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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186화 (186/271)

〈 186화 〉 185화

* * *

우리는 계곡을 따라 쭉 올라가다가 언덕 바로 밑에서 일단 멈춰 섰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마족의 부락이 나오니 정찰을 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작전을 짤 필요가 있다.

작전이라고 해봤자 대부분은 마법갑옷의 성능을 믿고 돌격하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마족의 부락을 공격하는 이상, 놈들이 씨받이나 먹이로 활용하기 위해서 잡아온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나는 정찰드론을 띄우기에 앞서서 내 사랑들에게 이제 마음껏 드론을 소환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내 사랑들은 따로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곧바로 정찰드론을 소환하며 즐거워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신기해하는 그녀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는 각자의 정찰드론들을 화살이 닿지 않는 고도까지 날려 보냈고, 사방에서 적의 거주지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정찰드론의 렌즈에는 가장 먼저 오거가 포착되었는데 이건 썩 좋은 신호는 아니다.

오거는 마인족들 중에서 지능은 낮은 편이지만 신체능력으로 그것을 보충할 수 있을 정도로 키와 덩치가 크고 힘도 세다.

신장은 최대 4미터까지 자라서 아프리카코끼리와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수준이고 몸무게가 많게는 1톤 가까이 나가는 근육질 괴물이다.

다소 부족한 지능 탓에 금속을 다루지는 못하지만 돌과 나무로 각종 물건과 건물을 만들 수는 있다.

물론 투박하기 짝이 없고 완성도는 어설프지만 놈들이 휘두르는 통나무몽둥이나 커다란 돌도끼에 맞으면 아마 중량 마법갑옷을 입고 있어도 무사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몸이 워낙에 튼튼하고 가죽이 갑옷 수준으로 질겨서 마력소총탄을 몇 발 맞는 것 정도로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오거는 피부가 불에 잘 타지 않아서 화염탄의 효과가 떨어지고 연막탄이나 조명탄으로 시야를 차단해도 후각과 청각이 뛰어나서 큰 효과는 없다.

몸무게가 무거우니 풍압탄은 먹히지도 않고 제압탄을 써서 돌덩이로 둘러싸도 힘으로 부수고 나올 것이다.

빙결탄으로 미끄러뜨리는 건 효과가 있겠지만 오거의 운동신경은 빙판에서 미끄러지더라도 계속 허우적거릴 정도로 둔하지 않다.

그리고 힘을 보자면 어린 아이가 곤충의 다리를 잡아떼는 것처럼 간단하게 사람의 사지를 뽑을 수 있고 자신의 무게만큼 무거운 돌덩이를 어렵지 않게 들어서 던질 수 있다.

던질 수 있는 거리 자체는 10여 미터 정도이지만 1톤짜리 돌이 날린다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공성병기나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오거는 기본적으로 번식력이 좋지 않아서 개체수가 많지 않지만 다른 마인족들을 노예로 부려서 머릿수를 채운다.

지금도 지배종족인 오거들이 먹고 노는 와중에 노예로 잡히거나 팔려온 고블린과 오크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오거가 있을 줄이야. 슬라임에 이어서 너무 강하게 설정한 게 후회가 되는 상황이네.’

나는 또 한 번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며 오거가 지배하는 부락을 좀 더 관찰해보았다.

부락은 목책으로 둘러싸여있지만 요새화되었다고 하기엔 엉성한 부분이 많았고,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함정이나 장애물 같은 것도 없었다.

어차피 야생에서 오거를 공격할 만한 동물은 거의 없으니 대충 사는 것 같다.

부락을 쭉 살펴본 결과, 오거 4마리와 고블린 31마리, 오크 12마리가 바깥에 있었다.

열화상으로 판잣집들의 내부를 살펴보니 가장 큰 판잣집에 오거 3마리와 사람 3명이 함께 있었고, 그 옆에 좀 더 작은 건물에는 8명의 사람과 고블린, 오크 십여 마리가 같이 들어가 있었다.

