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210화 (210/271)

〈 210화 〉 209화

* * *

지하신전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지만 베로니카 언니의 허가증 앞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이 세상에서 성수를 독점 판매하는 신전의 권위는 나름 높은 편이지만 총을 든 세속권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법과 절차에 따른 허가증을 거부하지 못했다.

지하신전의 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사제는 영 탐탁지 않아 하는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어주었고 우리는 지하로 길게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계단의 벽에는 조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서 어둡지 않았다.

간혹 지하신전에서 올라오는 사제와 마주치기도 했지만 누구 하나 우리에게 눈길조차 주질 않았다.

지하신전에 도착하자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생각보다 많은 사제들이 지하신전에 있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그래서 나는 사제들에게 엘레아노르를 봤는지 물어보는 대신에 지도창을 열어서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적대생물추적스킬을 얻었지만 역시나 이미 죽어있는 언데드는 추적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흔적감지스킬을 사용해서 냄새를 시각화했다.

지하신전에는 온갖 냄새가 머무르고 있었지만 엘쿠단에게 사용했던 방부제의 냄새를 특정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방부제 냄새는 지하신전에서 가장 깊고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이어졌고, 그곳에서 유골함을 들고 있는 엘레아노르를 발견했다.

그녀는 저번에 만났을 때처럼 흑백 체크무늬 가면을 쓰고 있었다.

“뭐, 뭐,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분명 여긴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는 장소인데...”

“방부제 냄새가 너무 진하게 남아있어서 말이야. 그나저나 동료의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더니 진짜였나 보네.”

“그래. 엘쿠단은 파벌이 다르기는 했어도 우리 조직을 위해서 헌신했던 사람이야. 내 은인이기도 하고. 그래서 실험에 동원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참을 수 없더라.”

엘레아노르는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재창조교단에 속한 언데드 구도자치고는 꽤나 인간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엘쿠단은 이리스의 아버지이기는 하지만 명백히 죄인이다.

그에게 죽어나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즉, 엘레아노르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교단의 시점에서 바라본 결과물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구도자들 같으면 연구소를 파괴했을 텐데 넌 꽤나 번거로운 방법을 썼더라.”

“내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서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는 없었어. 마침 내게 엘쿠단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었던 정보원의 도움을 받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지.”

“그 사람 이미 붙잡혔어.”

“알아. 중요한 정보원이니 어떻게든 구해내야겠지.”

“프랑카 기사단과 싸우려면 일단 우리부터 이겨야할 거다.”

“진정해. 아무리 그래도 유골함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싸우고 싶지는 않다고.”

엘레아노르는 치트가방에서 마력산탄총을 꺼내서 장전하는 내 모습을 보며 말했다.

어쨌든 간에 엘쿠단을 기리고 싶어 하는 마음은 진심인 모양이다.

“유골함을 이리스에게 넘겨. 동료보다는 딸에게 맡겨지는 게 더 나을 테니까.”

“쟤가 엘쿠단의 딸이라고?”

“그래. 원래 엘쿠단이 너희 조직으로 데려가려다가 실패했었지.”

“흐음... 그러고 보니 좀 닮은 것 같기도 하네.”

엘레아노르는 이리스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이리스가 엘쿠단의 딸이라는 말을 듣고 조금 놀란 듯 했지만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좋아. 유골함을 넘겨줄게.”

엘레아노르는 의외로 간단하게 유골함을 이리스에게 양도했다.

이리스는 조심스럽게 유골함을 받아서 꼭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이리스에게는 좋은 아버지였던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감정이 북받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내가 장례절차를 다 진행하긴 했지만 모자라다 싶으면 자체적으로 또 하도록 해.”

“협조해줘서 고맙다.”

“딸이라는데 어쩔 수 없잖아. 자, 이제 날 어떻게 할 셈이야? 난 엘리사처럼 납치라도 하려고?”

“넌 내가 엘리사를 데려가도 별 반응이 없구나?”

