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오빠, 오렌지주스 싫어해요?
* * *
8화
오빠, 오렌지주스 싫어해요?
“네, 남자 맞는데요?”
“........”
또 정적이 흘렀다.
대신에 채팅창에 불이 붙었다.
[ILOVEDILDO: 어, ROL하는 남자 분 처음 만나요.]
[승모근에보지벌렁: 안녕하세요. 목소리 귀여우시다.]
[공대승원이내꺼: 어디 사세요?]
뭐지, 이 반응은?
왜 다들 갑자기 정숙 떨고 지랄.
나는 보이스 채팅으로 답했다.
“저, 잠실 사는데요. 왜요?”
탑 티모 했다고 현피라도 붙자는 건가?
[공대승원이내꺼: 저도 잠실 근처 사는데, 반가워요]
[승모근에보지벌렁: 미친년아, 너 일산 살잖아.]
[공대승원이내꺼: 꺼져, 썅년아. 경기도나 서울이나 그게 그거지.]
[ILOVEDILDO: 어 저는 서초동 살아요. 가깝네.]
아, 씨발. 단체로 현피 오려고 그러나?
왜 남 사는데 집착이 심하지.
탑 틴모가 단체로 현피 당할 일인가?
..
정답은
yes,
음, PC방 옮길까?
“저기요.”
아까 귀여운 목소리의 여자가 보이스채팅 했다.
아마도 아이디가.
자지큰남자빨고싶다?
뭐야. 이 미친 아이디는.
“아, 예.”
“틴모님. 화, 파이팅!”
“네, 님도 승급전이니까 열심히 해봐요.”
목소리는 귀엽다.
하지만 솔까, ROL하는 년들은 대부분 오크다.
예쁘면 ROL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
남자친구랑 데이트하기 바쁘지.
목소리만 귀엽겠지.
신경 끄자.
First Kill !
역시 실버는 실버인가 보다.
나는 손쉽게 탑 가렌한테서 퍼스트 킬을 따냈다.
가랜새끼 저능아인가?
졸라 틴모 실명 맞고 맞다이 까네.
그러니까 네가 아직도 실버지.
가랜이 강제 부활 하는 동안 나는 열심히 CS를 먹었다.
[승모근에보지벌렁: 와, 틴모님 짱. 다이아인거 의심해서 죄송해요.]
[ILOVEDILDO: 틴모님 CS겁나 잘 드신다. 저도 한 수 가르쳐 주면 안돼요? 제가 저녁 살게요.]
게이 인가?
아이디도 아이러브딜도고.
씨발. 무시하자.
[공대승원이내꺼: 야. 딜도 썅년아. 틴모님 내가 찍었어. 새치기 하지마라. 보지에 야구방망이 박아버릴라.]
아, 미친놈들이 뭐하는 거야.
이 새끼들 다 게이 아냐?
“틴모님~ 나이스 샷!”
자지큰남자빨고싶다가 귀엽게 보이스 채팅 날렸다.
이 년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고.
아이디를 저 따위로 만드는 년이 제정신일 리가 없지.
아?
그러고보니 내 아이디도 정신 나갔구나.
아이엠어보지가드.
새삼 쪽팔리네.
하여간 틴모의 집도아래 게임은 잘 풀려갔다.
성장한 틴모의 버섯은 핵폭탄이다.
이때 전체창으로 메시지가 떴다.
전체창: (*보지같은세상: 아, 씨발. 틴모년. 야! 너 어디 PC방이야. 썅년아. 내가 찾아 간다. 버섯 작작 좀 깔아라. 썅년아.)
상대 가랜이 열 받았다.
하긴 벌써 틴모 버섯 밟고 5데스니까.
좆같겠지.
[공대승원이내꺼: 가랜 썅년아. 우리 틴모님한테 말 가려서 해라. 확 보지를 조져 버릴라.]
[ILOVEDILDO: 가랜 새끼. ㅇ ㅁ ㅇ ㅂ 없지? 인정? ]
[승모근에보지벌렁: 가랜 미친년아. 너 때문에 너희 팀 개 박살 나는 중이잖아. 아닥하고 게임해라. 가만히 있는 틴모님 건들지 말고.]