보아하니 마인족들이 그 불쌍한 사람들을 겁탈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부락에서 약간 동떨어진 건물에는 씨받이로 희생된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내가 확인한 정보들을 내 사랑들과 공유했고, 그녀들도 나와 같은 정찰결과를 도출했다.

우리는 오거 자체는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생존자가 있는 상황 자체에는 모두 함께 우려를 표했다.

마족들만 상대하면 보유하고 있는 화력을 무작정 퍼부으면 되지만 죽음이 곧 해방인 씨받이가 된 사람들도 아니고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선 조심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이면 눈 먼 총알이 불쌍한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레베카님, 작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상대가 오거이니 함께 뭉쳐서 화력을 집중하는 게 좋다고 봐. 우리가 마을의 입구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오거를 유인하고 좁은 입구에 적들의 움직임이 집중되면 거기에 빙결탄을 쏴서 진영을 무너뜨리자. 그런 뒤에 우리 가진 화력을 총동원해서 놈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리는 거야.”

“그 작전이 통하지 않으면요?”

“그러면 드론으로 놈들을 커다란 구멍 쪽으로 유도해서 슬라임의 밥으로 만들어주지 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거는 분명 강한 괴물이지만 상급마물 같은 규격을 벗어난 생물은 아니기 때문에 6대의 무장드론 부대가 머리 위에서 쏟아 붓는 화력을 당해낼 수는 없을 거다.

“아예 드론만 보내서 싸우게 만드는 건 어떠세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니 직접 현장에 가야지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좋다고 봐.”

“아, 그렇군요. 혹시나 누가 다치거나 죽을 위기에 처하면 구해줘야 하니까요.”

“응. 마족들만 있었다면 네 제안대로 여기 앉아서 무장드론들을 마을로 보냈을 거야. 그럼 위험한 쓰레기들을 치우러가자.”

나는 치트가방에서 마법갑옷을 줄줄이 꺼내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마법갑옷을 입은 뒤에 총기의 상태를 확인했고, 각자 무장드론을 소환했다.

그리고 금속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오거 부락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망루 위에 있던 고블린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우리의 등장을 알리다가 이리스의 정확한 사격에 머리가 터져버렸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기에 안성맞춤인 사격이었다.

머리를 잃은 고블린의 시체가 바닥에 떨어지자 고블린과 오크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근처에 있던 오거 4마리가 함성을 지르기 시작하자 그대로 얼어붙어서 꼼짝도 하질 못했다.

사람만큼 큰 몽둥이와 돌도끼로 무장한 오거들은 노예들을 앞세워서 돌격했고, 우리는 정면에서 놈들의 무모한 공격을 웃으면서 맞이해주었다.

우리는 마력소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하늘에서는 무장드론들이 마력탄을 적들에게 마구 퍼부었다.

허접스러운 무기를 들고 억지로 등을 떠밀렸던 고블린과 오크들은 무기력하게 죽어나갔지만 오거는 주변에 있는 노예들을 잡아다 방패처럼 써먹었다.

나는 오거들이 마을의 입구로 모여들자 바로 정찰드론으로 빙결탄을 땅바닥에 난사해서 모두 꼴사납게 미끄러지게 만들었다.

아직도 운 좋게 살아남은 고블린과 오크들은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버둥거렸지만 오거들은 넘어진 노예들을 발판으로 삼아서 미끄러지지도 않았다.

오거들은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를 향해 거리를 좁혀들었고, 우리는 놈들에게 총알을 계속 퍼부었다.

놈들은 처음엔 노예들로 총알을 막다가 그것들이 너덜너덜해지자 그냥 자기 몸으로 총알을 수십 발씩 맞으면서도 멀쩡히 뛰어왔다.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졌지만 마침 이리스가 마력저격소총으로 가장 앞에 달려오던 놈의 머리를 날려버리자 긴장감이 좀 풀렸다.

이리스가 죽인 오거의 몸이 바닥에 쓰러지기도 전에 다른 놈들은 나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고, 둘은 나에게 다른 하나는 내 사랑들에게로 달려갔다.

나는 신속하게 나를 향해 큼지막한 몽둥이를 내려치는 오거의 공격을 옆으로 회피했다.