난 예상과 달리 너무 차분한 엘리사의 태고가 별로 재미가 없었다.

분명 엄청나게 분노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내가 엘리사에게 저지른 짓을 몰라서 그런 건가?

“왜? 매정한 언니라고 하고 싶어? 엘리사는 미쳤어. 걘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엘리사가 아니야. 그냥 피에 미친 괴물일 뿐이지.”

“베로니카 언니는 너희 자매가 서로를 아꼈다고 그러던데.”

“그래, 예전에는 그랬었지.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에 불과하고, 베로니카의 추억보정에 불과해. 난 엘리사를 챙겨주긴 했지만 걘 나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했고, 나중엔 날 물리적으로 구속하려고 들었어. 내가 언데드가 되어서 조직에 가담한 뒤로 해방되었을 줄 알았는데 기어코 찾아왔더라... 파벌마저 갈리지 않았더라면 난 세계 최초의 정신병자 언데드가 되었을 거라고.”

“그래서 결과적으론 내가 엘리사를 데려간 것이 좋다는 거야?”

“그래! 너무 좋아! 그냥 네가 평생 가둬두면 좋겠어! 무슨 짓을 하던 내 알바가 아니야.”

“뭐, 그건 네 소원대로 될 거야. 굉장히 유용하게 써먹고 있거든. 언젠가 그 결과물이 너희 재창조교단을 불사를지도 모르지.”

“너 지금 그걸 어떻게...”

엘레아노르는 재창조교단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고, 누구도 알 리가 없는 이름을 내가 알고 있어서 몹시 놀란 모양이다.

“어디서 비밀이 세어나갔지? 엘리사가 다 불어버렸나? 아니야, 그 분의 제약이 그렇게 약할 리가 없어. 그렇다면 대체...”

“진정해. 나도 나름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너희 교단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잖아.”

“이름에는 힘이 있어! 특히 대의를 추구하는 조직의 이름은 쉽게 들켜서는 안 된다고!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직을 가장 적대하는 네가 이름을 알아버리다니 이건 정말 최악의 사태야.”

엘레아노르는 불안감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시끄럽게 굴었다.

아니, 그까짓 이름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난리야?

가면쟁이라는 이상한 멸칭으로 불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잖아.

“그래서 날 죽여서 입을 막을 셈이야?”

“아니. 그 분께서는 절대로 널 죽이지 말라고 명령하셨어. 넌 오직 그 분의 사냥감이고, 언젠가 그 분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니까.”

“우웩!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날 배우자로 삼겠다니 역겹네. 혹시 만날 일 생기면 개소리는 그만두고 당당하게 내 앞에 나서라고 해.”

“넌 그 분의 무서움을 몰라서 그래!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할 테니까 너도 입 조심하도록 해. 나름 네가 마음에 들어서 하는 소리니까 명심하라고.”

“그래, 그래. 알아서 할 테니 걱정마라. 아, 그리고 이거 베로니카 언니가 너한테 보낸 편지야. 읽기 싫어도 버리지는 말아줘.”

나는 베로니카 언니의 친필편지를 엘레아노르에게 내밀었다.

엘레아로느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낚아채듯 편지봉투를 가져갔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봉투를 열어서 편지를 꺼내 읽어보았다.

무슨 내용인지 너무 궁금하지만 언니의 사생활을 캐는 것은 별로 좋지 않으니 참았다.

한참동안 시간을 들여서 편지를 꼼꼼하게 읽어본 엘레아노르는 언데드에게 어울리지 않는 한숨을 쉬었다.

“에휴...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인데 이제 슬슬 나에 대해서 잊어주면 좋겠어.”

“그런 것치고는 목소리에서 기쁨이 느껴지네.”

“내, 내가 뭐가 기쁘다는 거야? 방금 답답해서 한숨을 쉰 거 보면 몰라?”

“발끈하는 거보니까 기쁜 거 맞네.”

