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화 〉 233화
* * *
나는 키아라와 함께 깔끔하게 씻고 나와서 곧장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에는 마법진이 그려진 좁은 공간이 있었다.
출구라고 되어 있어서 바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서 과감하게 마법진 위에 올라섰고, 곧 눈부신 빛이 나면서 마법진이 작동했다.
그렇게 우리는 원래 있었던 곳인 던전의 두 번째 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라우라와 이리스, 에리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안내문을 보니, 과제의 진행 상황이 나타났다.
성공 1팀, 진행 중 1팀이라는 것을 보니 세 사람은 아직 과제를 완수하지 못해서 돌아오지 못한 것 같다.
대체 어떤 과제를 수행중인 것일까?
우리처럼 섹스를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 갇혔을 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그런 것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평소에도 셋이서 서로 애정표현이나 섹스를 하게 해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골치 아픈 과제를 맡았을 수도 있으니 적절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기다려봐야겠다.
나는 서있으려니 다리가 아파서 치트가방에서 소파를 꺼내 키아라와 나란히 앉았다.
키아라는 내 어깨에 몸을 기대면서 나와 손을 맞잡았다.
“레베카님, 이제 저도 공식적으로 레베카님의 애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직접 사랑을 주고받았잖아. 혹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
“아니요. 하지만 조금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키아라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자위조차도 잘 몰랐던 사람이 섹스 한 번으로 성행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니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당장에라도 한 번 더 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을 지도 모르니 자중하기로 했다.
“레베카님, 저는 제 첫 상대가 레베카님이라서 정말 좋아요.”
“그것 참 영광인 걸.”
“다음엔 저에게 삽입을 해주실 수 있나요? 저도 다른 아가씨들처럼 레베카님의 사랑을 몸 안에 직접 받아내고 싶어요.”
키아라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보다 과감하게 표현했다.
그녀가 엄청 부끄러워하면서도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래서 나는 키아라의 볼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한껏 귀여워해줬다.
“키아라, 앞으로는 그럴 기회가 많을 거야. 너랑 나는 평생 함께할 거니까.”
“레베카님은 저를 떠나지 말아주세요. 제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주세요.”
“내 모든 것을 걸고 약속할게. 사랑해, 키아라.”
나는 키아라에게 키스를 해주었고, 키아라는 눈을 감고서 내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렇게 우리는 제법 오랫동안 키스를 이어나갔고, 키스가 끝낸 뒤에도 볼이나 이마 같은 곳에 뽀뽀를 하면서 애정표현을 충분히 해주었다.
나는 키아라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누웠고, 키아라는 내 머리를 정성껏 쓰다듬어주었다.
키아라의 부드러운 손길에 잠이 솔솔 쏟아졌지만 나는 잠을 자지 않고 그녀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호감도는 한 번의 섹스만으로 최고치인 5까지 올랐고, 음란도는 6까지 상승했다.
키아라에게 있어서 나와 섹스를 한 경험이 굉장히 크게 와 닿았던 모양이다.
상황 자체는 억지로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의 노력이 잘 먹혀들어간 것 같아서 기쁘다.
앞으로 남은 일은 키아라와 몇 번 정도 섹스를 더 해서 음란도를 10으로 올리고 예속퀘스트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마침 저번에 피어싱에 대한 관심을 한 번 보인 적이 있으니 예속퀘스트도 금방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얼른 키아라를 전투메이드로 만들어서 내 사랑들 사이에 존재하는 신분차이와 그로 인한 미묘한 분위기를 없애고 싶다.
나는 다른 정보도 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갑자기 마법진이 작동하더니 기다리던 세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바디슈트 차림이었고, 경량 마법갑옷은 뒤늦게 이 방으로 전송되었다.
“얘들아! 다들 무사히 빠져나와서 다행이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친 기색이 역력한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셋은 서로 등을 기댄 채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나랑 키아라와는 다른 과제를 부여받았던 것 같네.
섹스를 했더라면 멍한 게 아니라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을테니 말이다.
“레베카님, 다시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하하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그게... 좀 골 때리는 과제를 받아서 말이죠. 저 같은 경우엔 30분 동안 간지럽힘을 당했어요.”
“뭐? 아니, 무슨 그딴 과제를 준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라우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나는 고문이나 다름없는 짓을 당한 라우라를 꼭 안아주었고, 그녀의 왼쪽에 앉아있는 이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이리스, 넌 괜찮니?”
