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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03화 (103/413)

〈 103화 〉 김미희 주임의 반항(3)

* * *

나는 김미희 주임을 바라보며 냉담하게 말했다.

“왜요? 김미희 주임님 군대도 갔다 왔을 거 아니에요? 군대나 필리핀 톤도나. 그게 그거지 뭐. 그냥 눈 딱 감고 좆뺑이 까다 보면 시간은 간다니까요. 자, 자. 이걸로 해외지사 발령건은 마무리 합시다. 김미희 주임님이 필리핀 톤도 지사장으로 승진하는 걸로. 다들 불만 없죠?”

서유리 사원이 내 눈치를 보며 박수를 친다.

“어, 어머. 잘 되셨다. 김미희 주임님. 지사장이면 필리핀에서는 김미희 주임님 직책이 가장 놓은 거 아니에요.”

아영팀장도 어색하게 웃으며 김미희 주임을 축하한다.

“미희씨, 이거 갑자기 나보다 직급이 더 높아지게 생겼네요. 아이고, 이제 앞으로 김미희 지사장님이라고 불러야겠다. 축하해요.”

눈치 없는 미영 대리는 김미희 주임에게 걱정의 말을 건넨다.

“미희 주임님. 그, 필리핀 톤도가면 항상 몸조심하고요. 길거리에 마약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도 선포하지 않았어요? 약쟁이들은 눈 돌아가면 보이는 게 없어서 길 가는 사람 막 찌르고 쑤시고....... 아흐, 무서워라. 그 샤부(Shabu)인가? 그 약이 필리핀에서 유행한다던데. 호기심에라도 하지 말아요. 미희 주임.”

김미희 주임의 팔이 덜덜덜 떨린다.

“다들 왜이래요! 나, 안 간다니까. 진짜. 시현씨. 나도 비행기 공항장애 있고, 해산물이랑 고기도 못 먹고. 먹을 줄 아는 거 채식밖에 없다니까. 응? 나 좀 봐줘. 나 진짜 톤도 안 가. 아니 못 가!!! 제발, 살려 줘. 시현씨. 내가 잘할게 앞으로 시현씨 하라는 거 다 할게. 한 버만 봐 줘요. 응? 진짜, 딱 한 번만.”

나는 냉철한 표정으로 나에게 애원하는 김미희 주임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김미희 주임님. 필리피 가면 한국 여자들 얼마나 인기 많은데. 김미희 주임님이 잘 몰라서 그러는 거 같은데, 한국 여자들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키도 크잖아요. 필리핀 남자들은 작은데. 그래서 그냥 김미희 주임님 정도로 예쁜 한국여자가 필리핀 가기만 하면 바로 집단 강간..... 아, 아니. 그 뭐냐. 하여간 인기 많다니까요. 좋잖아? 여기 한국은 남녀 비율 안 맞아서, 김미희 주임님 핸드백, 구두 이런 거 사 줄 사람도 이제 없을 텐데, 필리핀 가면 남자들이 매일 코코넛 따 줘. 마사지도 해 줘. 아까 김미희 주임님이 Spa 좋아한다면서요. 거기 가면 다 무료라니까. 미희 주임님. 안 그래요? 성현대리님. 난 이해가 안 되네. 미희 주임이 왜 저러는지.”

성현대리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 시현씨. 나도 그 얘기 들었어. 필리핀 남자들이 한국 여자들 피부 하얗고 예쁘다고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난리라던데. 김미희 주임 좋겠다. 필리핀 톤도가면 거기 동네 아저씨 할아버지들 다 나와서 구경하겠네. 아마 회사에서 집도 무료로 얻어 줄 걸? 회사 근처로. 지사가 톤도에 있어서 좋은 콘도가 없어서 그렇지. 월세도 안내도 되고 얼마나 좋아?”

