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대한민국 슈퍼 아이돌 박지훈? (2)
* * *
지이잉!
검은색 VAN의 문이 닫히자, 고릴라처럼 생긴 아줌마가 전화를 끊고는 나를 바라보며 한 숨을 쉬었다.
“지훈아! 아니, 시현아. 내가 너를 어쩌면 좋니, 진짜.”
뭐? 왜 나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는 거지?
내가 이 고릴라같이 생긴 아줌마한테 무슨 빚이라도 있는 건가?
덜컥 겁이 났다.
“아, 저기....... 무슨 말씀이신지요?”
“에휴, 이 뺀질이 자식. 또 발뺌하는 거 봐라. 시현아, 왜 자꾸 카통 답장은 안하고 그러는데? 누나가 걱정했잖아. 며칠 사이에 얼굴 상한 거 봐. 어머, 어머, 얘 피부 푸석해진 것 봐. 정실장 수분크림 있지, 빨리 줘봐!”
VAN의 앞자리 조수석에 타있던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가 백에서 수분크림을 꺼내서 고릴라같이 생긴 아줌마한테 건네주었다.
고릴라 같이 생긴 아줌마가 수분크림을 펴서는 손가락으로 슬슬 문지르며 내 얼굴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얼굴에서부터 느껴지는 위압감 때문에 도저히 거부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뭔가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시현아, 아무리 지금 휴가 기간이라고 해도 피부 관리는 해야지. 안 그래도 너 데뷔가 다른 애들보다 늦어서 하루만 관리 안 받아도 방송에서 얼마나 티 나는 줄 아니?”
어? 관리? 방송?
무언가 돌아가는 얘기가 이상하다.
그럼 이 고릴라같이 생긴 아줌마는 호스트 bar에서 내가 관리중인 손님이 아닌 건가?
나는 조심스럽게 고릴라같이 생긴 아줌마에게 말을 꺼냈다.
“저기, 아줌마. 실은 제가 금요일에 머리를 살짝 다쳐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렸거든요. 그래서 사실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어색해요. 제가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 그, 실례가 안 된다면 아줌마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머리를 다쳤다는 내 말에 고릴라같이 생긴 아줌마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는 급하게 앞에 앉은 드라이버에게 말했다.
“다은아! 오늘 일정 전부 취소. 정실장 S대 병원 원장한테 당장 전화 걸어서, 지금 당장 정밀 검사 MRI 예약 잡고. 넣어. 최고급 의료진으로. 빨리 빨리!”
헉, 뭐야 이 아줌마?
병원 원장에게 다이렉트로 전화를 걸 정도면, 얼굴은 좀 못 생겼어도 사회적 파워가 대단한가 보다. 하지만 지금 병원에 가면 내가 거짓말 한 게 다 드러날 거고 잘 못하면 정신병원에 입원 할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
“아니요! 제가 머리 다친 건 병원에 가서 다 진료 받았거든요. 다른 곳은 전혀 문제가 없고, 그냥 단기 기억 상실증만 걸렸다고 의사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이것도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다시 기억이 돌아올 거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제발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고, 그냥 아줌마가 누구인지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고릴라 같이 생긴 아줌마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앞좌석 정장을 입은 여자를 보며 말했다.
“정실장, 아까 말한 건 취소. 하긴 시현이도 이미지가 있는데, 며칠 동안 방송에도 안 나온데다가 병원에까지 왔다갔다 거린 단 말 기사에라도 나오면 이미지 망가지는 건 한 순간이지. 시현아. 너 정말 괜찮은 거지? 단기기억상실증 말고는 아무 문제없는 거지?”
“네. 아무 문제없어요. 걱정 마세요.”
“알겠어. 일단 믿을게. 너도 알다시피 네 몸 하나에 달린 밥줄이 어마어마한 거 알고 있지? 너 진짜 몸 관리 잘해야 해. 그러니까 말이야. 시현아. 네가 지금 당장은 나에 대해서 기억이 안 난다니까, 내가 빨리 설명해 줄게.”
