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최다정 차장 노예 만들기
* * *
최다정 차장 노예 만들기
세나와 카통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3시다.
회사에 출근해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참 잘 간다.
현세계에서는 회사에 출근만 하면 시간이 안가서 미칠 것 같았는데.
특히 월요일은 더욱 더.
오늘은 이상하게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오늘 저녁에는 조교시킬 먹잇감 최다정 차장과 저녁 약속이 잡혀 있다.
최다정 차장이 수치심에 가득 찬 얼굴로 나에게 용서해 달라고 애원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
때마침 김아영 팀장과 최다정 차장이 개발사업부 사무실로 들어온다.
최다정 차장은 얼굴도 야하게 생겼지만, 옷을 텐프로 아가씨처럼 꼴리게 입는다.
거기다가 몸매는 농염하다.
현세계의 나도 처음에는 최다정 차장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을 정도니 말이다.
그 년의 실체를 알기 전 까지는 말이다.
씨발, 박쥐같은 년.
나는 잡답을 하며 오순도순 사이좋게 개발사업부로 들어오는 최다정 차장과 김아영 팀장을 향해 빈정거렸다.
“아니, 팀장님, 차장님. 뭐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나는 두 분이 업무는 내 팽개치고 삼십 분이 지나도록 자리에 안돌아 오시기에 퇴근하신 줄 알았네.”
김아영 팀장이 눈을 날카롭게 뜨고 나를 째려본다.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김아영 팀장의 매서운 눈빛을 바라본다.
“왜요? 팀장님. 뭐 할 말 있으세요?”
하지만 김아영 팀장이 곧 고개를 숙이고는 묵묵히 자리로 되돌아간다.
현 상황에서는 나하고 붙어봤자 자기만 손해라는 걸 깨우친 거다.
도망간다고 해서 그대로 보내줄 만큼 난 착한 사람이 아니다.
자리로 되돌아가는 김아영 팀장의 뒤에 대고 한 마디 더 쏘아 붙인다.
“아니, 뭐 이건 개가 짖는 것도 아닌데, 대꾸도 안하고 그냥 가네. 안 그래요 팀장님?”
김아영 팀장이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빨개진 얼굴로 할 수 없이 꾸욱 참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앞으로 주의 할게요. 시현씨.”
“네. 좀 주의 좀 해주세요. 우리 팀에서 제일 높으신 팀장님이 모범을 보여야, 부하직원들도 따라서 배울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 팀장님이라는 분이 제일 개판이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겠어요?”
아영 팀장이 자리에 앉아서 침울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말한다.
“네......... 미안합니다.”
아마 속으로는 유시현 씨발새끼 진짜 죽여 버리고 싶다!를 100번 쯤 되뇌고 있겠지.
씨발년의 똥 씹은 표정에서 다 보인다.
“팀장님. 표정이 왜 그래요? 누가 보면 일개 사원이 팀장님을 갈 구는지 알겠네. 팀 분위기 살아나게 표정 좀 피시죠? 안 그래도 다음 달이면 업무 평가도 있는데, 팀장님 때문에 우리팀 업무 평가 점수 낮게 나오면 팀장님 책임 이신 거 아시죠? 팀장으로서 팀원들한테 도움은 못 줄망정, 피해는 주지 맙시다. 팀장님.”
좀 오버해서 심하게 몰아 붙였다.
아영팀장이 서류 파일을 바라보며 붉어진 눈으로 후우 후욱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야~ 이거 아영팀장 갈구는 재미가 쏠쏠하네.
생리 때문인지 감정 조절도 잘 안 되고, 반응이 실시간으로 오니까 놀리는 재미가 있다.
나는 천천히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아영팀장에게 걸어갔다.
아영 팀장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를 보며, 겁먹은 표정으로 눈을 깔았다.
나는 아영팀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가식적으로 미소 짓는다.
“팀장님. 미소. 미소 지으라고요. 저처럼요.”
아영팀장이 마치 숙제를 안 한 초등학생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 표정을 만든다.
눈은 울고 있는데, 입은 미소를 짓고 있다.
