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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44화 (44/413)

〈 44화 〉 서유리 조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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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서유리 조교하기

엑스페리먼트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1970년대 짐바르도라는 박사가 남자 대학생들을 매일 2만원을 준다고 18명을 모집한다.

교도소에 넣고, 9명은 교도관으로 나머지 9명은 죄수로 두고 실험을 한다.

그 당시 등록금을 마련해야했던 대학생들에게 매일 2만원이라는 돈은 큰 돈이었다.

실험자들은 햇빛도 보지 못한 채 그 교도소 감옥 안에서 실제 교도소와 같이 삶을 살아갔다. 교도관들은 더욱 더 그 역할에 몰입하게 된다.

죄수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번호로 자신을 나타내게 된다.

처음에는 다들 ‘그래, 실험이잖아’, ‘재밌네’ 이와 같은 반응들로 시작이 된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자 사람들이 변한다.

교도관역을 맡은 실험자들은 말을 잘 듣지 않는 죄수역을 맡은 실험자들에게 푸쉬업 체벌을 주거나 강제로 머리카락을 잘라서 벌을 준다.

그리고 죄수역을 맡은 실험자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죄수라는 상황에 점점 조련되어 간다.

즉.

사람은 환경에 순응하게 되어있다.

그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

회의실의에는 이미영대리와 최다정차장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서유리는 아직도 회의준비를 끝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직원은 없었다.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였다.

“성현대리님. 이수아 차장 소식 들었어요?”

“어? 감사팀 이수아 차장? 이수아 차장이 왜?”

“감사팀 주환사원 아시죠?”

“이주환이? 어. 알지? 주환씨랑 이수아 차장이랑 사겨?”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이수아 차장이랑 주환씨랑 금요일에 연차 쓰는 것 때문에 한 판 붙었다면서요.”

“진짜?”

주위를 슬쩍 둘러봤다.

서유리와 최다정이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와 성현대리의 잡담에 집중하고 있다.

현세계에서 이세계로 빙의 된 그녀들은 이세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회사 내에서의 여자와 남자의 갈등은 흥미 있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네. 그런데 이수아 차장이 주환씨한테 말다툼하다가 주환씨를 밀치고 욕 했다나 봐요. 어떻게 여자가 약한 남자한테 폭력을 행사하고 욕을 해요?”

“어? 어.........”

아직 남녀역전 세계에 대한 적응이 덜 된 성현대리가 어리둥절해 했다.

현세계의 우리 페미가 판치는 개 같은 회사에서는 여자 상사가 남자 부하 직원에게 쌍욕을 처박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남자가 여자에게 욕을 하면?

그 남자가 상사든 부하직원이든 성차별, 성폭력이 되어 회사에 고발 접수 된다.

그리고 상 벌 위원회의 평가 여부에 따라 휴직당하거나 해고당한다.

“당연히 주환씨가 상 벌 위원회에 고발 했죠. 지금 같은 시대에 여자가 남자한테 욕을 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요?”

“그건 그렇지. 그래서 이수아 차장은 어떻게 됐데? 뭐 징계라도 먹었어?”

일부러 뜸을 좀 들였다.

서유리와 최다정 차장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징계뿐이겠어요?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건 당연한 거고. 지금 형사 사건으로 넘어가서, 곧 재판 받을 거래요. 주환씨가 합의 안 해 주면, 징역 살지도 모른 다던데요? 그러게 여자가 힘없는 남자한테 왜 쌍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해요. 폭력을. 아무리 주환씨가 이수아 차장 연차 많이 쓴다고 틱틱 되어도 여자가 참아야지. 이수아 차장 그 다혈질 성격 때문에 한 번 일낼 줄 알았다니까요.”

“진짜? 그 정도야? 다투다가 욕 좀 하고 밀쳤다고 회사에서 해고당한 것도 모자라서 감옥까지 간다고? 이야, 세상 무섭네. 진짜.”

마침 회의실로 들어오던 아영팀장과 미희주임도 나와 성현대리가 나누는 대화를 듣느라 회의실 입구에 멈춰 서 있었다.

개씨발년들아 존나 이제 좀 감이 잡히겠지.

지금 너희들이 빙의 된 이 남녀역전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시계를 보니 10시 10분 이었다.

회의 시간은 10시였지?

“미희 주임님. 그 시간 좀 맞춰서 다닙시다. 쫌. 회의 시간 10시 아니에요. 10시. 모범을 보여야 할 윗사람이 회의 시간에 늦으면 됩니까? 유리씨는 저렇게 바쁘게 시간에 맞춘다고 회의자료 준비하느라 뺑이 치고 있는데.”

