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돈이 복사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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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돈이 복사가 되나?
“병장님 잘 들어가세요. 회사에서 봐요.”
“어, 그래. 아, 회사에도 내 팬클럽 생기면 어뜩하냐. 아, 나 피곤하다. 진짜”
하, 순대국집 열성 아줌마들 때문에 동철차장이 왕자병에 빠졌다.
에휴.......
다 늙어서 무슨 주책이람.
그래도 동철차장이 행복해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동철차장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밥도 먹었겠다.
이제 뭘 하지?
핸드폰을 켰다.
우리 귀여운 예슬이는 바쁜가 보다.
커피숍에서 카통 한 이후로 카통이 없다.
핸드폰에 깔린 앱들을 확인해 본다.
V3, 넴플릭스, 유티버.......
아 그리고 보니 남녀역전 세계에 와서는 은행잔고를 확인 못했다.
내 소중한 100만원이 들어있는데.
오늘은 10만원정도만 출금해서 쇼핑이라도 다녀올까?
이상하게 이세계 유시현은 옷이 별로 없었다.
옷에 별로 관심 없던 현세계 유시현도도 이것 보다는 많았다.
혹시 이세계 유시현.
이 개넘이 여자 만나느라 돈을 다 써버린 건 아니겠지?
그래서 돈이 없어서 옷을 못사나?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열고 국가은행 앱을 실행시켰다.
다행히 지문으로 앱을 열 수 있었다.
또 모르는 비밀번호였으면 난감할 뻔 했다.
그리고 금액을 확인 했다.
다행히 돈은 있었다.
어?
그런데.
어 어어??????
이게 뭐야..........
공이
하나, 둘, 셋 넷...........
분명히 100만원이 있어야 할 내 국가은행 통장에.
무려 무려 무려!
무려 1억이 들어있었다.
씨바알!!!!!!!
이 사랑스러운 이세계 유시현 새끼.
돈 복사 어플이라도 깔았나?
어떻게 100만원이 1억이 되어 있냐!
너무 기뻐서 허벅지를 꼬집어 봤다.
씨바아아알!
존나 아퍼!
이제 허벅지는 꼬집지 말자. 진짜.
하여간 이건 현실이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1억이 많은 돈이 아니다.
1억이 있다고 해서 일을 안 할 수도 없다.
요즘 강남 아파트 한 체에 보통 30억이나 한다.
설사 10억이 있어도 일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1억은 엄청난 돈이다.
내 통장에 100만원이 저금되어 있는 것만도 엄청 자랑스러웠다.
우리집은 어렸을 적부터 넉넉하지 않았다.
고3 졸업하고 급식에서 벗어나자마자 알바를 했다.
편의점, 노래방, 방송 staff, 택배상하차, 막노동 안 해 본 알바가 없다.
부모님 힘드신 거 아는데 학비와 생활비는 내가 벌고 싶었다.
군대 갔을 때 빼고 매일 알바 했다.
그래서 겨우 학자금 대출 받은 것도 다 갚았다.
남들 다 하는 해외여행은 꿈 꿔 본 적도 없다.
졸업하자마자 취업하기 위해 원서를 넣었다.
무려 100군대를 넣었지만 다 떨어졌다.
현세계 대한민국은 코로나 때문에 취업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였다.
있는 직원들도 내보내는 판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운 좋게 붙었다.
아마 이 한 마디 때문에.
최종 면접 때 김아영 팀장과 인터뷰 했다.
“유시현씨 유시현씨는 회사에서 원하는 일이라면 모든지 할 수 있어요? 비록 불합리한일 이라도요?”
“네, 할 수 있습니다! 모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취업만 시켜 주시면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서 하겠습니다!”
“그래요? 커피 심부름. 무거운 짐 옮기기. 여자가 하기 힘든 일들 다 할 수 있다는 말이죠?”
“네, 당연히 그런 힘든 일은 남자인 제가 해야죠!”
“그래요? 흠. 알겠어요. 나가 봐요. 합격하면 연락 갈 겁니다. 불합격이면 연락 안 가는 거 알죠?”
시발.
이 때 알아차렸어야 한다.
팀에서 원하는 건 팀원이 아니라, 남자 노예다.
면접 본 후 일주일 동안 연락이 안 왔다.