그리고 놈의 턱 아래에 마력소총의 총구를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긴 뒤에 피를 흘리며 휘청거리는 놈의 머리통을 로켓펀치로 후려쳐서 턱을 아예 날려버렸다.

오거는 그 상태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지만 다른 오거가 나를 향해 힘껏 휘두르는 돌도끼를 내가 피해버리자 그대로 대가리에 돌도끼가 찍혀서 펑하고 터져버렸다.

“하하하하! 멍청한 새끼!”

나는 동족을 죽인 오거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한껏 비웃었다.

그러자 놈은 괴성을 내지르면서 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난 놈의 손을 쏴서 돌도끼를 떨어뜨리게 만들었지만 놈은 다시 무기를 주울 생각을 하질 않고 그대로 내게 돌진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놈의 주먹이 계속해서 방패를 강타하자 마법갑옷 전체가 떨릴 정도의 충격이 가해졌고 방패가 찌그러졌지만 다행히 부서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꿋꿋하게 버티고 서서 3대의 무장드론으로 오거를 포위했다.

오거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지만 놈이 몸을 피해보기도 전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각종 마력탄을 맞고 목 위가 박살나버렸다.

놈의 대가리를 구성하고 있던 뼈와 살점이 산산조각이 난 채로 사방에 흩뿌려졌고, 놈의 거구가 맥없이 고꾸라져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나왔다.

난 분명히 두 마리의 오거를 확실히 죽였지만 아직도 놈들의 몸이 꿈틀거리거나 간혹 멋대로 날뛰며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했다.

그래서 나는 놈들의 심장을 파괴해서 확인사살을 확실하게 했다.

내가 뒤처리를 하는 사이에 내 사랑들에게로 달려갔던 오거는 농락을 당하고 있었다.

라우라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오거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엘리사의 흑검으로 무기를 들고 있는 놈의 오른쪽 손목을 깔끔하게 잘라냈다.

오거는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더욱 미쳐 날뛰기 시작했지만 에리카가 놈의 종아리와 허벅지를 쏴서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고 이리스가 마력저격소총탄으로 놈의 목을 꿰뚫었다.

놈은 그런 상태에서도 계속 움직였지만 결국 놈의 어깨 위에 올라탄 라우라가 흑검으로 대가리를 꿰뚫고 검을 비틀면서 내부를 휘저어버리자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리고 실컷 사람들을 겁탈하다가 뒤늦게 튀어나와서 우리에게 덤벼보려던 고블린과 오크들은 오거 4마리가 모조리 죽어버린 현실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린 놈들을 살려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얼핏 보기에 일방적인 학살극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건 엄연히 인간을 자원으로 여기는 괴물들을 죽이는 정화작업에 불과하다.

저 중에 한 놈만 살아서 돌아가더라도 어딘가에서 또 불행한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다.

나는 마법추진기를 작동시켜서 놈들의 한가운데에 착지해서 몇 놈을 깔아뭉개서 죽였고, 무장드론들이 사방으로 마력탄을 퍼붓는 와중에 난 대검을 꺼내서 닥치는 대로 휘둘렀다.

고블린과 오크들은 무기력하게 죽어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주변에는 놈들의 시체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마법갑옷이 온통 피로 물들고 곳곳에 마인족의 살점과 장기가 들러붙어있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오거 3마리가 남아있고, 구해야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깥에 있던 모든 마인족들을 쓸어버린 우리는 바로 마을 안으로 진입했고, 제일 큰 판잣집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안에서 갑자기 오거 2마리가 튀어나왔는데, 우린 놈들에게 총을 조준하기는 했지만 함부로 사격을 할 수가 없었다.

놈들은 처참함 몰골의 젊은 여성들을 몸의 앞뒤에 두 명씩 밧줄로 묶어서 고정시켰고, 손에 들린 조잡한 나무방패에도 한 명씩 매달아두었다.

그들 중 몇 명은 방금 전까지 겁탈을 당하고 있었는지 성기에서 피와 정액을 한꺼번에 흘리고 있었다.

삶의 희망을 모두 잃은 불쌍한 사람들은 그저 우릴 보며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개새끼들...”

