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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177화 (177/271)

〈 177화 〉 176화

* * *

조금은 지루했던 일주일이 지나가고, 드디어 라우라가 참가하는 첫 번째 이벤트경기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라우라는 일찍 일어나서 몸을 풀러나갔고, 나는 그 사이에 그녀를 위해서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국가대표선수들이 경기에 참가하기 전에 어떤 식단을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평소에 먹는 식단에 열량을 조금 더하기로 했다.

난 호텔의 식당을 잠시 빌려서 쌀밥과 된장국, 고등어구이와 제육볶음, 각종 나물반찬을 만들어서 접시에 담았고 주방장을 졸라서 동치미를 조금 받아냈다.

이 세상에 온갖 국적의 요리가 뒤섞여있도록 설정한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직접 만든 아침식사를 들고 방으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라우라가 귀환했다.

“어서와, 라우라. 마침 아침식사가 준비되었어.”

“이걸 전부 레베카님 혼자서 준비하셨나요?”

“응.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널 위해서 노력해봤어.”

“감사합니다, 레베카님!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자, 자. 우는 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일단 여기에 앉아서 먹어. 아참, 물 가져다 줄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나는 라우라를 자리에 앉히고 혹시나 그녀의 속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너무 차갑지 않은 물을 한 잔 주었다.

그리고 라우라는 잠깐 훌쩍이더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서 그녀가 아침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기분이었다.

라우라는 내가 만든 아침식사를 깔끔하게 먹어치웠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꼭 끌어안았다.

“레베카님, 오늘 저를 위해서 맛있는 밥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동했어요. 경기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보답해드릴게요.”

“뛰어난 성적도 좋지만 난 네가 다치는 일 없이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러니 네 모든 능력을 발휘하되,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해. 알았지?”

“네, 레베카님. 명심할게요.”

라우라는 자신의 볼을 내 볼에 비비면서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낸 뒤에 털갈이가 끝난 꼬리를 살랑거리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 사이에 빈 접시를 모두 치워서 호텔의 주방으로 가져가서 설거지를 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기들이 하겠다면서 나를 말렸지만 난 기어코 내 손으로 직접 설거지를 끝낸 뒤에야 만족하면서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소파에 앉아서 잠시 쉬는 사이에 라우라가 샤워를 끝내고 나왔고, 나는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손수 말려주었다.

“라우라, 바디슈트는 계속 입고 있도록 해. 어차피 투명하게 변신시키면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건 반칙이잖아요. 규정상 주최 측에서 주는 선수복만 입어야한다고...”

“기분 나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다 네 안전을 위해서야. 정정당당한 승부는 물론 중요하지만 이번 일이 마냥 좋게 흘러간다는 보장은 아직 없잖아. 그러니 날 위해서라도입고 뛰어주면 좋겠어.”

“음... 그럼 어쩔 수 없지요. 레베카님 말씀처럼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만약에 들켜서 실격처리 당하면 그땐 저도 몰라요.”

“뭐, 그땐 그냥 분위기 봐서 뻔뻔하게 굴거나 아예 도시에서 도망치던가 하자.”

“후훗. 그럴 일이 없도록 제가 조심할게요. 그럼 나중에 제가 열심히 뛰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라우라는 나에게 진하게 키스를 해준 뒤에 내가 미리 준비한 여러 가지 필수품들이 들어있는 배낭을 등에 메고서 바디슈트를 운동복차림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나는 라우라 주변에 위협요소는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세르자를 붙여주었다.

발견하는 즉시 막지는 못해도 최소한 세르자를 이용해서 적의 눈을 쪼아버릴 수는 있을 것이다.

“으으으... 라우라가 가기 전에 깨어나서 다행이다.”

“그러게. 흐아아아암...”

라우라가 현관문을 열기 직전에, 잠에서 깨어난 이리스와 에리카는 힘들어하는 소리를 내거나 크게 하품을 하면서 침실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으면서 함께 라우라를 안아주었다.

“얘들아, 배웅해줘서 고마워. 레베카님, 이 친구들을 부탁해요.”

“그래, 이따 보자.”

우리는 셋이서 라우라에게 손을 흔들어주었고, 라우라는 예쁜 미소로 화답했다.