똥줄이 탔다.
안 그래도 가난한 집에서 처 놀고 있으면 항상 가시방석 위에 앉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연락이 왔다.
“내일부터 출근 하세요. 아, 정장 말고 편안한 옷 입고 오시고요. 정규 출근 시간은 9시지만 신입인데. 일찍 와야죠? 7시까지 오세요. 가능 하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그녀들의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
그녀들이 찾는 건, 제대로 된 직원이 아니라 일자리가 필요한 절박한 개새끼였다.
시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그렇게 첫 날 출근 했다.
알고 보니 그 날은 부서 이동 날이었다.
하루 종일 짐을 날랐다.
여자들은 커피숍에서 농땡이 깠다.
8명 부서원들 짐을 성현대리와 둘이서 다 날랐다.
단언컨대 막노동 했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
그래도 그때는 취업했다는 사실 때문에 기뻐서 힘든지도 몰랐다.
우리 엄마, 아빠.
조금이라도 고생 덜 시켜드릴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첫 월급으로 부모님 선물도 사드렸다.
엄마가 내가 사 준 가방을 메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우리 시현이도 다 컸네. 월급타서 엄마 선물도 사주고.”
씨발, 싸구려 가방이었는데.
엄마에게는 보물이었다.
취업했다고 그렇게 기뻐하시는 데, 내가 어떻게 힘들다고 회사를 그만두겠어.
부모님 용돈도 매달 드렸다.
그리고 아끼면서 사니까, 나를 위한 돈도 조금 저금할 수 있었다.
그 돈이 바로 국가 은행에 저금 된 100만원이었다.
그런데, 싸랑스러운 이세계 유시현 자식이 이 돈을 100배 복사 해 놓은 거다.
혹시 나쁜 곳에서 들어 온 돈은 아니겠지?
돈이 들어온 출처를 살펴봤다.
당연히 우리 회사일리는 없다.
우리 회사 월급은 신입이 200만원이다.
회사 월급으로 1억을 모을 수는 절대 없다.
그리고 그 출처는 JYK라는 곳이었다.
매 달 JYK에서 1,000만원이 내 통장으로 들어왔다.
어? 뭐야 이거.
JYK....
JYK..............
아! 생각 났다.
아까 카통에서 본 메시지
잠금이어서 앞부분만 볼 수 있었던 메시지.
그 메시지가 JYK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으로 JYK를 검색 해 봤다.
흐음........
JYK라는 일반적인 회사는 없었다.
다만 JYK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있었다.
사실 현세계에서는 JYJ였던 회사로 추정된다.
수, 많은 가수와 배우들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JYK.
YJ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소속사 중에 한 개였다.
에이 설마........
아무리 지금 이세계 유시현이 잘 생겼다고 해도.
JYJ에서 돈을 보낼 리는 없었다.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방송 staff로 일하면서 봤던 남자아이돌, 연예인들은 진짜 얼굴에서 빛이 났다.
나 같은 평민이랑은 급이 다르다.
조금 외모 버프 먹었다고 그런 미친 존잘남들과 동급이 될 순 없다.
그리고 일단 버젓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있다.
물론 지금 회사에서 보내는 월급도 확인 결과 다달이 들어왔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 돈은 JYK와 동일한 이름을 쓰는 곳에서 들어 온 것이다.
가장 의심스러운 곳은 호스트Bar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동일한 상호를 쓰는 호스트bar는 많이 있다.
현세계에 살 때 돈을 많이 주는 알바라고 해서 알아 봤었다.
물론 외모가 안 되어서 면접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 이세계 유시현 정도의 외모면 방송국에서는 안 먹히겠지만 호스티bar에서는 상위 티어가 가능하다.
물론 내 짐작이다.
그리고 운동도 한 몸이다.
비실비실한 다른 남자 녀석들 보다는 초이스를 많이 받았을 거다!
아 반대로 생각하면 초이스를 받으려고 운동을 열심히 했구나!
그래!
이게 가장 현실적이다.
아, 으.
새끼.
몸 함부로 굴리고 다녔나 보네.
하긴 물건도 대물이니까.
그럼 핸드폰 비밀폴더에 들어 있는 사진과 동영상들의 비밀도 풀린다.
