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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248화 (248/271)

〈 248화 〉 247화

* * *

엘리자베스가 갑작스레 납치되고 하루가 지났다.

나는 어제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사용할 수 있는 정찰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코르셰핑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제0기사단을 비롯하여 코르셰핑 기사단과 접촉을 시도하고 영주에게 알현신청을 했었다.

하지만 실망의 연속이었다.

이 세상보다 몇 세기는 앞선 기술인 드론을 가지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스로 무력감을 느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자꾸만 엘리자베스의 웃는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지금 그녀가 어떤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식욕도 없었다.

그 와중에 코르셰핑 기사단은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정식기사도 아닌 평범한 병사들을 내게 보내서는 기사단의 규모가 작아서 영지를 방위하는 일도 벅차니 수색을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아니, 황녀가 납치된 상황에서 10년 전의 사건을 핑계로 대면서 못하겠다고 발뺌을 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인류연합제국이 황권이 약한 나라도 아니고 오히려 나날이 강해지는 나라인데 일개 기사단주제에 제국의 핵심인물을 구출하는 일에 협조하지 않겠다니?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이것들 혹시 공범 아니야?

이런 상황에서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건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까 그런 게 분명해.

나중에 라우라에게 잠입조사를 부탁해야겠다.

아무튼 난 코르셰핑 기사단의 도움을 받는 건 깔끔하게 포기해버렸다.

영주를 알현하면 결과가 달라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르셰핑 기사단이 그런 식으로 뻔뻔하게 나오는 건 결국 영주의 의지나 다름없으니 기대할 것도 없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곱씹으며 코르셰핑 시청에 발을 들였다.

영주에게 알현을 신청하거나 신청결과를 알아볼 수 있는 장소는 영주의 저택이 아니라 시청이기 때문이다.

나는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게 다가가자 그는 살짝 굳은 표정을 지으며 뭔가를 책상 위에 꺼내놓았다.

“어서 오십시오, 명예기사님.”

“안녕하세요. 신청결과는 나왔나요?”

“죄송하지만 신청하셨던 알현이 영주님의 명의로 거부되었습니다. 이 서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거부가 진행되었다는...”

나는 공무원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서류를 빼앗듯이 받아서 내용을 살펴보았다.

온갖 미사여구로 점철된 그 서류의 핵심적인 내용은 만나줄 시간도, 이유도 없으니 그냥 도시에서 꺼지라는 것에 불과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에 서류를 쥐고 있던 손이 꽉 쥐어졌다.

공무원은 내 눈치를 보면서 겁을 먹었지만 난 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았다.

이건 영주의 행패이지 이 사람의 잘못이 아니니까.

“한 번 알현신청이 거부되면 또 신청하기 어렵겠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일주일 뒤에 다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인 상황이라서 뭐라고 확답을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죠. 당신을 탓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공무원을 안심시키고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이 자리에서 화를 내고 욕을 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며, 명예기사님!”

“무슨 일이죠?”

나는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공무원 때문에 가건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쪽지에 뭔가를 빠르게 휘갈겨서 나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고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휘파람을 불면서 딴청을 피웠다.

나는 시청에서 나간 뒤에야 쪽지를 펼쳐서 내용을 살펴보았다.

“레베카님, 무슨 내용인가요?”

“라우라, 너한테 익숙한 곳으로 가보라는데.”

“저한테 익숙한 곳이요? 아! 현상금사냥꾼길드인가요?”

“응. 거기에 가면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해.”

“대체 그 공무원은 정체가 뭘까요? 태도를 봐서는 그냥 평범한 말단공무원인데 말이죠.”

“글쎄. 아마도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겠지. 겁에 질린 걸 봐서는 협박 같은 걸 당했을 지도 모르고. 이거 함정일지도 모르겠네.”

“만나는 장소가 현상금사냥꾼길드라면 안심하셔도 돼요. 거기서 함정 같은 걸 설치했다가는 길드전체를 상대해야할 테니까요.”

항상 의심부터 하던 라우라가 오늘은 나보다 더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부모님과 함께 현상금사냥꾼길드에서 의뢰를 수행했던 경험이 많으니 그들에 대한 신뢰가 높은 모양이다.

나는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지금은 라우라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럼 일단 현상금사냥꾼길드로 가보자.”

나는 지도창을 열고 현상금사냥꾼길드를 목적지로 찍은 뒤에 경로를 따라서 걸어갔다.

엘리자베스가 납치된 일 자체가 공표되지 않아서 그런지 도시의 분위기는 영주의 저택에서 일어난 화재 때문에 조금 어수선한 정도에 불과했다.

다들 불안감을 호소하는 와중에 딱히 영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을 보니 영주의 인기가 바닥을 기는 모양이다.

