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명품샵 싸가지 직원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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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명품샵 싸가지 직원 참교육
“저요?”
뒤돌아봤다.
처음 보는 여자다.
키는 180cm 정도.
늘씬하다.
얼굴은 작다.
흔히들 말하는 9등신?
작은 얼굴에 눈 코 입이 오목 조목 다 들어가 있다.
눈썹은 정갈하고 눈은 크다.
마치 사슴 같다.
키만 작았으면 딱 국민 여동생 스타일이다.
만지고 싶은 귀여운 코.
하얀 피부와 대조를 이루는 붉은 입술이 매력적이다.
귀여운 하얀색 시스루 블라우스를 입었다.
딱 봐도 고급지고 비싸 보인다.
시계는 까르띠에.
이런 명품샵에 차고 온 거보면 가짜는 아닐 거다.
신발도 발렌시아가.
핸드백은 에르메스.
아주 명품으로 도배를 했다.
그런데 저런 여자가 나를 알아?
그럴 리가 없다.
“오빠, 여기서 뭐해? 옷 사러 왔어?”
아주 럭셔리 해 보이는 여자가 나를 아는 체한다.
명품샵 직원이 당황한다.
저 거지 같은 새끼와 이 매장 vip가 오빠 동생 사이다.
방금 전에 개 무시 했는데.
얼굴이 썩었다.
명품으로 도배 한 여자를 보며 말했다.
“그, 저 잘못 보신 것 같은데?”
명품으로 도배 한 비싸 보이는 여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나를 자세히 본다.
“어, 아. 죄송합니다. 잘 못 봤네요.”
아, 그럼 그렇지.
명품샵 직원도 그럼 그렇지 하는 눈치다.
잠시나마 VIP를 위해 나에게 호감을 표현하려 준비했던 것 같다.
나는 뒤돌아섰다.
저런 고급진 여자가 나를 알리가 없다.
사는 세계가 틀리다.
그런데.
여자가 내 뒤로 은근슬쩍 다가온다.
뭐하지?
그리고 내 목을 팔로 감싼다.
헉?
“오빠! 이제 떴다고 나는 아는 체도 안하려는 거야? 아주 그냥 나빴어!”
뭔 개소리야?
고급스러운 여자가 고급지지 않게 내 목을 당겨서는 꽉 조인다.
자연스럽게 여자의 가슴에 얼굴이 파묻힌다.
어.
기분이 나쁘지 않다.
탱탱하고 풍만하다.
음.
C컵.
“오빠, 아무리 바빠도 나한테 가끔 연락도 좀 해라. 응?”
네? 제가 당신이 누군지 알아야 연락을 하죠.
저도 연락하고 싶습니다만?
여자가 헤드락을 풀었다.
아, 탱탱한 미인 가슴에 파묻히는 헤드락이라면 좀 더 당해도 좋을 것 같다.
“오빠, 사장님도 찾더라. 왜 연락이 안 되냐고. 에이그 진짜. 이 세상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지금이야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남자니까 그렇다 쳐도. 나중에 인기 떨어지면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네?”
아.........
이제야 감이 온다.
이 고급진 여자도 나를 그 박지훈인가 하는 녀석과 착각 한 거다.
역시 클라스가 다르네.
이 고급진 여자는 박지훈과 개인적으로 아는 것 같다.
“아, 혹시 저랑 그 연예인 박지훈인가? 그 분이랑 착각하신 거예요?”
박지훈이라는 말에 명품샵 직원의 귀가 팔랑거린다.
“바, 박지훈! 진짜!”
아, 씨발. 이거 또 뭔가 불길하다.
“오빠! 이렇게 막 하고 다니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아, 진짜 섭섭하네.”
명품샵 직원이 쪼르르 가까이 와서 내 얼굴을 감상한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과 외모 품평회라도 하 듯 속삭인다.
점점 더 불길해 진다.
“저, 잘 못 보신 거 맞는데. 저는 그 연예인 아니거든요. 가 볼게요.”
고급진 여자랑 더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줄행랑이 답이다.
