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오전 회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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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오전 회의시간
띠링!
귀에서 소리가 울린다.
나에게만 보이는 창이 뜬다.
걸레 조련도: [숏 컷 머리 50% 완료] [최다정 차장 3% 완료][이미영 대리 10% 완료]
생각보다 보지창이라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역학 물리학의 이론인가?
이세계에서 영향을 주면 바로 그 영향을 받은 피조물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이미영 대리는 생각보다 조련도가 많이 올랐다.
조련도가 100%까지 오르면, 나에게 완벽하게 충성을 다하는 개가 되는 거겠지?
“시현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이제 슬슬 우리도 내려가자. 오전 회의 시간 다 되어 간다.”
오전 회의?
오전 회의라........
사실 현세계에 있을 때.
오전 회의 시간은 가장 싫어하는 일과 중에 하나였다.
오전 회의 시간에는 팀을 위한 발전방향과 새로운 프로젝트 안건을 토론하는 게 일반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적인 오전 회의시간은 팀원들이 공개적으로 다른 팀원을 까는 자리이다.
예상되듯이 주로 까이는 대상은 현세계의 유시현 아니면 성현대리였다.
회의시간은 모든 팀원들이 다 모여 있기 때문에 까이면 수치심도 배가 된다.
여자들끼리는 잘 못 한 게 있어도 스스로 덮어주거나 서로 보호해 줬다.
존나게 역겨웠다.
하지만 남녀역전 세계에서는 다르지.
이보다 공개적으로 미친년들을 깔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악마 유시현이 미소를 짓고 있다.
당한만큼 되돌려 줄게.
이 씨발년들아.
“네. 대리님 이제 그만 내려가죠.”
피우던 전자담배를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따라 전자담배 향이 더 달콤하다.
*과거회상*
현세계 유시현이었을 때.
입사 초기.
“시현씨! 회의 자료 준비 다 했어요?”
“아, 예. 유리씨. 거의 다 해가요.”
“오전 10시부터 회의 시작 인거 알잖아. 아 진짜. 답답하네.”
“아. 예..... 유리씨. 인쇄한 거 프린터기 위에 있는데 준비하는 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아. 몰라요. 자기일은 자기가 해야지. 저는 팀장님이랑 대리님들 불러 올게요. 그 때 까지 싹 다 해 놔요.”
씨발. 존나.
지가 내 상사도 아니고 입사 동기면서 하는 짓은 완전 상전이 따로 없다.
“아. 진짜 무슨 굼벵이도 아니고 뭐야. 기어 다녀? 그래놓고 아침에 담배는 또 피고 왔을 거 아니야.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입사했는지 몰라. 진짜.”
씨발년이 혼잣말 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나한테도 다 들렸다.
“저기 유리씨 말이 좀 심한 것.......”
“네? 뭐요? 설마 제가 혼잣말 하는 거 엿 들은 거 아니죠? 뭐야. 왜 남의 말을 엿 들어. 변태도 아니고.”
하아.
씨발년.
의도해 놓고 사람 변태로 몰아가네.
죽여 버리고 싶다. 진짜.
“아니에요......”
“네. 남의 말 옆들을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회의 자료 준비나 하세요. 커피도 회의 참석하시는 분들 자리에 하나씩 놓아야지. 아 진짜. 뭐해요. 빨리. 빨리.”
존나 닦달하네.
지는 하는 것도 없으면서.
불평해 봤자 오전회의 준비만 늦어진다.
회의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나만 깨진다.
정신 차리고 빨리 일이나 하자.
프린터기에 가서 오전회의를 위해 복사한 자료를 가지고 왔다.
차곡차곡 한 장씩 순서대로 배열했다.
하나, 둘.... 셋.........
오늘은 회의자료 한 부당 무려 A4용지 23장 이었다.
씨발, 꼭 바쁜 날에는 준비할 것도 많다.
스테플러로 한 부씩 찍어 나갔다.
급하게 빨리 준비하다가 종이에 손가락을 베였다.
“아윽....... 씨발.”
종이에 손가락이 베이면 생각보다 고통이 크다.
붉은 피가 송골송골 맺힌 손가락을 대충 휴지로 둘둘 말았다.
제 시간에 맞추기가 힘들어 보인다.
더 속도를 내자.
“시현아 정신없지?”
성현대리가 회의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아, 대리님.”
성현대리가 A4 용지들로 난장판이 된 회의실을 바라보고는 소매를 걷어붙였다.
“아. 서유리 씨발년. 진짜. 상황이 이런데 도와주지는 않고, 씨발년들이랑 노가리 까고 있더라.”