“아, 맞다. 그 얘기를 빼 먹었네. 미희 주임님. 필리핀 톤도로 발령나면, 이제 미희 주임님 돈 쓸 거 하나도 없어요. 아니 쓸 곳이 없는 건가? 회사에서 점심은 팍팍(pagpag)으로 무료 배급해 준데. 그, 월세도 무료고. 에어컨도 없고 인터넷도 안 들어와서 따로 돈 나가는 것도 없어. 아, 진짜. 김미희 주임님 거기가면 돈 모으기 딱 좋겠네. 한국에서 돈 모으기 힘들잖아. 필리핀 가서 돈 모아야지.”

김미희 주임의 안색이 더 파랗게 질렸다.

“그 팍팍(pagpag)인가 뭔가. 남들이 먹다 버린 쓰레기 음식이라면서요. 그리고 숙소에 에어컨도 없고 인터넷도 안 들어온다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게 나도 잘은 모르는데, 미희 주임님 해산물 바비큐 이런 거 잘 먹는 다면서요. 거기 팍팍(pagpag)에 그런 거 다 들어있어. 누가 먹고 버린 거면 어때. 구충제 쳐서 깨끗하게 재탕했다는데. 거기는 먹을 게 그런 거 밖에 없다는데, 미희 주임님이 좀 이해해요. 어떻게 해. 현지 상황이 그런 걸. 그리고 에어컨은 없어도 선풍기는 있으니까 걱정 말고요. TV도 나오고. 선풍기도 있고. 그 다 사람 사는 데 아니에요. 에이 뭘 그렇게 입술을 파르르 떨고 그래요. 괜찮다니까 그래요.”

그때 핸드폰으로 필리핀 현지 날씨를 보던 이미영 대리가 무심코 말했다.

“어? 지금 필리핀은 40도 네요. 우아. 이 날씨에 에어컨도 없이. 진짜 대단하다 필리핀 사람들. 김미희 주임님도 필리핀 갔다 오면 한국 더위 정도는 끄떡없겠어요. 호호.”

김미희 주임이 곧 죽일 것처럼 이미영 대리를 붉어진 눈으로 노려보자, 이미영 대리가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입을 꼭 다물었다.

“시현씨. 시현씨이...... 아니야. 진짜, 아니야. 나 남자 없어도 돼. 그냥 한국에 있을게 응? 그리고 나 더위에 약해서 일사병 걸린다니까. 시현씨. 왜 꼭 나만 가야한다고 생각해? 있잖아, 나보다 직급 낮은 서유리 사원도 있고. 지금 이 자리에는 없지만 최다정 차장도 필리핀 좋아한다니까. 미영 대리는 또 어떻고. 얼굴이 무기라서 톤도가도 현지화도 잘 되고 여자라고 위협당할 일도 없다니까. 시현씨이...... 진짜 나 시현씨가 하라는 일이면 모든지 다 할게. 필리핀만 보내지 말아 줘. 진짜. 내가 이렇게 빌게. 이은우 상무님한테 잘 좀 말 해 주면 안 될까?”

김미희 주임이 다급해 졌는지 작전을 바꾸었다.

이제는 다른 여자팀원들을 붙들고 늘어지는 물귀신 작전을 쓰기 시작한다.

여우같은 서유리 사원이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저, 저는 아직 회사에 들어 온지 1년차 밖에 안 되는 신입사원이라 해외지사장으로 파견 나간다는 건 정말 어불성설입니다! 저도 저희 팀한테 이럴 때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제가 능력이 너무 모자라서 죄송해요.”

서유리 사원이라.

장난이나 좀 쳐 볼까?

나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서유리 사원에게 말했다.

“하긴, 얘기를 듣고 보니 김미희 주임님 말에도 일리는 있네요. 김미희 주임이 저렇게 가기 싫다고 애원하니까, 너무 김미희 주임만 적임자로 생각하지 말고 서유리씨, 아영 팀장님도 지사 파견 후보로 생각 해 볼만 하겠어요.”

가만히 있던 아영팀장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한다.

“나, 나는 왜? 시현씨. 나는 우리 개발사업부팀 지켜야지. 응? 그래도 내가 명색이 팀장인데, 팀장이 해외지사 파견 나가면 되겠어? 시현씨 나는 좀 빼주라. 진짜. 내가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우리팀이 걱정 되서 그래.”