그때.
“저기요! 박지훈씨. 싸인 한 장만 해주세요!”
나를 개 무시했던 명품샵 직원이 꼬리를 팍 내렸다.
심지어 꼬리까지 친다.
거 참.
연예인이라니까 사람들 태도 180도로 변하는 거 보소?
그래, 장난 한 번 쳐보자.
“아까는 저 무시하셨던 분 아니에요?”
명품샵 직원의 얼굴이 휴지처럼 구겨진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90도로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한다.
“아, 오늘 쇼핑 좀 과하게 하려고 했는데, 기분 팍 상하더라고요.”
으름장을 놓는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그때 황급히 키 크고 말끔하게 생긴 여자가 뛰어 온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박지훈님이 우리 매장에 오셨다면서요??”
내가 있는 것 알고 일부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연예인을 크게 말했다.
노련한데?
그런데 어쩌나. 나는 박지훈이 아닌데.
명품샵 직원의 얼굴이 땀범벅이 된다.
나에게 아는 척 했던 고급진 여자가 총괄매니저에게 고자질한다
“우리 지훈 오빠가 사람들 알아볼까봐 꼭꼭 싸매고 왔는데, 그 쪽 직원이 우리 지훈 오빠 추리한 옷 입은 것 만 보고 개 무시 했데요.”
“네!!!!???”
백화점 총괄 매니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게 사실이야! 이미정씨!”
명품샵 직원 이미정이 허리를 폴더로 접었다.
“죄송합니다. 매니저님.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미정씨! 정신 나갔어? 지금 누구한테 사과를 하는 거야! 박지훈님에게 해야지. 어서 사과 안 드려!”
이미정의 얼굴이 처참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쳤나 봐요. 감히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박지훈님도 못 알아보고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 제발용서해 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렇게 개 무시했던 명품샵 직원이.
박지훈 에게는 감히 고개도 못 든다.
이런 썩은 년 같으니라고.
“제가 박지훈인걸 못 알아봐서 문제가 아니라. 제 옷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 게 문제죠. 그렇게 사람 겉만 보고 판단하면서 무슨 일을 합니까? 안 그래요?”
명품샵 직원 이미정이 고개를 못 들었다.
“지훈님. 아무래도 기분이 많이 상하신 듯한데. 저희가 어떻게든 보상해서 만회 할 기회를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백화점 총괄 매니저가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보통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백화점 총괄 매니저가 이렇게 저 자세로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박지훈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아이돌이다.
그리고 TV에도 잘 출현을 안 할 정도로 보기도 부르기도 힘든 녀석이다.
어떻게 잘 엮어서 사진이라도 한 장 같이 찍어서 전시하면 백화점에는 엄청난 홍보효과다.
물론 내가 박지훈이라는 가정 하에.
오래 있으면 들킨다.
이제 슬슬 도망치자.
사람들도 많이 모여 들었다.
그나마 쇼핑몰 명품 코너라 중고등학생이 없다.
고상한 성인들만 있다.
연예인들이 자주 오는 명품샵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미친 듯이 끌지는 않는다.
“아 됐고요. 앞으로 직원 교육 잘 시키세요.”
“아, 지호님. 그래도 어떻게........ 만회 할 기회를.......”
꼬리가 길면 밟힌다.
빨리 튀자.
재빨리 뒤로 돌아서 걸었다,
큰 소리가 났다.
“이미정씨!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당장 사직서 써와! 내일부터 나올 필요 없는 거 알죠? 지금 이미정씨 때문에 백화점 이미지에 얼마나 큰 타격 입었는지 알아! 아이 씨발 진짜. 뭐해! 얼른 사직서 써 오라니까!”
어이쿠, 해고당하셨네?
그러니까 처음부터 옷차림만 보고 사람 무시하지 말지?
뭐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재빨리 1층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사람들이 따라오지는 않았다.
대충 볼일을 보고 다시 모자와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나갔다.
나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이다.
그래도 이 쇼핑몰에서 더 이상 쇼핑하는 건 안전하지 않다.
