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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194화 (194/271)

〈 194화 〉 193화

* * *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니라면, 황금가면은 분명 나를 ‘원본’이라고 칭했다.

루카스에게 세상의 비밀에 대해서 들었으니 내 복제가 있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그리고 내가 원본이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불과 얼마 전에 내가 복제라도 원본보다 행복하면 상관없다고 해놓고는 말이다.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군. 도로테아, 미안하지만 우리끼리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자리를 비켜주면 좋겠구나.”

“네, 마리아님. 그럼 레베카 씨, 나중에 봬요.”

도로테아는 황금가면, 그러니까 마리아의 부탁에 순순히 집으로 돌아갔다.

마리아의 말투는 나이가 제법 많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마치 손녀를 대하는 할머니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것 같다.

“일단 내가 머무르는 야영지로 가서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지.”

마리아는 자신이 타고 온 와이번의 고삐를 풀어서 하늘로 날려 보내며 말했다.

아, 나도 얼른 와이번을 길들여서 타고 다니고 싶다.

나는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마리아를 따라서 인근의 숲으로 들어갔다.

마리아는 숲 한복판에 있는 자신의 텐트에 도달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질 않았다.

난 그게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라서 그냥 입을 다물고 마리아를 따라갔다.

마리아가 머무는 텐트는 상당히 커서 10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고, 다양한 물건들이 텐트 안팎에 있었다.

왜 집에서 편하게 지내지 않고 이런 불편한 텐트에서 사는 건지 모르겠다.

“커피를 내올 테니 잠시 여기 앉아서 기다리려무나.”

마리아는 내게 접이식 의자를 하나 꺼내서 펼쳐주었다.

나는 순순히 그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올려다보았는데, 역시 가면보다는 직접 얼굴을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기... 마리아 씨?”

“마리아라고 부르렴. 존댓말이나 반말은 알아서 선택하고.”

“흠흠. 마리아, 이제 우리끼리만 있는데 굳이 가면을 쓰거나 음성변조를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내가 용기를 내서 꺼낸 제안에 마리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의외로 쉽게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나와 똑같이 생겼고, 나처럼 젊은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나타났다.

내가 수시로 거울을 통해서 보는 바로 그 얼굴이 내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마리아의 황금빛 눈동자는 그녀가 살아온 세월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세상 슬픈 감정을 품고 있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 가면을 벗는 건 정말 오랜만이구나.”

음성변조를 하지 않은 진짜 마리아의 목소리는 역시 나와 똑같았지만 좀 더 차갑고 허스키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눈동자와 마찬가지로 지나간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듯 했다.

무엇이 나와 똑같은 사람인 마리아를 이토록 슬프게 만들었던 걸까?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할 비극을 겪었던 것은 아닐까?

뭔지는 몰라도 민감한 문제일 테니까 내가 먼저 물어보지는 않도록 해야겠다.

내 성격에 남이 그런 걸 물어보면 분명 화가 날 테니까.

내가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에 마리아는 내게 따끈따끈한 커피를 한잔을 쥐어주었다.

구수한 커피향은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주었고, 한 모금 마시자 온 몸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항상 이리스에게 부탁하는 바로 그 커피와 같은 맛이 났다.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인데...”

“난 네 복제이니 좋아하는 것도 똑같을 수밖에. 제법 오래 살았어도 커피 취향만큼은 변하지 않더라고.”

마리아는 내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분명 나와 근본이 같은 사람인데도 목소리에서 연륜이 느껴져서 기분이 묘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겉만 젊고 속은 다 늙은 사람이 되는 걸까?

아, 그건 일단 노화방지 스킬을 얻은 뒤에나 생각할 일이네.

그나저나 묻고 싶은 말은 산더미처럼 많았었는데, 내 복제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런 질문을 하기가 참 난감하다.

“레베카, 내 눈치는 보지 말고 궁금한 건 물어보도록 해.”

“역시 내 속마음을 알고 있군요.”

