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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225화 (225/271)

〈 225화 〉 224화

* * *

충격을 받은 에트나는 내 양해를 구하고서 발코니로 나가더니 줄담배를 피우며 수시로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내 앞에 앉아서 이젠 다 식어버린 차를 연거푸 마셔댔다.

키아라는 에트나의 그러한 행동들을 보면서 불안해했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에트나는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는 바람에 그만...”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마리 씨에게 딸이 있었다니 몰랐네요. 그 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마리 교수는 교수로 임용되던 해에 자신의 온실을 관리해주는 정원사와의 사이에서 딸을 임신했습니다. 당연히 가문은 발칵 뒤집혔고, 정원사는 평민 주제에 감히 귀족영애를 범했다는 죄로 처형당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마리 씨는 어떤 처벌을 받았었나요?”

“영주님께서는 차마 총명한 막내딸을 내치질 수는 없으셔서 후계자격을 박탈하는 것만으로 처벌을 마무리 지으셨습니다. 하지만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잡종이 살아있는 것을 원치 않았고, 결국 마리 교수의 딸은 태어난 지 고작 2년 만에 살해당했습니다.”

에트나는 굉장히 힘들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의 죽음을 입에 담았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서랍을 열어서 그 안에 들어있던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 단체사진에는 마리가 키아라와 똑같이 생긴 아이를 안고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에트나를 비롯한 연금술학과 교수들이 서있었다.

“그건 제가 학과장으로 임명된 날에 기념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은 날에 마리 교수의 딸이 살해당했습니다. 그 이후로 마리 교수는 식음을 전폐하고 자살기도를 몇 번이고 했을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졌습니다.”

“언제까지 그런 상태였죠?”

“반년 정도 폐인처럼 살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인공생명체 연구에 몰두하며 많은 학문적 성과를 냈고, 결국엔 호문쿨루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혹시 딸을 되살리기 위해서 호문쿨루스를...”

“저를 포함해서 연금술학과 교수 모두가 마리 교수의 진짜 의도를 알아차리고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말렸습니다. 결국 마리 교수는 우리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호문쿨루스 연구 자료와 논문을 우리가 보는 앞에서 전량 폐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속임수에 불과했었던 모양입니다.”

“설마 폐기했던 것이 전부 가짜였던 건가요?”

“아니요. 저희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가면서 폐기했습니다. 그런데 마리 교수는 자기가 쓴 논문 정도는 글자하나도 빠지지 않고, 종이의 주름이나 번진 잉크자국의 형태까지 머릿속에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니...”

“마리 씨가 제3자의 조력을 받지는 않았나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만 차나무 묘목을 받으러 갔을 때, 처음 보는 눈표범족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긴 합니다. 분명 탁자 위에 가면을...”

“이렇게 생겼나요?”

나는 서둘러 치트가방에서 새하얀 구도자의 가면을 꺼내서 에트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에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마리는 혼자만의 힘으로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마리의 불행을 알고 있는 재창조교단이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이용한 결과였다.

그런데 구도자가 가면을 벗고 마주할 정도라니, 그만큼 마리와 친분이 가까운 사이인 것일까?

“그 눈표범족 여자는 어떻게 생겼나요?”

“죄송하지만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명예기사님의 일행분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에트나는 라우라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라우라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는데, 마리와 만난 구도자와 종족이 같다는 이유로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생각에 꽤나 불쾌한 모양이다.

“흠흠, 지금부터 상당히 충격적인 것을 보여드릴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설마 호문쿨루스 연구의 증거입니까?”

“그런 셈이긴 한데... 인간의 도를 넘어섰다고나 할까요.”

“각오는 되었으니 보여주시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치트가방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서 그 안에 들어있는 불쌍한 실험체의 시신을 에트나에게 보여주었다.

에트나는 처음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지만 생각보다 빨리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학자의 눈빛으로 돌변해서 실험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살아있는 사람을 상대로 신체를 변형시키는 약물을 실험했군요. 아마도 마리 교수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얼굴과 체형을 자신의 딸처럼 바꾸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실패를 거듭하다가 딱 한 명 성공시킨 것이 바로 명예기사님의 노예인 것으로 보입니다.”

“농장에서 키아라를 만나보신 적은 없나요? 어릴 때부터 쭉 거기서 살면서 마리 씨의 보살핌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처음 봤습니다. 농장이 워낙 커서 갈 때 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마리 교수가 고아들을 잠시 맡아주는 일을 했다는 소문을... 그 고아들을 실험체로 사용했군요.”

에트나는 슬픔과 분노가 동시에 느껴지는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마리 교수가 이토록 끔찍한 사람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항상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고 선한 일을 많이 하던 사람이 어떻게... 오, 이런 저도 모르게 마리 교수가 살아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네요.”

