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아니 이 미소년은 누구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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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아니 이 미소년은 누구신가?
아 소름 돋아!
와, 아이디부터 씹 구리다 했어.
분명히 저 새끼 게이나 트랜스젠더다.
목소리만 듣고 여자라고 속을 뻔 했다.
씨발놈. 여자 목소리 내는 법 학원이라도 다니나.
아이디부터 게이 냄새가 팍팍 났는데.
[자지큰남자빨고싶다]
처음부터 의심했어야 한다.
아, 상상하니 역겹다.
ROL이고 뭐고 일단 PC방에서 나가자.
게이 새끼가 나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내 엉덩이는 소중하니까.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터에는 여자와 남자 커플이 계산하고 있었다.
“누나, 플레이스타이션5 사주는 거야.”
“어어.”
“누나 또 어디 보는데! 아, 진짜!”
늘씬하게 잘 빠진 모델 같은 여자가 나를 자꾸 힐끔힐끔 쳐다봤다.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아님 내가 무슨 잘 못이라도?
이제는 여자가 야리면 조건반사적으로 쫄게 된다.
눈 깔고 땅만 보자.
그런데,
저 여자 남친은 졸라 부자인가 보다.
나도 잘나지는 않았다.
인정한다.
그래도 저 땅딸보 돼지보다는 낫다.
그건 명백하다.
키는 160도 안 된다.
얼굴은 여드름이 가득하다.
배는 정글 장크마냥 튀어 나왔다.
출렁출렁 한 게 배로 장크 궁도 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재벌 2세쯤 되니까, 저런 여자를 데리고 다니겠지.
부럽다.
“32,000원이요”
귀여운 카운터 알바도 나를 힐끔 힐끔 쳐다보며 앞 커플을 계산해준다.
아, 씨바. 신경 쓰이네.
계산하고 화장실에 가야겠다.
얼굴에 뭐 묻은 게 확실하다.
“찬영아 혹시 2,000원 있어?”
여자가 지갑에서 3만원을 꺼냈다.
“누나, 내가 돈이 어디 있어. 나 집에서 노는 거 뻔히 알면서. 일부러 스트레스 주는 거야?”
“미안해. 찬영아. 누나가 카드로 계산할 게.”
“무슨 여자가 남자친구한테 PC방비 내는 걸 도와달라고 해. 쪽팔려 진짜. 나니까 이해하는 거야. 누나. 다른 남자들 같았으면 벌써 헤어졌어.”
여자가 묵묵히 카드를 꺼내서 계산했다.
“알지. 우리 찬영이 착한 거 누나가 다 알지.”
어라?
씨발, 이건 무슨 족 같은 상황이지.
혹시 저 여자 분은 천사인가?
그리고 저 돼지 땅딸보 새끼는 양심의 가책이 없나?
저렇게 아름다우신 여자친구분이 같이 PC방에 와준 것만 해도 넙죽 절을 해야지.
아니, 사실 커피만 한 번 마셔줘도 평생 쓸 운은 다 쓴 건데.
여자한테 PC방비 내라고 징징거려?
세상이 돌았나?
땅딸보 돼지와 모델 커플이 내 앞을 지나갔다.
돼지 새끼가 쭉 찢어진 눈으로 나를 야렸다.
확, 그냥 마.
좆만 한 게.
천사 같은 모델이 나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
오늘 진짜 이상하네.
주위를 보니 여자들이 자꾸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3,000원 이예요.”
카운터 알바생이 계산금액을 알려줬다.
“네? 3,500원 아니에요?”
PC방 시간이야 남은 정액제 쓴 거고, 라면+김밥: 3,500원이 맞지.
“많이 드셨는데, 500원은 할인해 드려야죠.”
“네?”
라면이랑 김밥밖에 안 시켰는데.
서비스로 음료수에 핫도그까지 받고 PC방 1시간 서비스.
뭐지, 아까부터 알바생 정신 줄 놓고 사나?
PC방주인이 봤으면 화병으로 죽을 거 같은데?
뭐 하여간 나한테는 개이득 이니까.
10,000원 짜리를 꺼내서 계산했다.
“저기요.”
7,000원을 거슬러 주던 알바생이 화들짝 놀랐다.
“네?”
얼굴이 빨개졌다.