“그 년이 그렇죠. 뭐.”
“시현씨, 내가 도와줄게. 뭐 도와주면 돼?”
“감사합니다. 대리님. 죄송한데 커피만 한 잔씩 자리에 부탁드려요. 자료 정리는 제가 할게요.”
"씨발년들이 이제 커피까지 자리에 놓으래?“
“예? 원래 그런 거 아니에요? 유리씨가 그러라던데요?”
“뭐? 이 씨발년이 지가 오전회의 준비 안한다고 없는 일을 막 만드네. 서유리 개 씨발년. 진짜.”
“아, 원래 안 해도 되는 일이었어요? 그래도 안 하면 서유리 씨발 여우가 또 있는 지랄 없는 지랄 다 떨 텐데. 어떡해요. 일단 해야죠.”
“알겠다. 시현아. 네가 진짜 입사동기 잘 못 만나서 개고생한다. 자료 정리하고 있어 커피 타 올 테니까.”
“진짜 감사합니다. 대리님. 대리님 없으며 진짜 회사 어떻게 다닐지 막막해요.”
“감사는 무슨. 같은 팀원끼리 서로 돕는 거지. 나도 입사 초기에는 다 힘들었어. 힘내라.”
“네. 대리님.”
하아.
그나마 성현대리 때문에 한 숨 덜었다.
본지 얼마 안 되었지만 친 형처럼 좋은 분이다.
시간은 9시 50분.
최대한 스피드를 내서 회의 자료를 준비했다.
겨우 시간에 맞춰서 팀원들 자리에 회의자료를 놓았다.
하아.....
드디어 끝났나?
마침 성현대리가 커피를 가지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재빨리 성현대리에게 다가가 커피가 놓인 쟁반을 받아 들었다.
커피를 팀원들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대리님. 이제 준비 다 한 거 맞죠?”
“어, 그런 것 같은데?”
입사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오전 회의 준비를 몇 번 해보지 않았다.
그때,
서유리가 회의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작은 물체를 나에게 내밀었다.
“아, 여기 USB요.”
“네?”
“아. USB라고요.”
“그런데요?”
“뭐가 그런데요 에요. 빨리 준비해야지. 아. 몰라. 팀장들 들어오시네. 팀장님~ 오늘은 더 예쁘시다.”
씨발년.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회의실에 들어 온 아영팀장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시현씨. 지금 장난 해? 유리씨가 USB 파일 준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 프로젝트 빔도 설치 안하고? 군대에서 행정병도 했다고 하지 않았어? USB 컴퓨터에 넣고, 프로젝트 빔 키는 게 그렇게 어려워? 그 정도도 못 해? 하여간. 이럴 줄 알았으면 여자를 뽑는 건데. 그나마 이런 잡일이라도 잘 할 것 같아서. 남자직원 뽑았는데. 막상 뽑으니까 할 줄 아는 게.......”
“팀장님, 그게 아니라 유리씨가 USB를 지금.......”
서유리 개년이 끼어들었다.
“시현씨! 지금 팀장님 말씀하시는데 버릇없이 중간에 말 자르고 중간에 끼어드는 거예요? 아 진짜 어이가 없네. 안 그래요. 팀장님?”
자기가 불리해 질 것 같으니까 서유리 썅년이 끼어든 것이다.
“시현씨. 변명 그만하고 빨리 준비나 해요. 진짜 유리씨 반만큼만 해도 내가 이런 말 안하는데. 아, 씨발 내가 시현씨 면접 볼 때 사람을 잘 못 봤어. 고분고분 해 보여서 뽑았더니만. 말대꾸나 꼬박꼬박 하고.”
하아.
이 씨발년들은 지들끼리 붙어먹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리나 보다.
내가 언젠가 꼭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 진짜.
지금은 힘이 없으니 일단 참는다.
“알겠습니다. 빨리 준비 할게요.”
컴퓨터 전원을 눌렀다.
위이잉!
윈도우 화면이 떴다.
군대에서 행정병도 6개월 정도 해봤기 때문에 컴퓨터에 프로젝트 빔을 연결하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성현대리도 도와줬다.
USB파일을 컴퓨터에 넣었다.
그런데,
씨발 일이 안되려니까.
USB 파워포인트 파일이 뻑이 나서 파일 옮기기가 안됐다.
옆에서 지켜보던 성현대리가 한숨을 쉬었다.
“시현씨. 큰일이네. 파일 뻑 난 것 같은데?”
“하아. 미치겠네요. 진짜 대리님.”
