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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3화 (3/413)

〈 3화 〉 보야루~ 쓰면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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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보야루~ 쓰면 무기징역?

점심시간은 한 시간.

우체국까지 뛰어갔다.

“이건 뭐지?”

우체국에 도착해서 미영대리가 준 봉투를 뜯었다.

우체국 등기박스에 옮겨 담아야 했다.

­찌익!

봉투 안에는 귀걸이와 반지가 들어있었다.

딱 봐도 싸구려 같았다.

수령지는 중국이었다.

아무리 봐도 회사물품은 아니었다.

­하. 이 썅년. 해외직구 한 걸 반품하는 거구나.

바로 각이 나왔다.

미친년이 자기 개인 물품 보내는 데 날 이용한 거다.

지랄도 가지가지 하네.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접수는 해야 했다.

“25,000원 이예요.”

해외로 보내는 거라 가격도 비쌌다.

카톡을 보냈다.

[나: 미영대리님, 지금 우체국인데요. 가격이 25,000원이래요]

[미영대리: 일단 자기가 내고, 성현씨한테 회사 공과금 처리해요.]

이 천하의 거머리 같은 년.

이러니까 회사가 잘 돌아갈 리가 없지.

지들 마시는 커피, 개인물품 배송까지 공과금 처리.

아주 회사피를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영팀장한테 말해봤자, 남자가 입이 싸다고 나만 까인다.

아영팀장도 공공연히 자기 개인 지출을 회사 공과금으로 처리한다.

가재는 게 편이다.

일단 돈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챙겼다.

시계를 보니 심부름만 했을 뿐인데, 벌써 12시 40분이었다.

­아, 이러다가 늦겠다.

할 수 없이 회사로 돌아 갈 때는 택시를 탔다.

회사로 돌아오니 다행히 한 시 전이었다.

“미영 대리님.”

“아, 시현씨 등기 잘 보내고 왔어?”

“아, 네. 그런데 저 교통비 공과금 처리 하면 되나요?”

“응? 무슨 교통비?”

“회사에서 교대까지 갔다 온 거요.”

“자기 차 없어? 왜 교통비가 들어?”

“네? 저 차 없는데요.”

미영 대리가 조롱하듯 말했다.

“시현씨. 그럼 여태까지 뚜벅이였던 거야?”

“아, 네. 아직 차 살 형편이 안 되어서요.”

“남자가 무슨 차도 없어. 데이트는 어떻게 하려고? 빨리 사야 여자 친구도 생기지.”

썅년아, 왜 아줌마가 내 데이트를 챙기는데.

“사면 나도 좀 태워주고. 그래 우리 카풀하면 되겠다, 그치?”

미친년, 지도 차 없는 거구만.

뭘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데.

남자는 꼭 차가 있어야 하고, 여자는 없어도 된다?

그리고 카풀이라니, 절대 차 안 산다.

아줌마랑 같이 차타고 출근하는 것도 소름 돋고, 말만 카풀이고 빈대 붙겠지.

그래도 직접 대놓고 말 할 수는 없지.

“아, 예.......”

“자기야, 나는 카니발 같이 실내가 큰 차가 좋더라.”

미친 아줌마.

나는 차 살 생각도 없는데, 또 상상 임신 중이다.

“그건 그렇고, 제 교통비는 어떻게 처리해요?”

“교통비? 그거 얼마나 들었다고 공과금 처리해. 그냥 자기 개인사비로 처리해.”

“제가 회사 돌아 올 때 택시를 타서요.”

“택시? 시현씨 미쳤어? 왜 택시를 타. 지하철, 버스 놔두고.”

“회사에 시간 맞춰 못 돌아 올 것 같아서요.”

“아 몰라. 그냥 자기 사비로 처리 해. 회사공과금이 무슨 개인 교통비 처리하라고 있는 돈 인줄 알아. 알아들었으면, 더 이상 말하지 마.”

아, 씨발. 진짜.

지들 커피 사 마시는 건 공과금 처리하고.

