭 챙겨 먹어요. 그리고 이따 저녁 7시에 만나분식에서 보는 거 잊지 말아요~ 그럼 이따 저녁에 봐요.]
나는 카통도 보낸 김에 예슬이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확대 했다.
귀여운 강아지 같은 우리 예슬이의 하얀 얼굴.
너무 보고 싶다.
나도 모르게 예슬이의 귀여운 얼굴을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시현씨, 뭐를 그렇게 봐? 연예인이야? 나도 좀 보여 줘.”
성현대리가 내가 넋을 놓고 핸드폰을 보고 있으니까, 궁금했는지 나에게 말을 건 거다.
“아, 그 연예인은 아닌데.”
“그러면 여자친구?”
“그것도 아니고요.”
“아, 하여간 궁금하니까 좀 보자.”
성현대리는 나한테 거의 친형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니까 거리낌 없이 예슬이의 사진을 보여줬다.
“와! 누구야? 이세계에서 유명한 여자 아이돌? 진짜 귀엽게 생겼다. 하아. 우리 와이프랑은 딴 판이네. 진짜.”
성현대리가 슈퍼 모델 같이 섹시한 형수님을 두고 예슬이 사진을 보며 한숨을 쉰다.
젠장. 누가 보면 성현대리 형수님은 못생긴 줄 알겠다.
예슬이랑은 예쁘게 생긴 카테고리가 틀려서 그렇지 성현대리 형수님도 충분히 우아하고 아름답다.
아니, 실제로 웬만한 이세계의 모델들이나 연예인들 보다 훨씬 더 야성적인 섹시미가 잘잘 흐른다.
“에이, 대리님. 이거 왜 이러세요. 저도 형수님 다 봤는데. 성현대리님은 진짜 복 받으신 거지. 그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형수님을.........”
내가 말하는데 성현대리가 양손을 뻗어서 손가락을 쫙 핀다.
하나, 둘, 셋, 넷........
일곱 개?
“흐으... 진짜. 말도 마라. 아무리 예쁘고 섹시하면 뭐 해. 밝혀도 너무 밝히는 데. 어제도 일곱 번이나, 밤 새........”
아, 어쩐지 성현대리님의 눈이 퀭하고 다크서클이 축 늘어진 것이 초췌해 보이기는 하다.
그런데, 일곱 번이나 했다면, 사실 성현대리님도 대단한 거 아닌가?
어떻게 하룻밤에 일곱 번이나 떡을 치지.
하긴 이런 성현대리의 종마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봤으니, 모델 같은 몸매와 섹시한 외모의 재벌 2세 가문 형수님이 홀딱 반해서 결혼을 한 거겠지.
물론 성현대리의 듬직한 성격이 반하게 된 가장 주된 이유겠지만.
“그런데, 진짜 귀엽다. 나도 저런 토끼 같이 순하게 생긴 여자를 만나고 싶었는데....... 누가 데려갈지 몰라도 진짜 부럽다.”
아직도 예슬이를 연예인으로 착각하고 있는 성현대리가 한숨을 쉬며 부러워한다.
사실 회사 끝나고 나랑 만나기로 한 소녀에요! 라고 말하면 아마 부러워서 성현대리의 심장에 무리가 올지도 모른다.
“예, 뭐. 누가 데려 갈지 저도 참 부럽네요. 대리님.”
“그래. 저렇게 귀엽고 순하게 생긴 여자랑 데이트하는 놈은 진짜 복 받은 놈이다. 휴우........”
나는 성현대리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대리님 요즘 형수님이랑 진짜 사이 안 좋아요?”
너무 자주 힘들어 해서 성현대리님이 걱정이 되었다.
성현대리가 내 눈치를 보며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진짜 사이가 안 좋으면 밤 새 일 곱 번이나 그 짓을 하겠냐. 그냥 아침 되면 기를 다 빨리니까. 힘들어서 하는 말이지. 그리고 당하는 것도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몇 번 당하고 나니까. 그게 또 나름....... 또 꼴리더라고.”
젠장.......
그럼 그렇지.
한 두 번이야, 원하지 않아도 의무감으로 떡을 칠 수 있다고 해도.
하룻밤에 일 곱 번은 분명 성현대리도 원해서 형수님이랑 밤일을 한 거다.
그러니까 지금 이세계에 와서 한 번도 떡을 치지 못한, 불쌍한 유시현 앞에서 힘든 척, 개폼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갑자기 열이 확 올라서 성현대리에게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여자랑 떡은 한 번도 못 쳐본 제 앞에서 너무 떡 많이 쳐서 힘들다고 불평하시는 겁니까! 아, 진짜. 너무 하네. 성현대리님.”
성현대리가 주위를 살피며 조용하게 말했다.
“어. 유시현이. 뺀질뺀질해서 나 몰래 여기저기 여자들 만나러 많이 돌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너 총각이었어? 그것도 자위 밖에 안 해 본 숫총각?”
씨발........
사실 현실세계에 있을 때 총각 딱지를 뗄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닌데.
첫 딱지는 업소에서가 아니라 사귀는 여자랑 하고 싶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나는 아직도 숫총각이었다.
서른 살 까지 총각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다던데.
그러면 내 보지창에 마력이 추가 되는 건가?
마력이 추가 된다고 할지라도 서른 살 까지 숫총각이라니.