현관문이 닫히자, 이리스와 에리카는 몽롱한 표정을 짓는 와중에도 내게 아침키스를 해주었다.

이젠 완전히 몸에 익어서 반쯤 무의시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

“아직 경기장에 가려면 시간이 충분히 남았으니까 조금 더 자자.”

나는 이리스와 에리카를 데리고서 다시 침실로 들어갔고, 스마트폰에 알림을 맞춘 뒤에 안심하고 함께 모자란 잠을 보충했다.

딱 2시간을 더 자고나니 굉장히 상쾌한 기분이 들었고, 아까는 영 상태가 좋지 않았던 두 사람도 멀쩡해졌다.

지금 시간은 오전 9시 7분이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시간은 9시 30분부터 11시까지이니 늦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는 시간은 11시 30분라서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라우라가 많이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라우라 성격에 멍하니 있을 사람은 아니니 뭐라도 하면서 시간을 잘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시리얼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운 뒤에 외출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도시는 언제나처럼 오전부터 축제분위기였지만 오늘은 약간 느낌이 달랐다.

주변의 광대나 경기장 관련자들이 사람들을 검투경기장으로 유도하는 것처럼 행동했고,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

넓었던 길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졌다.

그래서 나와 이리스는 키가 작고 힘이 약한 에리카가 군중에 휩쓸리지 않도록 양쪽에서 손을 잡아주었다.

에리카는 처음엔 엄청 부끄러워했지만 적응을 한 뒤에는 오히려 그 상황을 즐겼다.

우리는 어떻게든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 검투경기장에 도착했다.

검투경기장 주변은 주최 측에서 엄격하게 질서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나마 덜 복잡했다.

우리는 가로수 밑에서 잠시 숨을 돌렸는데, 이젠 익숙한 얼굴인 루카스의 부하들이 내게 다가와서 허리를 숙였다.

“무슨 일이야?”

“루카스님께서 레베카님을 귀빈실로 초청하셨습니다.”

“그래? 내 애인들도 같이 가도 될까?”

“물론입니다. 귀빈실까지는 저희들이 직접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부탁할게.”

우리는 루카스의 부하들을 따라서 귀빈실로 향했다.

귀빈실은 검투경기장에서 가장 시야가 탁 트인 장소에 마련되어 있었고, 따로 건물이 만들어진 형태라서 바깥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내부는 쾌적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있었고, 슬슬 뜨거워지는 햇빛도 막아주었다.

곳곳에 위치한 원탁 위에는 온갖 사치스러운 먹거리가 준비되었고, 외모와 몸매가 빼어난 노예들이 귀빈들의 시중을 들었다.

아, 이래서 이리스와 에리카를 데려와도 상관없다고 한 거구나.

누가 내 애인들을 감히 넘보지 못하도록 해야겠는 걸.

내가 경계를 품은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은 내 사랑들에게 눈길을 주는 놈들은 없었다.

귀빈실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온갖 귀족들과 부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며 친목을 다졌다.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크리스털 잔에는 하나 같이 비싼 술들이 찰랑거렸고,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자그마한 과자는 평민들의 한 달 치 생활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 값비싼 것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루카스의 재력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것 같다.

나도 따라할 수는 있겠지만 에리카가 물려받은 유산을 마구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루카스는 여러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가까이다가와 악수를 청했고, 나는 기꺼이 악수를 받아주었다.

“레베카! 이번에는 내가 보낸 제안을 바로 받아들여줘서 고마워. 난 혹시나 또 네가 나보고 직접 오라고할까 싶어서 걱정하고 있었거든.”

“바쁜 사람에게 그럴 수는 없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선수로 내보낸 입장에서 주최자에게 밉보일 수도 없잖아.”

“하하하! 난 그렇게 치사한 사람이 아니야. 자고로 스포츠라는 것은 어떠한 개입도 없이 선수들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순수하게 경쟁해야만 하는 것이니까!”

나는 루카스가 자랑스럽게 하는 말에 조금은 양심이 찔렸다.

저렇게 자신이 주최하는 경기에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 바디슈트를 입은 선수를 내보냈으니 말이다.

물론 이제 와서 그 결정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

지금 내게는 무엇보다 라우라의 안전이 중요하니까.

“경기장의 규모를 보니까 정말 대단하네.”