“혹시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까부터 여자들 시선이 느껴져서 신경 쓰였다.
“네, 잘생김이요.”
뭐? 뭐래? 진짜.
어이가 없네.
알바생도 자기가 실언한 걸 알고는 얼굴이 홍당무로 변했다.
오늘 PC방에 온 이후 모든 상황이 이상하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그때 번개같이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혹시 이 PC방에서 유티버 상황극 몰카라도 찍는 건가?
가만, 그러고 보니.
그러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간다.
귀여운 카운터녀와 금발태닝양아치 알바생이 친절 한 것도.
과도한 무료 서비스.
내 자리에 있던 쪽지와 오렌지주스
앞에 지나간 황당한 커플.
여자들이 잔뜩 피씨방에 깔린 것도.
ROL도 배넷이 아니고 PC방 자체랜으로 돌려서 연기자들이랑 붙은 거다.
틴모 실명 맞고 돌진하는 실버 가랜이 세상에 어디 있어.
풋.
브론즈충도 아니고.
아, 그래. 그런 거구나.
알겠어. 속은 셈 치지 뭐.
나도 기분 좋았는데 뭐.
남녀역전세계 상황극이 요즘 유행한다더니.
나는 알바생에게 7,000원을 돌려받았다.
“저기요. 카메라 어디 있어요? 저 찍은 거 유티버에 올리셔도 된다고 전해 주세요. 오늘 즐거웠어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 진짜. 끝까지 연기 잘하시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쿨하게 멘트 때리고 PC방에서 나오는데.
귀여운 목소리의 여자가 불렀다.
“저기요!”
뒤 돌아 봤다.
오, 졸라 예쁘네.
티끌 하나 없이 하얀 얼굴에 사슴처럼 큰 눈.
귀여운 코에 앵두같이 붉은 입술.
화장도 안한 추리닝 차림이었는데 얼굴에서 빛이 났다.
키도 167정도 되어 보였다.
하이힐도 아니고 운동화인데.
모델 겸 배우인 것 같았다.
자체 발광이었다.
역시 유티버라도 배우들은 틀리네.
존예다. 존예.
뭐, 이번엔 얼짱녀가 흔남에게 작업 건다? 이런 설정인가.
“오렌지주스 놓고 가셨거든요?”
“아. 님이 오렌지주스녀 연기하신 분이구나. 이제 다 아니까 괜찮아요. 연기 안하셔도.”
“네?”
여자가 당황한 척 했다.
예쁜 여자가 연기도 잘하네.
곧 TV에서 볼 수도 있겠다.
가까이서 보니 더 미인이었다.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여자가 건네 준 오렌지주스를 받아서는 벌컥벌컥 마셨다.
“저 쏙쏙 오렌지주스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셔 가지고. 잘 마셨어~”
아까는 상황극인거 모르고 안 마신 거고.
미인이 주는 쏙쏙 오렌지주스를 마다하면 동방예의지국에서 예의가 아니지.
하여간 저 존예녀의 출현으로 백 프로 확실해 졌다.
이건 유티버의 남녀역전 상황극이다.
“영상 편집 다 하시고 유티버에 올리면 저도 좀 알려줘요.”
“네? 그게 무슨.......”
“아, 끝까지 모른 척 하시네. 다 안다니까. 핸드폰 줘 봐요.”
그래, 자연스럽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어.
이렇게 자연스럽게 미녀의 카통을 따는 거야.
“제가 급하게 나오느라 핸드폰을 안 가지고 나와서요. 제 카통 아이디 찍었으니까, 유티버에 영상 올리면 톡 줘요. 감사합니다.”
“네. 네.......”
“기대하고 있으니까 꼭 연락 줘요!”
존예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상황극 하는 거 들켜서 당황했나 보다.
나름 존예녀가 흔남에게 작업 거는 거 연습 많이 했을 텐데.
모른 척 해줄 걸 그랬나?
나는 매너 있게 존예녀에게 핸드폰을 다시 건네주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오늘은 참 완벽한 날이다.
그래 살다보면 이런 날도 하루쯤은 있어야지.
월요일부터는 다시 지옥문이 열릴 테니.
하, 회사 생각을 하니 다시 우울해 졌다.
씨발.
진짜 회사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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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마자 마른 오징어처럼 철푸덕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이 계속해서 위잉 거리며 울렸다.
