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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202화 (202/271)

〈 202화 〉 201화

* * *

나는 일단 거의 일주일 내내 쫄쫄 굶었다는 키아라에게 맛있는 음식을 잔뜩 사주었다.

처음에는 약간 수줍어하더니 금방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치웠다.

보통 키가 크면 더 많이 먹어지기는 하겠지만 키아라의 용량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금껏 우리 중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라우라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키아라가 식사를 끝낸 뒤에는 다함께 기사단 본부로 향했다.

베로니카 언니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서 의논하기 위해서다.

또한 가능하다면 최대한 키아라가 해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키아라는 내 소유의 노예이니 말이다.

“레베카님, 죄송하지만 제 얼굴을 가릴만한 것을 받을 수 있을까요?”

“어디보자... 복면을 쓰면 의심을 살 것 같으니 스카프로 가리면 되겠지?”

나는 치트가방에서 놀고 있던 스카프를 하나 꺼내서 키아라의 얼굴과 길쭉한 귀를 직접 가려주었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역시 원본이 예쁘니까 얼굴을 가려도 미모가 숨겨지질 않아.”

“과찬이세요.”

“키아라, 넌 자신감을 좀 키워야겠다. 이럴 땐 지금처럼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들면 돼.”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기대할게. 그리고 기사단 본부에 들어가면 다른 곳에 시선을 두지 말고 내 뒤만 보고 따라와. 그리고 너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놈이 아직도 거기에 있으면 바로 말하고.”

“네, 레베카님.”

키아라는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내게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자기편을 들어주어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기사단 본부 안으로 들어가자 더 이상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평소처럼 민원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 중에서는 엘프족들도 제법 있어서 키아라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키아라는 잔뜩 겁을 먹은 상태라서 소심한 손짓으로 내 옷자락을 잡은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간혹 아는 사람이라도 지나간다 싶으면 눈을 질끈 감고 벌벌 떨었다.

세상에 이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수습기사가 될 수 있었을까?

역시 마리가 곁에서 도움을 줬기 때문이겠지.

나는 키아라의 소중한 마리 아가씨를 대신해서 키아라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자 키아라는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사람들의 시선을 회피해도 눈을 감지는 않았다.

“키아라, 앞으로 우리 둘 사이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 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남들에게 지레 겁을 먹지 않도록 도와줄게. 넌 남들보다 훨씬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사람이야.”

“마리 아가씨께서도 저에게 그렇게 말씀해주셨어요. 하지만 어디를 가든 항상 쓸모없이 키만 크고 멍청하고 눈치 없다는 소리만 잔뜩 들어서...”

키아라는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보기에 키아라는 어릴 때부터 주변으로부터 자꾸 놀림을 받거나 무시를 당하는 일이 빈번해서 성격이 소심해진 것 같다.

하여간 질투가 심해지면 그것보다 더 추한 감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니깐.

“널 조롱하는 목소리에 신경 쓸 필요 없어. 다른 애들도 너한테 말해줬었지만 다들 네 외모가 부러워서 그러는 거야. 그런 못난 것들의 거짓으로 가득한 힐난 때문에 네가 스스로를 낮출 필요가 없어.”

“레베카님은 정말 착하신 분이군요. 도둑질을 한 노예에 불과한 저를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난 착한 사람이 아니야. 그냥 욕망에 충실한 사람일 뿐이지.”

“그, 그렇군요.”

키아라는 내가 하는 말을 듣더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담겨있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 욕망이라는 말에 태도가 묘하게 바뀌는 모습에 나도 내심 그녀와의 섹스가 기대되었다.

생각해보니 이리스도 제법 소심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었지.

키아라도 아마 나와 지내다보면 그런 식으로 성격이 조금씩 변해갈 것 같다.

그 계기가 섹스라면 좀 웃길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나보다 키가 큰 키아라와는 어떤 체위로 섹스를 하면 좋을 지 생각하며 길을 계속 걸어가서 베로니카 언니의 집무실 앞에 도달했다.

