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6화 〉 2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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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번째 전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뒤로 며칠 동안 촉수군대로 하여금 각지의 전진기지나 보급기지를 공격하도록 명령했다.
보병급과 중보병급으로 구성된 5천 단위의 공격부대 4개가 번갈아가면서 전투에 투입되었고, 손실된 병력이 채워지면 곧바로 다음 공격지점으로 이동했다.
식량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악마촉수를 마음 놓고 생산할 수 있게 되어 얼마 전까지 2만이었던 병력이 4만까지 늘어났다.
촉수동굴에서 코르셰핑 북부지역 곳곳으로 이어진 땅굴에서는 노동개체들이 쉼 없이 이동하면서 식량을 나르고 굴을 팠다.
지금 속도라면 열흘 안에 엘리자베스가 잡혀있는 곳 가까이까지 땅굴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들은 이어지는 공격에 대응하고자 대규모의 기병대를 전방으로 보내서 촉수군대를 공격해서 내게 적잖은 피해를 안겨주었었다.
특히 적의 기지를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습공격을 당했을 땐 피해가 막심해서 후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기병대였다면 물량으로 이겨낼 수도 있었겠지만 군마와 기병 모두 튼튼한 판금갑옷을 입은 채로 신속하게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해서 대응하기가 버거웠다.
내가 전장에 가까이 있으면 화력지원을 할 수 있지만 내가 모든 전장에 동시에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내가 기병대를 물리치더라도 다른 전장에선 아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곤 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적들이 이 정도로 많은 판금갑옷을, 그것도 말에게까지 입힐 정도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전신에 무게가 분산된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 무거운 것을 입고서 기동력의 손실 없이 지치지도 않고 공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엘카힘이 파벌인 카론의 아이들이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콜탄구트라의 군대가 놈들의 도움을 받아서 계속 강해진다면 인류연합제국은 물론이고 내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
아무튼 나는 적의 기병대에 의한 피해가 누적되면서 중급 악마촉수를 기반으로 새로운 악마촉수를 만들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제아무리 중무장을 한 재빠른 기병대라도 말보다 몇 배는 더 큰 괴물을 상대로는 무기력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원거리 공격수단을 확보하고 싶다.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단순한 방법만으로는 승리를 하더라도 출혈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병력보충을 빨리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해도 낭비로 여겨진다.
화약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군대를 상대로 좀 더 효율적인 전투를 위해서는 비슷한 무기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일단 지금 생각하고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악마촉수의 신체기관을 개조해서 원거리 공격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식의 복잡한 개조를 할 수 없고, 신체기관을 어떻게 개조해야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지도 모른다.
이쪽 분야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나는 문득 마리를 떠올렸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왜 자꾸 미련을 가지나 모르겠다.
또 다른 방법은 이족보행을 하고 손을 쓸 수 있는 악마촉수 개체를 만들어서 화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지금 당장에라도 수행할 수 있지만 화승총과 대포를 만들 기술력이 없고 화약을 보충할 방법도 없어서 전적으로 노획에 의존해야 하는 게 문제다.
운 좋게 관련 기술과 생산수단을 확보하더라도 수만 마리의 악마촉수를 화기로 무장시키려면 엄청난 양의 자원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괜찮은 방법일지 몰라도 지금처럼 하루하루가 아까울 때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결국 나는 촉수군대의 중하위개체들에게 원거리 공격 수단을 쥐어주는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기로 했다.
중급 악마촉수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공격개체들을 본격적으로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적의 기병대에게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될 수 있을테니 원거리 공격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전투라면 상급 악마촉수를 투입하거나 나와 내 사랑들의 무장드론을 총동원하여 화력지원을 하면 된다.
“레베카님.”
“응? 무슨 일이니, 라우라?”
나는 촉수관리창을 보다말고 내가 앉아있는 흔들의자로 다가와 나를 부르는 라우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라우라는 길고 복슬복슬한 꼬리로 내 손을 휘감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곧 약속시간이에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라우라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바디슈트를 가벼운 외출복 형태로 바꾸고 챙이 넓은 모자를 썼다.
“레베카님, 엘레아노르를 만나는데 너무 꾸미시는 거 아니에요?”
“상대에게 허술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잖아.”
“그래도 그 여자에게 레베카님의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싫은 걸요.”
“라우라, 너 지금 질투하니?”
내가 웃으면서 던지는 질문에 라우라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런 라우라가 너무 귀여워서 그녀를 끌어안고서 얼굴을 비볐다.
“맞아요. 엄청 질투가 나요. 저희들은 함부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인데 그 여자는 레베카님이랑 데이트를 하잖아요.”
“데이트?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엘레아노르랑 데이트 약속을 잡은 게 아니라고.”
“그, 그치만 약속장소가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카페이고 또...”
“후훗. 걱정 마. 필요한 이야기만 하고 올 테니까. 정 걱정되면 나랑 같이 갈래?”
