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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215화 (215/271)

〈 215화 〉 214화

* * *

나는 생포한 호문쿨루스에게 분석스킬을 사용했다.

호문쿨루스의 레벨은 40이고 초재생, 신체변형스킬을 가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어린 소녀처럼 보여도 성별은 무성이다.

호문쿨루스의 특성을 봐서는 마물의 뛰어난 재생능력과 거대인면어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이 적절히 섞여있는 것 같다.

어쩌면 여태까지 엘카힘의 파벌인 카론의 아이들이 지금까지 연구해왔던 것들의 완성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프랑카 기사단에서 병력들이 파견되기를 기다렸다가 그들에게 호문쿨루스를 넘겨주었다.

이번에는 어이없게 밖으로 빼돌려지는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기사들은 본인들이 상대하느라 애를 먹었던 호문쿨루스들을 우리가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한 것도 모자라 비교적 멀쩡한 개체를 생포한 것에 대단하다며 우리를 추켜세웠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기사들에게도 무장드론이 있었더라면 우리보다 더 빨리 호문쿨루스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입 다물고 칭찬을 받아들이는 게 더 좋았다.

호문쿨루스를 넘겨줬으니 이제 성 밖으로 나가서 콜린과 대면할 차례다.

지금 콜린은 내 통제 하에 놓인 하급 악마촉수들에게 붙잡혀 꼼짝도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콜린 일행이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하급 악마촉수를 공격했었지만 물량에서 완전히 밀려버렸고, 결국 콜린 혼자만 살아남게 되었다.

콜린이 죽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내가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놈을 죽이지 말라고 명령했었기 때문이다.

“레베카님, 어떤 함정인데 기사단의 부단장이나 되는 사람을 붙잡아둘 수 있는 건가요?”

“그건...”

나는 라우라가 묻는 말에 잠시 뜸을 들였다.

내 사랑들과 키아라에게 내가 악마촉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과연 좋은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악마촉수에 대해서 알게 되면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내는지도 결국 알게 될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들 분명 나에게 크게 실망하거나 두려움 혹은 배신감마저 느낄지도 모른다.

내 본심이 무엇이든 간에 겉으로는 최대한 올바른 일을 추구하는 것처럼 행세해놓고 뒤로는 남들이 상상도 못할 더러운 짓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엘리사처럼 무차별 학살을 저지른 쓰레기라면 의외로 그냥 넘어가줄 지도 모른다.

이제와서 아예 숨기기는 힘들 것 같으니 생산방식을 제외하면 전부 말해줘야겠다.

“레베카님?”

“아, 미안. 잠시 생각을 정리하느라... 내가 콜린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냐고 물어봤었지? 실은 가면쟁이 놈들과 싸우다보니까 나만의 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얼마 전부터 촉수소환스킬로 악마촉수 군대를 만들기 시작했어.”

“그럼 그 군대는 항상 레베카님을 따라다니는 건가요?”

“아니. 제르디아에 거점을 두고 있고, 애완촉수처럼 내가 필요에 따라 소환할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콜린을 잡아둔 병력은 원래 콜린 휘하에 있던 것을 내가 통제권을 장악해서 뺏은 거야.”

“그렇군요. 혹시 저희들도 공격하지는 않겠죠?”

“내 통제 하에 있는 악마촉수들은 절대로 그럴 수가 없어.”

“다행이네요. 아무튼 레베카님에게 군대가 있다니 정말 든든해요.”

라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악마촉수에 대해서 별 문제 없이 받아들였다.

그녀가 나를 믿기 때문에 나의 군대라는 것도 믿어주는 것 같다.

이리스와 에리카 역시 라우라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고, 키아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거부감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은 물량이 부족해서 군대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조건만 갖춰지면 계속해서 늘려나갈 수 있을 거야.”

“조건이요?”

“생산수단에 따라서 병력한도가 있어서 생산수단을 늘려야 병력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어. 지금은 생산수단이 하나라서 병력한도도 적은 편이야.”

“생산수단은 어떤 식으로 확보하나요? 어려운 일이라면 저희들이 도와드릴게요.”

“음... 아니야. 어려운 게 아니라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라서 그런 것뿐이야. 게다가 약간 더러운 일이라서 너희들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아.”

나는 사람으로 악마촉수를 만든다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기에 얼버무리듯 말했다.

아무리 절박해도 모체를 확보하는 일에 내 사랑들을 동원하여 그녀들을 타락시키고 싶지는 않다.

타락하는 것은 나 하나만으로 족하다.

라우라는 약간 미심쩍은 눈빛으로 날 보기는 했지만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분고분한 눈빛으로 변했다.

괜한 질문으로 나를 곤란하게 만드느니 눈치껏 입을 다무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더 궁금한 것 있니?”

“아니요. 저 때문에 출발이 늦어져서 죄송해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출발하자.”

나는 내 사랑들과 키아라를 데리고서 도시의 성벽 밖으로 나가서 버려진 요새로 향했다.