하지만 먼저 온 손님이 있어서 우리는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집무실 안에서 간혹 고성이 오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손님이 아니라 원수가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손님’이 씩씩거리며 집무실의 문을 거칠게 열면서 뛰쳐나왔다.

훤칠한 키의 엘프족 젊은 남자는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수행원들에게까지 괜한 화풀이를 했다.

하여간 감정이 앞서는 작자가 윗사람이면 정말 인생이 피곤해진다니깐.

그가 우리가 들어온 방향의 반대편으로 충분히 멀어지자, 키아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방금 그 사람이 저한테 누명을 씌운 사람입니다. 저를 눈치 못 채서 다행이에요.”

“그래? 흥분하면 주변이 보이질 않는 사람인 모양이네. 이름이랑 소속은?”

“콜린 맥도웰 자작입니다. 사테르디아 기사단의 부단장이자 영주님의 사냥터지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리 아가씨의 약혼자이기도 하지요.”

“약혼자라는 사람이 왜 실종된 마리 씨를 찾을 생각은 하질 않고 이렇게 멀리 떨어진 프랑카까지 와서 너한테 누명을 씌운 걸까? 더러운 음모의 냄새가 나네.”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저보고 약혼자를 죽인 사람이라며 누명을 씌웠다가 갑자기 납치한 사람이라고 정정한 것을 봐서는 마리 아가씨께서 휘말린 사고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마리 씨가 죽었다고 믿고 일을 저질렀는데 나중에 일이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서 말을 바꾼 거구나. 아무래도 마리 씨의 약혼자는 약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런데 가면쟁이들은 그걸 또 어떻게 알아내서 널 이용해먹었는지 궁금하네. 혹시 콜린 주변에서 너랑 거래했던 사람들과 똑같이 생긴 가면을 쓴 놈들을 본 적은 없니?”

내 질문에 키아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갑자니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와 거래했던 사람들과는 디자인이 좀 다르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가면을 쓴 사람이 콜린 자작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설마 그것 때문에...”

“보아하니 입막음을 위해서 널 노예로 만들어버린 것 같네. 마침 마리 씨에게 일어난 ‘사고’를 이용해서 말이야. 콜린과 함께 있던 가면쟁이가 화가 많이 났나봐. 그리고 놈들은 파벌이 여러 개 있어서 너와 거래한 쪽은 콜린과 거래하는 녀석과는 다른 파벌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널 죽이지 않고 살려줬을 거야.”

“그렇군요. 그런데 콜린 자작이 제 입을 막고 싶었다면 번거롭게 저를 노예로 만드느니 그냥 죽이는 게 편했을 텐데 이상하네요.”

“수습이라도 기사를 바로 죽이는 건 아무리 잘나가는 귀족이라도 힘든 일이야. 그러니 일단 노예로 신분을 강등시킨 뒤에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하려고 했겠지. 하지만 네가 탈옥을 한 덕분에 놈의 입장이 굉장히 곤란해져서 저렇게 화를 내고 다니는 게 분명해.”

“그건 좀 고소하네요.”

키아라는 지금까지 보여준 적이 없던 살벌한 눈빛을 품으며 말했다.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고 평소의 순진무구한 눈으로 돌아왔다.

평소에 억눌린 게 많아서 저런 식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표출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얘들아, 안으로 들어오렴.”

베로니카 언니는 세상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집무실 안으로 직접 불러들였다.

언니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콜린이라는 놈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당장 그 새끼에게 달려가서 아주 그냥...

“레베카, 내 편을 들어주는 건 기쁘지만 괜히 나 때문에 사고는 치지 말아주렴.”

“어떻게 내 생각을 읽은 거야?”

“그야 넌 눈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다 보이니까. 기사단에서 일을 하다보면 종종 있는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는 마. 그나저나 그 사람이 이번 사건의 범인이구나, 그렇지?”

