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62화 (62/413)

〈 62화 〉 서유리 조교해서 노예만들기(1)

* * *

김미희 주임에게 몇 가지 일을 맡기고는 다시 내 개발사업부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걸어서 서유리 사원 뒤에 섰다가, 서유리 사원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

“유리씨! 지금 뭐해요?”

한참 카통으로 팀원들과 나를 씹고 있는 중이었는지 서유리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아! 깜짝 놀랐네.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씨발.”

자기도 모르게 욕을 내 뱉은 서유리 사원이 당황한 눈빛으로 재빨리 입을 가렸다.

또 나한테 욕했다고 깨질까봐 겁먹은 거다.

“아, 지금 할 일 없어서 유리씨 바쁜 일 있으면 도와주려고요. 그런데 무슨 죄 지었어요? 왜 그렇게 깜짝 놀라요. 놀래길. 내가 간 떨어질 뻔 했네. 진짜.”

“아니에요. 시현씨. 죄를 짓긴요. 시현씨가 너무 인기척도 없이 다가와서 그런 거죠.”

짧게 대답을 한 서유리가 눈깔을 굴리기 시작한다.

씨발년, 내가 도와주러 왔다니까 이 새끼를 어떻게 써먹을까 존나 머리 굴리고 있구나.

눈깔 돌아가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다.

“아, 마침 잘 됐다. 시현씨. 저 영어번역하고 문서 정리해야 하는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아, 네. 그러죠 뭐.”

서유리가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나를 굴릴 생각에 기쁜 것 같아 보인다.

씨발년이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하네.

“자, 그럼요. 시현씨. 여기 이 10페이지에서 30페이지는 시현씨가 해석해서 저에게 갖다 주세요. 제가 1~9페이지 번역 할게요. 시현씨도 아시죠? 원래 영어문서는 문서 초반에 요약본이 있어서, 문서 초반이 번역하기 어려 운 거? 제가 어려운 부분 번역하는 거고, 시현씨가 쉬운 부분 번역하는 거니까, 시현씨 분량이 조금 더 많아도 이해해 주세요. 알았죠?”

씨발년. 진짜

이런 걸 보고 물속에 빠진 사람 구해 줬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는 겪이다.

원래는 자기 혼자 해야 할 영어번역인데,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오히려 자기가 해야 할 분량보다 더 많은 양의 영어번역을 맡기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저 영어원서 성현대리 일 도와줄 때 봐서 아는 데, 앞부분은 일상적인 얘기라서 존나 쉽고, 10페이지 이후로 전문용어가 나오기 시작해서 존나 어려워지는 원서이다.

그것도 그렇고. 성현대리가 15페이지까지 이미 번역 끝내났을 텐데?

씨발년이 진짜 잔머리 존나게 굴리는 구나.

이미 끝내놓은 페이지를 자기가 한다고 지랄이네.

한 마디로 자기업무도 아닌 영어번역 도와 준 사람한테 너 혼자 내 업무 다해.

나는 네가 존나 뺑이 칠 동안, 인터넷 홈쇼핑이나하고 놀란다. 이거 아니야.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

“아니, 그러지 말고. 우리 같이 해요. 제가 영어가 딸려서 말이에요. 대신에 타이핑은 잘하니까 유리씨가 번역해서 한글로 불러주면 제가 타이핑 할게요. 유리씨 영어 잘 하잖아요. 막 외국 사람들이랑 프리토킹도 하고.”

씨발년 외국 사람들이랑 프리토킹이 아니라, 서양 애들이랑 몸으로나 대화해 봤겠지.

그 뭐냐. 섹스 바디랭귀지?

서유리가 당황해서 양 손으로 손사레를 쳤다.

“아, 아니. 진짜, 그게 아니라. 그, 못해도 혼자 해봐야. 시현씨도 영어가 늘고. 그러니까. 이게 다 시현씨 영어 실력을 늘려주기 위해서, 제가 생각 한.......”

씨발년이 대가리에 총 맞았나?

갑자기 존나 횡설수설 한다.

자기가 내 영어실력 향상을 왜 신경 써?

­드르르륵!

나는 귀를 닫으며 내 자리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와서 서유리 사원 옆에 앉았다.