표정이 괴기 하면서도 기가 막히다.
아주 마음에 든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두고 싶은 걸?
“그래요. 팀장님. 팀장님이 그렇게 미소 짓고 일 하셔야, 팀 분위기가 살아나죠. 이거 다 팀장님을 위해서 조언 드리는 거예요. 알죠?”
아영팀장이 눈은 울고 있는데 입은 웃고 있는 괴상한 미소를 지은 체 대답한다.
“네. 네........ 시현씨.”
“저 같이 팀장님을 위해주는 사원이 있어서 고맙죠? 그래요, 안 그래요?”
“네? 네........”
“그럼. 저한테 고맙다고 해야죠. 팀장님.”
아영 팀장이 바짝 쫄아서 내 눈치를 살피며 말한다.
더 이상 나랑 부딪혀 봤자 자기만 손해다.
누구보다 더 아영팀장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고, 고마워요. 시현씨.”
“뭘요. 다 팀장님이 그동안 저한테 너~무 잘 해주셔서 저도 신경 써 드리는 거죠. 혹시라도 이번에 직원 평가 점수 낮게 받으셔서, 회사에서 사직 당하시면 우리 팀장님 갈 때도 없잖아요? 제가 우리 아영 팀장님 회사에 계속 잘 다닐 수 있게, 시아버지처럼 앞으로 신경 더~ 많이 써 드릴게요.”
내가 아영팀장을 갈구는 것을 그만 두고 뒤돌아서자, 그제야 아영팀장이 휴우~ 하고 참았던 깊은 숨을 내쉰다.
내 시아버지처럼 계속 되는 꼰데짓과 구박에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나 보다.
아영팀장. 앞으로 내가 아영 팀장의 회사 시아버지가 되어서 꼰대 짓 존나게 해 드릴게요.
이게 다 현세계 유시현에게 아영팀장님이 존나게 업보스택을 쌓은 덕택이랍니다.
나는 뒤돌아서서 걸어가다가 갑자기 확 아영팀장을 향해 뒤돌아 봤다.
서류파일을 체크하던 아영팀장이 화들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역시나 아영팀장은 현세계에서처럼 업무를 볼 때는 하이힐을 벗고 근무를 하고 있었다.
나는 코를 잡고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팀장님.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팀장님이 팀에서 모범을 보이셔야죠. 어디서 구린내가 나나 했더니 팀장님 발에서 나는 거였네. 무슨 발로 장이라도 담갔어요? 발에서 하수구 냄새가 나냐 어떻게. 업무 평가하러 이사님들 오셨다가 팀장님 발 냄새 맡고 기겁해서 도망가시겠다. 진짜.”
내가 발 냄새 난다고 쏘아 붙이자, 아영팀장이 거의 툭 치면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주섬주섬 신발을 다시 신었다.
“미안해요. 시현씨. 하이힐을 신었더니 발이 너무 아파서.........”
“아니. 팀장님. 팀장님만 발 아파요? 저도 하루 종일 구두 신고 다녀서 발 아파요. 팀 사기 떨어지게 이기적인 행동 하지 마시고, 앞으로는 신발 꼭 신고 근무하세요.”
아영팀장이 고개를 숙이고 종아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네..........”
완전히 나에게 기선을 제압당해서인지 마치 사자 앞의 초식동물처럼 말을 잘 듣는 아영팀장이었다.
아영 팀장이 당하는 것을 듣고만 있던 최다정 차장이 도저히 울분이 쌓여서 못 참겠는지, 나에게 톡 쏘는 말투로 말했다.
“시현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팀장님에게 이게 무슨 말 버릇이에요!”
씨발년.
아영 팀장을 도우러 나서시겠다?
곧 존나 후회하게 만들어줄게.
그나저나 섹시한 옷을 입고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니까 더 야하고 요염해 보이는 걸?
“제 말투가 뭘요? 부하직원이라고 팀장님이 잘 못 한 게 있는 걸 지적하면 안 돼요? 우리 회사가 그런 꽉 막힌 회사가 아닌데. 이거 참, 이사님들께 보고를 따로 드려야 하나. 어디 차장님은 꼰데들만 다니는 회사 다니다 오셨다 봐요?”