“마리 씨. 아니, 마리는 제가 살려줬어요. 일을 위해서 찾아갔던 곳에서 우연히 만났죠. 그래서 저도 그 사람을 살려준 일이 갈수록 후회되는 중이에요.”

나는 내 심정을 솔직하게 에트나에게 말해주었다.

처음 마리가 나쁜 짓을 꾸미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모든 게 오해이기를 빌었지만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마리의 민낯을 세상에 까발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마리가 만든 약물이 호문쿨루스 제작에 도움이 되는 건가요?”

“예를 들어서 고양이처럼 생긴 인공생명체를 만들고 싶다면 고양이의 혈액을 사용합니다. 그러니 사람처럼 생긴 인공생명체인 호문쿨루스를 죽은 딸과 똑같이 생기게 만들고 싶다면 딸의 혈액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마리 교수의 딸은 엄마가 보는 앞에서 용광로에 던져졌습니다. 그러니 마리 교수는 누구나 딸의 생김새처럼 변화시키는 약물을 개발해서 혈액 대신에 사용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나는 마리의 딸이 끔찍한 방법으로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 어린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용광로에 던져져야했던 걸까?

마리는 작위승계가 아니라 딸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디베르 가문 사람들을 죽일 계획을 세운 게 분명하다.

그것도 유일한 성공을 거둔 실험체이자 딸과 똑같이 생긴 키아라를 동원해서 말이다.

“이번 일은 영주님께 보고 드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리 교수가 만든 인공생명체의 태반은 생체병기이니 여러분만의 힘으로는...”

“걱정 마세요. 강력한 지원군이 있거든요. 그리고 마리를 아끼는 영주님이 개입하면 일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고요. 학과장님, 이번 일은 국가기밀과도 관련된 중대한 일이니 절대로 저와의 대화를 외부에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기면 반역죄로 처벌받으실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네, 명예기사님. 명심하겠습니다.”

“맛있는 차를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고, 에트나는 두려움에 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국가기밀을 들먹인 건 즉흥적인 협박이지만 꽤나 잘 먹힌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마리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된 것 같다.

나는 내 사랑들을 데리고 대학교에서 빠져나와 곧장 농장으로 돌아갔다.

마리가 겪은 일, 마리가 저질렀던 일, 마리가 하려는 일을 명확하게 알아냈으니 굳이 새턴을 만나서 따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마리를 제압해서 그녀가 더 이상의 죄를 짓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마리의 복수심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만약 마리가 딸을 죽인 사람들에게만 복수할 생각이었다면 아예 도와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개인적인 소원을 위해서 무고한 아이들을 비참한 꼴로 만들었다.

나는 그것만큼은 용서할 수가 없어서 마리와의 좋은 인연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빨리 일 끝내고 사테르디아를 떠나야지. 왠지 이 도시가 싫어졌어.’

나는 괜히 사테르디아를 탓하면서 농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쳐 농장의 저택으로 향하는 길을 걸어갔다.

농장의 저택에는 마리가 없었는데, 지도창을 보니 아직도 영주저택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영주저택에 있는 사람들이 평범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봐서는 아직 마리가 디베르 가문 사람들을 죽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하긴 경계가 삼엄한 영주저택보다는 본인이 꽉 잡고 있는 농장의 저택에서 죽이는 게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

우리는 저택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지나쳤고 인적이 없는 저장탑 근처에서 마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레베카님,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키아라는 세상 힘든 표정을 지으며 내게 조언을 구했다.

음...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라우라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우선 네가 레베카님께 무해한 존재인지 확인해야할 것 같은데.”

“라우라 아가씨, 전 절대로 은인이신 레베카님께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어요.”

“네 의지는 그러하지만 마리가 널 조종해서 복수를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된 이상, 마냥 믿을 수는 없지.”

라우라는 아주 빠른 속도로 흑검을 뽑아서 키아라를 겨누었다.

하지만 키아라는 도망치거나 몸을 뒤로 피하지 않고 겁에 질린 나머지 몸을 벌벌 떨면서 울기 시작했다.

“라우라! 지금 뭐하는 짓이야? 당장 그거 내려놔!”

에리카는 라우라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재빨리 반발하고 나섰다.

“레베카님은 아무런 말씀도 없는데 왜 네가 멋대로 키아라를 겁박하는 건데? 그리고 키아라가 불쌍하지도 않아? 너 때문에 겁을 먹어서 울고 있잖아!”

“저게 눈속임이면 네가 책임질 거야?”

“그건... 그래도 이건 아니야!”

에리카는 라우라가 무섭게 노려보면서 말해도 애써 용기를 내서 키아라 앞에 서더니 양팔을 벌리고서 라우라와 대치했다.

