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 1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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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가 찾아낸,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흔적을 따라서 프랑카의 슬럼가에 발을 디뎠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이곳은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더 이상은 슬럼가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불결하기 짝이 없는 위생 상태는 완전히 개선되어서 더 이상 내 발에 불쾌한 것이 밟힐 일이 없어졌다.
또한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골목길과 건물들은 말끔하게 정비되어 어디서든 햇빛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기사단원들이 수시로 순찰을 돌면서 주민들의 치안을 챙겨주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가난하기 짝이 없었지만 개선된 환경 덕분에 여기서 살아가는 모두가 안심하고 오가는 모습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슬럼가 주민들을 위한 재개발이 잘 진행된 것을 보면 프랑카의 영주인 루시우스는 나에게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적어도 약속은 제대로 지키는 사람인 모양이다.
난 솔직히 재개발을 빌미로 빈민들을 모조리 다 쫓아버리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할 것이라 짐작했었다.
재개발에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가난한 평민들의 애환은 보통 고려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말끔하게 개선된 도로를 따라서 가다보니 한창 공사 중인 현장이 나왔다.
수많은 인부들이 각종 연장으로 건물이나 도로를 만들거나 무거운 건축자제들을 이곳저곳으로 나르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베로니카 언니가 말했었던 마법외골격장치를 착용한 사람들도 종종 있었는데, 내가 찾아낸 흔적은 그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일단 대부분 남자인데다 여자라고 하더라도 종족이 다르거나 귀족의 예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공사장에는 가끔 중량 마법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기중기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는데 늘 뭔가를 죽일 때 입던 갑옷이 건설에 동원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꼭 싸울 때만 그런 것을 입으라는 법은 없긴 하지.
마법갑옷 관련 기술이 민간에도 허용된다면 온갖 힘든 일에 다 써먹을 수 있을 테고 그만큼 현장에서 다치거나 죽는 사람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힘든 세상에서 그건 아직 시기상조겠지.
범인이 남긴 흔적은 인근의 공사장에 잠시 머물렀는데, 여기서부터는 수레를 사용해서 엘쿠단의 시체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발자국과 더불어 수레바퀴자국이 아직 아무런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은 진짜 슬럼가 안쪽을 향해 이어졌다.
베로니카 언니가 말했던 것처럼 아직 저곳에서는 온갖 불합리하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악한 인간이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불우한 사람들은 여전히 저곳에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겠지.
예전 같으면 정말 들어가기 싫었겠지만 이제는 바디슈트만 입고 있어도 웬만한 공격에서 안전할 수 있으니 자신감이 생겼다.
슬럼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예상했던 대로 불결하기 짝이 없는 환경이 펼쳐지고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서 한낮에도 조명이 필요할 정도였다.
곳곳에 마약에 중독되었거나 불치병에 걸려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방치되어 있었고,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마약상으로부터 약을 구걸하거나 동전 한 닢 때문에 서로를 죽일 듯이 공격했다.
단순히 재개발로 거주환경을 개선한다고 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심하게 다쳐서 구걸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에게 동전을 던져주려다가 주변에 그것만 기다리고 있는 놈들을 보고는 생각을 바꿨다.
지금 내가 불쌍하다고 적선을 해주면 이 사람은 아마 몇 분 안에 저 놈들에게 죽도록 얻어맞거나 살해당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돈 대신에 고속회복캡슐을 한 알과 작은 물병을 주기로 했다.
주변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놈들은 실망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는 구걸하는 사람에게 캡슐을 먹도록 권유하고 몸이 나아지면 빨리 여기서 나가라고 조언해주었다.
부디 이 사람이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기를 바란다.
내가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을 돕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라우라는 자연스레 내 손을 잡으며 말을 걸었다.
“레베카님, 여기서는 그런 식으로 도움을 주다가는 끝도 없을 거예요.”
“나도 알아. 마약중독자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은 내가 구제해줄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까지 외면하고 싶지는 않아.”
“확실히 레베카님은 저보다 훨씬 인간적이세요. 저 같으면 전부 무시하고 범인 추적하는 일에만 신경 썼을 테니까요.”
“아니야. 난 순수한 의도로 선행을 하는 게 아니라 그걸로 희열 같은 걸 느끼는 사람인 걸. 아마 저쪽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시선에는 위선자처럼 보일 거야.”
“위선이라도 행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리고 내 생각에는 라우라 너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이고.”
나는 라우라에게 가볍게 키스를 한 뒤에 그녀와 손을 잡은 채로 계속해서 범인이 남긴 흔적을 따라갔다.
두 사람이 겨우 나란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의 막다른 곳에 범인이 사용했던 수레가 버려져있었는데, 수레에는 방부제 냄새가 강하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방부제 냄새는 근처에 있는 낡고 오래된 연립주택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건 진짜 닭장수준이네. 이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구나.’
