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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216화 (216/271)

〈 216화 〉 215화

* * *

나는 콜린을 프랑카까지 끌고 와서 베로니카 언니에게 직접 인계했다.

다른 영지에 속한 기사단의 부단장을 체포하는 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행정적, 법적 절차 같은 건 알아봤자 머리만 아프니 말이다.

난 명예기사로서 프랑카 기사단의 정당한 협조요청을 받아 체포권한을 부여받았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본다.

베로니카 언니가 내 뒤통수를 칠 사람도 아니고 이 세상에는 사람의 머릿속을 훤히 다 읽어보는 마법도구 같은 것도 있으니 내가 위험해질 일은 없을 거다.

내가 지금 신경 쓰고 있는 사안은 콜린의 미래가 아니라 마리의 어두운 이면과 그로 인해 실의에 빠진 키아라다.

나는 키아라를 쉽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대신에 어제부터 줄곧 그녀의 곁에 계속 있어주었다.

키아라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게 기대어 멍한 표정을 짓거나 가끔씩 훌쩍이곤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키아라가 자기 할 일은 하고, 우리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다함께 프랑카 법원 앞에 앉아서 콜린의 재판결과를 기다렸다.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사람 머릿속을 다 읽을 수 있는 세상이라서 모든 재판은 단심재판이고 재판 자체도 원고와 피고가 서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으니 금방 끝났다.

그래서 재판관의 권위는 내가 살던 세상에 비하면 꽤나 낮은 편이었다.

“얘들아, 많이 기다렸지? 이번 재판은 피고가 다른 영지의 귀족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걸렸어.”

재판의 원고를 맡았던 베로니카 언니는 한결 가벼운 표정을 법정에서 나왔다.

언니는 나를 끌어안고 어리광을 부리더니 내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덕분에 나도 조금은 울적했던 기분이 좋아졌다.

“수고 많았어, 언니. 재판은 어떻게 됐어?”

“콜린은 미성년자들을 납치, 고문, 살인한 죄로 종신형을 받았고 같은 기사단을 공격한 죄로 기사자격을 영구 박탈당했어. 하지만 아직은 귀족이라서 지하 감옥에 넣지는 못하고 귀족전용감옥에 수감될 예정이야.”

“종신형을 받을 정도인데도 여전히 귀족이구나.”

“그게 법적으로 반역과 관련된 죄는 황제폐하께서 직접 판결을 내리시는 법정에서 다루거든. 그래서 콜린은 조만간에 수도에 있는 제국대법원으로 가서 또 다른 재판을 받게 될 거야. 그땐 귀족신분 박탈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목이 날아가겠지.”

“그렇구나. 그런데 호문쿨루스에 대해서는 알아낸 것 있어?”

“아니. 연구원들이 그러는데 제국의 기술력으로는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은 존재라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해. 그래도 네가 멀쩡한 샘플을 잡아줘서 엄청 좋아하더라.”

“그 사람들 입장에서야 새로운 연구거리가 있으면 그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긴 하겠지. 그런데 마리에 대한 콜린의 주장은 사실이야?”

나는 키아라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베로니카 언니는 조금 고민을 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키아라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마리 디베르가 콜린과 함께 음모를 꾸몄다가 서로 갈라선 것은 사실이야. 지금 사테르디아에서 마리와 관련된 흉흉한 소문이 도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마리가 사테르디아에서 저지르는 일들은 우리 프랑카 기사단이 개입할 수 없는 일이라서 수사를 확대하지는 못해.”

“키아라와 관련되어서는 새로운 사실 같은 게 있어?”

“콜린의 머리에 기록된 정보에 따르면 키아라는... 네가 잡아준 호문쿨루스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야. 마리 디베르는 손에 꼽는 연금술사이니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인조인간을 만드는 건 별개의 문제지. 누군가와 도움을 주고받은 게 분명해.”

“그 누군가는 재창조교단 소속일 확률이 높겠네. 마침 엘카힘이 나타나기도 했고.”

“나도 엘카힘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여자를 체포하거나 마리 디베르를 직접 조사할 수는 없으니 이번 사건은 테러범 콜린을 체포해서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들었다는 것으로 종결이야.”

“정말 아쉽네.”

“나도 그래. 하지만 아직 모든 게 완전히 끝난 게 아니야. 기밀유출사건에 대한 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니까.”

“그건 결국 엘레아노르가 저지른 일로 종결되는 거 아니었어?”

“그렇다고 해서 키아라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 키아라가 엘레아노르 일당에서 속은 것과 운반책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한 건 별개의 문제야.”

베로니카 언니는 키아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다.

키아라는 불안감에 내 팔을 잡고서 눈을 꼭 감았다.

“언니, 설마 키아라를 체포할 생각은 아니지?”

“만약 그럴 생각이었다면 키아라가 다른 곳도 아니고 법원 앞에서 너랑 같이 앉아있을 수는 없었겠지. 키아라는 이미 프랑카에서는 사망한 사람으로 기록되었어. 따라서 여기 있는 키아라는 그저 동명이인인 노예일 뿐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어.”