우리가 현상금사냥꾼길드 앞에 도착하자 라우라가 앞장서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건물 내부는 여느 현상금사냥꾼길드 지부처럼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다들 쓸데없는 수다를 떨지 않고 딱 할 말만 하고 자리에 앉아서는 얼음을 띄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서로 좋은 의뢰를 하겠다며 고성이 오가는 모험가길드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라우라가 접수원 역할을 겸하는 바텐더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말없이 구석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라우라는 내 손을 잡고서 그쪽으로 데려갔다.

“여긴 따로 방이 만들어져있구나?”

“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에요. 방음이 철저하니 말이 새어나갈 일이 없죠. 그리고 어떠한 무기도 들고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요. 이 규정을 어기면 길드 전체에 수배령이 내려져요.”

“그거 참 살벌하네. 그런데 여긴 우리가 모두 들어가기엔 좁겠다.”

“딱 두 사람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에요. 그래서 지금은 레베카님 혼자 들어가셔야 해요. 음... 혹시 모르니 제가 대신 들어갈까요?”

“괜찮아. 나한테 맡기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내 사랑들을 안심시키고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진짜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 작은 의자 2개와 협탁이 하나 놓여있었다.

협탁 위에는 차를 우려내는 중인 다기와 찻잔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조금 힘들게 자리에 앉았고, 나를 불렀다는 사람과 마주보았다.

그 사람은 내게 아주 익숙한 흑백 체크무늬 가면을 쓰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레베카.”

“엘레아노르...”

나는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가면쟁이 앞에서 이를 갈았다.

무기를 들고 들어오면 안 된다는 규칙만 아니었더라면 다짜고짜 흑검을 휘둘렀을 거다.

“너하고 할 말은 없어.”

“잠깐! 엘리자베스 황녀를 구하고 싶으면 내 말을 들어!”

나는 엘레아노르의 입에서 엘리자베스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대체 무슨 꿍꿍이야? 네가 왜 나한테 그런 도움을 주려는 거지? 혹시 함정이라면...”

“그땐 날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해. 아무튼 지금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심각해.”

“우리 모두라고?”

“그래. 황녀납치는 엘카힘과 콜탄구트라의 합작품이야. 둘은 수십 년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대단해. 엘카힘의 파벌은 콜탄구트라의 군사력을 이용해서 제국북부를 점령하고 공식적으로 마족국가를 건설할 작정이야.”

엘레아노르는 내가 뻔히 예상하고 있던 일들을 자기 입으로 확인해주었다.

엘카힘이 이번 일의 배후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어서 놀랄 것도 없었다.

문제는 어쨌든 똑같은 가면쟁이인 엘레아노르가 왜 이 사실을 말해주느냐는 것이다.

“그게 너랑 무슨 관계인데?”

“일단 끝까지 들어봐. 내가 속한 질서의 추종자 파벌은 제국북부를 거점으로 삼고 있어. 엘카힘은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와중에 우리 파벌까지 쓸어버릴 작정이야.”

“너희들끼리 서로 죽이는 건 만족스러운 결과인 걸.”

“단순히 그걸로 끝날 일이라면 널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야. 놈들이 황녀를 납치한 이유는 그녀의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야. 자칫하면 마법갑옷을 입은 마족들이 날뛰는 미친 사태가 발생할 거라고.”

“그렇다면 적어도 엘리자베스가 해를 입을 일은 없겠네.”

“하! 넌 여태까지 카론의 아이들이 저지른 짓거리들을 보고도 그딴 식으로 굉장히 안이한 생각을 하는구나.”

엘레아노르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걸 본 나는 화가 나서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엘레아노르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곧 뇌리를 스쳐가는 공포에 그녀를 놓아주었다.

엘레아노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엘리자베스가 당할 일들이 상상되어 두려웠다.

놈들이라면 엘리자베스의 머리를 물리적으로 열어서는 뇌만 꺼내서 컴퓨터처럼 쓰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이미 엘리자베스가 죽는 것만도 못한 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것만 같다.

“이건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허브차야. 마시도록 해.”

나 때문에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한 엘레아노르는 내 앞에 찻잔을 놓고 충분히 우러난 차를 따라주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들어서는 후후 불면서 식힌 뒤에 몇 모금 마셨다.

엘레아노르의 말처럼 곧 손의 떨림이 잦아들었고 흥분이 가라앉았다.

“아직 상심하기는 일러. 처음부터 황녀를 끔찍한 몰골로 만들어서 조종하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황녀의 입에서 계속 쓸모없는 소리가 나올 테니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엘리자베스가 잡혀간 장소를 알려줘. 지금 당장 가서 구할 테니까.”