“도시 사람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야. 원래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는데 내가 주인이 되자마자 중축해서 거의 2배 가까이 크게 만들어냈지.”

“그런데 여기서 바깥의 상황을 자세히 볼 수 있어?”

“걱정 마. 경기가 시작되면 전면에 있는 유리창이 중계화면으로 변할 거야.”

“그것 참 멋진 ‘마법도구’네.”

“너도 드론을 대놓고 사용하잖아. 그런 건 오히려 당당해야지 남들이 의심하지 않아.”

루카스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나는 그의 말에 공감이 되어서 웃음이 절로 났다.

지금까지 나도 당당하게 써먹으면서 그냥 고향의 마법이라느니 변명을 해댔으니 말이다.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되니까 원하는 자리에 앉아.”

“알았어. 저기가 좋겠네.”

나는 내 사랑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고, 루카스도 근처에 앉았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돈을 걸기도 해?”

“원칙적으로는 금지야. 하지만 뒤에서 몰래하는 건 눈감아주고 있어. 특히 후원자들의 취미생활을 내가 너무 간섭하면 역효과가 나거든.”

루카스는 턱짓으로 뒤쪽에서 서로 쑥덕거리고 있는 귀족들을 가리켰다.

그들의 대화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분위기만 봐서는 벌써 돈을 잔뜩 걸고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솔직히 말해서 후원자들은 스포츠가 아니라 도박을 원해. 관중들은 말할 것도 없고. 처음에는 관중들의 도박이라도 완전히 금지시키려고 했었지만 실패했어. 내가 지급하는 복장이나 건물 디자인 같은 건 군말 없이 받아들여도 그건 배를 째라며 드러누워 버리더라고.”

루카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언제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존재하는 법이고, 그건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은 루카스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진짜 째버릴 생각은 하질 않았나보네.”

“고작 그런 일로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면 끝도 없잖아.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그럼 결국 여긴 도박의 도시가 되겠네. 아예 카지노도 운영해보는 게 어때? 내 지인이 카지노로 업종변경을 해서 잘 나가고 있거든.”

“그랬다가는 내 ‘친구’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걸. 내 별난 짓을 용인해주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스포츠를 추구하기 때문이라서 말이야.”

루카스는 손으로 목을 그어버리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이거 어디서 봤던 장면인데... 아! 엘리자베스가 자기 아버지에 대해서 말할 때 저렇게 행동했었지.

황제라는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면 일단 목이 잘리고 시작하는 것 같다.

난 왜 항상 이상한 사람들이 음습한 관심을 가져주는지 모르겠다.

“귀빈 여러분! 관중 여러분! 지금부터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합니다! 박수와 환호성으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경기장 전체에 루카스가 미리 녹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주변에 앉아있는 귀빈들은 얌전히 박수를 쳤고, 바깥에 앉아있는 관중들은 경기장이 떨릴 정도로 열렬하게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나는 박수를 치면서 라우라의 등장을 고대했고, 곧 그녀가 선수복을 입고서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그런 내 모습에 귀빈들은 헛기침을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난 그냥 무시했다.

내 새끼를 응원하겠다는데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야!

“라우라, 파이팅! 우승해버리자! 이겨라! 이겨라!”

“으으.... 파, 파이팅!”

내 분위기에 감화된 에리카도 나를 따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응원전에 가세했고, 이리스는 주변의 눈치가 보여서 부끄러워하는 와중에도 손을 들어서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바로 이거야! 내가 원하는 장면은 바로 이런 거라고!

루카스는 우리를 보고는 좋다고 박수를 쳤고, 우리가 응원하는 모습이 경기장 중앙에 매달려있는 전광판에 나타났다.

처음엔 체면을 차리던 귀빈들도 그걸 보더니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기가 돈을 건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면서 열띤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라우라는 전광판에서 우리 모습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더니 두 팔을 들고서 우리가 있는 귀빈실을 향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른 선수들도 라우라를 따라서 손을 흔들거나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고, 선수들은 트랙으로 올라가 각자의 레인위에 섰다.

라우라의 등번호는 0번이었는데, 루카스의 말에 따르면 이벤트경기에 특별히 참가하는 선수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녀의 주변에는 전부 여성 수인족들만 있었는데, 성별 및 종족간의 밸런스를 고려한 결정일 것이다.