거기까지 걸어가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마법갑옷을 입고 계속 뛰어가면 동력이 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서 마법갑옷을 벗었다.

나는 키아라가 마법갑옷을 벗는 모습에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엘프족의 상징인 금빛 장발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탐스럽게 흔들리는 유방과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키아라는 내 시선이 꽂히는 것을 눈치 챘는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얼굴과 귀를 빨갛게 물들였다.

기다란 엘프귀가 수시로 쫑긋거리는 것이 정말 귀여웠다.

키아라가 나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었으니 나도 그녀에게 좋은 것을 베풀어야겠다.

“키아라, 저도 이제부터 우리처럼 이 바디슈트를 입도록 해.”

“정말 그래도 괜찮은 가요?”

“그럼. 진작 너한테 줬어야 했는데 깜빡했지 뭐야.”

“감사합니다, 레베카님.”

키아라는 내가 치트가방에서 바디슈트를 꺼내주자 활짝 웃으면서 두 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더니 아까보다 더 빨개진 얼굴로 내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나는 키아라에게 바디슈트의 기능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고, 그녀가 바디슈트를 입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키아라가 입은 바디슈트는 검은색 바탕에 보라색 줄이 있는 것인데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날씬한 허리라인, 큼지막한 골반이 강조되어 정말 섹시하게 느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몸을 이곳저곳 쓰다듬다가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게 너무 편해서 이대로 잠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제 모습이 마음에 드시나요?”

“응! 엄청나게 좋아.”

“이 정도로 좋아하시다니 저도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키아라는 나를 향해 배시시 웃어보였다.

섹시함 그 자체인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 순진무구한 아이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니 뭔가 배덕감이 느껴졌다.

나중에 키아라와 섹스를 하게 되면 정말 느낌이 묘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레베카님, 죄송하지만 머리끈을 2개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건 그냥 자연스럽게 부탁해. 과하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어.”

나는 치트가방을 뒤적거리다가 늘 포니테일을 유지하고 있는 이리스가 쓰고 있는 머리끈 2개와 머리빗을 꺼내서 키아라의 손에 쥐어주었다.

키아라는 빗으로 기다란 머리카락을 열심히 빗은 뒤에 머리끈을 이용해서 트윈테일로 만들었다.

“제가 평소에 하던 머리모양을 해봤는데 이상한가요?”

“아니. 엄청 귀여워. 네 순수한 성격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정말요? 고맙습니다. 히힛.”

키아라는 자신의 기다란 트윈테일을 끌어안으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런데 혹시 이것도 마리의 영향인 걸까? 왠지 물어보기가 꺼려진다.

“레베카님, 앞으로도 쭉 이 머리모양을 유지해도 될까요?”

“난 삭발을 하거나 남자처럼 자르지 않는 이상에야 제한을 두지 않으니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해.”

“감사합니다!”

키아라는 허리까지 숙여가면서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작 머리스타일을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을 뿐인데 저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자,그럼 탈 것을 소환할 테니까 다들 놀라지 마.”

나는 중급 악마촉수 1호를 소환했다.

그러자 내 사랑들은 녀석의 위협적인 모습에 자기들도 모르게 총을 뽑아들려고 했지만 내가 녀석을 쓰다듬는 것을 보더니 안심했다.

“보기에는 좀 험악해도 내가 무조건 복종하니 안심해. 1호야, 우릴 목적지까지 태워줘.”

1호는 내 명령에 따라서 바닥에 바짝 엎드렸고, 우리는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말과 같은 속도로 달려서 버려진 요새로 향했다.

녀석은 우리가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촉수로 허리를 붙잡아주었다.

나는 이미 익숙한 일이라서 아무렇지도 않았고 라우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리스와 키아라는 불쾌한지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에리카는... 역시 뭔가가 자신의 몸을 조이는 걸 기분 좋게 여기는 듯 했다.

1호는 몇 분을 내달린 끝에 우리를 목적지까지 옮겨주었다.

나는 녀석의 몸체를 쓰다듬으며 고맙다는 말을 해준 뒤에 내 앞에 질서 있게 도열한 하급 악마촉수들을 지나쳐서 벌벌 떨고 있는 콜린 앞에 섰다.

콜린의 주변에는 사람이 잡아먹힌 흔적들이 역력하게 남아있었다.

내가 콜린을 죽이지 말라고 그랬지 다른 건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역시 죽인 뒤에 잡아먹은 모양이다.

내 사랑들과 키아라는 우글거리는 악마촉수들을 보며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녀석들이 나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것도 모자라 군대처럼 줄을 맞춰서 서있는 모습에 안도하는 듯 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악마촉수들이 날 거역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어째서?”

“그건 네가 어설프게 저 녀석들을 통제하려 들어서 그렇지.”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콜린에게 다가가 그를 걷어찼다.

콜린은 뒤로 꼴사납게 나빠졌고,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분노를 드러냈다.

“네, 네가 모든 것을 망쳤구나! 네가 내 군대를 뺐었어!”