씨발, 내가 이럴 줄 알고 핸드폰을 안 가져갔지.
주말이어도 나를 업무 카통으로 괴롭히는 썅년들.
위잉! 위잉!
알겠어. 알겠다고!
저녁에 확인해 줄게.
지금은 좀만 쉬자.
회사 다니는 놈은 주말도 없냐?
핸드폰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하으~......
나른한 주말 오후였다.
아씨, 아무리 그래도 양치는 해야지
생각해보니 오늘 양치도 안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치과다.
치과 한 번 가면 통장잔고 바닥에 멘탈도 무너진다.
터벅. 터벅. 화장실로 갔다.
피곤해서 거의 눈을 감고 칫솔에 치약튜브를 짰다.
찍!
치약 묻은 칫솔을 입에 넣었다.
췩췩췩!!! 촥착촥!!! 우에에에엑!!!! 커어어어억퉤에에엤!
하는 김에 세수도 했다.
푸확!!!! 푸확!!!!! 퐉퐉퐉!!!!! 푸르르르르!! 어푸푸푸! 쏴아아~~
하으~ 개운~하다.
화장실에 걸린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거울에 귀공자처럼 생긴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고놈~ 참 잘 생겼네?
누군지 몰라도 좋겠다.
여자들이 질질 싸겠는데?
거, 참. 뉘집자식인지.
나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아???
응?
그제야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휙!
재빨리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서 거울을 봤다.
어?
거울에 비췬 자네는 누구인가?
철썩!
양손으로 볼을 때려봤다.
아프다.
에이, 꿈에서도 이 정도는 느껴 질 거야.
어금니 꽉 깨물고 허벅지를 힘껏 꼬집었다.
앗! 씨바알!
졸라 아프다.
씨발, 참. 자해도 가지가지 한다.
머리가 멍해졌다.
아직도 이게 현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나는 거울에 비치고 있는 미소년 귀공자 녀석을 자세히 살펴봤다.
머리는 검은 흑발.
머리숱도 많았다.
축복 받은 새끼.
탈모가 얼마나 무서운 건데.
남자는 머리발로 30프로 먹어준다. 진짜.
피부는 화장이라도 한 것처럼 새 하얗다.
손가락으로 꾹 눌러봤다
화장이 묻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타고난 자식이다.
하얀 피부가 러시아 혼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얼굴은 진짜 주먹만 했다.
저 작은 얼굴이 어떻게 저렇게 또렷한 눈 코 입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지?
연예인은 얼굴이 여백이 없다더니 그 말이 이해가 됐다.
눈썹은 배우 송승언이 생각날 만큼 찐하고 적당히 굵었다.
눈은 강아지 마냥 크고 별처럼 반짝였다.
와! 씨발.
너무 예뻐서 계속 보고 싶었다.
코는 오뚝하고 입술은 붉고 귀여웠다.
전체적인 얼굴상은 조각남 상이라기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강다나엘 멍뭉이 상이었다.
웃어 봤다.
별이 쏟아져 내린다.
귀여운 강아지처럼 눈이 초승달 모양이 됐다.
이 정도면 남자도 넘어 올 것 같다.
씨발, 이 얼굴로 남자 새끼들 앞에서는 웃으면 안 되겠다.
후드티를 벗어봤다.
마른 편이지만 운동을 열심히 한 몸이다.
갑바는 딱 보기 좋은 사각형 B컵이었다.
가슴골의 경사가 만족스럽다.
새끼 인클라인푸쉬업 좀 조졌겠는데?
복근도 뚜렷했다.
복부에 군살이 없는 매끈한 몸
식스팩도 예쁘고 뚜렷하게 나와 있었다.
이정도면 체지방 10%정도 나온다.
치골도 각지게 살아있고.
이번엔 반바지를 위로 접어 종아리를 살펴봤다.
적당하게 근육이 붙어 있다.
휴! 다행이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상체가 좋아도 하체가 새 다리면 가오가 죽는다.
감히 3대 500 언덜아머는 입지 못할지라도
남자들 사이에서 기죽지는 않을 몸이다.
운동 유티버 구독 3년차 고인물로서 확신한다.
그나저나,
이제는 현실적인 고민을 할 차례였다.
도대체 이 세계가 어떻게 돼버린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누가 설명 좀 해줘.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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