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화내지 마요. 예쁜 얼굴 구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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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화내지 마요. 예쁜 얼굴 구겨져.
“좋은 아침입니다. 대리님.”
“어, 시현씨 왔어요?”
회사다.
성현이형도 팀원들이 있을 때는 나에게 존댓말을 쓴다.
“안녕하세요. 시현씨.”
“네. 유리씨.”
서유리.
성현 대리가 인사하자 눈치를 보며 인사했다.
아마 바뀐 내 외모를 보고 놀랐을 거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놀란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서유리의 키는 현세계에 있을 때보다 크다.
하지만 외모는 그대로다.
서유리가 현세계에서 온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서유리는 여우다.
머리가 좋다.
술집에서 만났던 숏 컷 머리 일당이나 커피숍에서 만난 여자와는 다르다.
미리 이세계에 대한 공부를 해 왔을 거다.
철저히 준비 했을 거다.
아직 다른 팀원들은 출근하지 않았다.
“유리씨. 오늘 오전 회의 준비 회의실에 해 놓으셨죠?”
서유리.
조금씩 신경을 긁어 줄게.
결국에는 본성을 보이겠지.
“아. 네. 지금부터 하려고요. 시현씨 도와주실 거죠?”
이년이 이세계 남녀역전 세계에 대한 공부를 하기는 했나보다.
현세계 였다면.
그런 일은 남자가 해야죠.
그런 잡무는 시현씨 업무 아니에요?
라며 발뺌했을 텐데.
하지만, 공부가 부족하다.
썅년아.
“네? 저도요? 저는 바쁜 업무가 있어서요.”
일부러 과장스럽게 말했다.
원래 그런 일 따위는 전혀 해 본적이 없는 사람처럼.
서유리의 입술이 살짝 떨린다.
입술을 꽉 깨문다.
“아. 네. 아니에요. 시현씨는 업무 보고 계세요. 금방 회의준비 하고 올게요.”
“아. 예.”
무성의하게 대답하며 컴퓨터를 켰다.
마치 그런 잡무는 원래부터 너 혼자 하던 일이야 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듯.
위잉!
컴퓨터가 켜지며 윈도우 화면으로 넘어간다.
네이바를 클릭했다.
오늘의 웹툰이나 볼까?
클릭.
하얀용병을 클릭했다.
서유리가 회의를 준비하러 가려다가 힐끔힐끔 나를 본다.
하아......
서유리 년이 한숨을 쉰다.
씨발년아. 존나 열 받지?
바쁜 업무가 있다고 해 놓고 웹툰 처 보고 있으니까.
개년아.
이게 현세계에서 평소에 너 씨발년이 하던 짓이거든요.
혼자 회의 시간에 못 맞출까봐 뻘뻘 땀 흘리면서 의자 옮기고 서류파일 준비 할 때.
너 이 씨발년은 인터넷으로 쇼핑하고 계셨잖아요.
개 같은 년아.
웹툰 보면서 일부러 낄낄 대면서 웃었다.
사실 액션씬이어서 웃기지 않았다.
개 같은 서유리 년 열 받으라고 오버 한 거다.
“시현씨. 웹툰 보내?”
성현대리가 한 마디 툭 던졌다.
서유리 개년이 미소 짓는다.
“대리님. 회사에서 웹툰 보는 건 진짜 좀 그렇지.......”
“시현씨도 하얀 용병 봐? 야, 이거 진짜 재미있지. 김장녀 주임 어제 올라온 거 봤어?”
성현대리가 일부러 서유리 개년 열 받게 하려는 내 의도를 모를 리 없다.
내가 회사에서 웹툰 본다고 짜증내려던 서유리 개년이 입을 다문다.
씨발년.
속으로 존나 열 받을 거다.
자기는 회의자료 준비해야 해서 존나 바쁜데, 남자직원들은 웹툰이나 처 보고 있으니.
“회의실 가서 오전 회의 준비하고 올게요. 회사에서 웹툰들이나 보고 계세요.”
서유리가 짜증이 잔뜩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러던가, 말던가. 병신.
“아, 대리님. 목마르시지 않으세요? 미영대리님은 스탈벅스 들려서 커피 사온다더니 왜 이렇게 안 온데요.”