“자, 시작 하시죠 유리씨. 저는 서유리씨가 영어 해석해서 불러주면 타이핑 할 준비 다 되었거든요? 신입사원들끼리 서로 도와야죠. 안 그래요?”

서유리의 얼굴에 씨발 좆같네! 라고 쓰여 있다.

나는 서유리가 해석해야 할 영어 원서를 내밀었다.

“자, 뭐해요. 유리씨 빨리. 이거 오늘내로 다 번역해야 하는 원서 아니에요?”

영어 원서를 받아 든 서유리가 첫 장을 펼쳤다.

그리고, 첫 장을 눈으로 대충 읽더니 한 숨을 푸욱 쉬었다.

“그...... 투자가. 사업에서 operations..... 하니까.”

“네? 아니 유리씨 한글로 전문을 번역을 해야지. 왜 영어를 섞어서 말해요. 오퍼레이션즈. 여기서는 문맥상 영업 활동 아니에요. 설마 이런 것도 모르는 거 아니죠?”

서유리의 얼굴이 창피해서 빨개졌다.

“아, 예. 저도 알아요. 그냥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그랬죠.”

“네, 그럼 계속하세요. 진도 나가야죠. 진도.”

“사람들은 항상 계획 하는데 그 감소를 예산위에 놓는다....”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서유리를 바라보았다.

“서유리씨? 지금 그 문장이 말이 되요? 아, 진짜. 뭐하는 거야. 원서 줘 봐요.”

서유리의 표정이 똥이라도 씹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사람들은 항상 광고를 계획 할 때 예산에 맞추어서 편성한다. 아니 도대체 감소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나온 거고. 광고하고 편성이라는 단어는 어디로 날려 버린 거예요? 뭐 서유리씨 혼자 문장 만들고 있어요? 아, 진짜 갑갑하네. 갑갑해. 서유리씨. 기껏 업무 많다고 해서 도와주러 왔는데, 지금 저랑 장난치는 거예요? 차라리 영어 원서 읽어 줘 봐요. 제가 해석 해서 번역 해 볼게요.”

일부러 사람들이 다 듣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서유리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영어 원서를 바라본다.

씨발년아.

존나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지?

원래 똑똑한 척, 잘난 척 하는 년들은 자기들이 무식하다는 걸 이렇게 일대일로 앉아서 지척질 해 가며 깨 줘야 제 맛이다.

이 방법은 대학교 졸업 논문 작성 할 때, 우리학과 여자교수 씨발년한테 배운 방법이다.

일부러 지 잘난척 하고 싶어서 존나 어려운 대학원 박사들이나 보는 전공원서를 들고 와서는, 나보고 영어해석 못 한다고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 앞에서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까는데.

아직도 그 때 내가 그 씨발년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 당한 거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자, 빨리! 서유리씨. 읽어보세요.”

서유리가 영어원서의 문장들을 마치 초등학생이 영어 하듯 어설픈 발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내가. 한숨을 쉬며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는 서유리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서유리가 겁이 잔뜩 먹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씨발년, 그래 존나 쫄리지.

내가 무슨 말 할지 모르니까.

분명히 또 존나 지적질 할 것 같긴 한데.

예상이 안 되니까.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존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서유리씨. 영어 할 줄 아는 거 맞아? 어떻게 제대로 발음 하는 영어 단어가 하나도 없어? F랑 P. L이랑 R. 적어도 영어 할 줄 안다고 하면 이 정도는 구분해서 말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진짜. 이거 뭐 회사 낙하산으로 들어 온 거야. 뭐야. 문법은 개판에. 영어를 한글로 해석도 못해, 기본 적인 영어 단어 발음도 몰라. 유리씨. 우리 회사에 입사할 때. 영어가 특기라고 했다면서. 진짜 이 실력으로 쪽팔리지도 않아요? 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서유리의 큰 눈에서 당장이라도 눈물방울이 떨어질 것 같다.

“그게 아니라요. 제가 요즘에 영어를 잘 안 해서. 예전에는 잘 했는데. 그게 그래서.......”

서유리가 훌쩍 거리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보다 못했는지 김아영 팀장이 끼어들었다.

“아니! 누가 회사에서 시끄럽게 떠드나!”