베로니카 언니는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 옆에 서있는 키아라에게 관심을 보였다.

키아라는 베로니카 언니보다 키가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 더 커서 미묘하게 눈높이가 더 높았다.

“수습기사 키아라 베니에르. 사테르디아 기사단 소속이고 기사단 상호간의 교류차원에서 프랑카 기사단에 방문. 하지만 콜린 부단장의 약혼자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노예로 강등되었다가 차후 납치에 관여했다고 죄목이 정정. 그러다 일주일 전쯤에 탈옥을 하는 바람에 여러 사람들이 징계를 받고 시말서를 몇 장이고 반복해서 제출하게 됨. 또한 기밀유출에 협조한 혐의가 있음. 키아라, 내 말에서 틀린 게 있니?”

“저 때문에 피해를 보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억울해서...”

“묻는 말에만 대답하렴. 넌 당장 내 손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큰 죄를 저질렀어. 그러니 살고 싶다면 멋대로 나서지 않도록 해.”

베로니카 언니는 지금껏 내가 본 적이 없던 강압적인 태도로 키아라를 압박했다.

언니의 눈동자는 그 누구라도 당장 진실을 불어버릴 정도로 무섭게 번뜩였다.

“다시 한 번 물을게. 내 말에서 틀린 게 있니?”

“네! 저는 콜린 부단장님의 약혼자를 해치는 일에 절대로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키아라는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큰 목소리로 베로니카 언니의 질문에 답변했다.

확실히 계급이 가진 위계질서의 힘이라는 건 참 대단한 것 같다.

“좋아. 그렇다면 왜 기밀을 유출하는 일에 협조했지?”

“콜린 부단장님의 약혼자를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제게 돈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진짜 납치범이라고 믿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배달의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의뢰가 기밀과 관련되어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키아라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베로니카 언니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나는 키아라가 하는 말을 거들어주려고 했지만 베로니카 언니가 무언의 경고로 막아서서 어쩔 수가 없었다.

“키아라, 그건 몰랐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어떤 사정이든 국가의 중요한 기밀로 분류된 물건을 빼돌리는 것은 중대한 범죄야. 그래서 이렇게 널 체포하는 즉시 사형하라는 명령서가 나올 수 있는 것이고.”

베로니카 언니는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들어서 키아라에게 내밀었다.

서류에는 키아라의 처분과 관련된 명령이 간단명료하게 적혀있었고, 콜린 맥도웰의 이름과 도장이 큼지막하게 찍혀있었다.

“하지만 이 멍청한 명령서는 내 앞에서는 아무런 효력도 없어.”

베로니카 언니는 과감하게 명령서를 세로로 쭉 찢어버리더니 촛불에 불을 붙여서 완전히 태워버렸다.

언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키아라는 물론이고 우리들도 당혹감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 키아라를 취조하는 듯이 대했던 사람이 정작 명령서를 태워버리다니 말이다.

“나랑 같은 부단장인 주제에게 감히 나에게 명령서를 주고가? 흥! 어림도 없는 소리지. 콜린은 어떻게든 널 죽이고 싶어 하고, 그게 난 너무나도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의 배후에 놈이 있다고 가정해도 이상하지 않아.”

베로니카 언니는 콜린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넘어서서 그를 적대하고 의심하는 단계까지 도달해버렸다.

그래서 키아라를 당장 체포하지 않고 사정을 들어본 것 같다.

콜린의 건방진 태도가 정작 그가 끝장을 내려고 들었던 키아라를 살려주는 결과를 가져오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난 누명을 쓴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정말 질색이다. 방금 네가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모습에서 진심을 봤어. 그러니 키아라,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네 신변을 내가 보호하겠다.”