“음... 다른 애들을 두고 저만 가는 건 미안하네요.”
라우라는 주변에 있는 내 사랑들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이리스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라우라에게 다가왔다.
“라우라, 오랜만에 레베카님하고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도록 해.”
“그래도 괜찮아?”
“물론이지. 괜히 우리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즐기고 와.”
“응. 고마워, 이리스.”
라우라는 이리스에게 가볍게 키스를 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는 내 사랑들이 서로 키스를 하는 모습이 왜 이렇게 보기 좋은지 모르겠다.
“레베카님, 라우라를 잘 부탁드려요.”
“응. 맡겨만 줘.”
“그리고... 다음엔 저랑 같이 데이트해요.”
“알았어. 그럼 다녀올게.”
나는 이리스에게 키스를 해주고는 어느새 화사한 복장으로 바디슈트의 형태를 바꾼 라우라와 함께 보호구역에서 나왔다.
라우라는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내 손을 과감하게 잡고서 활짝 웃었다.
이렇게 기뻐할 거면서 친구들 생각해서 참으려고 했다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라우라와 함께 약속장소인 오래된 카페로 향했다.
약속장소는 내가 아니라 엘레아노르가 정했다.
듣자하니 코르셰핑에서 지낸 시간이 길어서 이 도시에 대해서는 훤히 알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코르셰핑 지방 특유의 뾰족한 삼각지붕을 쓰고 있는 건물들을 지나서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카페 안에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지만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리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별도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일부러 물어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 방은 현상금사냥꾼길드에 있는 그 방 수준으로 방음이 잘 되는 구조에요.”
“그래? 같은 업체에서 만들었나보네.”
“어쩌면 카페의 주인이 현상금사냥꾼 출신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게. 주문은 어떻게 할래?”
“레몬차를 마시고 싶어요. 레베카님은 역시 커피인가요?”
“오늘은 너랑 같은 걸 마실래.”
라우라는 내 말을 듣자마자 배시시 웃으며 좋아했다.
그저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뿐인데 저렇게 기뻐해주다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가 나란히 앉아서 레몬차를 마시고 있다 보니 어느새 약속시간이 다 되었고, 엘레아노르가 방으로 불쑥 들어왔다.
“안녕? 어머나, 애인도 데려왔네.”
“너랑 대화를 끝내면 데이트를 하려고.”
“내가 보기엔 벌써 데이트가 시작된 것 같은데.”
“마음대로 생각해. 일단 자리에 앉아.”
엘레아노르는 내 손짓에 따라 나와 마주보고 앉았다.
그러고는 가면을 벗어서 생기 없는 맨얼굴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저번에 봤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나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베로니카 언니가 날 보고서 엘레아노르가 떠올랐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갑자기 가면을 벗다니 무슨 꿍꿍이일까요?”
라우라는 엘레아노르가 가면을 벗는 모습에 의심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엘레아노르는 씩 웃으면서 라우라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상호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야. 다른 의도는 없어.”
“레베카님을 유혹하려는 게 아니고?”
“내가 레베카를? 푸흡! 이 친구가 엄청 예쁘긴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야. 게다가 언데드의 몸으로는 남을 유혹하는 건 무리야. 너 같으면 시체랑 섹스를 할 수 있겠어?”
“그럼 왜 그런 복장을 하고 온 거야?”
라우라는 엘레아노르의 노출이 많은 복장을 지적했다.
재창조교단의 신도들은 일반적으로 전신을 가리는 로브를 착용하고, 엘레아노르도 늘 그 복장으로 내게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오늘은 탱크탑과 핫팬츠를 입고 그 위에 아주 얇은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제법 큰 가슴이 반쯤 노출되고, 늘씬한 허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생기라고는 전혀 없어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질 않았다.
“이건 내 취향이야. 난 예전부터 서큐버스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입는 복장이 마음에 들더라. 그래서 일이 없으면 이렇게 입고 다녀.”
“거짓말하지 마. 내가 레베카님이랑 같이 오질 않았더라면 큰 일이 날 뻔했어.”
라우라는 엘레아노르가 하는 말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엘레아노르의 노출공격에 쉽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니, 내가 미녀에게 약한 건 사실이지만 가면쟁이의 유혹에 당할 사람은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엘레아노르의 생기 없는 몸에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걸 보면 라우라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라우라는 내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치를 채고는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주의를 줬다.
함께 오기를 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문제는 라우라와 엘레아노르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화재로 번지기 전에 얼른 둘 사이의 대화를 끊어버렸다.
“흠흠. 엘레아노르,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뭐야?”
“황녀구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지.”
엘레아노르는 라우라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리고 핸드백에서 수정구 하나를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녀가 수정구를 조작하자 엘리자베스가 감옥에 갇혀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감옥의 벽에 매달려있는 엘리자베스 앞에는 가면쟁이와 덩치 큰 오크가 나란히 서있었다.