“으으으! 그래, 기쁘다! 아직도 날 친구라고 생각해줘서 기쁘다고! 내가 언데드로 변해도, 적대조직에 속해있어도 여전히 날 친구라고 불러주는 베로니카가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난다고!”

“뭐야? 너 진짜로 울고 있어?”

“그, 그래... 제기랄...”

엘레아노르는 이젠 아예 훌쩍이면서 말했다.

세상에 언데드가 눈물을 다 흘릴 줄이야.

이쯤 되면 언데드와 생물의 차이가 있는지가 의문일 정도다.

“기회가 된다면 구도자 엘레아노르가 아니라 친구 엘레아노르로서 베로니카 언니를 만나보도록 해. 분명 언니라면 진심으로 기뻐할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마. 섣불리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난 조직에게 숙청당하고 베로니카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모두 박살날 거라고. 난 몰라도 베로니카를 위해서라도 그런 짓 못해.”

엘레아노르는 새삼 진지하게 말했다.

그녀는 베로니카 언니에게 자신을 잊으라고 말을 하면서도 내심 언니를 걱정하고 있었다.

“난 네가 재창조교단을 완전히 손절하고 나오면 베로니카 언니와의 안전한 만남을 주선해줄 수 있어.”

“웃기는 소리하지 마. 난 이미 손절할 시기를 놓친 지가 오래야. 너 지금 나한테 우호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지? 내가 저지른 짓을 알게 되면 날 죽이고 싶다는 생각 밖에 남지 않을 거야. 내 충고를 잘 들어. 우리 조직 출신이면 누구도 동정하지 마. 네가 보기엔 전부 끔찍한 살인마들일 뿐이니까.”

“정말 도움이 되는 충고야. 새겨듣도록 할게.”

엘레아노르는 다소 느슨해진 내 정신을 바짝 조여 주었다.

자신과 교단이 적이라고 강조하는 주제에 날 생각해주다니 정말 웃긴 여자다.

“넌 말을 잘 들어서 다행이야. 가끔 내 충고를 듣고도 멋대로 행동하다가 죽는 것들이 있거든.”

“난 겁쟁이라서 목숨이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발을 빼버려.”

“아, 그래? 겁쟁이라... 너한테 정말 안 어울리는 단어네. 아무튼 난 이제 가봐야겠어.”

“난 널 체포해야하는 입장이야. 얌전히 따라와.”

“이봐, 이번 사건은 범인을 놓쳐버리는 게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가 실수를 만회하려면 범인인 널 잡아가야 한다고.”

“날 잡아가도 이미 기밀은 재가 되어서 사라졌는데 무슨 만회가 되겠어? 그걸 빌미로 더 큰 징계를 받겠지. 차라리 아깝게 놓친 범인을 계속 추적해서 기밀을 다시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뒤에 시간을 질질 끌어서 높으신 분들이 흥미를 잃게 만드는 게 더 나아.”

“언제 흥미를 잃을 줄 알고?”

“네 눈에는 제국이 우리 조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고서야 카르디아가 그 꼴이 났는데도 아직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하지도 않고 평소처럼 지내겠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엘레아노르는 아까부터 말을 길게 이어가면서 내 의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주었다.

이쯤 되면 적이 아니라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조용히 보내달라고 호소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 거래를 하자. 엘카힘의 위치와 목적에 대해서 말해주면 이번만큼은 보내줄게.”

“그 미친년은 왜? 설마 프랑카에 있어?”

“그래. 콜린이라는 사테르디아 기사단의 부단장과 손을 잡고 뭔가 일을 꾸미고 있어. 겸사겸사 널 죽이고 싶어 하기도 하고. 아, 그렇지! 이번에 무슨 거래를 완수하면 너희 온건파를 완전히 끝장낼 수 있다더라.”

“하필이면 카론의 아이들의 수장이 직접 우릴 박살낼 음모를 꾸미고 있다니 골치 아프네. 유감스럽지만 난 엘카힘이 이 도시에 방문한 사실 자체를 몰랐어. 네 입으로 처음 들었다고. 그래도 콜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조금 있긴 해.”