“진짜? 미영대리가 커피를 사 온다고? 내 거랑 시현씨꺼?”
“네. 아까 출근길에 봤는데, 아직도 안 오네요. 대리님 뭘 그렇게 놀라세요. 미영대리님이 매일 아침 하는 일인데요. 미영 대리님이 하는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업무이실 걸요? 우리 커피 사오는 거.”
우리 대화를 듣던 서유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씨발년아.
여자는 매일 아침 남자한테 스탈벅스 커피 사다가 바치는 거.
이게 바로 남녀역전 세상이다.
알았으면 오전 회의 준비하러 꺼지세요.
서유리가 회의 자료를 잔뜩 양손에 든 채 한숨을 쉬며 회의실로 갔다.
보고 있던 웹툰 창 화면을 껐다.
성현대리가 주위를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야. 시현아. 진짜 미영대리가 우리 커피 사오는 거야? 유리 씨발년 엿 먹이려고 한 말 아니고?”
“예. 형. 진짜죠. 당근. 출근길에 미영대리 봤거든요. 저한테 존나 자연스럽게 오늘 커피 뭐 사올지 물어 보든데요?”
“와. 씨발. 대박이다. 진짜. 회사 다니는 거 존나 개꿀잼이네.”
“그러니까요. 현세계에서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서유리 저 여우같은 년이 혼자서 오전회의 자료 준비하고, 미영대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 커피 사오고.”
그때, 나긋나긋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두 분이서 아침부터 뭘 그렇게 소곤소곤 거려요?”
깜짝 놀라서 뒤 돌아 보니 미영대리가 스탈벅스 커피를 들고 서 있었다.
“아, 대리님.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면 어떡해요. 깜짝 놀랐잖아요.”
미영대리가 스탈벅스 커피를 책상에 놓고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아유, 진짜. 시현씨 놀랐겠다. 미안합니다.”
생각보다도 훨씬 저 자세로 나오니 괜히 미안해지네?
“저, 성현대리님 성현대리님은 다크초코 프라푸치노 벤티 사이즈. 시현씨는 그린티 프라푸치노 벤티 사이즈 맞죠?”
성현대리가 귓속말로 말했다.
“나, 단거 안 좋아 하는데. 거절하기도 그렇고.”
“일단 드셔 보세요. 형 저도 제가 민트초코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니까요. 이세계로 오면서 입맛이 현세계 여자 취향으로 바뀐 거 같아요.”
“그래? 그럼 일단 마셔보지 뭐.”
성현대리와 내가 귓속말을 주고받자 미영대리가 당황했다.
“그 혹시. 제가 음료수를 착각 했나요? 다시 바꿔 올까요? 아유, 요즘 내가 기억력이 영 딸려서.......”
“아니에요. 맞게 사오셨어요. 커피주고 업무 보세요.”
“아? 진짜요. 여기요.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아이, 감사는요. 매일 하는 일인데요.”
스탈벅스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받았다.
벤티 사이즈라서 컸다.
와, 이거 마시면 배부르겠다.
점심이 들어갈라나?
성현대리도 다크초코 프라푸치노를 받아서 쪽쪽 빨았다.
아, 가만 그리고 보니 돈은 줘야지.
이거 비쌀 텐데.
“미영 대리님. 이거 계산은 해야죠. 얼마에요?”
미영대리가 양손을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 계산은요. 당연히 여자가 사야죠. 오늘 따라 참. 새삼스럽게. 맛있게 드세요.”
헐.
이거 뭐야.
이세계 유시현 양아치였네.
억지로라도 이따 미영대리한테 돈은 줘야겠다.
아무리 남녀역전 세계라도 양아치 짓은 하면 안 되지.
“좋은 아침!”
명랑하고 쾌활한 목소리.
김아영 팀장이었다.
“네.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아영팀장이 인사하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표정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아영 팀장도 현세계에서 이세계로 넘어 온 거다.
“아, 예......”
아영 팀장이 어색하게 내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성현대리가 다크초코 프라푸치노를 쪽쪽 빨며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봤다.
“성현대리. 아침부터 뭘 그렇게 쪽쪽 빨면서 마셔. 시끄럽게.....”
