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 한예슬, 강세나, 미유키?(3)
* * *
아마도 완벽하게 페미 걸레를 100프로 조련해서 갱신시키기 전까지는, 아무리 걸레 조련도를 올려놓아도 매일 아침이면 조련도가 떨어지는 이 상황이 반복될 듯 싶다.
그러니까 하루라도 빨리 페미 걸레를 100프로 조련시켜서 완전히 갱생 시켜주는 것이 답이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샤워를 하러 갔다.
쏴아아아........
샤워를 하며 핸드폰으로 뉴튜버로 방송하는 미국 채널 라디오를 틀었다.
최근 유행하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good 4 you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Well, good for you, I guess you moved on really easily
넌 좋겠네, 넌 참 쉽게 갈아타는 것 같아
You found a new girl and it only took a couple weeks
넌 새로운 여자를 찾았고 그건 2주밖에 안 걸렸지
Remember when you said that you wanted to give me the world?
네가 나에게 세상을 주고 싶다고 말했던 거 기억나?]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요즘 미국에서 뜨고 있는 신예 10대 여자 가수다.
good 4 you라는 노래는 신나는 반주와는 달리 가사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자기를 잊고 새로운 여자친구를 너무 빨리 만난 것을 원망하는 살짝 찌질한 가사의 슬픈 노래였다.
올리바이 로드리고의 노래를 들으면서 샤워를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국에서 아이돌 가수로 더 성공하면 미국에 가서 저스틴 비버나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세계적인 가수를 만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그저 꿈같은 상상이지만.
언젠가 이루어질지도.
샤워를 마치고 다시 회사에 가기 위해 옷을 입었다.
어제는 너무 회사에서 페미 걸레년들을 조교하는 일에만 몰두한 것 같다.
오늘은 회사가 끝나면 성현대리님과 동철 차장님과 한 잔 할까 생각중이다.
오늘은 검은색 카디건에 하얀색 셔츠 그리고 검은색 정장바지를 입었다.
회사복장 규율은 자유로운 편이라, 사실 꼭 정장만 입어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청바지나 캐쥬얼 차림으로 회사를 가기는 좀 그렇다.
적당히 편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옷을 입고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아직 회사에 출근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핸드폰으로 여행 뉴튜버를 보고 있는데 카통이 울린다.
카통, 카통 왔섭!
지금 시각은 아침 7시.
이른 아침부터 누구지?
나는 카통을 열어서 확인한다.
[미유키: 안녕하세요. 오빠. 좋은 아침입니다. 미유키는 다래정에 출근하고 있어요. 오빠도 좋은 아침 되세요.]
미유키라는 일본 미소녀 아가씨는 생각보다 꽤나 적극적이다.
[나: 네. 미유키씨. 좋은 아침 되세요.]
[미유키: 오빠. 벌써 일어났어요? 제가 오빠 깨운 건 아니죠?]
[나: 아니에요. 저도 이제 회사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미유키: 아, 그렇구나. 오빠, 어제는 저희 아버님 때문에 미안합니다. 아버님이 다혈질이셔서 오빠께 신뢰를 범했어요. 미안해요.]
신뢰?
아....... 실례를 잘 못 썼나 보다.
[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미유키: 그런데, 오빠. 저 미유키가 오빠랑 계속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도 오빠는 괜찮아요?]
나는 미유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외모는 귀엽고 연예인처럼 예쁘다.
성격도 활발하고 붙임성 있다.
그리고 꽤 명망 있는 일본 부자가문의 손녀딸.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어 보인다.
다만 야쿠자라든가 그런 깡패 조직과 관계가 있다면 좀 꺼려지기는 하는데.
미유키씨 집안이 야쿠자 집안이냐고 물어 볼 수도 없고.
일단 연락하면서 지내다 보면 차차 알게 되겠지.
나는 미유키에게 카통을 날린다
[나: 아. 네........ 미유키씨랑 친하게 지내면 저야 좋죠.]
[미유키: 진짜요! 아, 다행이다. 사실 어제 오빠 당황해서 이제 미유키 연락 안 받아 줄까 봐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참다, 참다 카통보냈어요. 고마워요. 오빠.]
[나: 뭘요. 그런거 가지고 고맙기는요. 다만 미유키씨 아버님은 따로 만나면 무서울 것 같으니까 미유키씨가 그런 일 안 생기게 중간에서 신경 좀 써주세요.]
[미유키: 네. 오빠. 걱정 마세요. 그런데, 오빠. 혹시 시간 되시면 이번 주 주말에 저 한국 구경 좀 시켜주시면 안될까요? 한국에서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구경 시켜 줄 사람이 없어서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아요.]
주말이라......
일요일에는 세나랑 약속이 있다.
하지만 토요일은 스케줄이 없으니, 미유키한테 한국을 구경시켜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 알겠어요. 미유키씨. 토요일 괜찮아요?]
[미유키: 토요일. 괜찮아요. 이사회 회의가 있지만, 그런 것 보다는 오빠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니까.]
[나: 이사회 회의면 중요한 일 아니에요? 다음 주에 만나도 되는데요.]
[미유키: 아니에요! 진짜 하나도 안 중요해요. 그러니까 꼭 이번 주 토요일에 봐요. 오빠! 진짜 미유키 오빠 만나고 싶어서 설레요.]