오라~ 지금 내가 서유리를 공개적으로 갈구는 걸 방해하시겠다.

너도 잘 걸렸다. 아영팀장. 씨발년아.

아까 비밀카통 내용으로 보았을 때 자기네들 중에 누구 한 명이 깨지면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한 것 같다. 개년들이 서로 결속하게 두면 안 돼지.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위험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아, 그러게요. 팀장님! 진짜 제가 어이가 없어서. 유리씨가 영어번역 하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주는데, 어떻게 영어의 기본의 기본도 모르네요. 서유리씨 영어 잘한다고 팀장님이 면접보고 뽑은 거 아니에요?”

내가 아영 팀장이 팀장으로서 제대로 면접을 보고 서유리를 뽑은 건지를 콕 잡아서 지적하자, 김아영 팀장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팀장님. 팀장님도 영어가 특기 아니였어요? 여기 와서 이 부분 좀 팀장님의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좀 읽어주시고 해석 좀 해주시죠. 그래야, 영어가 특기라고 했다가 영알못인거 딱걸린 서유리 사원이 팀장에게 제대로 배울 것 아닙니까! 지금 이 부분이 안 그래도 막히는데요.”

개 같은 년들 잘 하는 게 하나도 없고 멍청하면 다들 자기네들 특기는 영어라고 적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니?

김아영 팀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기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와 서유리를 지나쳐 가며 말했다.

“아, 저기 지금 팀장 회의가 있어서. 그 나중에 할게요. 나중에.”

나는 김아영팀장을 향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오늘 오후에 팀장 회의 없는데요? 제가 아까 일지 다 확인했어요.”

팀장 회의 있다고 자리를 피하려던 김아영 팀장이 무안한지 자리에 멈춰 섰다.

팀원들이 다 자기를 바라본다.

“아, 그게.... 내가 날짜를 착각했나. 그, 그러니까. 아이, 씨발! 서유리씨! 서유리! 진짜 일 똑바로 못 해! 영어 잘한다고 해서 뽑아놨더니.......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어떻게 시현씨보다 영어를 더 못해. 오늘 집에 가기 전까지 지금 해석하고 있는 거 깔끔하게 다 번역해서 내 책상위에 올려놔요. 안 그러면 오늘 퇴근이고 뭐고 없을 줄 알아!”

내가 물귀신 작전으로 아영팀장과 서유리를 같이 엮으려고 하자, 아영팀장이 다급하게 혼자 살겠다고 발뺌을 한다.

뭐, 이미 내가 예상했던 시나리오지만.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야지.

그래야 다시는 서로 돕겠다는 좆같은 생각 따위 안하지.

“예, 그건 그렇고, 팀장님. 빨리 여기 앉아서 영어실력 좀 보여주시라니까요? 그러고 보니 팀장님 대학원 졸업장도 미국에서 받지 않으셨어요? 영어발음 완전 원어민이시겠다. 유리씨 팀장님 영어하는 거 보고 진짜 좀 배워요. 배워”

씨발년, 내가 너 이 씨발년 인사기록 정리하라고 밤늦게까지 야근 시킬 때 다 알아봤지.

그거 돈 주고 사 온 졸업장이잖아,

미국을 가보긴 가봤니?

아영팀장의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달아올랐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시현씨. 내. 내가 지금 화장실이 급해서. 아, 지 진짜........ 하으으... 서유리! 이 씨발년 때문에. 괜히. 내가...... ”

아영팀장이 거의 횡성수설 하며 급하게 하이힐을 신고 화장실로 도망갔다.

그런데.

또각!

너무 급하게 하이힐을 신고 뛸 듯이 걷다가 그만 하이힐의 한 쪽 굽이 나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콰다당!

중심을 잃은 아영팀장이 회사바닥을 뒹굴었다.

우리팀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팀 사람들의 시선도 아영팀장에게 집중 되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고 무릎은 다 까진 아영팀장이 급하게 일어서서는 얼굴을 가리며 화장실로 절룩거리면서 걸어갔다.

“씨발...... 내가 괜히 나서가지고. 서유리...시발.. 시발.......”

생리에 다리까지 다친 아영팀장의 모든 원망이 서유리에게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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