아영팀장이 날카롭게 나와 성현대리를 바라봤다.
“남자 둘이서 파일하나 프로젝트 빔으로 연결 하는데 뭐 그리 시간이 오래 걸려?”
“그게 아니라 USB파일에 들어있던 파일이 뻑이 나서요. 원본 파일이 필요 할 거 같은데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뻑이 나?”
“예. USB가 손상되어서 파일이 안 열려요.”
“그래서? 지금 파일을 못 열겠다는 거야? 남자 둘이서 그것도 해결 못해?”
아, 저 씨발년은 남자 둘이 모이면 모든 다 해결 할 줄 아나 보네.
씨발. 남자 둘이 모였는데 핵폭탄은 왜 못 만드냐고 청와대에 청원 넣지 그러냐. 씨발년아.
미친년 진짜.
“아. 모르겠으니까 빨리 해결해요. 아, 진짜 능력 없는 남자직원들 데리고 일하려니까, 속에서 불이 난다 진짜. 안 그래도 배 아파 죽겠는데. 아침부터 왜이래 진짜.”
저 개년이 생리 스트레스는 나랑 성현대리한테 다 쏟아 낸다.
하아, 일단 문제는 해결하고 보자.
“유리씨 혹시 원본 파일 있어요?”
회의 자료 준비하면서 혹시라도 USB가 뻑이 날 수 있으니, 원본파일을 본인 pc에 저장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네? 그걸 왜 지금 나한테 찾아요. 자기가 USB 망가뜨려 놓고 괜히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그러네. 아 진짜. 기가 막혀서.”
“아니 그게 아니라. 이 회의자료 유리씨가 준비한 거 맞죠? 그럼 원본 자료 있을 거 아니에요.”
유리 개년의 눈깔이 돌아간다.
저 년이 아무리 컴맹이라도 이런 기본적인 상황은 안다.
씨발년.
보아 하니까 띵가띵가 놀다가 회의자료 준비해야 하는 걸 까먹은 거다,
그리고 곤란하니까 일부로 뻑난 유에스비를 나에게 준 거다.
그것도 회의 시작하기 바로 전에.
그래야 확인을 못 할 테니.
좆같은 년 대가리 존나 굴리네.
“아. 몰라요. 지들이 잘 못 한 것 가지고 나한테 지랄이네. 내가 공들여 만든 자료는 다 날려버리고. 아 짜증나. 진짜. 팀장님~ 시현씨가 무능해서 프로젝트 빔은 힘들 것 같으니까 그냥 오늘은 보고서 자료로 회의 진행 하시죠.”
“하아. 그래요. 그럼. 아 진짜 유리씨 열 받겠다. 어제 밤 새 만든 자료 아니야? 유리씨가 수고한 게 시현씨 실수 때문에 다 날라 갔네. 자. 자 그만들 하고 다들 자리에 앉아요.”
“네.”
한숨을 쉬며 회의실 자리에 앉았다.
“시현씨. 팀원들 다 있는데 한 숨 쉬고 그러는 거 아니야. 회사예절 몰라? 에티켓 아니야.”
안 그래도 짜증나서 미칠 것 같은데 김미희 주임이 불난데 기름을 부었다.
이 미친년이 가장 잘하는 특기 중에 하나다.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진짜 저 미친년의 나불거리는 혀에 스테플러를 박아버리고 싶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하아. 참자. 참아. 진짜.
아영 팀장이 준비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커피 맛있네?”
서유리 썅년이 재빨리 꼬리를 흔들며 반응했다.
“팀장님~ 제가 팀장들이랑 팀원들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 한 거예요. 팀장님이 좋아해 주시니 보람이 있네요. 다음 오전 회의 때도 준비하겠습니다. 녹차, 커피. 뭐든 말만 하세요. 헤헤.”
씨발. 진짜 개 같은 년.
성현대리가 준비 한 건데.
하여간 저 씨발년은 전생에 나라 팔아치운 일본 앞잡이 매국노였을 거다.
남의 공 가로채고, 아부하는 건 존나게 잘해요.
고개를 들어 성현대리를 바라봤다.
성현대리가 멋쩍게 웃으며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손으로 싸인을 보냈다.
그래, 지금 성현대리가 준비한 거라고 말 해봤자.
또, 서유리가 존나 태클 들어오고 팀장한테 우리만 면박 당할 거다.
“자, 그럼 오전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자리에 앉아 주세요.”
그런데 그때 자료를 살펴보던 최다정 차장이 무엇인가를 보고 놀라서 꺅!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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