미희 주임의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안 그래도 자존심이 강한 미희 주임이다.

내 빈정대는 말투.

참기 어렵겠지.

하지만 방금 전 성현대리와 내가 나눈 대화.

무시하기 어렵다.

여기서 급발진하면 상 벌 위원회에 넘어 갈 수 있다.

미희 주임이 아무 말 없이 정해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평소였다면 미친년 쌩지랄을 떨었을 텐데.

씨발년.

지금 기분 개좆같겠지?

그런데 네가 잘하던 짓 있잖아.

불난 집에 기름 붙기.

“미희주임님. 사람이 말을 하면 대꾸를 해야죠? 제가 무슨 개나 소도 아니고. 안 그래요?”

미희주임이 흥분해서 얼굴이 새파래졌다.

내가 지금 너 씨발년이 느끼는 기분 잘 안다.

아주 잘 알지.

너 때문에 내가 항상 느끼던 그 좆같은 기분이었으니까.

씨발년아.

그리고 결과도 잘 알지.

“앞으로 주의 할게요.”

그래.

너 이 씨발년이 참아야지.

지금은 세상이 남자들 편이니까.

그런 거니까.

“아, 팀장님?”

아영팀장이 움찔하며 나를 바라봤다.

사실 미희 주임보다 더 캥기는게 많은 건 아영팀장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팀의 우두머리 팀장이 회의에 늦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쪼기만 하면 안 돼지.

그건 하수나 하는 짓거리다.

“회의 시작 안 하세요?”

“아, 예. 해야죠.”

자기한테도 회의에 늦게 왔다고 지랄 할 것 같던 내가 지랄을 안 했다.

다행이라는 듯 아영팀장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뱉었다.

아침에도 씨발이라고 욕을 내 뱉었다가 나에게 한 소리 들었다.

항상 쪼기만 했던 부하 직원에게 쪼이면 정신 데미지가 엄청나다.

오전회의를 시작하려던 아영팀장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왜 아직까지 자리에 회의 자료가 없죠? 그리고 프로젝트 빔 화면도 안 떠 있고요?”

아영팀장이 매서운 눈으로 서유리와 나를 쳐다보았다.

서유리가 아영팀장의 눈빛을 피하며 회의자료 만들기에 열중하는 척 했다.

“오전회의 준비는 신입사원이 준비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시간이 몇 시 인데, 아직도 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어.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아영팀장이 더 오버해서 화를 냈다.

왜냐하면 아영팀장이 말한 회의를 준비해야하는 신입사원에는 나도 포함이 되니까.

이 기회를 발판삼아 나를 몰아붙이고 기세를 잡고 싶은 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너 이 씨발년의 생각이지.

나는 능구렁이 같이 실실 웃으며 서유리를 봤다.

“서유리씨? 무슨 굼벵이가 기어 다녀요? 아니 굼벵이도 유리씨 보다는 빠르겠다. 회의 시간 오전 10시잖아요. 아직까지 회의 자료 준비하나 못 끝내면 어떡해요? 팀장이 화 나셨잖아요.”

서유리 여우같은 년이 혼자서 죽을 수 없다는 듯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거야, 혼자서 팀원들 자료를 다 준비하니까 그런 거죠. 시현씨도 안 도와주고. 성현대리님은 오히려 제가 정리한 자료를 다 어질러놓고 나가버리고.”

아영팀장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시현씨! 지금 유리씨 혼자 회의 자료 준비하도록 시킨 거야! 이거 업무 태만 아니야!”

업무태만?

좆까지 말아라.

병신년아.

내가 그 정도도 조사 안하고 이 거만을 떨고 있겠니?

“팀장님? 오늘 진짜 이상하시네. 어디 이상한 곳에서 온 사람 같아. 안 그래요. 미영대리님? 원래 오전 회의 업무 준비는 유리씨가 하도록 팀장님이 저랑 유리씨 입사했을 때부터 직접 지시한 거잖아요. 뭐 까마귀 고기라도 드셨나~”

미영대리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러게요. 그 다들 아시다시피 원래 오전 회의는 여자 신입직원이 담당하는 거잖아요. 원래 오전회의 시간은 시현씨는 자는 시간, 아니 외부 업무 보던 시간이었고. 그 오늘 오전 회의에 참석 한 것도 사실 시현씨는 신경 많이 쓴 거죠.”