그건 절대로 피하고 싶다.
운이 없게도 현실 세계에서 나랑 사귀었던 여자들은 전부 다 처녀였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처녀의 아다를 뗀다는 것은 곧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의미와 같았다.
사실 이 생각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나름 순정파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 역시 결혼하기 전까지 섹스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꽉 막힌 꼰대는 아니다.
다만 사귀었던 여자들이 전부 처녀.
운이 없었을 뿐이다.
결국 내 ex 여친들도 전부 다른 녀석들한테 처녀를 빼앗기고 사귀다 헤어지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 같지만.
그런데 어째, 이 좆같은 숫총각이라는 딱지는 남녀가 역전이 된 이세계에서까지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지금 내가 데이트 상대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소녀는 모두 세 명.
한예슬, 강세나, 미유키.
예슬이는 너무 순진해서 처녀가 확실하고.
아니 꼭 처녀였으면 좋겠다.
강세나는 어딘지 모르게, 색기가 줄줄 흐르는데.
또 카통을 해보면 너무 순진한 것 같고.
사실 처녀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유키.
페르몬 향수 때문에 발정이 나서 섹스하자고 달려든 적은 있지만.
그건 사기 아이템 덕분에 보지가 뇌에 꽂혀서 발생한 사태이고.
집안이 엄격한 걸로 봐서는 처녀일 것도 같다.
하아. 제기랄!
이러다가 이세계에서 역시 또 숫총각으로 남는 건 아닐지 존나 불안하다.
그렇다고 이 성욕을 페미 걸레 노예들한테 풀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남자랑 마구 굴러먹은 페미 걸레년들한테 내 첫 동정을 바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는데, 아영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팀원들에게 말한다.
“자, 다들 점심 먹으로 가죠. 오늘은 팀 회식비로 먹는 거니까, 구내식당 말고 밖에서 먹죠. 아까 말한 대로 닭갈비.”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50분.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성현대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 덧 우리는 춘청 닭갈비 앞에 도착했다.
성현대리가 춘청 닭갈비 앞에서 빨간 부리가 달린 닭 간판을 보며 말했다.
“아, 여기 오니까 또 옛날 생각나네. 진짜........”
하아........ 성현대리만 그 생각이 날까.
그 좆같았던 이전 세계에서의 팀원들과 닭갈비 먹던 날의 기억.
도저히 잊혀 지지 않는 짜증나고 부끄러운 날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때 당한 건 나와 성현대리였지만, 오늘은 그 반대가 될 테니까.
* * * * *
한달 전. 닭갈비 집.
“시현씨 뭐해. 빨리 들어와. 아영팀장님이 자리 다 잡아놨어.”
미희 주임의 말에 닭갈비 집 앞에서 담배를 피던 나와 성현대리가 급히 담뱃불을 발로 비벼서 끄고는 닭갈비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요즘 들어 이상 기온이 심해서인지 오늘 서울의 온도는 33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푹푹 찌고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그런 날이었다.
성현대리도 더워서인지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휴지로 훔친다.
“하아, 덥다 더워. 진짜 미치게 덥네.”
“그러게 말이에요. 대리님. 날씨가 미쳤나 봐요. 아직 제대로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폭염이라니. 하아.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우려고 이러나 몰라요.”
“그러게 말이야. 시현씨.”
그때, 서유리 여우같은 년이 우리를 달달 볶는다.
“아, 시현씨. 성현대리님 뭐해요. 남자들이 빨리 와서 수저도 깔고 물 컵도 챙기고 해야지. 아유 진짜. 우리팀 남자들은 센스가 없어. 센스가.”
씨발년.
말 할 시간에 지가 좀 하지.
나는 재빨리 티슈를 가져와서 팀원들 자리에 하나씩 놓고는 그 위에 수저와 젓가락을 올려놓았다.
성현대리는 팔이 8개도 아닌데 혼자서 물 통 두 개와 물 컵 6개.
거기다가 셀프 메뉴인 반찬들까지.
열심히 퍼서 옮기고 있다.
최다정 차장이 성현대리가 퍼온 반찬들을 손가락 질 하며 불평한다.
“아, 진짜. 성현대리 예쁘게 반찬 좀 퍼오지 이게 뭐야. 반찬통에 들어 간 단무지 숫자도 다르고, 김치는 너저분하고. 아. 진짜. 닭갈비 나오면 예쁘게 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려고 했는데, 성현대리 때문에 다 망했네.”
아, 진짜 육시럴 년들.
지들은 손 끝 하나 까딱 안하면서, 힘들게 일하는 성현대리한테 개지랄이다.
특히 서유리 썅년.
성현대리보다 직급도 낮으면서 아영팀장 옆에 딱 붙어서 뉴튜브나 보며 낄낄대고 있다.
진짜 내가 봐도 성질나 죽겠는데, 성현대리님은 오죽할까?
그런데 성현대리는 눈살하나 찌푸리지 않고, 오히려 곰처럼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그러면 다시 퍼 올까요? 다정 차장님?”
“아, 됐어요. 진짜, 무슨 일을 하려면 한 번에 제대로 해야지. 어설프게 해서 꼭 잔소리 나오게 만들어. 반찬도 제대로 못 담고, 무슨 수전증 있어? 병신도 아니고.”
하아, 진짜 선 넘네.
최다정 차장 미친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