“이건 언제 찍은 영상이야?”
“3일 전에 우리 측 정보원이 찍었어. 엘리자베스 정면에 있는 건 엘카힘이고 이 털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오크는 콜탄구트라야. 일단 대화내용을 들어봐.”
엘레아노르가 수정구가 보여주는 입체영상을 재생시키자마자 엘카힘이 엘리자베스의 뺨을 때렸다.
나는 그게 너무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자 내 손과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서 라우라가 열심히 닦아주었다.
“이봐, 황녀님. 벌써 우리가 함께한지 20일이 넘었어. 슬슬 협조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말이야.”
“흥! 20일이 넘도록 내가 싫다고 하면 알아들을 때도 됐잖아. 대가리가 저기 있는 오크만도 못해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나봐?”
“강한 척을 한다고 우리 사이의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 텐데.”
엘카힘은 엘리자베스의 배를 세차게 걷어차며 화풀이를 했다.
엘리자베스는 고통 속에서 몸을 꿈틀거리면서도 굴복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딴 지랄은 그만두고 그냥 날 죽여. 아니면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마물로 만들든가.”
“네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었다면 벌써 오크들의 육변기로 만들어줬겠지. 하지만 넌 정말 똑똑하고 유용한 인간이야. 우리 조직을 위해서 네 능력을 쓴다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 거다.”
“헛소리는 듣기 싫으니 집어치워. 너희들이 내게 무슨 짓을 해도 나는 협조할 생각 없어. 방금 육변기로 만들어준다고 했었지? 얼마든지 해보라고. 내가 전부 불알이 텅텅 빌 때까지 쥐어짜서 죄다 고자새끼들로 만들어줄 테니까.”
엘리자베스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엘카힘에게 말했다.
그러자 엘카힘은 엘리자베스를 죽일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대화를 중단해버렸다.
“엘카힘, 이 여자는 더 이상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 제아무리 많은 지식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그걸 꺼낼 수 없다면 무의미하지.”
엘카힘과 엘리자베스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콜탄구트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주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엘카힘은 신경질적으로 그를 노려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닥쳐! 네 군대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꼭 저 년의 대가리에 들어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오크라서 이해가 안 되는 거야?”
“내 군대가 큰 위협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 여자의 협조를 구하는 것보다 전멸당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내 입장에선 차라리 저 여자를 내세워서 적과 협상하는 게 낫다.”
“네가 레베카 카론에 대해서 뭘 몰라서 하는 소리야. 그 여자는 자기가 적이라고 점찍은 상대에 대해서는 정말 무자비한 년이야. 네가 엘리자베스를 돌려줘봤자 바로 뒤통수를 맞을 거다.”
“그렇다면 너희 족속들도 함께 넘겨주면 되겠군.”
콜탄구트라는 보는 내가 소름이 다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면서 엘카힘의 목을 한 손으로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이 몸을 죽여 봤자 난 새 몸을 쓰면 그만이야. 그리고 네 놈이 감히 우릴 넘기겠다고? 마족 주제에 인간이 무서운 줄을 모르는 구나!”
“인간은 우리에게 있어서 씨받이이자 노예에 불과하다. 우린 이미 너희들에게서 많은 것을 얻었고, 더는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 없다.”
콜탄구트라는 엘카힘의 목을 꺾어버렸고, 오크의 언어로 부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뭐라고 명령을 했다.
그리고 영상은 거기서 끝나버렸다.
“보다시피 적들이 내분을 일으켰고, 엘리자베스는 콜탄구트라의 손에 들어갔어.”
“엘리자베스는 안전해?”
“아직 새로운 정보가 갱신되지 않아서 확답을 줄 수 없지만 콜탄구트라는 너와 협상을 원하고 있으니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을 지도 몰라.”
“콜탄구트라와의 협상장을 마련해줄 수 있을까?”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당분간은 계속 하던 대로 전쟁을 지속하도록 해. 갑자기 공격을 멈추면 그쪽에서 정보유출을 눈치챌 수 있으니까.”
“알았어. 다른 정보는 없어?”
“방금 그게 전부야. 통신기로는 영상정보를 넘겨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널 불렀어.”
“좀 허무하긴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안전하다는 걸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나는 엘리자베스가 목숨에 지장이 있거나 괴물로 변하지 않고 무사하다는 것을 알아서 너무 기뻤다.
그래서 그 감정을 숨기질 못하고 겉으로 대놓고 드러내고 말았다.
“콜탄구트라와의 협상에 관련해서는 정보가 갱신되는 대로 너한테 전달해줄게. 그럼 난 가볼 테니 즐거운 하루를 보내도록 해.”
“벌써 가려고?”
“어머, 내가 가서 아쉽나보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그때 좀 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
엘레아노르는 내게 윙크를 보내고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라우라는 엘레아노르의 윙크에 으르렁거리면서 불쾌함을 드러냈지만 난 딱히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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