나는 좁아터진 복도 위를 대놓고 돌아다니는 바퀴벌레 무리와 역한 곰팡이 냄새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종종 방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표정만 보아도 정말 삶이 힘들어보였다.
삐거덕거리는 문 너머로 슬쩍 보이는 방은 사람 한 명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작았다.
아마 내가 누우면 머리와 발이 각각 방의 모서리에 닿을 것처럼 보인다.
워낙에 불쾌한 환경 때문에 범인이 남긴 흔적이 흐릿해지긴 했지만 특유의 방부제 냄새만큼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방부제 냄새를 따라서 옥상으로 올라갔고, 거기에 난립한 판자로 대충 만들어진 옥탑방 중 하나 앞에서 멈춰 섰다.
발자국은 이 옥탑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끝으로 사라졌고, 방부제 냄새가 옥탑방 주변에서 엄청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도창을 확인해보니 주변에 빨간색으로 이름이 표기된, 적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제법 많았지만 적어도 연립주택과 이 옥탑방에는 무해한 사람들뿐이었다.
모든 흔적이 목적지라고 가리키고 있는 옥탑방 안에는 ‘키아라’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엘프족 여성이 머무르고 있었다.
안전을 확인했지만 이 안에 있는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 일단 마력권총을 빼들고, 바디슈트의 헬멧을 작동시킨 뒤에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옥탑방 안에는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미녀가 알몸인 상태로 몸을 닦고 있었고, 근처에는 흙이 잔뜩 묻은 하이힐과 허름한 원피스, 방부제 냄새가 가득한 금속상자가 놓여있었다.
그녀는 내가 권총을 들이밀자마자 깜짝 놀라며 양 손을 번쩍 들어 올렸고, 그 반동으로 나보다 큰 풍만한 가슴이 폭력적으로 흔들렸다.
난 그걸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왔고, 심지어 코피가 나올 것만 같았다.
키아라는 나보다 키가 커서 거의 180cm는 될 것 같았다.
거기다 최소한 F컵은 되어 보일 정도로 커다란 유방과 그것과 황금밸런스를 맞추는 훌륭한 볼륨감을 가진 엉덩이 그리고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키아라의 수려한 외모는 내가 지금까지 봤던 사람들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예뻐서 지금의 내 얼굴보다 더 예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음 같아서는 저 어마어마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서 그 푹신함을 즐기고 싶었지만 키아라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이상, 일단은 조사부터 해봐야겠지.
“저, 저한테서 원하시는 게 뭔가요?”
키아라는 엘프족 특유의 초록색 눈동자로 내게 두려움 가득한 시선을 보냈고, 그만큼 목소리도 떨렸다.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이 조금 불쌍하게 느껴지지는 했지만 아직은 그녀가 무고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일말의 동정심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천천히 뒤로 돌아.”
키아라는 내 명령에 따라서 기다란 금발을 휘날리며 황급히 뒤로 돌아섰다.
세상에! 뒤에서도 가슴이 윤곽이 이렇게 잘 보일 정도로 크다니 정말 대단하다.
남들이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일상생활을 할 때는 정말 불편할 것 같다.
내 가슴도 불편할 때가 제법 있는데 저 정도 크기면 오죽할까 싶다.
나 참, 지금은 가슴에 집중할 때가 아닌데 말이다.
“라우라, 주변에 뒤져보고 의심스러운 물건은 모조리 확보해. 그리고 이리스는 이 사람의 몸을 수색하고 에리카는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로 묶어.”
내 사랑들은 내 명령에 따라서 신속하게 움직였다.
라우라는 조금 거칠게 판잣집을 뒤졌지만 이리스와 에리카는 부드러운 태도로 키아라를 대했다.
그 사이에 나는 상자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봤는데, 예상과는 달리 텅 비어있었다.
지금까지 그 어떠한 흔적도 놓치지 않았으니 분명 여기서 어떤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만약 엘쿠단, 그러니까 도미닉이 어떤 식으로든 부활했다거나 시체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한 것이라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질 것 같다.
“이봐, 이 상자는 네가 기사단 본부에 있는 창고에서 훔쳐온 거 맞지?”
“전 어느 연구원에게 부탁을 받아서 여기까지 옮긴 것뿐이에요. 절대로 훔친 게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제, 제, 제발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키아라는 이젠 아예 벌벌 떨어가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슬럼가에서는 사람의 목숨이 벌레의 그것만큼이나 가벼우니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살해당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죽는 것만도 못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키아라가 엘리사처럼 학살을 저지른 것도 아니니 일단 대화를 좀 더 해봐야겠다.
“넌 기밀에 해당되는 물건을 훔쳤어. 단순한 절도범이 아니라 스파이로 혐의로 처벌받을 거야. 운이 좋다면 교수형이고 운이 나쁘다면 화형이나 거열형을 당하겠지. 하지만 배후가 누군지 솔직하게 말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일단 되는대로 말을 던져서 키아라를 협박했고, 그녀는 아예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내가 너무 험하게 말했나?
