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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201화 (201/271)

〈 201화 〉 200화

* * *

프랑카 구시가지의 노예시장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에리카에게 예속각인을 새기기 위해 들렀던 것을 마지막으로 올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예시장에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체력 좋고 건강한 노예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노예상들은 그런 수요에 맞출 수 있는 노예들을 항상 준비해놓았다.

내가 이리스를 구매했던 노예상점은 여전히 예쁘고 날씬한 노예들을 취급하고 있었다.

“레베카님, 예전에 절 돌봐주셨던 분에게 인사를 드리고 와도 될까요?”

“아, 그 다크엘프 아주머니 말하는 거지? 다녀와. 우리는 예속각인을 새기는 곳에 있을 테니까 대화를 끝내면 거기로 와.”

“네, 레베카님.”

나는 이리스를 그녀가 머물렀던 상점으로 보내주고 제인이 일하는 주변에서 제일 큰 노예상점으로 향했다.

상점 내부는 바깥보다 많은 손님들이 있었고, 수시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노예가 저렇게 많이 공급된다는 건 어디선가는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노예사냥 같은 게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범죄를 저질렀거나 거액의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만으로는 저렇게 많은 노예가 공급되지는 못할 것 같다.

노예들이 낳은 아이들을 포함하더라도 저 많은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노예는 한 번 제대로 구입하면 꽤나 오랫동안 쓸 수 있고, 그 가격도 제법 비싼데도 계속해서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체 노예로 무슨 짓을 하는 걸까?

재창조교단에서 노예를 대량으로 동원하여 생체실험을 꾸준히 자행했던 사례를 생각하면 뭔가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뭐, 지금까지 구매하거나 양도받은 노예들에게 전부 성노예의 각인을 새기고 지금도 억울하게 노예가 된 사람을 내 소유의 성노예로 만들 작정을 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닌 것같긴 하네.

예전 같으면 별 생각 없었을 텐데, 세레나가 위에서 전부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죄를 짓는 기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그런 걸로 세레나가 내게 개입해서 벌을 주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거다.

이 정도로는 달에 기거하시는 기계여신님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내가 괜히 커다란 창문 너머의 하늘을 올려보는 사이에, 늑대족 여성인 제인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손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네, 덕분에 아무 탈 없이 지냈습니다. 그나저나 간만에 새로운 노예를 들이셨군요.”

제인은 키아라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직접 손을 대질 않았을 뿐이지 시선만으로 키아라를 구석구석 살펴보았는데, 머릿속으로는 키아라의 가치를 매기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보아하니 이제 막 노예가 된 것 같군요. 복종교육이 필요하십니까?”

“복종교육이요?”

“손님께서는 지금까지 충분히 교육이 된 노예를 구매하시거나 양도를 받으셔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소하신 것 같군요. 복종교육은 갓 노예가 된 상품이 주인에게 저항을 하거나 해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교육입니다. 특히 이 노예처럼 강력한 무력을 타고난 경우엔 필수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제인은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키아라를 보면서 말했다.

보는 것만으로 키아라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차리다니 정말 대단하다.

“키아라는 이미 저에게 순종적이니 그런 교육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그냥 예속각인만 새겨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위치는 늘 하던 그곳이면 되겠습니까?”

“어... 잠시 만요.”

나는 즉답을 피하고 키아라를 쳐다보았다.

키아라가 아랫배를 손으로 슬쩍 가리는 것을 보니 이미 늘 하던 그곳이라는 말을 이해하고 있는 눈치였다.

만약 강제로 키아라에게 자궁문신 형태의 예속각인을 새기면 나중에 마리와 재회하게 된다면 꽤나 곤란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키아라가 노예가 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무등록 탈주노예인 그녀를 내가 선점하여 소유권을 얻게 된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이니 그녀를 어떤 노예로 삼는지는 내 마음대로다.

나중에 풀어주는 일이 생기더라도 일단은 내 취향대로 해야겠다.

“키아라, 너 이리스의 예속각인을 봤었지?

“네, 레베카님. 그게... 더 이상 노예가 아닌데도 새기고 있는 게 신기했어요.”

“그건 내 여자라는 징표야. 이리스뿐만 아니라 라우라와 에리카도 똑같은 각인을 새기고 있지. 너도 내 노예가 되었으니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레베카님께서는 저를 노예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 받아들이고 싶으신가요?”

“맞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너만큼 예쁘고 섹시한 여자를 놓치는 건 너무 아쉽단 말이야.”

“제, 제가 정말 예쁜가요? 맨날 트롤 같다는 소리만 들어서...”