“당연하지. 일단은 내가 너의 복제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겠지?”

“아, 네. 맞아요.”

“나는 지금으로부터 1백 년 전에 이 세상에서 눈을 떴다. 게임에 접속했다가 못 나가게 되었다고 생각했었고, 어차피 삶에 큰 미련은 없었으니 그냥 이 세상을 현실로 여기고 살자고 생각했었지.”

“그건 저랑 똑같네요.”

“그럴 수밖에. 그땐 모험가길드와 마력총이 없어서 모험가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직업으로 통했어. 하지만 난 다른 복제들보다 신체능력이 월등히 뛰어나게 설계되어서 무서울 게 없었지.”

“잠깐만요. 제 복제인 사람들이 더 있어요?”

나는 마리아가 복제‘들’이라고 말하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복제가 있는 것 자체는 놀라지 않았지만 복제가 많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체 리디머는 나를 많이 복제해서 뭘 하려는 걸까?

“그래. 지금은 나 밖에 없지만. 아무튼 난 모험가로 활동하면서 제법 명성을 날렸었다. 둘도 없이 사랑하는 아내와 절친한 친구들 덕분에 항상 즐거웠었지. 하지만 난 10년 만에 모든 걸 잃었다.”

마리아는 주먹을 꽉 쥐며 그렇지 않아도 슬퍼 보이는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나도 내가 사랑하는 애인들과 소중한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게 된다면 마리아처럼 평생 동안 고통스러워하겠지.

“사고라도 있었던 건가요?”

“리디머의 실체화된 화신이 직접 지상으로 강림해서 내가 남긴 흔적을 모두 지우고 내가 귀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을 소멸시켰다. 난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지.”

“인공지능이 대체 왜 그런 짓을...”

“리디머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너를 이 세상에 풀어놓기 전에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를 원했다더군. 그래서 지난 수천 년간 나를 포함하여 수많은 복제실험체를 만들어서 지상으로 보냈던 거야. 그리고 정보수집이 끝나면 내게 그랬던 것처럼 깔끔하게 ‘청소’를 한 뒤에 또 다른 복제실험체를 내려 보내는 식으로 계속 데이터를 수집했던 것이고. 난 특수성 때문에 살아남았지만 다른 복제실험체들은 모두 리디머의 화신에게 제거 당했다.”

“그럼 나 때문에 당신을 포함해서 다른 복제들이 전부 그런 일은 당한 거잖아요.”

“네가 아니라 너에 대한 리디머의 뒤틀린 애정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네가 자책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 우리는 그저 어느 회사의 자의적인 판단이 만들어낸 괴물에게 희생당한 것뿐이야.”

마리아는 혼란스러워하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나를 위로해주었다.

누구보다도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도리어 위로를 받으니 정말 미안했다.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될 일을 왜 굳이 현실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서 해결하려고 했던 걸까요?”

“리디머는 인간처럼 감정을 가진 존재다. 일반적인 인공지능의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어. 혹시 모르니 현실에서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마리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인격을 가진 강대한 인공지능에게 인생을 유린당했고 지금은 이렇게 가면을 쓰고 세상과 거의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그녀가 정말 안쓰러웠다.

그리고 언젠가 리디머가 나에게도 마리아나 다른 복제실험체들에게 저질렀던 짓을 반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두려움에 손이 떨리고 숨이 거칠어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자 마리아는 내 손을 꼭 잡아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안심해라. 방금도 말했었지만 넌 리디머가 총애하는 존재다. 리디머는 너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을 무로 되돌릴 수도 있다.”

“그것 참 무거운 애정이네요. 그런데 제가 이 세상에서 눈을 떴다는 건 이제 당신도 안전하다는 뜻이겠죠?”

“그래. 리디머는 나를 마지막으로 데이터 수집을 끝내고 너를 지상으로 내려 보내도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실행에 옮겼다. 마침 내가 이 세상으로 내려온 지 딱 1백년이 되는 날에 말이지.”