“뭐! 꼰데! 지금 말 다 했어! 유시현씨!”
“아니요. 말 나온 김에 더 해야겠다. 최다정 차장님. 회사가 차장님 성인방송 하는 곳이에요? 회사에는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고 출근해야지 무슨 룸싸롱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옷 차림이 그게 뭡니까! 안 그래요. 팀장님?”
아영 팀장은 다시 자기에게 불똥이 튀자,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자기를 두둔해준 최다정 차장 편을 들어야 할지, 아니면 논리적으로 합당한 내 편을 들어야 할지 망설이는 것 같다.
현세계였다면 당연히 최다정 차장 편을 들었겠지만.........
“그건 시현씨 말이 맞아요. 최다정 차장님. 옷차림에 주의 좀 해주세요. 안 그래도 점심시간에 다른 팀장들에게 들은 말인데, 단정한 옷차림도 업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아영팀장은 사회생활을 할 줄 아는 능구렁이다.
그러니까 팀장 자리까지 올라 간 거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지 판단이 정확하다.
아영팀장이 당하고 있어서 편을 들어주려고 나섰던 건데, 아영팀장이 오히려 자기를 저격하자 최다정차장이 주먹을 꽉 지고 빨개진 얼굴로 부르르 떨었다.
씨발년 감정 조절 못하네.
오늘 잘 걸렸다. 이 걸레 같은 년아.
나는 목소리를 깔고 존나 재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최다정 차장님? 지금 주먹지신 거예요? 그러다 우리 팀장님 한 대 치겠어요? 이야, 우리 차장님은 꼰데가 아니라서 막 팀장님도 패고 그러시나 보다. 신세대 회사원들은 마음에 안 들면 부하직원도 패고, 팀장님도 패고. 무슨 회사에서 GTA5 회사무쌍 찍으시겠다?”
최다정 차장이 아영팀장을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불똥이 자기한테 튀자, 억울한지 아영팀장을 노려보았다.
아영팀장은 최다정 차장의 원망 섞인 눈빛을 피하며 자기 업무에만 열중하는 척 한다.
최다정 차장 씨발년아.
원래 아영팀장은 저런 사람이야.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뭘 새삼스럽게.
믿었다가 배신당한 척 해.
최다정 차장이 다시 매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한 건지, 제대로 한 판 나하고 붙으려는 의지가 보인다.
“뭐! GTA 어쩌고? 씨발, 진짜. 시현씨 오늘 아침부터 쭉 봐왔는데, 고작 회사에 입사한 지 일 년 밖에 안 된 신입사원이 팀장님이나 선배들한테, 너무 막나가는 거 아니야? 오늘 아침에 시현씨 동기 유리씨가 회의 시간에 운 것도 시현씨 때문 인거 알아? 몰라?”
단단히 벼르고 있던 게 터졌는지, 최다정 차장의 말에 막힘이 없다.
오히려 잘 됐네. 안 그래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최다정 씨발년을 한 번은 까야 했는데.
“그게, 어떻게 저 때문이에요. 다 회의 준비를 제대로 안 한 유리씨 본인 책임이지, 그리고 지금 우리 최다정 차장님의 부적절한 사내 옷차림에 관해 얘기하고 있지 않았어요? 왜 불리하니까 주제를 바꾸고 그래요? 진짜, 창피하지도 않아요? 그렇게 왕젖가슴 다 드러나는 하얀색 블라우스에 빨간 미니스커트. 거기다 검은색 망사스타킹까지. 회사를 온 거야~ 클럽을 온 거야? 어이가 없네. 진짜. 뭐 회사에서 야동이라도 한편 찍으시려고요?”
최다정 차장이 계속되는 옷차림 지적에 손으로 살짝 왕 젖가슴을 가렸다,
그런데 씨발.
그렇게 손으로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가리니까 더 꼴리잖아.
이 년은 뭘 해도 야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