엄마랑 쇼핑 온 중 고딩 익룡들이 언제 출연할지 모른다.
더군다나 쇼핑몰은 한 번 둘러싸이면 진짜 끝이다.
도망 갈 곳이 없다.
진격의 보지들한테 제대로 성추행 당한다.
일단 재빨리 쇼핑몰 바깥으로 나갔다.
하아, 연예인과 닮은 나의 삶은 피곤하구나.
뭐, 연예인 이용해서 싸가지 없는 명품점 직원 참교육 시켜 준 건 좋았다.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대충 마음에 드는 보세 옷을 샀다.
그래, 뭐 보세 옷도 나름 괜찮다.
옷걸이가 좋으니까 옷 발 잘 받겠지.
아직 시간이 이른데.
걷다보니 극장이 보였다.
마침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가 상영 중이다.
‘귀멸의 도끼날: 무야호 열차’
아, 이거 진짜 보고 싶었는데.
무작정 표를 끊는다.
팝콘과 콜라도 산다.
1억이 있으니까 조조할인으로 영화 안보고 아무 때나 볼 수 있구나.
팝콘과 콜라도 살 수 있고.
현세계의 나에 비하면 엄청난 과소비다.
극장에 입장했다.
아직 광고중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귀멸의 도끼날: 무야호 열차!’
귀멸의 도끼날은 일본에서 대 히트를 한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으로 1기가 끝나고 2기가 곧 시작한다.
그런데 2기가 시작하기 전에 극장판이 나왔다.
‘귀멸의 도끼날: 무야호 열차!’의
네이바 평점은 9.6.
거의 최상급이다.
[tmdw****: 와 이거 안보면 인생 절반 후회한겁니다 여러분]
[sjkw***: 작붕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고 스토리와 브금 모든게 완벽했던 영화 안보면 후회합니다]
[bb9b****: 40대아재 눈물콧물 질질짜고왔습니다.. ㅠㅠ]
평점과 댓글이 모든 걸 말해 준다.
영화 시작하면 핸드폰 꺼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카통을 켰다.
카통확인하고 꺼야지.
카통, 카통 왔어!
[판도라 영미: 오빠! 오늘 오랜만에 봐서.......]
이세계 유시현의 비밀메시지 카통이다.
더 이상 확인 불가다.
응? 이건 누구지?
누군 데 날 봐?
호스트bar에서 일할 때 알 던 아가씨가 우연히 날 봤나?
에이 모르겠다.
핸드폰을 껐다.
“실례합니다.”
내 옆자리에 여자가 앉았다.
오, 나이스. 운이 좋네?
슬쩍 봤다.
모자를 쓰고 자켓을 입었다.
마스크를 했다.
응?
얼핏 봐도 상당한 미인 같다.
이런 미인이 왜 일요일에 혼자서 영화관을?
뭐 어찌 되었든 나한테는 개이득.
땀내 나는 남자가 옆에 앉는 것 보다야 훨씬 낫지.
킁! 킁!
냄새도 향기롭다.
딸깍!
불이 꺼진다.
영화관이 어두워 졌다.
올 해 개봉하는 영화들을 광고한다.
오! 이세계는 코로나가 없어서 재미있는 영화들 많이 개봉하네?
마볼에서 만든 기대작!
어벤자스 리유니온!
오.....존나 보고 싶다!
이에 질세라.
DC에서 만든 저스타스리그 3!
처음에는 좆망 이었는데, 점점 나아지네?
이것도 시간만 되면 보고 싶다.
흐아~
재미있는 것 참 많네.
슬쩍 졸리다.
하품을 하며 옆에 아가씨를 보니 콜라도 팝콘도 없다.
오지람 좀 부려봐?
“저 괜찮으시면 팝콘 같이 먹어요. 혼자 먹기 많아서.”
아가씨가 아무 말이 없다.
에이 괜히 오지람 부렸나?
“그... 고. 고맙습니다.”
오. 반응이 있다.
목소리도 귀엽다.
마치 연인같이 우리는 팝콘을 사이에 두고 먹으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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