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8화 〉 217화
* * *
베로니카 언니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은 언제나처럼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언니 부부가 겉으로는 서로 화기애애해도 뭔가 분위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혹시 부부싸움이라도 한 걸까?
남의 가정사에 함부로 끼어드는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인다.
식사가 끝나고, 베로니카 언니는 로베르트를 씻겨야한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베로니카 언니는 이제 백수가 되었으니 아들을 직접 돌보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모로 일했던 하녀들은 해고되지 않고 다른 업무로 재배치된다고 한다.
“레베카경, 잠시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겠는가?”
“물론이지요. 얘들아, 미안하지만 자리를 비켜줄래?”
내 부탁에 내 사랑들과 키아라는 식당에서 나갔고, 다른 하인들도 눈치껏 따라 나갔다.
알론은 문이 닫히기를 기다렸다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선 아내를 도와서 콜린을 체포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네. 자네가 콜린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아내가 부단장직을 내려놓고 기사단에서 해임되는 것만으로 징계가 끝나지 않았을 걸세.”
“베로니카 언니는 제 소중한 친구이니 돕는 것은 당연하지요. 하지만 결국엔 일이 이렇게 되어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필이면 기밀유출사건에 휘말렸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아내는 영주님의 조카이고, 지금까지 프랑카를 위해서 헌신한 덕에 최악의 경우에도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걸세.”
“다행이군요.”
“그래, 다행이지. 자네가 아내와 만난 뒤로 아내는 몇 번이고 위기를 겪었고, 그 중에서는 목숨마저 위험한 상황도 있었어. 만약 자네가 아니었더라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정말 고맙네.”
나는 알론이 내미는 손을 잡고 악수를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언니가 위기에 빠진 상황 중 절반은 나 때문인 것 같아서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좀 씁쓸했다.
하지만 겨우 이런 이야기를 하자고 내게 독대를 청하지는 않았을 텐데.
음... 내가 먼저 물어보는 게 빠르겠다.
“이런 질문을 드리기 죄송스럽지만 혹시 베로니카 언니와 심하게 다투셨나요?”
내 조심스러운 질문에 알론은 꽤나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정곡을 찔렸는지 한숨을 푹푹 쉬더니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실은 내가 말실수를 했다네.”
“말실수라고요?”
“그래, 치명적인 말실수였지. 나는 아내가 이제 더는 목숨이 위험하지 않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었는데, 아내는 자신의 꿈이 날아간 상황에서 뭐가 다행이냐고 화를 내더군.”
“그래서 베로니카 언니의 태도가 평소랑 달랐군요.”
“바로 실수를 깨닫고 사과를 했었지만 한 번 제대로 화가 나면 나에게 한마디도 안 하는 사람이라서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지 뭔가.”
알론은 두 손으로 자신의 열굴을 가리며 또 한 번 한숨을 푹 쉬었다.
나는 알론이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툭하면 위험한 일에 노출되는데 갑자기 그럴 일이 싹 사라지면 내심 좋을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그게 자의적으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강제로 물러난 것이니 그런 말은 나중에 하는 게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베로니카 언니가 남편 때문에 삐쳤다고 생각하니 뭔가 귀엽게 느껴진다.
“언니가 매사에 대범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소심한 면모가 있었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편이라는 사람이 속을 긁어버리는 발언을 해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아무튼 당분간은 아내 앞에서 눈칫밥을 먹고 살아야할 판일세.”
알론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 저 익숙한 눈빛은 분명 도움을 청하는 눈빛이다.
“잠깐만요. 혹시 저보고 베로니카 언니의 기분을 풀어달라는 건가요?”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빨라. 앞으로 아내와 우리 가족의 앞날에 대해서 긴히 상의할 일이 많으니 염치없지만 이렇게 부탁하겠네.”
알론은 나에게 고개까지 숙여가면서 말했다.
내가 딱히 사랑의 전도사나 부부 문제를 상담해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테르디아로 가기 전에 찝찝한 일을 남겨두고 싶지는 않다.
결국 나는 알론의 부탁을 받아들였고, 그는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고 베로니카 언니가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딴청을 피웠다.
“뭐야? 왜 둘이서만 대화하고 있어? 다른 애들은?”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나갔어. 그런데 벌써 다 씻긴 거야?”
“그게... 내가 좀 어설퍼서 결국은 원래 보모로 일했던 하녀들이 도와줘서 금방 끝났어. 세상에 어린 아들 머리도 제대로 못 감겨주는 엄마는 나밖에 없을 거야.”
“그럴 수도 있지 뭐. 아, 그렇지. 언니, 나랑 같이 산책갈래?”
“좋아. 마침 속이 답답하던 참이었어.”
베로니카 언니는 알론을 슬쩍 쳐다보더니 뭔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나 참, 다 큰 어른들이 애들처럼 한 번 싸웠다고 서로 눈치를 보면서 사과도 못하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다.