“황녀는 콜탄구트라의 본거지에 있는 지하연구소에 갇혀있어. 지상에는 10만에 달하는 마족군대가 주둔하고 있고, 지하에는 마물들이 득시글거리고 있기 때문에 너랑 네 애인들만으로는 절대로 돌파할 수 없어. 네 잘난 드론들도 물량을 당해낼 수는 없다고.”

“결국 나한테 군대가 필요하다는 거지?”

“맞아. 황제가 막내딸을 구하기 위해서 제국군을 총동원하면 콜탄구트라의 군대를 무너뜨릴 수야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그러니 네 사병들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어.”

엘레아노르는 내 촉수군대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창조교단의 정보력이라면 제르디아에 퍼진 괴물에 대한 소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내가 배후라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나도 그럴 작정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10만이다 되는 적군을 상대할 만큼의 병력을 생산할 수는 없어.”

“너라면 분명 모체로 삼아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을 여자들을 찾고 있겠지. 그래서 병력을 빨리 늘릴 수 없는 거고. 뭐, 그 문제는 우리 측에서 해결해줄게.”

“난 엘리자베스를 구하겠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알아! 나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내 얘기를 좀 들어보라고. 네가 원하는 모체후보들은 전국에 있는 검투경기장이나 기사단본부의 지하감옥에서 흔히 찾을 수 있어. 그걸 우리 측에서 모아다가 너한테 제공해줄게.”

“너희들이 죄 없는 사람들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

“못 믿겠다면 내 제안을 거부하면 돼. 네가 알아서 발품을 팔아가면서 모체를 모을 수야 있겠지. 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황녀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그 여자는 고분고분 엘카힘을 말을 들어주면서 명줄을 연장시킬 성격이 아니라는 것도 명심하고.”

엘레아노르는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신념을 지켜서 엘리자베스를 비참한 꼴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신념을 버리고 엘리자베스를 멀쩡한 상태에서 구해낼 것인가를 말이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분명 엘리자베스를 구해주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얼마든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놈들과 손을 잡는 것도 정말 꺼림칙하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엘리자베스에게 남은 시간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과감하고 비정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겠지.

“후우... 좋아, 네 제안을 받아들일게. 대신에 엘리자베스를 구출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제공해줘.”

“잘 선택했어. 지금은 콜탄구트라의 군대에 대한 정보와 카론의 아이들이 운영하는 시설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게.”

엘레아노르는 나에게 적들의 보급로를 포함한 모든 민감한 군사정보를 넘겨주었다.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게릴라전으로 보급을 끊어버린다면 적의 본대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언제든지 나와 연락할 수 있는 귀걸이형 통신기야. 이걸로 모체를 확보하는 일의 진척상황을 알려줄게.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도록 하고.”

“알았어. 그런데 엘레아노르, 왜 하필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거야? 설마 현상금사냥꾼길드가 너희 파벌 소유는 아니겠지?”

“여기 지부장이 나랑 친분이 깊은 사람일 뿐이야. 우리 파벌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게다가 우리 파벌 내에서 배신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할 필요성도 있었고.”

엘레아노르는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어디를 가나 두 세력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면서 이득을 챙기려는 놈들은 많으니까 엘레아노르 입장에서도 경계를 할 수밖에 없겠지.

“배신자라... 제0기사단의 배신자들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놈들은 엘카힘의 부하들이야. 황녀를 납치하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심어둔 첩자들이지. 다시 말해서 제국의 첩보망에 허점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러니 늘 당하고만 있겠지.”

“우리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지만 말이야. 자, 그럼 목표는 이루었으니 먼저 가볼게.”

“아직 물어볼 게 더 있어.”

“뭔데?”

“코르셰핑 기사단과 영주가 이번 사건과 연루되어 있어?”

“그건 몰라. 하지만 엘카힘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끄나풀들을 심어뒀을 테니까 경계해서 나쁠 건 없을 거야. 다른 질문은?”

“왜 날 적극적으로 돕는 거지? 어차피 황제가 제국군을 총동원하면 콜탄구트라를 물리칠 수 있다며. 그럼 너희 세력도 어떻게든 무사할 수 있겠지. 거기다 엘리자베스가 죽든 말든, 마족들이 마법갑옷을 입든 말든 그게 너희들이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빠르게 퍼붓는 질문에 엘레아노르는 갑자기 가면을 벗었다.

언젠가 베로니카 언니가 보여주었던 사진 속에 있던 바로 그 아름다운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실은 내 사적인 감정으로 우리 파벌의 방침을 정했어. 너한테 진 빚을 갚고 싶었거든.”

“난 너한테 딱히 잘해준 게 없는데?”

“너는 베로니카의 생명을 구해줬어. 그것만으로 충분해. 늦었지만 정말 고마워.”

엘레아노르는 내게 고개를 숙여가면서 감사를 표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엘레아노르는 멍한 표정인 나를 향해 한 번 더 웃어주더니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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