“일단 말해봐.”

나는 엘카힘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해서 몹시 아쉬웠지만 당면한 위협인 콜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 정보가 쓸 만하다면 말이지.

“콜린은 네가 죽인 막시안의 절친한 친구야. 그래서 콜린은 막시안에게서 촉수괴물을 다루는 법을 배웠어.”

“뭐야? 나 그거 이미 알고 있는 건데.”

“사람이 말하면 일단 끝까지 들어. 콜린은 그 기술로 사테르디아의 뒷세계를 완전히 장악했어. 슬럼가에 사는 모든 이들이 기생촉수에 감염되어서 콜린이 마음만 먹으면 도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지.”

엘레아노르는 내가 아는 기생촉수의 능력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내가 소환할 수 있는 기생촉수는 숙주를 악마촉수를 낳는 모체로 만들 뿐, 숙주를 조종하는 기능은 없다.

하지만 콜린은 스킬이 아니라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서 촉수생물을 다루고 이미 엘카힘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콜린은 스스로 긴급사태를 유발하고 진압하는 자작극을 통해서 사테르디아의 영주가 되고자 해. 혼란한 와중에 디베르 가문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고 공위상태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해당 사태를 제압한 사람에게 영주작위가 돌아가기 마련이거든.”

“그런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놈이 멀리 떨어진 프랑카에서 고작 수습기사 하나를 노예로 만들어놓고는 찾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단 말이야? 웃기지도 않네.”

“그건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네. 콜린이 약혼자를 골로 보내려다 실패했다는 소식이후로 또 그 녀석이 삽질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어. 역시 누구든 너랑 꼬이면 나쁜 일을 제대로 저지르지 못하게 되는 모양이야.”

“그럴지도. 정말 우연히도 콜린의 약혼자를 내가 구해줬고, 놈이 노예로 만든 사람도 내 소유가 되어버렸으니.”

나는 엘레아노르가 하는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적어도 엘카힘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내 앞에서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놈은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넌 정말 재밌는 사람이야. 그 분께서 널 살려두라는 이유를 이제야 좀 알 것 같아.”

“그것 말고 따로 아는 거 없어?”

“음... 내 담당이 아니고 지인에게 대충 들은 거라서 세세한 것까지는 몰라. 하지만 놈을 막고 싶다면 결국 사테르디아로 가야한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지.”

“날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모르는 척하고 넘어갈 거야.”

“아, 그러셔? 네 성격에 잘도 그런 사태를 대충 넘어가겠다. 내가 보기에 넌 본성은 별로 착하지도 않은 주제에 남들에게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떠받들어지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이야. 거기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별로 이득도 없고 목숨도 위험한 상황에도 덤벼들어. 넌 절대 겁쟁이가 아니야. 그저 칭찬에 목이 마른 인간일 뿐이지.”

“멋대로 생각해.”

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국 사테르디아에 갈 예정이고, 어떤 식으로든 콜린과 엮여버렸으니 결국 놈과 끝장을 봐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생각해보니 그 새끼가 날 촉수의 모체로 만든다고 했었지?

누가 진짜 촉수군단의 주인으로 어울리는지 결판을 내는 것도 재밌겠어.

“이제 더는 할 말 없어. 하고 싶어도 제약 때문에 못해. 편지를 전달해줘서 고마워. 만약에 다음에 또 만날 일이 생기면 답장을 전해주면 좋겠어. 그럼 안녕.”

엘레아노르는 빠르게 말을 쏟아 붓더니 내가 인사를 하고는 지하신전을 빠져나갔다.

라우라는 뒤에서 그녀를 덮치려고 했지만 내가 막아서자 바로 복종했다.

엘카힘이 아니라 콜린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했지만 어쨌든 정보를 주면 보내준다고 약속했고, 그건 상대방이 가면쟁이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하신전에서의 긴 대화를 끝낸 나는 약간의 피로를 느끼며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