베로니카 언니는 키아라의 어깨를 토닥여주면서 말했다.

언니는 키아라를 위해서 해서는 안 될 일까지 해버렸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키아라를 배려해주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럼 기밀유출사건은...”

“내통자인 연구원은 사형판결을 받고, 엘레아노르는 수배범으로 전국에 얼굴이 알려지고, 나는...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이시간부로 부단장 자리에서 퇴임하고 기사단도 그만두게 되었어. 그래서 이제 난 평범한 귀족여성이란다.”

“어차피 해임될 예정이었는데도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던 거야?”

“단장님 덕분에 경력의 마지막 줄을 기밀유출사건으로 인한 불명예 퇴임 대신에 반역자 체포 이후 퇴임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았거든. 그래서 대충할 수가 없었어. 레베카, 내 마지막 임무를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마워.”

베로니카 언니는 나를 포옹했고, 내 이마와 볼에 몇 번이고 뽀뽀를 해주었다.

나는 언니가 그토록 자부심을 가졌던 기사단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 것도 슬펐지만 언니가 무덤덤하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게 더 슬펐다.

“어머나. 레베카, 설마 나 때문에 우는 거니?”

“그치만 언니가 불쌍하잖아. 그렇게 열심히 기사단과 프랑카를 위해서 일했었는데...”

“아무리 평소에 잘했어도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으니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당연한 거야. 그리고 나 정도면 가벼운 처벌을 받은 수준이니 다행이지. 단장님께서 나를 엄청나게 변호해주셨어. 정말 고마우신 분이야.”

“언니,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우리 아들이랑 열심히 놀아줘야지. 그동안 바쁘다고 못 놀아준 것까지 다 포함해서 말이야. 그리고 남편이랑 둘째를 만들어봐야겠어. 후후후.”

베로니카 언니는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남편을 잡아먹을 궁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니의 남편인 알론이 너무나도 부럽다는 생각이 다 들었다.

“그나저나 앞으로 큰아버지의 요구를 거절할 핑계거리가 사라져서 골치가 아프네.”

“그렇게도 영주가 되기 싫어?”

“영주가 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아. 하지만 큰아버지의 직계혈통도 아닌 내가 영주가 되면 분명 큰 분쟁이 생길 거야. 난 우리 가족이 그런 피비린내 나는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원치 않아.”

“하긴 영주님의 자식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맞아. 마리와 콜린의 사례처럼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은 무슨 일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지. 그래서 당분간은 리베르카에서 지낼까 싶어. 남편이 동의를 해줘야겠지만 말이야.”

“알론이라면 분명 언니를 위해서 뭐든 해줄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믿지만 나 때문에 남편의 직장을 갑자기 옮기게 만드는 건 미안해서. 어떤 결말을 내리든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도록 할 거야. 아참, 오늘 저녁에 다 같이 우리 저택에서 식사를 하지 않을래? 오랜만에 함께 술도 마시고.”

“좋아! 기대하고 있을게.”

“그럼 6시에 시간 맞춰서 와.”

“응. 조심해서 들어가.”

나는 경호원들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는 베로니카 언니에게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베로니카 언니는 잠시 뒤를 돌아서서 손키스를 날려주었다.

“우리도 보호구역으로 돌아가자.”

나는 내 사랑들과 키아라를 데리고서 보호구역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키아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서 걱정이었다.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

“얘들아, 나랑 키아라는 잠시 들를 곳이 있으니까 먼저 가도록 해.”

내가 갑자기 하는 말에 내 사랑들은 다들 눈치껏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 사랑들끼리만 보호구역으로 보낸 뒤에 키아라의 손을 잡고서 인근의 카페로 들어갔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자리를 찾아가서 앉았다.

“키아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시켜.”

“네? 그게...”

“자, 부담가지지 말고.”

나는 키아라에게 메뉴판을 펼쳐주며 말했다.

그러자 키아라는 조금 고민을 하더니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내 눈치를 보았다.

나는 그런 키아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에 종업원에게 내 몫의 커피까지 포함해서 주문을 했다.

“키아라, 어제, 오늘 많이 놀랐지?”

“네... 제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마리 아가씨께서 저를 만드셨을 줄은 상상도 못해봤어요. 그리고 그 착한 마리 아가씨께서 알고 보니 음모를 꾸미셨다 거나 잔혹한 성품을 보이셨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혼란스러워요.”

나는 슬픔에 잠긴 키아라의 손 위에 내 손을 올렸다.

그러자 키아라는 자연스레 내 손을 잡아들어서 자시의 볼에 가져다대었다.

나는 키아라의 볼을 정성스럽게 쓰다듬어주었고 그녀는 눈을 감고서 내 손길을 만끽했다.

“레베카님은 제가 무섭거나 혐오스럽지 않으세요?”

“난 널 항상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다양한 종족이 어울려 사는 세상인데 인공적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받아서는 안 되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제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고맙습니다.”