“에? 팀장님. 그건 걱정 마세요. 팀장님 필리핀 톤도로 해외파견 가면, 또 적임자가 있죠. 이미 저희 개발사업부팀 다음 팀장 후보로 영업지원팀 동철차장님 물망에 오른 거 아시죠?”

“도, 동철 차장?”

아영팀장이 생리 때문에 배가 아픈 건지, 스트레스 받아서 배가 아픈 건지.

배를 붙잡고 고개를 푹 숙인다.

“시현씨. 아니야, 우리 이성적으로 판단하자. 그래, 성현 대리는 어때? 성현 대리 필리핀 가면 잘할 것 같은데.”

성현대리라는 말에 김미희 주임과 서유리사원의 표정이 밝아졌다.

원래 있던 세계처럼 구질구질하고 누구나 하기 힘든 일은 성현대리에게 넘기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탁자를 탕!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팀장님. 지금 장난해요? 필리핀이 어디라고 그 위험한 곳을! 저희 연약하신 성현대리님을 보내려고 해요. 팀장님. 자꾸 그렇게 분별력 없는 발언 하시면 제가 강력하게 아영팀장님 필리핀 톤도 지사로 발령 나는 거 추천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강력하게 추천 드릴 수밖에 없다는 말에 아영팀장이 바로 저자세로 나간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말이 헛 나왔어. 성현대리 같이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인재를 필리핀에? 어휴, 그건 말도 안 되지. 그러면 우리 이러면 어떨까? 다들 회사를 위해 필리핀 톤도에 파견 나가고 싶지만, 사정이 있으니. 무기명 투표 다수결로 정하는 걸로. 물론 시현씨랑 성현대리는 빼고.”

투표라?

그것도 나름 재미있는 이벤트가 될 것 같다.

김미희 주임도 오전에 나에게 반항했던 것을 이제 제대로 반성하는 것 같고.

더 이상 오전에 했던 것처럼 사춘기 소녀 같은 태도는 안 보일 것 같다.

­카통, 카통왔섭!

그때, 나에게 카통 소리가 울린다.

카통을 보낸 사람은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는 김미희 주임이었다.

나는 의아해서 고개를 흔들며 김미희 주임이 나에게 보낸 카통 메시지를 확인한다.

[김미희 주임: 회의 테이블 아래 보세요. 주인님. 제가 사죄하는 의미로.......]

내가 펜을 떨어뜨린 척 연기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김미희 주임의 하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리를 쫘악 벌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대로 김미희 주임의 천박한 빨간색 망사팬티가 다 보인다.

김미희 주임이 그 상태에서 천천히 농염하게 손을 내려서 입고 있는 야시시한 빨간색 망사팬티를 벗기 시작한다.

엉덩이를 요염하게 들썩 거리며 팬티를 내려서 허벅지에 걸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야시시하게 팬티를 내렸다.

주르륵.......

김미희 주임의 야시시한 빨간색 망사팬티가 김미희 주임의 하얀색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서 발목에 걸쳐진다.

그리고 적나라하게 김미희 주임의 은밀한 곳이 보인다.

나는 고개를 들어 김미희 주임을 바라본다.

김미희 주임이 여우같이 요염한 눈빛을 보내며 나에게 카통을 보낸다.

[김미희 주임: 주인님. 다시는 주인님에게 반항 안 할게요. 앞으로 항상 회사 올 때는 노팬티로 올게요. 제발 필리핀 보내지 마세요. 네? 제가 항상 주인님 곁에서 즐겁게 해 드릴게요. 제발 한 번만 봐 주세요. T.T]

김미희 주임이 나름 귀엽게 이모티콘 까지 써가며 카통을 보냈다.

그래봤자 천박한 암캐지만.

뭐 나름 노력이 가상하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자. 그러면 팀장님 말씀대로 우리 무기명 투표를 통해서 누가 필리핀 톤도 지사로 파견되어야 할 지 정하도록 하죠. 유리씨?”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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