[자지큰남자빨고싶다: 틴모님, 너무 상처 받지 말아요. 원래 ROL하는 년들이 주둥이만 살아서 그래요.]
어? 왜 우리 편들이 더 난리지.
마치, 나를 보호하는 보디가드들 같잖아.
진짜, 게이 새끼들인가.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이제, 용 먹죠. 고고. 제가 먼저 용 주변을 버섯밭으로 만들게요.”
우리 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내 지시를 따랐다.
시작 할 때 까지만 해도, 던진다고 지랄하더니.
역시 캐리 해 주니까 다들 아닥하고 따라오는 구나.
잠시 후.
펑! 펑! 펑!
용 근처에서 한타가 벌어졌다.
그리고 틴모의 핵폭탄급 버섯을 밟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 쯤 졸라 꼴 받았겠지?
이럴 때는 틴모의 얄미운 대사 하나 날려서 상대팀 멘탈 붕괴.
전체 창: (*Imabojiguard: 버섯이다! 버섯이 네가 마음에 드나 봐. 널 위한 선물이야!)
시발.
내가 전체 창 날렸지만 존나 사악하다.
곧바로 반응이 왔다.
전체 창:
(*보지같은세상: 와! 씨발 틴모 개년. 좀만 기다려라. 가렌 왕귀해서 확 찢어버릴 거니까.)
(*시베리안허숙희: 가랜. 씨발 년아. 너는 닥쳐라 좀. 네가 탑에서 싼 똥이 흘러내리다 못해 넘친다. 아, 씨발 졸라 열 받네. 진짜)
(*마임오빠박아줘: 언니, 언니는 왜 가랜한테 그래요? 가랜이 뭘 잘 못했다고. 그런 의미로 탑에 던집니다. 가랜 파이팅!)
버섯밭에서 한 번 뒹굴더니 상대팀 멘탈이 아작 났다.
그리고 잠시 후.
상대 소환사가 탈주 했습니다.
미드 베임가가 탑으로 던지기 시작하자 가랜이 탈주 했다.
상대 소환사가 탈주 했습니다.
상대팀 정글 장크가 빤스런 했다.
그렇게 제대로 된 한타도 없이 손쉽게 승리했다.
유리멘탄 실버 새끼들 진짜.
낮은 티어인 브론즈, 실버는 멘탈만 잘 잡아도 팀이 이길 확률이 컸다.
당연히 MVP는 탑 틴모였다.
게임이 끝나고 메시지가 왔다.
[ILOVEDILDO: 틴모님. 틴모님. 아이 러브 유. 친추해요. 네 ]
[공대승원이내꺼: 틴모님. 잠실? 지금 바로 갈게요. 커피나 한 잔 하죠.]
[승모근에보지벌렁: 님아. 혹시 인슈타 있어요? 있으면 저 추가 좀 해주세요. 인슈타 아이디: 부끄러운D컵]
아이, 씨발 게이 새끼들 진짜.
언제 부터 ROL이 게이 천국이 됐지?
병신들 이태원 게이 bar나 가지.
게임에서 치근덕거리노.
나는 담배를 꺼내서는 흡연실로 갔다.
하아~ 게임 이겨도 게이새끼들이 치근덕거리니까 기분이 더럽네.
흡연실은 여자로 가득했다.
뭐야. 오늘 진짜 이상하네.
여자는 피방에서 할인이라도 해 주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장사가 안 되니까 별 희한한 이벤트를 많이 했다.
좁은 공간에 여자가 많으니까 쑥스러웠다.
아, 빨리 피고 나가야지.
그런데, 라이터가 없었다.
집에다가 놓고 나왔다.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흡연자에게 라이터란 군대에서 군번줄과 같았다.
대가리에 총 맞지 않는 이상 항상 주머니에 있어야 했다.
빌려 줄라나?
라이터가 없으니 빌려서라도 펴야 했다.
그런데 흡연실에 여자밖에 없었다.
담배 피는 여자는 페미니스트가 많았다.
남자한테 적대 적이다.
말 걸기가 무섭다.
어렵게 제일 착해 보이는 여자한테 말을 꺼냈다.
“저기, 라이터 좀.”
동시에 세 명이 라이터를 꺼냈다.
“여기요!”
“제 걸로.”