심부름 보내면서 교통비는 개인비용으로 처리 하라고?

진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쩌네.

내가 무슨 호식이도 아니고.

씨바알!

“아니, 미영 대리님. 제가 제 개인 업무 보려고 교통비 쓴 것 도 아니고요. 솔직히 미영대리님 개인 물품 심부름 하느라 점심시간에 교대까지 왔다 갔다 한 거잖아요. 그럼 교통비는 주셔야죠.”

미영대리가 개인 물품을 보냈다는 말에 찔리는지 국제영업팀 한지혜 부장을 불렀다.

“지혜야~ 우리 팀 막내가 나한테 막 눈 부라리면서 대들어.”

“뭐? 누가 우리 미영언니한테 대들어. 그것도 팀 막내라는 새끼가?”

아, 진짜. 미친년이 열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지 불리하면 직급이 높은 윗사람을 찾았다.

사실 이미영 대리는 상용직이라 직급은 대리지만, 경력은 오래 돼서 높은 직급의 사람들을 많이 알았다. 아무리 억울해도 평사원이 잘 나가는 부장한테 대드는 건 어려웠다.

나이는 어리지만 한지혜 부장은 요즘 회사에서 대세였다.

로비를 잘 하는지 다음 인사이동 때 상무로 승진 할 거라는 말이 많았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부장님.”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서 미영언니한테 잘 못 했다고 안 할 거예요?”

미영대리가 팔짱을 끼고 나를 내려다 봤다.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기가 살아났다.

하, 진짜 때려 칠까.

진짜 두 썅년들한테 욕을 한 바가지 하고 당장에 때려치우고 싶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이 나 대학교 보내려고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백수 되면,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이 어려운 시기에 취업했다고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이번 달 어머니 생신 때 제주도도 보내드린다고 약속했는데.

아, 진짜.

“잘못했습니다. 미영 대리님. 한지혜 부장님”

겉으로는 참았지만 속으로는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씨발. 더러워도 참아야지.

씨발, 진짜.

참자 참아.

“잘 못 했지? 어디서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쳐.”

미영대리가 팔짱을 끼고 승리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날 다그쳤다.

씨발년. 오르가즘 졸라 느끼는 것 같다.

“어머, 한지혜 부장님, 저희 부서까지 무슨 일 이세요?”

여우같은 유리가 끼어들었다.

요즘 회사에서 잘 나가는 한지혜부장이랑 인맥을 쌓고 싶어서 발광하는 거다.

“아, 유리씨. 동기 관리 좀 잘해야겠어. 막내가 어디 미영 언니한테 대들고 말이야.”

“진짜요? 부장님? 에휴, 하여간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뭐라고?

개 같은 년아!

씨발년아.

지금 내가 가정교육 잘 못 받았다고 돌려서 까는 거야?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진짜 저 서유리년은 찢어발기고 싶었다.

“시현아.”

내가 화를 참지 못하고 빨개 진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성현 대리가 내 어깨를 잡았다.

“잠깐 커피 마시로 갔다 오자.”

성현대리가 화를 못 참는 나를 달래기 위해 사무실에서 데리고 나가자, 서유리 썅년이 끝까지 한 마디 했다.

“시현씨 왜 저래 진짜? 얼굴은 빨개져가지고,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어이없네. 진짜. 그쳐, 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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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대리와 밖으로 나가 바깥 공기를 쐬자 흥분이 좀 가라앉았다.

“오늘 진짜 좆같다. 그치 시현아?”

“진짜, 회사 그만 다니고 싶어요. 대리님.”

“알지, 내가 그 맘 다 알지.”

“씨발, 진짜. 저년들이랑 회사 다니느니 군대 다시 가서 빡세게 구르고 싶습니다.”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었겠냐. 그래도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점점 회사 다니기 빡세 지네.”

“저 미친년들이랑 회사 생활 3년이나 함께 한 대리님 진짜 존경합니다.”

성현 대리가 피식 웃으면서 내 어깨를 살짝 쳤다.