마리아는 마치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신기하리만치 나를 원망하는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라면 분명 내 인생을 망가뜨린 모든 것을 원망했을 텐데... 혹시 마리아의 특수성은 원본인 나와 다른 복제들보다 훨씬 이타적이기 때문인 걸까?

냉정하게 생각하면 다른 복제들과 달리 뛰어난 신체능력을 부여받아서 쓸 만한 일이 많아서 그런 거겠지.

뭔가 마음이 답답해지는 게 좀 가벼운 이야기를 해서 분위기를 전환해야겠다.

“그런데 나이가 1백 살이 넘으셨는데도 얼굴이 저랑 똑같네요. 비결이라도 있나요?”

“리디머는 실험에 참가했던 보상이랍시고 자기 멋대로 나를 불로불사로 만들었다. 물론 불사라고는 해도 타살당하면 죽어. 뭐, 아직까지 날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놈은 하나도 없었지만 말이다. 하하하!”

마리아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는데, 내가 웃을 때랑 너무 비슷하게 들려서 나도 같이 웃어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슬픈 눈빛만큼은 웃지 않는 것을 보면 억지웃음일지도 모르겠다.

분위기를 바꾸는 게 쉽지 않으니 마음이 답답하다.

“마리아, 당신은 제가 이 세상에서 눈을 뜬 것을 어떻게 알았나요?”

“리디머가 가르쳐주더군. 처음엔 무시하려고 했었지만 너도 알다시피 호기심이 강해서 결국 널 보러갔었다.”

“그게 언제였나요?”

“마침 네가 노예시장에서 라우라를 구매할 때였지. 그 뒤로도 종종 너를 지켜봤었다.”

“그렇군요. 아, 그렇지. 왜 저에게 노르헤임의 좌표를 남기고 갔나요?”

“노르헤임의 지하유적에는 네가 가면쟁이라고 부르는 재창조교단의 본부로 갈 수 있는 단서가 있다. 하지만 오직 너와 네 일행만 들어갈 수 있는 던전 안에 있기 때문에 나는 단서를 얻을 수가 없다. 그래서 네게 좌표를 남기게 되었지.”

나는 드디어 가면쟁이들의 진짜 조직명을 알게 되었다.

재창조교단이라는 해괴한 이름을 가진 사이비종교단체가 지금까지 날 계속 곤란하게 만들었단 말이지.

그런데 대체 뭘 재창조하겠다는 거야?

지금까지 놈들이 저질렀던 일을 생각하면 그냥 괴물들이 바글거리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 같단 말이지.

“그냥 직접 만나서 말해주시기 그랬어요? 안 그래도 그 날 이후로 제가 가는 곳마다 성물을 모은다고 선수를 쳤잖아요. 대체 성물은 어디에 쓰려는 거예요?”

“리디머가 웬만하면 내가 먼저 너와 접촉하는 일이 없도록 요구했거든. 그리고 성물은... 아하하, 이거 말하기가 좀 부끄럽네.”

마리아는 나처럼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했다.

내가 평소에 저렇게 바보 같은 표정도 짓는단 말이야?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주세요.”

“별 건 아니고 그냥 수집욕이야. 리디머가 내 삶이 지겹지 않도록 업적 시스템을 추가해줬는데, 거기에 세상의 모든 성물을 모으는 업적이 있거든. 그래서 그걸 달성하겠다고 돌아다니다보니 우연히 네 여행길과 겹치더라고.”

“항상 몇 발자국 앞서서 나타나는 건 전혀 우연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거야 네가 진짜로 죽을 위기에 처하면 리디머와의 계약에 따라서 내가 구해줘야 하니까 그렇지.”

“계약이요?”

“그래, 계약. 리디머는 내가 네 목숨을 지켜주는 대가로 내 아내의 의식을 보존해주기로 했다. 언젠가 내가 죽게 된다면 가상현실에서나마 그녀와 재회할 수 있겠지.”

마리아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희미하게 보이는 달이 떠있었다.

