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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45화 (45/413)

〈 45화 〉 서유리의 약점

* * *

45화

서유리의 약점

씨발년아.

오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지?

그게 다 너 이 씨발년이 현세계에서 업보 스택을 존나 쌓아서 그런 거야.

두고 봐.

앞으로 너 이 씨발년의 인생이 더 참담 해 테니까.

미리 준비해 놓았던 기록용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서는 설치하며 모두를 보며 말했다.

“혹시라도 회의 시간에 발생 할지 모르는 성추행. 성차별. 성폭력, 욕설에 대한 예방으로 회의 상황을 비디오 녹화하려는데 다들 동의하시죠? 회사에서 감사부 이수아 차장과 김주환 사원 사건 이후로 지시 내려 왔잖아요. 다들 회사 공문으로 전체 이메일 읽어 보셨죠? 회의 자료 녹화해서 샘플로 보내면 이사회에서 검토 한다고요. 아마 다음 번 인사이동에도 영향이 갈 걸요.”

회사에서 공문을 보내 지시한 사항이다.

거절하는 것은 회사의 지시 사항을 따르지 않는 다는 거다. 답은 정해져 있다.

여사원들의 표정이 다들 벌레라도 먹은 듯 일그러졌다. 아영 팀장이 다른 팀원들을 대표해서 동의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일단 이번 오전 회의 출발이 상큼하다.

설치한 디지털 카메라 화면에 모두가 들어오도록 초점을 확인하고는 REC 버튼을 눌렀다.

디지털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녹화가 시작되었다.

“네, 그럼 이제 프로젝트 빔도 작동 하는데 회의 시작 하시죠 팀장님? 제가 프로젝트 빔 손대니까 더 고장 안 나고 깔끔하게 해결됐는데요?”

물론 팀장년한테 빈정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씨발년. 존나 배알이 꼴려 뒤지고 싶을 거다.

“험. 험....... 자, 그럼 서유리씨 나와서 오늘 회의 주제인 저희 팀의 발전 방안에 대해서 발표하세요.”

애써 담담한 척 아영팀장이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회의 시작을 알렸다. 서유리가 스크린 옆에 서서 마우스로 파워포인트를 넘겨 가며 발표를 시작했다.

“저희 삼종리서치 개발 사업부는 올해도 우수한 신규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 과제들을 진행 할 예정입니다. 자, 그 3페이지를 보시면요.”

서유리가 3페이지로 파워포인트 화면을 넘겼다.

“자, 여기 이 도표를 보시면....... 도표가.. 어? 그러니까. 이게.”

서유리가 존나 당황해서 파워포인트 스크린을 확인 했다. 서유리가 파워포인트에 삽입한 도표가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유리가 USB를 나에게 넘겼을 때 내가 도표를 망쳐 놓았다. 간단하게 도표 안의 텍스트들을 밖으로 탈출 시켜줬다.

김아영 팀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서유리씨! 아직도 도표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몰라요? 벌서 회사 입사 한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 진짜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뭐야!”

“팀장님, 그게 아니라. 아까는 분명히 제대로 나왔었는데요.”

나도 살짝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 유리씨. 변명하지 말고. 모르면 사수인 최다정 차장님께 물어 보지. 그렇게 엉망으로 도표를 만들면 되겠어요? 안 그래요. 팀장님?”

아영 팀장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모르면 물어봐서라도 제대로 만들어야지.”

“그런데 최다정 차장님. 텍스트가 도표에서 탈출 해 있는데, 저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수정해야 해요? 최다정 차장님 정도의 경력이면 10초면 수정 가능하잖아요? 그쳐? 유리씨한테 한 수 알려주세요.”

회의가 지루한 지 하품을 하던 최다정 차장이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봤다. 마치 수업시간에 도시락 까먹다가 들킨 표정이다.

씨발년아.

너 파워포인트 병신인 거 내가 다 알고 엮은 거야. 썅년아.

비디오는 찍히고 있다.

최다정 차장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셔서 새 하얗게 변했다.

“아, 그.... 그거. 그러니까, 그거는 말이지.”

“팀장님, 그래도 유리씨가 힘든 게 만든 자료인 데, 빨리 차장님이 제대로 고쳐 주시면 회의 진행 가능 할 것 같은데요.”

서유리가 파워포인트 다음 내용들을 살펴봤다.

전부 다 도표에서 텍스트가 이탈해 있었다.

이대로는 회의가 진행이 안 된다.

“차장님, 잠깐 만 도와주세요. 이게 파워포인트 버전이 안 맞는지 도표가 다 이러네요.”

버전이 안 맞는 게 아니라.

내가 손수 이탈 주신 거거든요?

그래도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굴러먹은 게 6개월이다.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는 동안 눈만 뜨면 도표 만들고 워드, 파워포인트 작업 했다. 파워포인트 단축키로 저 정도 오류 만드는 건 10초면 가능하다.

“그래요. 최차장이 나가서 유리씨 좀 도와줘요. 하여간, 유리씨 오늘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네. 다정 차장 부탁해.”

아무 영문도 모르는 아영팀장이 최다정 차장을 부추겼다.

최다정 개같은 년.

매번 내가 만든 파워포인트 양식을 그대로 복사해서 자기 텍스트 내용을 삽입한 후 보고서를 제출 했었다. 그리고는 다 자기가 만든 자료라고 말하고 다녔지?

자기 스스로 자료를 만들 생각은 안하고 내가 만든 자료만 쏙쏙 뽑아서 양아치 같이 살았으니 지금 벌 받는 거다. 썅년아.