이거 알론이 부탁하지 않았어도 결국엔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겠는 걸.
나는 내 사랑들에게 베로니카 언니와 산책을 하러 간다고 통보한 뒤에 언니의 손을 잡고서 저택 밖으로 나갔다.
저택 부지의 정원은 충분히 넓어서 굳이 대문을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산책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나는 베로니카 언니와 나란히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를 걸었다.
오늘따라 언니가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루어지면 안 될 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인 걸까?
난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르자 입술을 깨물었다.
부부가 화해하는 것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이 해선 안 될 생각이나 하고 있단 한심하기 짝이 없다.
“레베카, 내일이면 다시 여행을 떠난다고 했었지?”
“응. 사테르디아에서 해결해야할 일이 생겼거든.”
“우리 기사단... 아, 이젠 아니구나. 아무튼 프랑카 기사단에서 사테르디아 기사단으로 보낸 공문은 너보다 한참 늦게 도착할 테니 모쪼록 그 사람들과 갈등을 빚지 않도록 조심해.”
“일단은 마리의 손님으로 있을 예정이니까 내가 괜한 짓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별 일 없을 테니 안심해.”
“기왕 백수가 된 거 너랑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아쉬워.”
“나도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같이 놀면 되잖아. 그런데 언니, 둘째 만들기는 잘 진행되고 있어?”
내가 짓궂게 묻는 말에 베로니카 언니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헛웃음소리를 냈다.
“아하하... 시작하기도 전부터 싸워버려서 난관에 봉착했어.”
“언니네도 부부싸움을 하는 구나?”
“레베카, 나도 평범한 사람이란다. 부부가 살다보면 다툼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야.”
“왜 싸웠는데?”
내가 슬쩍 운을 띄우자 베로니카 언니는 한숨을 푹 쉬더니 알론이 나에게 해줬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남편은 내가 그런 식으로 기사단을 그만두게 되어서 안타깝다고 하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위험에 노출되지 않아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어. 남편은 그만큼 날 아껴서 하는 말이었겠지만 난 순간적으로 욱해서 내 꿈이 날아가 버렸는데 그게 뭐가 좋은 일이냐면서 화를 내버렸지 뭐야. 남편은 바로 사과했지만 난 내 성질을 못 이겨서 그냥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어. 결과적으로는 분노조절에 실패한 내 잘못이지.”
“음... 알론이 좀 경솔했던 것 같네. 언니가 겉으로는 괜찮은 척을 해도 속으로는 마음이 엄청 상했을 텐데 말이야.”
“너한테도 센 척을 해놓고는 남편에게 화풀이를 해버린 거나 마찬가지지. 그리고 너에게는 우리 부부가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큰 소리를 쳤었는데 어떻게 몇 시간 만에 정 반대의 상황을 만들어버렸네.”
“사람의 앞날이 예상대로만 흘러가라는 법은 없으니깐. 이건 내 생각이긴 하지만 서로 빨리 화해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제 언니가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정해야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감정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잖아. 로베르트의 정서에도 좋지 않을 테고.”
“네 말이 맞아. 얼른 화해를 해야 하는데... 먼저 사과의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아.”
“평소에는 늘 알론이 먼저 사과했구나. 그렇지?”
내가 하는 말에 베로니카 언니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고, 나와 쉽사리 눈을 마주치질 못했다.
언니의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내 사랑들에게 해주는 것처럼 뽀뽀를 해줄 뻔 했다.
“응. 알론과 사귀기 전부터 늘 알론이 먼저 사과를 해왔어. 그게 누구의 잘못이든 간에 말이야. 난 그게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어린 애처럼 먼저 사과를 하는 법을 잊고 말았어. 바깥에서는 공정한 사람인 척을 해도 집에서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거야. 분명 지금도 알론이 어떤 식으로든 나보다 먼저 사과를 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테고.”
베로니카 언니는 마치 알론이 내게 화해의 징검다리를 놓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을 훤히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
난 알론을 위해서라도 그의 의뢰를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어서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이번 기회에 알론에게 먼저 사과를 하는 게 어때? 그러면 분명 알론도 기뻐할 테고 둘째를 만드는 일에 아주 적극적으로 나올 지도 몰라. 후후후.”
“어머, 얘도 참. 우리 부부의 성생활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거 아니니? 그래, 네 말대로 남편에게 먼저 사과를 해야겠어. 앞으로 집에 있다 보면 남편의 얼굴을 볼 일이 훨씬 더 많아질 텐데 언제까지고 사과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좋은 선택이야. 정 힘들면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
“아니야. 이 나이 먹고도 사과를 하는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지.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꿈을 좇는 동안 열심히 뒷바라지를 해준 남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그래, 내 책임으로 인해서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도 사과해야겠다.”
베로니카 언니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남편에 대한 사과는 어떻게든 해결되었다 치더라도 언니의 꿈이 이래도 끝나버려도 괜찮은 걸까?