“라우라가 말했던 것처럼 널 질투하는 것들의 헛소리야. 너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아무튼 네가 원한다면 예속각인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겨줄 수는 있어.”

내 제안에 키아라는 입을 꾹 다물고서 고민에 빠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하복부에 자궁문신을 새기기로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다.

하지만 결국엔 키아라도 내 의지에 따르게 될 것이다.

“제가 여기에 예속각인을 새기면 저를 소중히 여겨주시는 건가요?”

“물론이지. 정해진 규칙만 잘 따른다면 너에게도 사랑을 듬뿍 줄 수 있어.”

“그럼... 레베카님의 뜻에 따라서 예속각인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키아라는 상의를 들어 올리고 하의를 아래로 살짝 내려서 하복부를 노출하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순수하면서도 야릇한 모습에 당장에라도 자지를 세우고 덮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손님 말씀처럼 복종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순종적이군요. 그럼 바로 예속각인을 새기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제인은 키아라의 하복부 위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흘려 넣어 예속각인을 새겼다.

그러고는 내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바쁘게 걸어갔다.

“생각보다 더 선명하네...”

키아라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몸에 새겨진 자궁문신을 보면서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면서 다른 손으로는 자궁문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키아라는 그런 내 손을 잡기는 했지만 힘을 쓰지는 않고 내가 하는 대로 그냥 방치했다.

그리고 실컷 즐긴 나는 그녀의 옷을 손수 정리해주었다.

“키아라, 이걸로 넌 내 여자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배신하는 일이 없도록 해. 난 배신자라면 질색이거든.”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위는 금지이고 아침마다 내게 키스를 하도록 해. 물론 순번은 확실하게 지켜야할 거야. 뭐든지 라우라, 이리스, 에리카 그리고 네 순서야. 알았지?”

나는 여태까지 내 사랑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키아라는 어떠한 거부감도 드러내지 않았고, 그녀의 순수함이 가득한 눈동자에는 나에 대한 적대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네, 레베카님. 규칙은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규칙은 없나요?”

“그것 말고는 딱히 제한하는 건 없어. 나한테 미리 말만 하면 혼자서 외출을 해도 돼. 필요한 게 있거나 먹고 싶은 게 있을 때도 언제든지 말하고.”

“염치없지만 지금 바로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지.”

“실은 배가 고파서...”

“여태까지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

내가 묻는 말에 키아라는 세상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숨어사는 와중에도 도둑질 같은 건 할 수 없다며 쫄쫄 굶었을 것이다.

“좋아. 그럼 이리스가 합류하는 대로 바로 밥을 먹으러 가자. 좋아하는 거 있니?”

“저는 여태까지 그냥 주는 대로만 먹어서 그런 건 딱히 없습니다.”

“싫어하는 거나 못 먹는 음식은?”

“그것도 딱히 없습니다.”

“그래? 그럼 무난하게 초밥 먹으러갈까?”

내가 초밥이라는 말을 꺼내자 라우라와 에리카는 미소를 지었지만 키아라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마법으로 작동하는 냉장고 비슷한 게 있는 세상이라서 내륙지방에서도 초밥이나 다른 해산물을 먹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귀족이나 부호들에게 해당되는 일이고 대부분의 내륙지방 사람들에게는 평생 한 번 먹을까 말까할 정도로 비싸다.

내 사랑들은 이미 그런 값비싼 음식을 먹는 일에 적응이 되었지만 키아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초밥은 엄청 비싸지 않나요? 분명 귀족 분들이나 먹는 거라고 들었는데...”

“수습기사도 귀족이잖아.”

“아니요. 수습기사는 정식기사가 아니라서 저 같은 평민 출신들은 아직 귀족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정식기사가 되어 귀족신분을 부여받더라도 다른 귀족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평생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그렇구나. 나는 기사가 되면 무조건 귀족으로 인정받는 줄 알았어. 왜냐면 내가 명예기사가 되었을 때는 바로 귀족에 준하는 취급을 받았었거든.”

“명예기사는 흔치 않고, 누군가를 명예기사로 임명할 수 있는 사람은 보통 귀족들 중에서도 신분이 높은 사람이니까요.”

나는 키아라가 해주는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확실히 차기영주로 확정된 알리시아라면 다른 귀족들보다 신분이 높기는 하지.

즉, 나를 모독하면 곧 알리시아를 모독하는 일이 되니까 다들 겉으로나마 날 귀족으로 취급해줬던 것이다.

“레베카님! 저 왔어요.”

“어서와, 이리스.”

“예속각인을 새기는 일은 끝났나요?”

“응. 방금 끝났어. 이제 키아라는 공식적으로 우리 일행이 되었어.”

