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대한민국 슈퍼 아이돌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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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슈퍼 아이돌 박지훈?
비품창고에서 나와 바라 본 사무실의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이 전혀 없었다.
세상이 변한 건 없었지만, 불과 30분 남 짓 비품창고에서 김미희 주임과 같이 있었을 뿐인데, 그녀와 나의 관계는 완벽하게 상, 하가 역전되었다.
어제 까지만 해도 나와 김미희 주임의 관계는 명백하게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마녀 같은 악독한 직장상사와 병신 같은 찐따 부하직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비품 창고를 나오는 순간부터 김미희 주임은 내 명령에 따라 구두나 핥는 비천한 암캐 노예 신세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아주 마음에 드는 최고의 반전영화였다.
하아, 이제야 좀 내가 남녀역전 세계 살고 있다는 것이 몸으로 체감 되었다.
띠링!
때마침,
나에게만 보이는 보지창에서 알림이 울렸다.
[성좌 NAVEL님이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에 만족해 하며 시원하게 사이다를 콸콸 따라 마십니다. 후원을 100코인 합니다.]
오랜만에 성좌창이 열렸다.
이번에는 100코인을 후원 받았다.
코인을 후원 받으니 좋기는 한데.
도대체 저 코인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아직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휘파람을 휘휘~ 불며 천천히 개발 사업부팀의 내 자리로 걸어갔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시현씨?”
다정하면서 교양 있는 말투 이은우 상무님이었다.
남녀역전세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이은우 상무님을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상무님. 좋은 아침입니다.”
인사를 하면서 올려다보았는데........
이은우 상무님이 나를 올려다보며 인자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현실세계에서는 키가 183cm이던 이은우 상무님도 남녀역전세계에서는 키가 나보다 작았다.
하지만 이은우 상무님만이 가진 따뜻하고 온화한 포스는 그대로였다.
하긴, 멍청한 페미년들이나 사람의 가치를 키로 평가하는 거지, 사람의 가치는 인품에서 나온다.
“시현씨, 기분이 좋은 걸 보니. 저번에 부탁한 일은 잘 진행되고 있나 봐요?”
어? 이은우 상무님이 나한테 부탁한 일이 있다고?
금시초문이었다.
상무님이 부탁하셨다면 중요한 일인 텐데,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김미희 주임에게 썼던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변명을 하며 상황 설명을 부탁드렸다.
“아~! 진짜요? 아이고, 이거 시현씨 큰일 날 뻔 했네. 지금은 괜찮은 거죠?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꽃다운 모델인데. 이거 진짜 시현씨 다치면 큰일 나요. 큰일! 어떻게 일주일 정도 병가라도 갔다 오시겠어요? 어디 좋은 데 가서 푹 쉬고 와요. 걱정 말고.”
평소라면 일주일의 병가라면 완전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절을 넙죽 올려드렸을 텐데, 지금 이 남녀역전 세계의 대한민국에서는 회사 다니면서 썅년들을 사람 구실하게 조교하는 것이 집에서 멍 때리며 쉬는 것보다 훨씬 즐거웠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기도 했고.
거기다가 일주일 안에 서유리 여우년을 완벽하게 조교하지 못 하면 나는 지옥 같은 현세계로 강제 귀환 당한다. 회사에서의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아니에요. 상무님. 이제 괜찮습니다. 그 것 보다 상무님이 저에게 맡기셨던 일 좀 설명 해 주세요.”
“아, 그거요. 별거는 아니고요. 자, 제 방에 가서 설명해 드리죠. 항상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잖아요. 허허허.”
이은우 상무님을 따라 상무님실로 따라가자, 상무님이 나에게 맡겼던 회사 암행어사 업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상무님의 설명을 듣고는 귀가 번쩍 뜨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상무님의 말에 따르면 나는 저 씨발년들을 회사에서 해고시킬 수 있는 완벽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저 씨발년들이 현세계에서 나에게 저질렀던 좆같은 짓을 대해 인성평가에서 써 내기만 하면, 저년들은 다음 인사평가 때 가차 없이 해고 당 할 것이다.
이세계의 유시현에게는 이것이 귀찮은 업무 중에 하나였을지 몰라도, 현세계에서 이세계로 빙의 된 지금의 나 유시현에게는 이 회사의 암행어사가 될 수 있는 권한은 큰 권력이자 무기였다.
“충성! 상무님. 회사의 암행어사가 되어서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충성? 아니 시현씨. 여자들이나 쓰는 군대 용어를 쓰고 그래요. 허허허. 뭐 어찌되었든 믿음직스럽고 좋습니다. 시현씨. 시현씨만 믿어요. 언제든 곤란한일 있으면 저에게 연락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감사합니다. 상무님. 저도 나중에 꼭 상무님처럼 인성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말은 절대 빈말이 아니었다.
인성이 멋지고 교양 있는 사람은 외모가 초라하게 변한다 해도 그저 한 줄기의 빛처럼 빛나 보일 뿐이다.
“아이고, 시현씨. 부끄럽게 너무 비행기 태워주지 말아요. 시현씨는 나보다는 훨씬 더 멋있는 사나이가 될 테니까. 자, 그럼 시현씨. 나가서 일 보도록 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이은우 상무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부하 직원에게 진심을 담아 머리를 숙일 수 있는 분.
역시나 보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셨다.
이은우 상무님의 방에서 나와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비품창고실로 걸어가서 삐그덕! 슬며시 문을 열어 보았다.
김미희 주임이 대걸레로 대충 자신이 지린 샛노란 오줌을 닦아내었는지 찌릉내는 나지 않았다. 김미희 주임이 주저앉아서는 고개를 양 무릎사이에 묻은 체, 아직도 분하고 허탈한지 어깨를 들썩들썩 거리며 흑흑.....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뭐, 이따가 정신 차리면 알아서 비품창고 정리하겠지.