분명 언니도 그게 엄청나게 분할 텐데 말이다.
“언니, 앞으로 기사단 쪽에서는 일하지 않을 거야?”
“몇 년 정도 자숙의 시간을 가지면 복귀할 수도 있겠지만 기밀유출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니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을 거야. 기사단장이 꿈이긴 했지만 기사단장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니 다른 꿈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만약에 키아라를 그냥 체포했더라면 배후를 계속 추적한다는 명분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엘레아노르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베로니카 언니는 씩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그 생각을 해보긴 했어. 그런 식으로 시간을 질질 끌면 결국 다른 일로 바빠진 상부의 관심에서 멀어져서 내 자리를 보존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걸 위해서 키아라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어.”
“언니, 설마 동정심 하나 때문에 꿈을 포기한 거야?”
“동정심이 원인이긴 하지만 단순히 키아라가 죽을 것만을 걱정해서 그런 건 아니야. 만약 키아라가 체포되어서 그 아이가 호문쿨루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가는 죽음이 유일한 구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온갖 끔찍한 일을 다 당할 거야. 내 자리를 지키겠다고 한 사람의 생명을 지옥으로 밀어 넣을 수는 없었어.”
“언니는 콜린을 체포하기 전부터 키아라가 이미 일반적인 방식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구나.”
“응. 너한테는 아는 게 없다는 식으로 말했었지만 말이야. 아무튼 상식적으로 그렇게 힘이 센 사람은 존재할 수 없으니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도 확신할 수 있었지. 그리고 그 아이가 이제 막 노예가 되었을 때는 잠시 사람의 형태를 벗어나기도 했었고. 처음엔 괴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콜린보다 훨씬 인간적인 아이였지. 그래서 난 키아라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택했어. 마침 네가 키아라를 거두어줘서 다행이야.”
언니는 활짝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언니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난 내가 손해 볼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언니는 그걸로 만족해? 대화를 몇 번 해본 사람을 위해서 자기 꿈을 포기해도 괜찮은 거야?”
“레베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일들 중 하나가 귀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일이란다. 특히 나 같은 나름 위쪽에 속한 귀족들은 수십 번을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할 수 있거든. 하지만 키아라는 재기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사람이야.”
“언니...”
“나는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 온갖 나쁜 사람들에게 이용당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 만약 그 아이를 이용해서 내 자리를 보존했다면 난 분명 평생 후회하면서 살아갈 거야.”
“언니의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키아라를 반드시 지켜줄게.”
“그리고 사랑도 듬뿍 주도록 해. 네 노예가 되었으니 그럴 걱정은 없겠지만 말이야.”
언니는 야시시한 눈빛을 내게 보내며 엉큼하게 웃어보였다.
그래서 나는 할 말을 잃고서 그냥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언니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언니에게 내 성생활이 투명하게 다 공개된 것 같아서 좀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내 변태적인 성향에 대해서 언니가 완전히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으으... 그건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사태다.
“어쨌든 너라면 키아라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그리고 네가 도난당한 물품들은 말 그대로 깔끔하게 증발해서 더 이상의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해.”
“뭐? 돈은 그렇다 쳐도 들어간 자원과 시간,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네.”
“물건은 기사단에서 보관하고 있었으니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손실금액을 어느 정도 보존 받을 수 있어.”
“뭔가 번거롭네. 별로 큰돈이 들어간 것도 아니니까 대충 넘어갈까?”
“레베카, 지금 네가 돈이 많아도 받을 수 있는 것을 귀찮다고 넘어가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야.”
“알았어. 대신에 언니도 알다시피 난 좀 바쁜 몸이니까 나 대신에 언니가 손해배상을 청구해주면 안 될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하지만 나도 당분간 기사단에 얼굴 비추기 어려운 입장이니 집사를 통해서 진행할 게. 나중에 우리 저택에 다시 들를 일이 생기면 그때 배상금을 너한테 넘겨줄게.”
“응. 부탁할게. 그나저나 이젠 밤이 되어도 그렇게 시원하지가 않네.”
“북부지방이라도 여름이 되면 제법 더워. 앞으로 여행을 할 때는 더위대책을 확실하게 세워두도록 해. 제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자연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니까.”
“좋은 충고 고마워.”
나는 과감하게 베로니카 언니의 볼에 뽀뽀를 하면서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베로니카는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내 이마에 답례로 뽀뽀를 해주었다.
“너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언니랑 같이 유년기를 보냈다면 정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 내가 처음 기사단 본부에 발을 디뎠을 때, 언니와 대화를 나누었던 건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었을까 싶어.”
“후훗, 이젠 운명까지 나오는구나? 그래, 운명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긴 하지.”
베로니카 언니는 나를 포옹해주었고, 나는 언니의 품에 한참동안 안겨서 언니의 따스한 체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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