아니야. 상대가 예쁘다고 봐주고 싶어 하는 건 잘못된 거야.
“그냥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부탁을 들어준 거예요. 이 상자 안에 언데드가 들어있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예요.”
“잠깐, 언데드라고 했어?”
“네! 갑자기 가면을 쓴 여자가 여기로 들어오더니 상자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언데드를 데려갔어요.”
“그 여자의 이름이 뭔지 알아?”
“아니요. 그런 건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냥 약속했던 돈만 주고 갔어요.”
가면쟁이와 언데드라는 정황만 보자면 엘레아노르가 배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엘레아노르 본인이 언데드라고 반드시 언데드를 수족으로 부린다는 법은 없으니 성급하게 단정 짓지는 말자.
나는 키아라에게 분석스킬을 써서 그녀의 나이, 레벨, 직업, 신분을 구체적으로 알아냈다.
키아라는 22살이고 레벨은 생각보다 훨씬 높은 42였다.
신분은 노예였지만 탈주한 상태였고, 직업은 당연히 무직이었다.
“키아라, 넌 여기 출신이 아니지?”
“어떻게 제 이름을...”
“내 질문에만 대답해. 탈주한 노예는 죽여도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까.”
나는 키아라의 뒤통수를 총구로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물론 그녀를 진짜로 죽일 생각은 없으니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넣지는 않았다.
그러자 키아라는 한숨을 푹 쉬더니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진지한 말투를 입에 담았다.
“저는 사테르디아 기사단의 수습기사였던 키아라 베니에르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누명을 써서 귀족의 성씨를 뺏기고 노예가 되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왜 중요한 기밀로 취급되는 물건을 빼돌렸지? 그것도 모자라서 창고에 있는 물건까지 모조리 다 가져가다니 너무 도가 지나치지 않아? 창고 안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의족과 의수가 있었단 말이다.”
“저는 창고에 있는 물건에는 손을 댄 적이 없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이미 텅 비어있었고, 의뢰를 한 연구원으로부터 상자를 넘겨받았을 뿐입니다.”
“그 배신자 연구원의 정체는?”
“덩치가 큰 남자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목소리를 변조했으니까요.”
“제기랄,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아무튼 넌 제국의 적들과 내통했어. 네가 기사단에서 쫓겨난 이유를 대충 알겠는 걸.”
“적이라고요?”
“그래. 흔히 가면쟁이라고 불리는 재창조교단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는 사악한 놈들이야. 오늘 네가 돈 때문에 저지른 일이 무슨 끔찍한 일로 돌아올지 몰라.”
“아가씨를 구출할 수 있는 돈을 원했을 뿐이었는데...”
“네 사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넌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어. 적과 내통해서 국가기밀을 훔치는 일을 도왔으니 살아남기 어렵겠지.”
나는 마력권총의 총구를 키아라의 뒤통수에서 치우면서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키아라가 뒤를 돌아보더니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머리를 바닥에 바짝 조아렸다.
그리고는 물어보지도 않은 사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테르디아 지방을 다스리는 디베르 가문의 마리 디베르 아가씨께서 납치를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가씨가 납치범에게 넘겨줬다는 누명을 쓰고 노예가 되었습니다. 가문에서는 아가씨를 포기했지만 저는 노예가 되었어도 납치범들이 요구한 돈을 모으고자...”
“마리 씨는 내가 오거의 부락에서 구해드렸어. 지금쯤이면 사테르디아에 도착했을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마리 씨는 볼르디아 남쪽에서 납치당했는데 왜 넌 이렇게 멀리 떨어진 프랑카에 숨어서 납치범들을 상대하고 있는 거야? 뭔가 앞뒤 말이 안 맞잖아.”
“저는 마리 아가씨의 호위에 참가한 적이 없고 프랑카 기사단과의 교류를 위해서 파견된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도 디베르 가문에서 급파된 사람이 다짜고짜 제가 납치의 배후라고 단정 짓고서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전 탈옥해서 숨어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납치범이라고 주장하는 놈들은 널 어떻게 찾아낸 거야?”
“그건... 어라?”
“아무리 마리 씨를 구출하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도 그렇지, 그런 식으로 간단하게 사기꾼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게 어디 있어? 내가 보기에 네가 말한 납치범들은 너한테 일을 맡겼던 놈들과 한패야. 네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먹은 게 분명하다고!”
“어, 어떡하면 좋지요? 마리 아가씨께서 무사하시다니 다행이지만 제가 저지른 죄는...”
“그거야 죽음으로 갚아야하지 않겠어?”
내가 완전히 얼어붙은 키아라에게 살벌한 말을 던졌다.
그러자 키아라는 절망으로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네가 내 소유의 성노예가 된다면 어떻게든 네 목숨을 부지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어.”
나는 라우라에게 배운 소악마적 미소를 지으며 마력권총의 총구로 키아라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키아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강압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이걸로 내 하렘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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