“시현아, 임마. 나도 죽지 못 해 다니는 거지. 나 그만두면 토끼 같은 우리 혜정이는 누가 먹여 살려.”

혜정이는 성현대리의 딸 이었다.

술에 잔뜩 취해서 성현대리 집에 2차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애가 아주 또랑또랑했다.

“아니 형수님은 괜찮고요? 딸만 생각 하십니까?”

“야, 말 마라. 우리 혜정이 아니었음 진작 따로 살았지. 가끔은 회사보다 집이 더 지옥이야. 그 놈의 잔소리. 어휴........”

이 빌어먹을 회사보다 더 지옥이면 도대체 성현대리는 어떤 삶을 사는 걸까?

존경심이 막 솟아났다.

“나 가끔 회사 업무 끝나도 일부러 집에 안 가는 거 알지?”

“알죠. 대리님. 에휴....... 세상에 쉬운 거 하나도 없네요.”

“그래, 시현아. 이런 나도 있는데, 너도 좀만 참아 봐. 진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후배 하나 들어왔는데, 네가 떠나면 나는 저 미친년들 사이에서 어떻게 버티냐? 나 좀 살려줘라. 자식아.”

“알겠습니다. 대리님. 진짜 대리님 안 계셨음 저도 못 버텼을 거예요.”

“알지. 그래도 나 때는 남자 선배님들이 좀 계셔서 저 미친년들 커버 좀 쳐 주셨는데. 정년퇴임 하시고, 그만 두시고. 다 떠나셨네. 휴우.......”

나는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그런데, 대리님. 이제 들어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생리 터진 아영이 썅년 들어 올 때 됐습니다.”

“아, 그렇지. 오늘 그 년 빨간 날이지. 게거품 물기 전에 들어가자.”

“네, 대리님.”

성현대리의 위로에 터질 뻔 한 멘탈이 다시 안정을 좀 찾았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들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유리 썅년은 인터넷 창을 두 개 띄워 놓고 온라인 쇼핑 중이었다.

미영 대리는 아예 대놓고 좆아라 소설을 읽고 있었다.

BL 소설이다 안 봐도 비디오다.

제목도 죽이네.

최면으로 미소년 다 따먹기.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른 게, 떡씬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얼굴까지 빨가니까 더 처키 같았다.

오늘은 크게 바쁜 업무는 없는 것 같았다.

나도 업무창과 인터넷 뉴스 창을 띄웠다.

언제든 Alt + Tab 신공으로 창을 바꿀 수 있도록 준비했다.

[보야루, 여성 혐오 단어. 인기 뉴튜버 보야 법정에 서나?]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인기 뉴튜버 보야에 관한 기사였다.

씨발, 끼워맞추려니까 별걸 다 끼워맞춰서 고소를 하네. 보야가 뒷광고 했던 건 벌 받아야 맞지만, 저건 쫌 너무 한 거 아니야.

보야루는 인기 뉴튜버 보야의 오프닝 멘트였다.

그런데 한 여성페미학과 교수가 보야루가 여성혐오 단어라고 뉴튜버 보야에 대한 논문을 썼다.

논문 제목은:

­보야루라는 단어는 여성의 생식기관을 혐오스럽게 표현한 저질스러운 단어이다. 그런 단어를 뉴튜버에서 공공연히 사용한 뉴튜버 보야는 무기징역이 정당하다­

장장 30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이었다,

그리고 이 논문은 학계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제 뉴튜버 보야는 법정에 까지 서게 될지도 몰랐다.

페미들이 판치니까, 별 보지 같은 일이 다 생기네.

이 논리대로라면 보자기는 보지와 자지라는 말이 다 들어가 있는 레전드 단어니까, 보자기를 말 하는 사람은 다 감옥에서 징역형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가위, 바위, 보에서.

보는 없어져야 하는 건가?

보하면 보지가 생각나니까?

바위만 내면 다 이기겠네.

하, 씨발 진짜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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