살짝 문법이 이상했지만, 일본 미소녀가 진심을 담아서 보내는 카통이라서인지 그냥 귀여울 뿐이다.
[나: 알겠어요. 미유키씨. 그러면 우리 토요일에 봐요. 그 전에 카통 또 해요.]
[미유키: 네. 오빠! 좋아하는 하루 되세요. 미유키 시간 나면 또 카통 할게요!]
[나: 네. 미유키씨도요. 좋은 하루.]
역시 한국말이 어려운가 보다.
그렇게 한국말을 잘하는 미유키도 가끔 실수를 하는 것 보니.
미유키와 카통을 하다 보니 어느 덧 시간은 오전 7시 30분.
나는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 * * * *
집에서 회사 까지는 전철을 타고 가면 대략 5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유명한 아이돌 박지훈이라는 것은 안 이상, 대중교통은 될 수 있으면 피하려한다.
띵!
엘리베이터가 12층에 도착했다.
지이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검은 모자에 마스크를 쓴 165cm 정도의 여자가 타고 있다.
손에는 한 가득 짐을 들고 있다.
어제 밤에 이사 온 그 집 사람인가?
여자 혼자서 짐을 옮기나.
무거울 텐데.
그런데 왜 엘리베이터는 12층에서 멈춘 거지?
13층에 사는 거 아닌가?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하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있는 짐을 든 여자가 손을 뻗어서 버튼을 누르려 한다.
아마 13층을 눌러야 하는데 12층을 잘 못 눌렀나 보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며 손을 내밀었다.
“저한테 짐 주세요. 13층 가시죠?”
아직 시간도 남았고 여자 혼자 이사하는데 짐 옮기는 것 정도는 도와줘도 될 것 같다.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13층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닫았다.
“짐 주세요. 들어 드릴게요.”
검은 마스크를 쓴 여자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괜찮아요.”
목소리가 감기에라도 걸렸는지 허스키하다.
“그러지 말고 주세요. 무거워 보이는데.”
내가 거의 뺏다시피 그녀의 짐을 나눠 들었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하얀 얼굴을 보니 땀으로 범벅이다.
말은 안 해도 꽤나 무거웠었나 보다.
검은 모자를 쓴 여자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한다.
“몇 호에 살아요?”
검은 모자를 쓴 여자가 입을 열려다가 살짝 머뭇거린다.
아........
이런.
이건 내 실수다.
아무래도 혼자 사는 여자 같은데, 남자가 몇 호에 사는지 묻는 건 좀 그렇겠지.
“아, 아니에요. 짐은 13층 엘리베이터 앞에 놓을게요. 저는 12층에 사는데. 무거워 보여서 잠시 도와드린 거예요. 좋은 하루 되세요.”
검은 모자를 쓴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를 한다.
말 수가 상당히 적은 여자다.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서 잘은 안 보인다.
하지만 체형이나 살짝 보이는 눈매로 볼 때, 상당한 미인 일 것 같다.
나도 가볍게 목례를 하고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띵!
일층에 도착.
나는 천천히 걸어서 아파트를 벗어난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정감이 있어서 좋다.
다들 출근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나는 대로변에 나와서는 택시를 잡는다.
“택시!”
다행히 택시가 빨리 잡혔다.
우우웅!
택시 드라이버 아주머니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잠시 눈을 감았는데, 카통이 울린다.
카통, 카통 왑섯!
나는 핸드폰을 열어서 카통을 확인한다.
[강세나: 좋은 아침이에요. 오빠. 오빠는 참 좋은 사람 같아요. >.
미유키에 이어서 이번에는 세나까지 아침에 카통을.........
그런데 좋은 아침은 알겠는데, 뜬금없이 나보고 좋은 사람 같다니.
세나는 참 알다가도 모를 말을 잘한다.
[나: 안녕하세요. 세나씨. 좋은 아침이에요.]
[강세나: 네. 오빠. 오빠 아침은 잘 먹고 다니시는 거죠? 라면에 삼각 김밥만 드시면 안 돼요. 골고루 잘 먹어야죠.]
[나: 네? 라면에 삼각 김밥이요? 제가 제일 자주 먹는 거기는 한데......]
[강세나: 아, 예. 그냥 저 아는 오빠들도 너무 컵라면에 삼각 김밥으로 대충 때우는 오빠들이 많아서요. 걱정되어서요. 야채도 먹고. 고기도 먹고. 골고루 잘 먹어야 해요. 오빠. 몸 축나요!]
사실 회사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서 육개장 컵라면에 삼각 김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세나 말을 듣고 보니 너무 대충 끼니를 때우면 몸이 축날 수도 있겠구나.
오늘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랑 삼각김밥 살 때 몸을 위해 바나나도 하나 추가해볼까?
[나: 네. 세나씨. 걱정 말아요. 세나씨야 말로. 아침 잘 챙겨 먹어요.^^]
[강세나: 네. 오빠. 고마워요.]
세나와 카통을 끝내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택시기사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 다 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왔다 갔다 할 때는 그렇게 먼 것 같았는데, 택시를 타니 금방이다.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나는 택시비로 무려 12,000원을 내고 택시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편의점에 들어가자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시현씨. 이거 아침부터 편의점은 웬일이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