안하면 지 할 일만 더 밀리고 늘어날 뿐이니까.
나는 비품 창고 문을 다시 닫고는 터벅터벅 걸어서 개발사업부 내 팀으로 돌아왔다.
나를 보더니 성현 대리가 말을 걸었다.
“어, 시현씨? 어디 갔었어? 누가 시현씨 애타게 찾던데?”
“저를요? 누가요?”
“글쎄, 나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 뭐, 하여간 곧 다시 올 거라고 하더라고. 어? 마침 저기 오네.”
성현 대리가 가리킨 방향을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검은 정장을 쫙 빼 입은 말끔하게 생긴 키 큰 여자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시현씨. 안녕하세요.”
“아, 예.......”
키도 크고 덩치도 그렇고. 뭔가 위압감이 드는 여자였다.
“저기, 잠시만 시간 좀 내 주시겠습니까?”
“네? 업무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이제 점심시간인데요? 점심시간 끝나고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요?”
아무리 위압감이 드는 여자의 부탁이라도.
점심시간은 지켜야지.
“아! 예. 그런 게 아니라. 그 같이 가보시면 아십니다.”
아니, 이 여자야. 나도 점심시간에는 좀 밥도 먹고 쉽시다!
라고 말을 하려는데, 그녀의 검은색 정장에 적힌 JYK라는 이니셜이 보였다.
문득 오전에 보았던 JYK라는 곳에서 보낸 비밀카통의 내용이 생각이 났다. 그래, 분명 JYK라는 곳에서 점심시간쯤에 온다고 했지.
나는 소리를 낮추어서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에게 말했다.
“혹시 JYK에서 보낸 분이세요?”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 지금 밖에 있는 VAN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시죠.”
음.......
사실 JYK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내 귀중한 점심시간을 바쳐서라도 알아 볼 필요는 있었다. 더군다나 내 예상대로 JYK가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 이름과 비슷한 이름의 호스트 bar라면 은밀하게 처리해야 한다.
회사 사람들이 내가 호스트 bar에서 일하는 걸 알아봤자 좋은 건 없다.
오히려 저 씨발년들에게 약점을 잡히고 표적이 되기 쉬워진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현 대리님, 저 잠깐 나갔다 올 게요. 점심은 먼저 드세요.”
“어? 어.... 알겠어요. 시현씨. 점심은 다른 팀원들이랑 먹을게.”
성현대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와 함께 회사 밖으로 나갔다.
여름이라서인지 회사 밖은 햇살이 쨍쨍하게 내려쪘다.
으, 더워.
도대체 누가 부르기에, VAN까지 가져 온 걸까?
상상을 해 보았다.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의 행동이나 걸음걸이로 봐서는 무술을 배운 경호원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나를 VAN으로 부른 사람은 JYK 호스트bar의 사장이라던가, VIP 게스트 일 것이다.
JYK 호빠의 사장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매달 1,000만원씩 입금이 들어 온 걸로 봐서는 이세계 유시현이 그 호스트bar의 탑 호스트였을 텐데, 하필 제일 손님이 많았을 주말에 연락이 닿질 않으니. 답답해서 회사까지 찾아온 것이겠지.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회사까지 찾아 온 건, 선을 넘은 거지.
원래 이런 어두운 업종에서 일을 할 때는 사생활 보호가 필수 아닌가?
뭐 그건 그렇다 치자.
이세계 유시현이 어마어마한 금액의 급전을 땡겨 쓴 게 아니라면, 어떤 문제든지 간에 말로 좋게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세계 유시현의 통장 조회를 했을 때, 매달 입금된 1,000만원가량의 돈을 전혀 출금하지 않았다.
그대로 통장에 남아있었다.
한 마디로 이세계 유시현은 돈이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말 문제가 되는 건 두 번째 상황일 때이다.
만약 JYK의 단골손님이 보디가드를 통해 나를 부른 것이라면?
내 직장까지 알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스토커같이 구질구질한 손님일 것이다.
보통 예쁜 아줌마라면 호스트 bar 따위를 다닐 리가 없을 텐데.
보나마나 돼지 같은 얼굴에 뱃살이 축 늘어진 있는 건 돈 뿐인 아줌마일 거다.
잘 못하면 회사 사람들에게 내 사생활이 알려질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납치를 당할 수도 있다.
납치를 당하게 된 다면?
그건 정말로 끔직하다. 아줌마의 별장으로 끌려가서 이것저것 위험한 변태 같은 짓을 당할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것 만은 사양이다.
나는 슬며시 핸드폰을 꺼내 112 버튼을 눌러 놓았다. 위함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통화 버튼을 눌러 놓을 것이다. 아줌마의 별장으로 끌려가기 전에 경찰들이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검은색 VAN앞에 섰다.
위이잉!
검은색 VAN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리고 검은색 VAN안에는 바쁘게 전화기를 들고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아줌마가 타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역시 나 내 예상대로 JYK의 호스트bar의 VIP 손님 중에 한 명 인 것 같았다.
그 말은 그만큼 못 생겼다는 말이다.
다행이라면, 그래도 몸은 탱탱하고 예뻤다.
얼굴은 아줌마인데 몸은 마치 2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가슴도 탱탱하고 각선미도 끝내주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아줌마 같았다.
VAN에 타고 있는 아줌마가 빨리 VAN에 타라고 손짓했다.
하아........
그래, 뭐 설마 납치라도 하겠어?
운 나쁘면 한 번 따먹히는 정도겠지.
나는 천천히 검은 선글라스를 낀 아줌마가 탄 VAN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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