나는 10명이나 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부당한 고통을 받는 모습에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머지 한 마리의 오거와 한 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심히 걱정이었다.

아마 지금 우리를 막아선 두 마리에게 뒤를 맡기고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

지능이 별로 좋지 않은 놈들인 주제에 인간방패를 사용하고 후일을 도모하다니 기가 차고 분노가 치솟는다.

“레베카님,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리스가 깔끔하게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줘야겠지. 라우라, 넌 가능하다면 방패를 든 손을 잘라서 거기에 매달려있는 사람을 구출하도록 해.”

“네, 레베카님.”

“다들 마력산탄총은 금지이고 확실한 순간이 아니면 절대로 사격하면 안 돼. 잘못 넘어뜨렸다가는 사람들이 모두 깔려죽을 거야.”

나는 내 사랑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에 방패를 치켜들고서 앞으로 나섰다.

오거들은 우리가 곤란해 하는 걸 알고 있는지 구역질이 날 정도로 기분 나쁘게 킬킬거리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다행히 하나는 나에게로, 다른 하나는 라우라에게로 향했는데, 역시 우리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는 것 같다.

나는 방패를 치켜들고서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막아냈다.

순간적으로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확 밀려났지만, 난 마법추진기까지 가동시켜가면서 어떻게든 버텨냈다.

그러자 오거는 화가 났는지 몇 번이고 몽둥이를 내게 내려쳤고, 놈에게 붙잡혀있는 사람들은 절망과 공포 속에서 울부짖다가 밧줄에 목이 졸려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게다가 방패에 매달린 사람은 너무 격하게 휘둘러지는 탓에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저 사람들은 다들 숨이 막혀죽거나 목이 부러져 죽을 게 분명하다.

“부탁해, 이리스!”

나는 이리스가 최대한 빨리 오거의 대가리를 깔끔하게 날려버리기를 바라며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그리고 방패가 한계에 다다르려는 순간에 이리스의 마력저격소총에서 총성이 들렸고, 날 공격하던 오거의 미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놈은 즉사하지는 않았지만 이리스가 한 번 더 마력탄을 대가리에 박아버리자 겨우 죽어버렸다.

나는 놈의 시체가 쓰러져서 앞에 묶여있는 사람들을 압사시키지 못하도록 놈의 어깨를 잡고서 버텨냈다.

그 사이에 이리스가 재빨리 움직여서 묶여있던 사람들을 모두 구출해냈고, 난 신경질 적으로 오거의 시체를 내동댕이쳤다.

한편 라우라에게로 달려갔던 오거는 내가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는 순간에 양손이 눈 깜짝할 사이에 연달아 잘려나갔다.

라우라를 보조하고 있던 에리카는 방패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회수해서 묶여있던 사람을 구출했다.

난 손이 잘린 채로 난동을 부리는 오거에게 달려가 마법갑옷의 출력을 최대로 올려서 놈의 양팔을 한꺼번에 붙잡았다.

그리고 이리스가 오거의 두터운 목을 쏴서 약하게 만들었고, 라우라가 놈에게로 뛰어올라서 놈에게 흑검을 휘둘렀다.

오거의 목 근육과 뼈가 워낙에 튼튼해서 단번에 잘리지는 않았지만 라우라가 한 번 더 흑검을 크게 휘두르자 결국은 몸에서 분리되어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난 이번에도 오거의 시체가 쓰러지지 않도록 붙잡았고, 내 사랑들이 사람들을 구출했다.

정말 운 좋게도 우린 단 한 명의 생명도 잃지 않고 모두 구해낼 수 있었다.

생존자들은 서로 부둥켜않고서 울거나 우리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 1명의 생존자가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레베카님! 구멍이 있는 곳을 보세요!”

나는 에리카의 다급한 외침에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대장으로 보이는 오거가 어느 여성의 발목을 잡고 거꾸로 들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슬라임에게로 통하는 구멍 위에서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

대장 오거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서 뛰는 나를 향해 비웃음을 흘렸고, 가녀린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을 확 놓아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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