최다정 차장이 어쩔 수 없이 서유리를 도와주러 나갔다. 하지만 그년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오히려 더 파워포인트 형식이 산으로 갈 뿐이다.

최다정 차장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아영팀장이 답답한지 최다정 차장을 향해 한숨을 내 쉬었다.

“최차장님 오래 걸려요? 최차장, 파워포인트 잘 하잖아.”

“아, 예.... 팀장님. 그런데 이게 도표가 좀 꼬였는지, 그 쉽게 잘 안 되네요.”

“그래? 최차장도 해결 못 할 정도면 뭐가 단단히 잘 못 되었나 보네. 그러면 그냥 파워포인트 발표는 여기까지 할까?”

아니.

그렇게는 안 되지요.

팀장님

아직 서유리 씨발년은 더 고통 당해야 하거든요.

내가 자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제가 좀 볼게요.”

최다정 차장과 서유리의 얼굴이 흙색으로 변했다.

“아니, 그렇게 까지 안 하셔도.”

“아, 시현씨는 어차피 봐도 모를 거야. 그냥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안 들려요~

나는 안 들려요

당신들 미친년들이 씨부렁거리는 소리는 안 들려요~!

성큼성큼 나가서는 최다정 차장과 서유리 앞에 섰다.

“잠시 실례 할게요.”

­타닥 타다닥!

재빠르게 파워포인트 단축키를 만지며 도표를 원래대로 정리했다. 최다정 차장이 서유리를 도와주러 나가서 허비한 시간은 10분. 내가 도표를 완벽하게 원래대로 돌려놓은 시간은 30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전부 디지털 카메라에 기록되고 있다. 심지어 이 자료는 이사회가 검토한다. 다음 인사 이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씨발년들.

존나 무능력한 년들이 회사 밥그릇만 축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 영상 하나로 여실히 증명된다.

깨끗하게 정리 된 도표를 보며 아영팀장이 감탄했다.

“시현씨. 이제 봤더니 파워포인트 도사네. 도사. 수고했어요. 화면 깔끔해 진 것 좀 봐.”

영상이 찍히고 있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칭찬을 안 하겠지만, 지금은 공정하게 평가를 해줘야 한다.

“최다정 차장. 차장이나 되어 가지고는 여태까지 회사에서 뭐 했어? 신입사원이 일 분이면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을. 10분이 넘도록 헤매고. 쪽팔리지도 않아? 어서 자리로 돌아가요.”

최다정 차장의 어깨가 축 처졌다.

나를 무섭게 째려봤다.

씨발년아. 째려보면 네가 어쩔 건데?

확 그냥 좆으로 귀싸대기 때려버릴까 보다.

그런데 최다정 차장이 브라자가 은근히 비치는 하얀 블라우스에 빨간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를 잡아먹을 듯이 째려보니 좆이 은근히 꼴렸다.

아, 나 이런 취향인가?

“그러면 발표를 이어서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저희 사업 개발부가 이번에 인도의 Department For Promotion of Industry and Internal Trade와 협정을 맺고.......”

서유리 씨발년.

영어 잘한다고 특기에 적어 놨었지?

오늘 따라 오전 회의가 존나 흥미롭네.

“서유리씨! 궁금해서 그러는데, 인도의 Department For Promotion of Industry and Internal Trade 에서는 무슨 일을 하죠?”

“좋은 질문이네요. 저도 듣고 싶어요. 서유리씨.”

아영 팀장도 영상이 찍히고 있는 걸 의식하고는 회의에 관심 있는 척 존나 티냈다. 평소에는 존나 관심도 없으면서.

서유리가 자료를 들추어 보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인도의 Department For Promotion of Industry and Internal Trade는 인도 상공부 산하 산업무역진흥청으로서.......”

“아니. 서유리씨. 한국어로 말고. 영어로요. 서유리씨 영어가 특기잖아. 서유리씨 영어 하는 걸 들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러는데. 영어로 좀 설명해 줘요.”

서유리의 영어 실력이야 안 봐도 병신이겠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 서유리에 대한 인물일람 보지창을 띄웠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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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서유리

나이: 21세

후원자들: 없음

전용특성: 교란(일반), 잔머리(일반)

전용스킬: [여우짓 LV.3] [아부 LV.2]

필살기: 없음.

종합 능력치: [체력LV.2], [근력LV2], [민첩LV2], [지능LV1], [마력LV0]

종합 평가: 전체적인 스텝은 초보입니다. 잔머리는 좋지만 지능은 떨어집니다.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패널티 영어울렁증이라는 약점이있습니다. 거짓말을 잘 합니다.

*

보지창 인물일람을 닫았다.

영알못에 영어 울렁증까지 있는데.

영어가 특기라고 적어 놨으니.

지금 존나 후달리겠지.

미영대리와 미희 주임도 동의 했다.

“맞아요. 유리씨. 나도 서유리씨 영어 하는 것 좀 듣고 싶네. 그 면접 볼 때, 외국인 친구도 많고 영어 원어민이랑 영상통화도 자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씨발년들.

먹이를 던져 놓으니까 사정 없이 물어 뜯는다.

이사회에 제출 한 영상을 찍고 있으니 어떻게든 눈에 띄고 싶어서 안달이다.

그리고 한 명이라도 더 병신으로 만들어야 자기들이 다음 번 인사 이동에서 해고를 안 당할 확률이 크다.

서유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영알못 서유리가 아무 말도 못하고 멍만 때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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