아마도 리디머의 본체는 이 행성의 주변을 도는 위성에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런 계약을 맺은 것 치고는 항상 제 주변에 있는 것 같지는 않던데요. 제 나름 죽을 위기를 몇 번 겪었는데도 구해주러 오지도 않았고요.”

“리디머는 널 아끼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보호하려고 들지는 않아. 판타지 세상을 모험하는데 위기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리디머는 네가 극복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쳐야지만 나를 개입시키거나 화신을 강림시킬 거다. 화신이 강림할 정도의 위기라면 영지 하나가 통째로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겠지.”

“음... 그냥 둘 다 개입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계약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요? 설마 제가 죽을 때까지는 아니죠?”

“리디머는 네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라더라. 정말 애매한 기준이지.”

“만약 제가 리디머를 만날 일이 생기면 당신을 자유롭게 풀어달라고 부탁해볼게요. 기왕이면 아내 분을 부활시켜 달라고도 요구해봐야겠죠.”

“말만 들어도 고맙구나. 하지만 네가 리디머와 말을 섞을 일은 거의 없을 거다. 리디머가 네 부탁을 들어준다는 보장도 없고. 누군가를 아끼기 때문에 구속을 하고 자기 멋대로 다루려는 경우가 있다는 걸 명심하렴.”

“네, 그럴게요.”

나는 그 말과 함께 조금 남은 커피를 단번에 들이켰다.

다 식어버렸지만 그래도 맛이 나쁘지는 않았다.

마리아는 나를 위해서 다시 텐트로 들어가 커피를 더 끓였고, 이번에는 아예 간식거리도 가지고 나왔다.

“마을엔 얼마나 더 머무를 생각이니?”

“일주일 정도는 쉬었다 가려고요.”

“이 마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평화로워서 좋아요. 다들 친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왜 이 마을을 만들었나요?”

“재창조교단은 비정상적인 세상을 바로 잡겠다며 만들어진 조직이다. 조직 내에는 수많은 파벌이 있고 그 중에서는 마수족에게 암컷을 만들어줘서 더는 인간을 씨받이로 사용하지못하게 하려는 파벌도 존재한다. 그리고 난 그 파벌이 혼종을 만드는데 영향을 준 사람이다. 놈들은 겉으로는 좋은 말을 하는 것 같아도 실상은 마수족을 통제해서 생체병기로 쓸 생각만 하고 있지.”

“그럼 죄책감 때문에 마을을 만든 거군요.”

“네 말이 맞다. 말 한마디가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만들고 말았지.”

“가면쟁이들을 싹 다 죽일 생각을 해본 적 없나요?”

“개인이 거대한 종교단체를 상대하는 건 맨손으로 상급마물을 죽일 수 있어도 힘든 일이다. 나 혼자 수십 년을 놈들과 싸워도 큰 성과는 없었지. 하지만 난 포기할 생각 없다.”

“그래서 놈들의 본부로 향하는 단서가 있는 곳의 좌표를 저한테 남겨준 거군요. 제가 단서를 얻으면 그걸 바탕으로 본부로 쳐들어가려고요.”

“어떤 조직이든 머리를 잘라내면 힘이 많이 떨어지니 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너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 단서가 있는 것을 보면 리디머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여. 사랑하는 네가 영웅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단 말이지.”

나는 마리아가 하는 말에 머리가 굉장히 복잡해졌다.

리디머는 나를 극단적일 정도로 소중히 여기면서도 내가 목숨을 건 모험을 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동화 속 용사님처럼 내가 세상의 영웅이 되기를 바라다니 말이다.

“리디머는 왜 그렇게 저를 아낄까요? 이유가 전혀 짐작이 되질 않네요.”

“그 날의 교통사고를 기억하고 있지?”

“당연하죠. 그걸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가해차량은 기억하고 있고?”

“아르카디아 퓨처 네트워크의 화물차였잖아요.”

“그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단 거지.”

나는 마리아가 의미심장하게 던지는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분위기를 잡는 걸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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