“출발은 역시 권총으로 알리겠지?”

“아니, 폭죽이야.”

루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렁찬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졌고, 선수들은 그 소리에 맞춰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라우라가 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세차게 뛰었고, 이리스, 에리카와 함께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가며 라우라를 응원했다.

라우라는 자랑스럽게도 선두그룹에 포함되었고, 자신보다 덩치가 큰 선수의 뒤를 쫓아가면서 체력을 아꼈다.

그리고 남은 구간이 5분의 1정도 남았을 때 앞으로 치고 나가서 2등까지 올라갔다.

그 순간 우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더욱 응원에 박차를 가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1등을 했으면 좋겠지만 아직 수영과 장애물달리기가 각각 1km씩 남아있으니 지금 당장 선두라고 해서 그게 계속 유지되라는 법은 없다.

선두그룹은 곧 달리기 구간을 끝내고 유속이 느린 강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시작했다.

라우라는 처음에는 1등을 하나 싶었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점점 뒤로 밀렸다.

확실히 전문적으로 훈련을 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라우라는 중간 순위까지 밀려났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우리의 응원은 더욱 불타올랐다.

우리는 텔레파시로 응원을 보낼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라우라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도 있으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 레베카님! 라우라가 순위를 올리고 있어요!”

에리카는 내 팔을 잡고 흔들면서 중계화면으로 보이는 라우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말대로 라우라가 점점 속도를 내더니 다시 선두그룹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다.

“좋았어! 그대로 치고나가는 거야!”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외쳤고, 내 바램이 라우라의 마음에 닿았는지 그녀는 선두그룹 안으로 진출하여 4위로 올라섰다.

선수들이 수영을 하는 사이에 경기장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지하에 숨겨져 있는 장애물들을 끄집어냈다.

이건 말이 좋아서 장애물달리기코스이지 사실상 장애물극복훈련시설처럼 보였다.

내가 잠깐 중계화면에서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어느덧 수영은 막바지로 향했고, 라우라는 3등으로 수영을 마무리하고서 다시 뭍으로 올라왔다.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라우라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덜 지쳐보였다.

혹시 내가 아침을 잘 먹여서 그런가? 나도 참, 갈수록 허세가 심해지는 것 같다.

아무튼 라우라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생수병을 받아서 수분을 보충하면서 계속 뛰었다.

처음에는 허들이 줄지어 배치되어 있었다.

라우라는 눈표범족답게 가볍게 허들을 뛰어넘으며 2위 자리를 지켜냈다.

하지만 1위인 재규어족은 라우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허들을 뛰어넘었고, 격차를 더 벌리기 시작했다.

라우라는 질 수 없다는 듯 더 속도를 내서 격차를 조금 줄였지만 지금 봐서는 1등을 넘어서기가 굉장히 어려워보였다.

그래도 아직 변수가 될 만한 장애물이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 좀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자, 이제부터 기존까지의 등수가 무의미해지는 구간이 나올 거야. 너도 보다시피 장난이 아니거든.”

나는 루카스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줄곧 1위를 유지하던 재규어족이 회전하는 길에서 발을 헛디뎌 물에 풍덩 빠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우라는 넘어지지 않고 해당 장애물을 극복했고, 곧바로 밧줄을 타고서 진흙탕을 뛰어넘었다.

그리곤 평행봉 위를 뛰어가면서 사방에서 달려드는 장애물들을 예술적으로 피해냈다.

관중들을 라우라의 실력에 환호성을 질렀고, 그건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우라는 계속해서 각종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았다.

그러나 순위는 쉽게 바뀌지 않았고 마지막 장애물인 암벽등반코스가 나오자 라우라는 거의 날아가는 수준으로 암벽을 타고 올라서 뛰어넘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100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하여 누구보다 먼저 결승선을 넘어섰다.

“만세! 라우라, 넌 정말 최고야! 세상에, 신기록이라니!”

나와 이리스, 에리카는 라우라를 찬양하며 서로를 끌어안고 제자리를 돌면서 방방 뛰었고, 루카스는 좋은 경기였다며 열심히 박수를 쳤다.

오늘의 주인공 라우라는 고개를 높이 쳐들고서 함성을 내지르며 승리를 자축했고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그녀에게 찬사를 보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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