“다치기 전에 비켜.”

“싫어! 너부터 검을 치워!”

에리카는 라우라의 요구에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그러자 라우라도 화가 잔뜩 났는지 흑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확 들어갔다.

“다들 진정해. 레베카님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야?”

“이리스, 이젠 너까지 그러기야? 대체 너희들 왜? 이리스!”

라우라는 이리스가 단순히 말리는 것을 넘어서서 흑검을 맨손을 쥐려고 하자 황급히 검을 내렸다.

그러자 이리스는 씩 웃으면서 라우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라우라, 지금은 힘과 협박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가 아니야. 대화가 필요할 때이지. 그리고 이번엔 네가 선을 많이 넘었어. 우린 레베카님을 섬기는 존재라는 점을 명심해.”

“미안...”

“사과는 내가 아니라 레베카님께 해야지.”

이리스는 당돌하고 강한 태도로 라우라를 나무랐고, 라우라는 흑검을 칼집에 넣은 뒤에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하아, 키아라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지우고 싶어서 라우라의 반응을 이용하려고 했었는데, 그녀가 검까지 뽑는 바람에 영 엉뚱한 결과가 나와 버렸다.

“레베카님, 주제넘게 나서서 죄송합니다.”

“라우라, 네가 날 위해서 나선 건 고맙지만 다짜고짜 키아라의 목숨을 위협한 건 분명 잘못이야. 그리고 저번에도 주제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니?”

“정말 죄송합니다.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너에게 벌을 내릴 수밖에 없겠어. 바디슈트를 해제해.”

라우라는 내 명령에 따라서 고개를 조아린 상태에서 알몸이 되었다.

“라우라, 예전에 네가 너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겠다고 했던 말 기억나지? 그래서 이번에도 때리지는 않을 거야. 대신에 네 스스로 너에게 체벌을 하도록 해.”

내 명령에 라우라는 근처에서 길쭉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오더니 무릎 꿇고 앉아서 스스로 허벅지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빨갛게 자국만 남았지만 나중에는 찢어진 상처가 생기며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하지만 라우라는 이를 악물고서 계속해서 자신의 허벅지를 때렸다.

나는 라우라의 자체적인 체벌을 적당히 지켜보다가 그녀의 허벅지가 너무 엉망이 되기 전에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이제 그만하면 충분해. 반성은 제대로 했니?”

“레베카님,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아팠지?”

“아닙니다.”

“에이, 이렇게 많이 다쳤는데 안 아플 리가 없잖아. 나는 보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다 아픈걸. 자, 회복캡슐부터 먹자.”

나는 라우라에게 고속회복캡슐을 먹여서 상처를 치유하고, 그녀의 허벅지는 물론이고 온 몸에 튄 피를 직접 닦아주었다.

병 주고 약 주는 짓이지만 라우라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다.

만약 이대로 라우라를 쭉 방치한다면 성격상 결국엔 나를 넘어서려고 들지도 모른다.

“라우라, 이제 옷 입고 다른 애들하고 화해하도록 해. 키아라 문제는 나한테 맡기고.”

“네, 레베카님.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사랑해, 라우라.”

나는 라우라에게 진하게 키스를 해주고 꼭 안아주었다.

그러자 라우라는 눈물을 글썽이더니 이리스와 에리카에게 가서 그녀들과 짧은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이리스는 라우라에게 키스를 해주었고, 에리카는 라우라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다툼이 있어도 서로 앙심을 품지 않고 금방 화해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서로 애정표현을 폭넓게 하도록 허용해주어서 그런 걸까?

아무튼 앞으로는 라우라가 나보다 먼저 나서서 일을 크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레베카님,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니야, 키아라.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는 거지. 그런데 키아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었지?”

“네, 갑자기 너무 많은 일이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복잡해요.”

“사실 이번 일의 핵심은 간단해. 마리는 자신의 딸을 되살리고 싶어서 너를 비롯한 실험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과 마리가 복수를 원한다는 사실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 그리고 넌마리가 만들어낸 피해자에 불과하니까 이번 사태에 어떠한 책임감도 가질 필요가 없어.”

“그래도 라우라 아가씨의 말처럼 제가 조종을 당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너한테는 예속각인이 새겨져있어서 나한테 위해를 가할 수 없잖아. 걱정 마. 내가 어떻게든 이번 일을 마무리 지을 거야.”

나는 키아라를 포옹해주었고, 키아라도 나를 안고서 눈물을 흘렸다.

키아라를 위해서라도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

“레베카님,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셨군요. 제가 추천해주신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나는 갑자기 들려오는 마리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뜨거운 여름 해를 등지고 서서 미소 짓는 그녀가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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