성현대리가 당황해서 빨대에서 입을 뗐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능청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네? 왜요? 팀장님? 아침에 스탈벅스 마시면 안 돼요?”
말을 하며 일부러 빨대를 입에 대고 시끄럽게 쪽쪽쪽 빨았다.
아영팀장의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달아올랐다.
아직 생리 중일 텐데?
감정 조절이 쉽지 않겠지?
“아.... 그. 아, 아니에요. 계속 하던 거 하세요. 아.. 씨발....”
“네. 그럴게요. 그런데 회사에서 욕은 좀 자제 하시죠. 팀장님?”
부하직원이 뺀질 거리면서 감히 팀장에게 욕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하아.... 하으......
아영팀장이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존나 열받은 거다.
당장이라도 메고 있는 가방을 나한테 던질 태세다.
분을 참느라 아영팀장이 손을 꽈악 움켜쥔다.
하지만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화 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법은 남자를 보호한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현세계에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네, 앞으로 조심할게요.”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서 자리로 돌아간다.
씨발.
존나 가슴에 응어리졌던 게 뻥 뚫리는 기분이다.
회사생활 존나 잼있네?
현세계에 있을 때는 토일토일토일토 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월화수목금금금 이면 좋겠다.
집에서 할 일도 없는데, 회사에 출근해서 저 썅년들 조지면서 스트레스 풀고 싶다.
이건 회사에 일하러 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풀러 오는 거다.
씨발년들.
저 개 같은 년들은 현세계에 있을 때.
바로 이런 기분이었겠지?
다음으로 출근 할 사람은 누굴까?
김미희 주임?
최다정 차장?
벌써부터 누가 출근할 지 기다려진다.
옆에서 듣고 있던 성현대리가 내 어깨를 팔꿈치로 가볍게 툭 치며 귓속말 했다.
“야, 시현아. 고맙다. 씨발 진짜. 저 김아영 팀장. 부들부들 떨면서 참는 표정 봤냐? 진짜 개꿀이네.”
“형, 걱정 마세요. 제가 앞으로 출근하는 다른 년들은 김아영 팀장 그 이상으로 조져 버릴 테니까. 제 군대에서 별명이 뺀질이였던 건 형도 아시죠?”
“어, 알지. 동철이형이 너한테 항상 뺀질이라고 부르잖아.”
“그게, 괜히 생긴 별명이 아니거든요. 제가 뺀질거리는 건 자신 있습니다. 대리님. 제대로 회사에서 한 번 뺀질뺀질 거려보겠습니다. 충떵!”
“오냐. 부탁한다. 뺀질이. 충떵!”
그때 마침 최다정 차장이 출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시계를 봤다.
9시 5분.
어? 차장님이 무려 5분이나 지각했네?
“차장님. 지금 시간이 몇 시에요?”
최다정 차장이 당황했다.
“누,,, 누구?”
딱 봐도 이년도 현세계에서 남녀역전 이세계로 빙의 됐다. 성현대리가 지원사격 나섰다.
“아, 시현씨. 너무 그렇게 대놓고 타박하지 마세요. 뭐 오늘은 어떤 야한 옷 입고 출근 할까 고민하다가 늦었나 보지.”
최다정 차장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뭐! 성현대리 지금 말 다 했어! 회사에서 성희롱을 해!”
이 년은 대가리가 텅텅 빈 씨발년답게 아직도 남녀역전 세계 분위기 파악 못했구나.
이럴 때는 내가 나서야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씨발년.
안 그래도 최다정 차장은 생긴 게 야해서.
꼭 조련 시켜보고 싶었다.
지금도 성현대리 말처럼 존나 야한 빨간 미니스커트에 검은색 망사스타킹을 신고 있다.
원래 현세계 최다정도 사람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 정도로 섹시하다.
가끔 꿈에서 나와 몽정을 하게 만들 정도다.
그런데 지금은 현세계의 최다정 차장보다 키도 더 크고 몸매도 쩐다.
레이싱 카 모델 같다.
한마디로 존나게 섹시하다.
최다정 차장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놀란 토끼처럼 나를 본다.
싱긋 웃으며 최다정 차장의 볼록 솟은 탱탱한 엉덩이를 가볍게 터치하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에이 다정씨 화 내지 마요. 예쁜 얼굴 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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