“그게... 솔직히 별로 괜찮지 않아요. 커다란 민달팽이가 가득 들어있는 수영장을 속옷만 입고 10분 넘게 걸어 다녔거든요. 도중에 빠지기도 했고요. 아직도 온 몸이 끈적끈적하고미끄덩거리는 기분이에요. 으으... 소름 돋아.”
이리스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을 직접 경험한 이리스가 너무 불쌍했고 라우라에 이어서 그녀도 꼭 안아주었다.
이쯤 되니 에리카가 겪은 일에 대해서 물어보는 게 두려워질 정도다.
하지만 에리카에게만 사정을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서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았다.
“에리카, 너는...”
에리카는 내가 말을 걸자마자 바로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차마 캐물을 수가 없어서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기만 했다.
“레베카님... 저 이제 시집은 다 갔어요.”
“무슨 일을 당했는지 말해줄 수 있니?”
“제 입으로는 못해요.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세요.”
에리카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라우라와 이리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고, 라우라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에리카 대신에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게... 본인의 성기에 대해서 자기 입으로 직접 남들에게 일일이 설명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뭐? 어떻게 그런...”
“저랑 이리스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보지 않으면 방을 터뜨린다고 협박하니 어쩔 수가 없었어요. 사실 저희들은 처음에 에리카에게 주어진 과제를 거부했었어요. 하지만 방이 폭발해서 한 번 죽었다가 깨어나는 바람에 더는 저항할 수 없었죠.”
“방을 폭발시킨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구나.”
“네, 던전을 만든 사람은 보통내기가 아니에요. 아무튼 에리카는 저희가 보는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막대기로 자신의 성기 곳곳을 짚어가면서...”
“이제 그만 설명해줘도 될 것 같아. 에리카, 힘들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에리카가 겪은 일에 대해서 듣고 나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심한 굴욕을 줄 수가 있어?
합의하에 하는 플레이도 아니고 안 하면 죽이겠다고 겁박하는 상황을 조성하다니 정말 화가 난다.
난 한참 동안 에리카를 달래주었고,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에리카를 진심어린 말로 위로해주었다.
덕분에 에리카는 내가 생각보다 빨리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레베카님, 위로해주셔서 고마워요. 너희들도 고마워.”
에리카는 내 입술에 짧게 키스를 하고는 친구들에게도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런 일을 겪고도 다시 밝은 모습을 보여주어서 다행이다.
에리카는 모두에게 감사를 표현한 뒤에 다시 내게로 다가와서 질문을 했다.
“레베카님과 키아라는 어떤 과제를 받았었나요?”
“우리는 섹스를 하라는 과제를 내려주어서 너희들처럼 정신적인 피해를 받지는 않았어. 우리가 즐기는 사이에 너희들이 고통 받았다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
“아니에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럼 이제 키아라도 레베카님의 애인이 된 건가요?”
“응. 계기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렇게 됐어.”
나는 키아라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그러자 다들 박수를 쳤고 키아라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키아라는 고개 숙여서 인사했고, 라우라와 이리스, 에리카는 번갈아가면서 키아라를 안아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고대했던 하렘이 드디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나는 하렘의 구성원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동등한 수준의 사랑을 나누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규모를 넘어서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엔 특정한 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편애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냉정하게 말해서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과는 섹스파트너 수준에 불과한 관계성을 가지게 될 게 분명하다.
내 사랑들은 물론이고 나도 그런 관계는 절대로 원치 않으니 더 이상은 하렘의 규모를 늘리지 않을 것이다.
진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얘들아, 지금까지도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서로를 잘 보살펴주도록 해. 내가 항상 너희들을 신경 쓰고는 있지만 완벽하지는 못하다고 보거든. 그러니까 부탁할게.”
나는 그 말과 함께 내 사랑들에게 차례대로 진하게 키스를 해주었다.
라우라와 이리스, 에리카는 힘든 일을 당하고난 뒤라서 그런지 내게 더욱 의존하듯 기대며 키스를 받아들였다.
특히 에리카는 내 기운을 모두 빨아들일 기세로 굉장히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녀의 자극적인 혀놀림에 그대로 가버리는 줄 알았다.
그리고 키아라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얌전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내 키스를 받아들였다.
“일단 여기서 좀 쉬었다가 다음 방으로 넘어가자.”