“푸하하하! 뺏은 게 아니라 정당하게 내가 통제하는 군체의식에 포함시켰을 뿐이다. 애초에 넌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겠지만 말이야.”

“군체의식이라고?”

“그래, 모든 악마촉수의 의지를 한데 묶은 정신적 집합체라고나 할까? 그리고 나는 그것의 지배자다. 너처럼 어설프게 약물로 조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나는 자신의 사악한 계획을 떠벌리는 악당과 같은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콜린을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대체 나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내가 너에게 뭘 잘못했기에!”

“뭐, 일단 넌 내 적인 엘카힘과 손을 잡고 사테르디아를 전복하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네가 나를 기생촉수에 감염시킬 작정이었다는 거고.”

“그걸 어떻게...”

“네가 호텔의 꼭대기에서 호문쿨루스와 떡을 치고 엘카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들었거든. 넌 사람 잘못 건드렸어.”

나는 콜린을 한 번 더 걷어찼다.

비록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나고 말도 몇 마디 섞지 않은 사이였으나, 콜린이 나에게 저지르려던 짓만 보더라도 내가 놈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험하게 다루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게 무슨 짓을 할 셈이지?”

“글쎄? 네가 질문에만 제대로 답변하면 피를 보지 않고 끝날 수도 있어.”

“알겠다. 너에게 협조하지.”

콜린은 고개를 푹 떨구며 말했다.

내가 콜린에게 묻고 싶은 것은 사테르디아에서 저지르려는 계획의 전말 같은 게 아니라 키아라와 마리에 대한 것이다.

“넌 왜 약혼자인 마리를 죽이려고 했지?”

“네가 어떻게 그 여자를 알고 있는 거냐?”

“질문은 내가 했는데 말이야... 난 친절한 사람이니 그 정도는 대답해줄게. 나는 우연찮게 마리를 오거의 부락에서 구해줬어. 본인은 사고에 휘말렸다고 하지만 조사해보니 네가 배후더라.”

“생판 모르는 년 때문에 모든 걸 망쳐버리다니... 마리는 나와 손을 잡고 형제자매와 일가친척들을 모두 죽여 확고한 영주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난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서 마리도 제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너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지.”

콜린은 내가 모르는 마리의 면모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마리는 그 사건의 피해자인 것과는 별개로 야망을 품고서 손에 혈육의 피를 묻히려는 사람이었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나와 마리는 서로 별도의 계획을 세웠고, 마리의 계획이 통하지 않으면 내 계획으로 진행하려고 했었다.”

“네 계획은 이미 알고 있고, 마리의 계획은 뭐지?”

“저 괴물을 이용한 살육이다.”

콜린은 키아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키아라에게로 쏠렸고, 키아라는 당혹감을 감추질 못했다.

“마리는 저 괴물을 세뇌하여 기억을 조작하고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만들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권력을 사용해서 기사단에 집어넣었지. 정식기사가 되어 디베르 가문의 저택에서 일할 수 있게 되면 적절한 때에 잠재적인 승계권이 있는 모든 이들을 죽일 작정으로 말이다.”

콜린은 마리가 세웠던 피비린내 나는 계획을 털어놓았고, 키아라는 충격에 빠졌다.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마리 아가씨가 실은 자신을 세뇌하여 학살을 저지르려고 했었다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서 나는 마리를 제거하는 김에 안전을 위해서 저 괴물을 노예로 전락시켜 내 소유물로 등록한 뒤에 새롭게 세뇌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너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지.”

“마리는 내가 집으로 돌려보냈어. 마리가 네 배신을 알게 되면 어떤 일을 벌일까?”

“이미 사테르디아에 있는 내 가족과 가문에 속한 모든 사람들과 사용인들을 모두 죽였다. 그리고 악마기생충 방역을 명분으로 내가 감염시킨 하층민들도 모조리 색출해서 태워버렸다. 내 희망은 촉수군대와 저 괴물을 다시 잡아들이는 것이었지만 너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내 계획은 모두 성공하고 프랑카 기사단도 바보처럼 날 건드리지도 못했을 텐데!”

콜린은 억울해 죽겠다는 눈빛으로 날 노려보았다.

나는 그의 한심한 태도보다는 마리의 진짜 모습이 신경 쓰였다.

이거 내가 선행을 하려다가 무시무시한 악마를 가성시킨 것 같단 말이지.

“일단 넌 프랑카 기사단에 넘길 거야. 거기서 즐겁게 심문을 받으라고.”

“날 죽여! 내 모든 것을 망쳤으면 그냥 날 죽이란 말이다.”

“싫어. 내가 왜 너한테 좋은 일을 해줘야 되는 건데? 일단 입부터 막아야겠네.”

나는 콜린에게 재갈을 물리고 눈가리개를 한 뒤에 완전히 꽁꽁 묶어버린 뒤에 중급 악마촉수 1호의 등에 대충 던져두었다.

그리고 나는 실의에 빠진 키아라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안아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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