착해 보였던 여자가 먹잇감을 쫒는 짐승처럼 다른 여자들을 향해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저한테 빌려 달라 했거든요!”
착해 보였던 여자의 라이터를 건네받았다.
“감사합니다.”
틱.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착해 보였던 여자가 손으로 라이터를 감싸 에어컨 바람을 막아줬다.
틱. 틱
담배를 쭈욱 빨자 담배 불이 맛깔스럽게 붙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착해 보였던 여자가 양손을 좌우로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
“가지세요. 담배 피는 사람이 라이터 없으면 불편하죠.”
“네? 아가씨도 라이터 없으면 불편하잖아요.”
“아, 저는 됐어요. 하나 사죠 뭐.”
뭐, 준다니까 고맙기는 한데.
거 참. 오늘 이상하네.
여자들한테 평생 받을 친절을 오늘 하루 다 받는 것 같다.
쭈욱 니코틴을 빨아서 연기를 내 뿜었다.
콜록, 콜록!
어? 뭐야, 이거.
오늘 따라 담배가 독했다.
마치 고등학교 때 처음 담배를 폈을 때처럼.
씨발, 최근 미친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담배를 너무 많이 폈나?
한, 두 번 더 빨다가 재떨이에 담뱃불을 비벼서 껐다.
아, 못 피겠다.
고작 스물여섯 살인데, 이제 담배도 안 받고.
몸이 맛이 갔나?
그런데 맛이 갔다고 하기에는 몸 컨디션이 지나치게 좋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활력이 넘쳤다.
77번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자리에 오렌지주스와 쪽지가 놓여 있었다.
뭐지?
쪽지를 읽어봤다.
부담 가지지 마시고 드세요. 너무 귀여워서 드리는 거예요. ( ´`*)
사나이 유시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여자한테 선물 한 번 받아 본적 없다.
이 오렌지주스.
분명히 흑막이 있다.
나는 오렌지주스를 한 쪽으로 치웠다.
누가 줬는지 몰라도 분명히 좋은 의도는 아니다.
혹시 ROL할 때 상대편 가랜이 같은 게임방 이었나?
그래서 오렌지주스에 설사약이라도 섞었나?
지금으로서는 이게 가장 타당한 시나리오였다.
오늘 좋은 일이 많았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자.
소크라테스 아재가 네 주제를 알라고 했다.
인터넷 창을 키고 ROL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신규 캐릭터 구웬에 관한 정보가 궁금했다.
띠링!
PC방 창으로 메시지가 왔다.
[오렌지주스 싫어하세요?]
뭐야! 소름 돋는다.
PC방에서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니.
[다른 거 주문해 드릴까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봤다.
구석에 음침하게 생긴 새끼가 하나 보였다.
저 새끼가 가랜인가?
PC방 메시지 창을 차단했다.
새끼 졸라 킹꼴 받았나 보네.
집념이 대단하다.
안 속는다. 자식아.
다시 롤 게임화면을 켰다.
실버라 랭크게임해도 재미도 없는데 구웬이나 연습 해 볼까?
구웬을 선택하고 인공지능 대전으로 설정했다.
구웬은 가위들고 설치는 예쁘게 생긴 파란머리 미친년이었다.
오! 생긴 건 원딜 같은데 근접 캐네?
한참 구웬으로 펜타킬하고 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자지큰남자빨고싶다: 오빠. 게임 해요? 게임하면 같이해요. 네~]
게이 새끼들한테 메시지 오는 것 보다야 나았지만, 자지큰남자빨고싶다? Imabojiguard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년도 별로 엮이고 싶진 않았다.
[Imabojiguard: 님아 ㅈㅅ. 저 지금 구웬 연습중이라서요.]
[자지큰남자빨고싶다: 그럼 친구추가라도 해주세요.]
띠링!
[자지큰남자빨고싶다님께서 Imabojiguard 님을 친구로 추가하고자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뭐, ROL 친구 정도야.
수락을 눌렀다.
[자지큰남자빨고싶다: 오빠, 고마워요. 그런데 오빠.]
[Imabojiguard: 네?]
[자지큰남자빨고싶다: 오렌지주스 싫어해요?]
뭐야! 시발!
소름 끼쳤다.
나는 바로 자지큰남자빨고싶다를 차단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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