그리고 고릴라 같이 생긴 아줌마가 내가 누구인지, 왜 내가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서 얘기 해 주었다.
나는 쫘악!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설마, 설마 내가 그 유명한.........
“네! 제가 그 유명한 연예인 박지훈 이라고요?”
“어머, 뭘 그렇게 놀라니. 거울 봤으면 알 거 아니야? 생긴 거 똑같은 거.”
확실히 내가 봐도 연예인 박지훈과 닮았다고는 생각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연예인 박지훈이 나보다 10배는 잘 생긴 것 같았다.
“에이, 지금 장난치시는 거죠? 유티바로 보니까 연예인 박지훈은 엄청 잘 생겼던데. 제가 어떻게 박지훈이에요.”
“아, 그거야. 메이크업 발에 옷 발 받으니까 그렇지. 얘는 코디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괜히 있는 줄 아니?”
아 그게 그 유명한 조명과 화면발 이었나?
하긴 내가 생각해도 그냥 닮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닮긴 했다.
그래도 설마 내가 연예인 박지훈일까? 라는 생각에 무시하긴 했었지만.
백화점에 갔을 때의 일도 그렇고, 여자들에게 둘러싸였던 일도 그렇고.
하긴 단순히 사람들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야, 그리고 너 진짜 조심해. 요즘에 자꾸 너 닮은 사람이 유티바에서 음란행위를 하고, 지하철에서 양아치들이랑 싸우고 다닌다더라. 안 그래도 너 한 달간 방송 쉬기로 해서 그런 이상한 소문 자꾸 나면 이미지 하락 엄청나다 야. 지금이야 네가 대한민국 아이돌 중에 탑이라지만, 너도 알잖아. 이 바닥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데.”
헉, 그거 다 나 맞는데........
아이 씨. 미치겠네.
그거 다 나라고 하면 진영이누나한테 귀싸데기를 처 맞겠지.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 예전 대한민국으로 치면 3대 기획사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랑 독대하고 있는 거 아니야.
갑자기 전신에 힘이 들어가고,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다행히 단기 기억 상실이라고 하니, 얼마 후면 다 기억은 돌아오는 거 맞지? 진짜 내가 물게 어린애 내다놓은 심정이다. 시현아. 네가 딱 한 달만 쉬고 이중생활은 그만두고 앨범 작업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승낙하기는 했는데. 어떻게 매니저라도 좀 붙이면 안 될까?”
어? 그러면 저 고릴라 같이 생긴 아줌마.
아니 진영이 누나 말에 따르면, 내가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기간은 고작 한 달이구나.
그 후로는 JYK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아이돌 박지훈으로 살아야 하는 거고.
그럼 삼종리서치 개발사업부 평사원 유시현은 완전히 사라지는 거구나.
뭔가 앞으로 한 달 후 부터는 대한민국에서도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연예인으로 살아야 한다니, 흥분되면서도 불안했다.
내가 잘 해 낼 수 있을까?
사실 지금으로서는 전혀 자신이 없다.
그래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그 사이 어떻게 적응해 보도록 해야지.
“시현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니? 매니저들 어떻게 해?”
매니저라.........
사실 매니저가 붙는 순간 내 사생활은 아예 물 건너간다.
자유는 없어지고, 일순간, 일순간 매니저들의 감시를 받을 거다.
“아니에요. 진영이 누나. 우리 약속했잖아요. 한 달 간은 어떠한 간섭도 안하신다고요.”
진영이 누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그래. 알겠다. 그러니까 너 스스로 몸 관리 좀 잘해. 단기 기억상실증이 뭐니. 기억상실증이. 노래 연습이랑 춤 연습은 매일매일 해야 하는 게 기본인 거 알지? 공기 반 소리 반. 항상 호흡법 기억하고.”