“키아라, 나는 물론이고 라우라, 이리스, 에리카도 널 그런 이유로 싫어하지 않을 테니 앞으로도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나는 키아라의 눈에서 또르륵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곁으로 가서 꼭 안아주었다.

“사테르디아에 도착하면 마리를 만나서 너에 대한 것을 물어보자. 인조인간이라고 꼭 나쁜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는 없잖아. 마리가 음모를 꾸몄다거나 네게 본성을 숨겼다 하더라도 널 만든 의도가 나쁘지 않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레베카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제가 나쁜 의도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럼 그때까지 마음을 잘 추스르도록 하자. 전에도 말했었지만 힘들면 언제든지 나랑 다른 애들에게 의존하도록 해. 우린 가족이니까.”

“네, 레베카님. 정말 고맙습니다.”

키아라는 내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서 수줍게 키스를 해주었다.

그저 입술끼리 맞닿을 뿐인 풋풋한 입맞춤을 하는 키아라가 너무 귀엽다.

나는 우리 몫의 커피가 나오자 다시 키아라의 맞은편에 앉았다.

“사테르디아에는 언제 출발하시나요?”

“내일 바로 출발할 생각이야. 일단 전송실을 이용해서 볼르디아로 이동한 뒤에 갈 거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겠지.”

“전송실이라는 거 정말 편리하네요. 멀리 떨어진 도시를 마음껏 왔다갔다 할 수 있다니 말이에요.”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로 바로 가는 건 불가능하긴 하지만 덕분에 여행을 하는 와중에도 지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좋아.”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제가 사테르디아에 남게 된다면 그때도 다시 저를 찾아와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그땐 주종관계가 아니라 친구관계일 테니 말이야.”

“감사합니다.”

“물론 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너랑은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거든. 난 널 내 곁에서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키아라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리고 무저항인 그녀의 입 안에 손가락을 슬쩍 집어넣어서 혀를 만지작거렸다.

키아라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싫은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너를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서 내 노예로 삼았어. 만약 그럴 생각이 없었더라면 바로 체포해서 베로니카 언니에게 넘겼을 거야. 아, 나도 모르게 조금 흥분하고 말았네. 실망스럽지?”

“아,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저 같은 괴물을 사랑해주신다니 무척 기뻐요.”

“키아라, 이제부터 네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은 금지야. 너는 바보나 괴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키아라 그 자체라고. 알아들었니?”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방금 저를 좋아하신다고...”

“그래. 나 너 좋아해. 널 처음 보는 순간, 바로 이 여자다 싶었지. 지금도 다른 애들처럼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주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하지만 난 사랑을 강요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널 강제로 내 여자로 만들고 싶지도 않아. 사랑은 서로 마음이 맞아야 뒤탈이 없는 법이니까.”

“저, 저도 레베카님을 좋아하지만 이건 분명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리 아가씨께서는 저한테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을 착각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주셨어요. 그래서 마리 아가씨에 대한 감정을 착각하지 않을 수 있었지요. 아... 혹시 실망하셨다면 죄송해요.”

“아니야. 실망하지 않았어. 오히려 네가 날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걸.”

“전 레베카님 덕분에 살았는걸요. 그런 분을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겠어요. 게다가 레베카님께서 저에게 엄청 잘해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어요. 덕분에 살면서 처음으로 친구들도 생겼고요.”

키아라는 몇 분 전에 슬픔에 잠겨서 눈물을 보였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활짝 웃어보였다.

그래, 역시 사람은 웃어야 하는 법이다.

“레베카님. 저 앞으로 레베카님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그러니 레베카님께서도 저를 버리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우리 아직 만난 지 며칠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억지로 사랑하려고 들 필요 없어.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마음 편히 가지도록 해. 그리고 난 네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이상에야 절대로 널 버리지 않을 거야. 내가 목숨이 위험해지더라도 널 포기하지 않아. 왜냐면 난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거든.”

나는 그 말과 함께 키아라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저지르고 나니 너무 느끼해서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지만 키아라는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처럼 별 볼일 없는... 아참! 자기비하는 금지였지요. 흠흠. 레베카님, 저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살면서 이렇게 들뜬 감정을 느껴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마리 아가씨께서도 저를 많이 아껴주셨지만 그 분을 상대로는 이렇게까지 애틋한 감정을 느껴보지는 못했거든요. 혹시 이게 운명이라는 걸까요?”

“난 운명이라는 걸 믿지 않지만 지금은 그렇게 믿어도 좋다고 생각해. 왜냐면 넌 정말 사랑스러우니까.”

“조금 낯간지럽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헤헤헤.”

“내가 생각해도 좀 그렇긴 하네. 하하하.”

나는 멋쩍게 웃으며 키아라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키아라는 내게 귀엽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곧장 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서 키스를 시도했다.

나는 눈을 감고서 키아라의 촉촉한 입술이 내 입술에 닿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탐하면서 천천히 풋풋한 키스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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