“언니, 그거 너무 위험하지 않아? 아무리 키아라가 억울해도 일단은 대외적으로 탈옥한 노예이자 기밀유출범이잖아. 괜히 언니까지 위험해지면 어쩌려고 그래? 게다가 누명이 아니라면... 뭐, 사실 나도 키아라가 누명을 쓴 거라고 믿고 있기는 하지만 언니는 사회적인 위치가 나랑 다르잖아.”

“레베카, 네가 키아라를 네 소유의 노예로 만든 덕분에 내가 위험해질 일은 없어. 원활한 수사를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면 그만이거든. 하지만 노예가 저지른 일은 모두 주인이 책임져야하니 넌 경우에 따라서 진짜로 위험해질 수도 있겠구나.”

“뭐? 그런 법이 있었어?”

“세상에, 그걸 아직도 몰랐단 말이야? 예를 들어서 네가 키우는 개가 다른 사람을 물면 누가 책임을 지니?”

“그야 내가... 아! 그래서 노예가 사고를 치면 주인이 책임을 져야하는 구나...”

“그래. 넌 경솔하게 키아라의 ‘범죄’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네 노예로 삼는 바람에 괜히 책임질 일을 만들어버렸어. 그것도 제법 큰 죄에 대한 책임을 말이야.”

나는 베로니카 언니가 하는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내 곁에 있던 라우라는 굉장히 곤혹스러워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레베카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어리석게도 레베카님을 부추겨서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라우라, 너 갑자기 왜 그러니? 얼른 일어나.”

“그야 제가 키아라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키아라를 레베카님의 노예로 삼으라고... 그걸 바보 같이 좋은 방법이라고... 다 제 잘못이에요!”

“진정해. 어차피 네가 반대했어도 난 내 욕망에 따라서 키아라를 내 노예로 삼을 작정이었어. 그리고 네가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뿐이야.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아줘.”

“하지만 제가 요즘 들어서 자꾸만 레베카님에게 건방지게 굴었던 적이 많아서... 아까도 제 멋대로 레베카님을 막거나 하는 식으로... 레베카님이 저한테 잘해주신다고 건방지게 기어올라서 죄송해요.”

“내가 그게 싫었다면 진작 하지 말라고 그랬겠지. 그리고 이제 넌 내 노예가 아니잖아. 이렇게까지 나한테 숙일 필요는 없어. 하지만 솔직히 아까 날 막았을 때는 살짝 기분이 언짢기도 했어. 다음부터는 그런 부분은 조심해줘.”

“네, 레베카님. 명심할게요.”

라우라는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으로 나를 오매불망 바라보며 말했다.

아아, 어쩜 우는 모습까지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저 눈물을 혀로 핥아버리고 싶다.

“흠흠. 얘들아, 진정했으면 내 말 좀 들어주렴.”

“미안해, 베로니카 언니.”

“괜찮아. 아무튼 이번엔 콜린과 기밀유출사건 사이의 관계를 파헤치는데 집중할 거야.”

“이번 사건도 재창조교단이 연관되어있어. 키아라는 콜린이 가면을 쓴 놈과 대화하는 것을 봤고, 배달의뢰를 하고 상자 속 물건을 가져간 것도 가면을 쓴 놈들이야.

“정말 지긋지긋한 놈들이야. 그렇지?”

“그러게. 얼른 싹 쓸어버리고 싶어.”

“후훗, 나도 그래. 내부의 적은 내가 알아볼 테니 너희들은 콜린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아줘. 단장님께서는 겉으로는 탈옥수이자 반역자인 키아라 색출작전으로 진행해서 콜린을 속이고 싶어 하시니 다른 기사들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는 없을 거야. 그래도 지금처럼 키아라를 눈감아주는 정도의 간접적인 협조는 받을 수 있으니 걱정 마.”

베로니카 언니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씩 웃었다.

예상보다 일이 더 복잡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내가 할 일은 실로 간단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찰자산을 총동원해서 콜린의 온갖 비밀들을 캐내는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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