아마 호스트bar에서 일할 때 만난 여자들이랑 사진과 동영상일 확률이 크다.
궁금해서 보고 싶다.
아쉽게 비밀번호를 모른다.
그래서 여자들이 그렇게 많이 연락 했구나.
모든 궁금증들이 해결 됐다.
어찌 되었든 이세계 유시현이 몸 굴려서 벌어놓은 돈은.
아낌없이! 좋은 곳에! 나를 위해! 쓰자!
그런 의미에서 재빨리 샤워를 하고는 쇼핑을 하기 위해 나갔다.
100배 복사 된 돈!
오늘 한 번 마음껏 써보자!
어차피 이세계 유시현이 몸 팔아서 벌어놓은 꽁돈 인데. 뭐.
아, 돈 벌기 좆 같이 힘든데.
이세계 유시현을 AI처럼 돌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세계 유시현으로 자동 돈 채굴하면 개꿀이겠는데?
*
쇼핑센터는 붐볐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았다.
철저히 무장을 하고 나왔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렸다.
눈만 살짝 보인다.
그래서 오늘은 나를 연예인으로 보는 사람이 없었다.
저번처럼 일진 고딩들 익룡을 만나면 괴롭다.
조금 답답해도 가리는 게 낫다.
이세계 유시현은 평소에 어떻게 하고 다녔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아마 녀석도 나처럼 가리고 다녔겠지.
사실 그냥 잘생겼다고 여자가 미친년들처럼 붙지는 않는다.
지금 이세계 유시현은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연예인과 닮았다는 거다.
박지훈.
나도 녀석의 사진을 찾아 봤다.
물론 녀석이 훨씬 잘생겼다.
그런데 확실히 닮았다.
브이라인 얼굴형.
눈매.
오뚝한 코까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자들이 사죽을 못 쓰는 귀여운 멍뭉이상.
웃을 때는 나도 박지훈과 이세계 유시현이 구분이 안 간다.
자세히 안보면 오해 할만하다.
현재 박지훈은 싱글 앨범을 내고 활동 중이다.
신비스러운 남자 컨셉이다.
방송에도 잠깐씩만 얼굴을 비춘다.
한 마디로 존나 비싼 척 하는 거다.
그리고 그 전략이 먹혔다.
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이 오디션을 하는 배틀 프로그램 프로듀서 102
그 프로듀서 102에서 화제가 된 녀석이다.
그런데 지금 녀석은 대한민국에서 1티어 슈퍼스타다.
고작 연습생에서 최단기간 슈퍼스타로 올라섰다.
휴우.
그런 녀석은 좋겠지.
잘 나가는 여자 아이돌, 배우들은 다 따먹고 다닐 거다.
씨발 세상 불공평하네.
누구는 야동 보면서 딸 치는데.
콱! 박지훈인가 뭔가 고자나 됐으면 좋겠다.
괜히 엉뚱한 데 화풀이 한다.
남자 옷을 파는 코너로 걸어간다.
이세계 유시현은 추리닝이 많다.
외출복은 거의 없다.
히키코모리 같은 새끼.
호스트bar에서 일 할 때 빼고는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었던 녀석이 틀림없다.
그러니까 야동도 컴퓨터에 그렇게 많지.
조만간 헌팅 당하러 술집에도 갈 예정이니 쫙 빼 입을 옷으로 한 번 사보자!
명품 코너가 보인다.
하아.
아무리 1억이 있어도 명품은 무리다.
몇 개 사면 1억은 그냥 없어진다.
그래도 한 번 보기나 하자.
보는 데는 돈이 안 든다.
점원이다.
“어서 오세.......”
내 옷차림을 본다.
말도 없이 다른 손님에게 간다.
씨발.
얼굴은 깨끗하고 예쁘게 생긴 게 존나 싸가지 없네.
명품점에서 일하는 년들은 전시된 명품들이 자기 것도 아니면서 존나 옷만 보고 사람 평가 질이다.
존나 지 월급 몇 개월 동안 하나도 안 쓰고 모아야 명품하나 살 수 있으려나?
기분이 급다운 됐다.
에이씨. 명품은 무슨 명품이야.
캐주얼 매장이나 가자.
그런데, 그때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오빠가 여기는 무슨 일이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