미영대리의 말에 아영팀장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유시현 새끼가 오전 회의를 준비를 담당 했었다고 말할 수 없다. 자기를 다른 차원에서 온 사람이라고 말 했다가는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정신병원에 끌려가기 딱 좋다. 이 무안함을 없애기 위해 화풀이 대상 타깃을 바꾸었다.

“서유리씨! 아직까지 회의자료 준비도 안하고 뭐하고 있었어! 지금 장난해! 회사가 장난이냐고! 씨발. 그 따위로 할 거면 회사 당장 때려 쳐! 평소에 오냐오냐 해줬더니 아주 상사 보기를 우습게 보는 거야, 뭐야! 내가 지금부터 시간 체크 할 테니까 5분 내로 회의 준비 끝내. 알았어!”

와, 저 아영팀장 씨발년. 생리 크리티컬 터졌네.

서유리의 표정이 똥이라도 씹은 듯 구겨졌다..

“네, 빨리 준비 할게요. 팀장님.”

여우같은 짓은 혼자 다해서 예쁨 받다가 갑자기 나가리 되니까 존나 서럽지 개 씨발년아.

하지만 사람을 조련하는 것은 채찍만 주면 안 되지.

그건 학대다.

조교가 아니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서 서유리를 향해 걸어갔다.

“에이, 팀장님. 그래도 유리씨한테 말이 너무 심하시네. 그리고 오늘 진짜 이상하네. 욕도 자주 하시고. 아무리 화나셔도 부하 직원한테 씨발이 뭐에요. 씨발이. 안 그래요?”

아영팀장의 얼굴이 멍 해졌다.

씨발년 저 벙찐 표정.

진짜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고 싶다.

“유리씨. 괜찮아. 얼굴 펴요 얼굴 펴. 진짜. 유리씨 표정이 안 좋으니까 내가 마음이 다 안쓰럽네.”

씨발.

말하면서도 내 위선에 토할 것 같다.

저 당장이라도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처참한 표정.

현세계에서 저 씨발년한테 내가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고소해 죽겠다.

뭐 유리 씨발년을 조련하는 건 이제 시작이지만.

“유리씨는 저기 프로젝트 빔 설치 먼저 해요. 내가 회의 자료는 정리 할 테니까. 아, 다른 분들은 뭐해요? 시간 없는 데 같이 해야지.”

내 말에 화들짝 놀라서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 준비 하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빔을 설치하던 서유리가 또 시스템 에러라도 난 듯 버벅 거렸다.

보다 못한 아영 팀장이 나섰다.

“서유리씨! 왜 또 그러는데? 시간 없어 죽겠는데. 그거 하나 똑바로 못해!”

“시현씨, 프로젝트 빔이 안 나와요. 고장 난 것 같아요.”

씨발년아.

내가 출력장치랑 입력장치를 바꿔 놨으니까 화면이 안 나오지.

“아, 유리씨. 내가 한 번 볼게요.”

내가 나서자 서유리가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봤다.

자기가 못한 걸 내가 해내면 팀장한테 자기 점수가 깎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 시현씨. 이거 고장 났다니까 그러네. 속고만 살았나. 사람 말을 못 믿어. 오늘은 그냥 프로젝트 빔 없이 회의해요.”

김아영 팀장도 방금 전에 유리 씨발년한테 생리 스트레스 푼 게 미안했는지 서유리 편을 들었다.

“아, 그래요. 유리씨가 어련히 이 것 저것 안 해봤겠어요? 그냥 오늘은 프로젝트 빔 없이 회의 합시다. 시현씨 괜히 프로젝트 빔 손대서 고장 더 내지 말고 나와요.”

나는 그녀들의 지나쳐 여유롭게 웃으며 프로젝트빔의 입력 장치와 출력장치를 교환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컴퓨터 화면이 프로젝티 빔을 통해 스크린으로 반사 되었다.

“유리씨. 되잖아. 자기가 못하면 다른 사람도 다 못 하는 줄 알아. 군대에서 행정병이었다면서. 이런 간단한 것도 안 배웠어요? 어떻게 서유리씨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유리씨 회사 입사는 어떻게 했나 몰라. 남자인 나도 이 정도는 할 줄 아는데.”

씨발년. 지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걸?

원래 고장 나서 안 된다고 호언장담 했다가 거짓말처럼 그 물건이 작동하면 존나 부끄럽다.

깨끗하게 나오는 스크린 화면을 보며 서유리가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하아, 씨발 진짜. 오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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