나는 키아라의 상의를 다시 들추며 말했다.

전부 다 보이지는 않아도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훤히 보여줄 수 있었다.

“키아라, 앞으로 잘 부탁해. 우린 분명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잘 부탁합니다. 이리스.”

“존댓말 금지!”

“아, 응. 주의할게. 앗!”

이리스는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당황해하던 키아라에게 다짜고짜 안겨들었고, 그녀는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뒤꿈치를 바짝 든 상태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헤헤헤. 키아라, 넌 언니 같아서 너무 좋아.”

“그, 그래? 난 영 못 미더운 사람인데...”

“어째서?”

“겁쟁이에, 바보처럼 사기꾼들에게 속기나 하고...”

“그건 너처럼 착한 사람을 속이는 놈들이 나쁜 거야. 넌 마리 아가씨를 간절하게 구해드리고 싶었을 뿐인 걸.”

이리스는 자책하는 키아라의 편을 들어주며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그러자 우울해보였던 키아라의 표정이 금방 밝아졌다.

역시 이리스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이리스, 언제까지 너만 키아라를 독차지하고 있을 거야?”

“미안, 미안. 이 가슴이 너무 푹신푹신해서 나도 모르게 자꾸 기대게 되더라. 그런데 에리카, 넌 그냥은 안아주기 힘들 것 같은데?”

“지금 나 작다고 놀리는 거야? 이거 완전 인종차...”

“아, 아니야!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니까 제발 쉿!”

이리스는 자신에게 쏠리는 부정적인 시선에 서둘러 에리카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인류연합제국의 웃기는 점은 노예가 있을 정도로 인권개념이 옅고, 엄격하게 돌아가는 신분제도가 있는 국가인 주제에 인종차별에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나 된 인류를 부정하는 인종차별과 같은 행위는 제국과 제국의 주인이신 황제폐하를 모독하는 반역에 가까운 행위이며, 창조신에 대한 신성모독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내가 받침대를 해줄 테니까 제발 나 좀 살려주라.”

“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기꺼이 용서를 해주지.”

에리카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 엎드려 스스로 받침대가 된 이리스를 밟고 올라섰다.

나는 뭔가 막아야 될 것 같아서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갑자기 라우라가 막아서서 어쩔 수가 없었다.

라우라가 실실 웃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그녀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어쨌든 에리카는 자신의 머리보다 클 것 같은 키아라의 가슴 사이에 얼굴을 완전히 파묻고서 즐거워했다.

“저기...”

“아, 미안. 나도 모르게 심취해버렸네. 내 이름은 에리카라고 해. 나도 존댓말 금지야.”

“응. 그렇게 할게. 초면에 이런 말을 해도 될까 모르겠지만 넌 정말 귀엽구나.”

“그래? 내가 보기엔 네가 더 귀여운 것 같은데? 하는 행동이나 말투 하나하나가 아이처럼 순수해서 재밌어.”

“키가 큰 사람이 그러면 바보 같지 않아?”

“전혀. 키가 크다고 해서 귀엽지 않은 건 아니야. 그리고 이 말을 명심해. 넌 바보가 아니라 순수한 사람이야.”

“고마워. 그런데 이리스가 엄청 힘들어 보여.”

키아라는 에리카를 가볍게 들어 올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리스의 옆에 내려놓았다.

덕분에 이리스는 겨우 후들거리는 몸으로 다시 일어났고, 옆에서 라우라가 팔을 붙잡아주었다.

그리고 라우라는 키아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대신에 악수를 청했고, 키아라는 그녀의 악수를 조심스레 받아주었다.

“키아라, 다른 애들은 존댓말 금지라고 했지만 난 아직 그럴 생각 없어. 앞으로 레베카님께 충분한 신뢰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해. 그리고 모자란 부분은 내가 확실하게 교육을 시켜줄게. 레베카님께 부탁드리기 어려운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우리에게 상담하도록 해. 알았지?”

“네, 잘 부탁드립니다, 라우라 아가씨.”

“그냥 라우라라고 부르면 되는데 말이야.”

“뭔가 아가씨라고 불러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에헤헤, 마음대로 해.”

라우라는 키아라와 처음 대화를 했을 때도 그랬지만 아가씨라는 호칭이 정말 듣기 좋은 모양이다.

첫 만남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이렇게 다들 키아라에게 호감을 표현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밀절도사건 때문에 키아라가 내 곁을 떠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바짝 써야겠다.

그래야 저 아름다운 유방 아니, 키아라가 내 하렘에 완전히 합류할 수 잇을 테니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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