역시 프로페셔널 한 회사 대표여서인지 그런지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은 확실히 구분하는 것 같다. 내 몸 상태를 걱정해 줄 때는 그냥 동네 아줌마 같은데, 일적인 부분을 말 할 때는 호랑이처럼 무섭다.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네, 대표님.”
“그래. 알아들었으면, 회사 들어 가봐. 아, 그리고 그 비밀카통 안 열린다고 했지? 그거 비번 2028일거야. 너 우리 회사 입사한 날짜.”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비밀카통 비밀번호로 2028을 입력해 보았다.
스르륵.
비밀 카통 잠금이 거짓말처럼 열렸다.
“어, 대표님. 카통 열렸어요.”
“응, 그래. 시현아. 앞으로 누나 카통 씹지 말고. 또 카통 씹으면 확 휴가고 뭐고 없을 줄 알아. 알았지?”
“네, 대표님.”
내가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진영이 누나가 내 어깨를 두들겨주며 말했다.
“대한민국 넘버 원 아이돌이 목소리 봐라! 힘내고. 시현이. 카통으로 연락 주고받자. 누나도 스케줄 밀려서 지금 가야하니까.”
“네, 살펴가세요.”
부우우웅!
내가 차에서 내리자 진영이 누나가 탄 VAN이 급하게 출발했다.
하긴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3대 연예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한 곳의 대표인데 엄청 바쁘겠지. 비록 얼굴은 예쁘지 않았지만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인간미도 있는 것이, 왜 진영인 누나가 JYK의 대표인지 알 수 있었다.
비록 기회사 대표를 만난 것은 잠깐 동안이었지만, 이세계 유시현이 기획사는 잘 정한 것 같았다.
회사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려 육개장 컵라면과 삼감 김밥으로 대충 점심을 해결하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니까 나는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아이돌 연예인.
이 중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회사에서도 매일 잠만 자고 피곤해 했던 것이다.
물론 이세계의 회사 동료들은 그런 유시현을 잘 이해해주고 불편함 없이 지내도록 도와주었을 테고. 이 새끼 어지간히 꿀 빨면서 살았구나.
어찌 되었든 호스트 bar에서 일했던 줄로만 알았던 이세계의 유시현은 다행히 불법업소에서 일하는 양아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꿈꾸고 되고 싶어 하는 화려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멋진 녀석이었다.
도대체 이 자식은 못하는 게 뭐야.
얼굴도 잘 생기고, 몸도 좋아.
싸움도 잘하고 물건도 대물.
연예인이라는 말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는 건데.
신이 이세계 유시현한테 몰빵 하느라고 현세계 유시현을 그렇게 찐따로 만들었던 건가?
하아, 뭐 이유야 어찌 되었건 지금은 내가 이세계의 유시현이니까.
이 녀석이 가진 말도 안 되는 사기 스펙을 마음대로 이용해주마.
일단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보지창에 떴던 퀘스트 대로 회사에 있는 페미 걸레년들을 조련시켜야 한다. 그래야지만 내가 현세계 개한민국으로 다시 쫓겨나지 않고 이 아름다운 남녀역전 대한민국에 남을 수 있을 테니.
하아. 남은 기간은 한 달.
조련시켜야 하는 페미 걸레년들은 김미희 주임, 서유리 사원, 최다정 차장, 김아영 팀장.
이렇게 네 명이었다.
조금 더 페미 걸레들을 조련하는 것에 박차를 가해야 겠구나라고 다짐하며 나의 놀이터 삼종리서치 회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카통! 하고 카통이 울렸다.
진영이 누나가 벌서 카통한건가 하고 카통을 확인해 보았지만, 카통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진영이누나가 아니었다. 카통 미리 알림 창에는 한예슬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회사에서 걸레들을 조련 하느라 바빠서 깜빡 잊고 있었던 귀여운 피자걸 한예슬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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