나는 치트가방에서 침대를 몇 개 꺼내서 심신이 지쳐버린 내 사랑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런 뒤에 내 사랑들에게 맛있는 간식거리를 제공했고, 그녀들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다시 키아라의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호감도 5가 되면 활성화되는 인연퀘스트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일단 키아라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도록 도와주는 퀘스트는 이미 달성되었다.
키아라가 본인이 마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호문쿨루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퀘스트를 달성한 대가로 키아라의 특수스킬인 괴력이 향상된 괴력으로 바뀌었다.
정확한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설명에 따르면 중량 마법갑옷과 같은 수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흠... 앞으로 절대 키아라를 화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다.
나는 인연퀘스트 달성 대가로 얻은 특수 포인트를 이용해서 내 지구력을 D랭크에서 C랭크로 올렸고 패시브 스킬인 체력회복속도향상이 얻었다.
이 스킬은 이름 그대로 체력이 회복되는 속도를 향상시켜서 지쳐서 쓰러지더라도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준다.
즉, 이 스킬을 활용하면 체력과 관련된 훈련들을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인연퀘스트는 바로 키아라가 정식으로 기사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건 아무래도 달성하려면 아주 오래 걸릴 것 같다.
기사가 되려면 무조건 기사단에 입단해야하고, 입단하더라도 귀족이 아니면 정식기사로 서임 받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키아라는 마리가 아니었더라면 기사단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건 현실적으로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 같다.
잠깐, 내가 영지개척권을 받아서 나만의 영지를 만들고 기사단을 창설하면 간단하게 키아라를 기사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 방법을 쓰면 구색이나마 갖출 수 있으니까 퀘스트를 달성할 수 있을 거야.
처음에는 썩 달갑지 않은 제안이 이제는 유용한 수단으로 여겨지다니 뭔가 웃기긴 하다.
내가 좀 간사한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자기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바로 손바닥을 뒤집어버리는 습성이 있단 말이지.
뭐, 나쁜 일에 쓰는 것도 아니니까 태도를 바꿔도 아무런 문제없어.
마지막 인연퀘스트는 당연하게도 키아라를 노예에서 해방시키고 그녀와 내가 결혼을 하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예속퀘스트를 달성하면 결혼을 하는 인연퀘스트는 자동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절대예속된 노예라도 전투메이드로 승격시켜 평민으로 만들 수가 있게 되었으니 해당 퀘스트가 잠시 사라질 뿐이다.
실제로 키아라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예속퀘스트 달성 이후로 진행 불가능한 것으로 분류되었던 결혼 인연퀘스트가 다시 부활했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네 사람과 함께 동시에 결혼식을 올려야겠다.
물론 다들 합동결혼식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인연퀘스트를 다 살펴본 나는 키아라의 스테이터스를 올려주기로 했다.
키아라의 레벨은 처음 만났을 때는 42였지만 지금은 몇 번의 전투를 거쳐서 그런지 45까지 올랐다.
늦어도 너무 늦게 살펴본 그녀의 스테이터스는 마력을 제외하면 모두 A랭크였다.
그래서 지금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특수 포인트를 고민할 것 없이 모두 마력에 투자했다.
덕분에 키아라의 마력은 단번에 E랭크에서 A랭크까지 올라서 마력순환스킬을 얻음과 동시에 스킬레벨이 올라갔다.
이렇게 키아라는 내 사랑들 중에서 최초로 모든 스테이터스가 A랭크인 사람이 되었다.
“레베카님, 방금 제 몸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혹시 어디가 아픈 걸까요?”
“걱정 마. 그런 게 아니니까.”
“정말요?”
“실은 나한테는 너희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거든. 그래서 기회가 되면 관리를 하고 있어. 방금은 네 마력랭크를 높여서 네가 말하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 거야.”
“그렇군요. 그럼 전 더 강해진 건가요?”
“맨몸으로 중량 마법갑옷을 입은 기사와 비슷한 힘을 낼 수 있어. 아, 마력을 올렸으니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한 번 시험해볼래?”
“지금 다음 방으로 넘어가라는 안내가 떴으니 그건 다음에 부탁드릴게요.”
나는 키아라가 하는 말에 고개를 들어서 안내문을 살펴보았다.
5분 내로 다음 방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방 전체를 물로 가득 채워버린다는 글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잘 쉬고 있는 내 사랑들을 일으켜 세우고 뒷정리를 한 뒤에 다 함께 세 번째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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