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138화 (138/271)

〈 138화 〉 137화

* * *

대무녀 세실리아는 잘 차려입은 우리를 본당으로 데려갔다.

본당 내부에는 수백에 달하는 위패들이 계단식 제단 위에 모셔져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향로와 촛불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되었다.

아쿨타리 부족은 조상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경건한 사람들인 게 분명하다.

세실리아는 제단을 관리하고 있는 무녀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고, 우리는 제단 앞에서 방석을 깔고 앉았다.

우리와 함께 무녀복을 입었던 아이리스는 세실리아와 함께 우리와 마주보고 앉았다.

“에리카님, 고향으로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레베카님과 친구들 덕분이에요. 그런데 왜 다들 제게 존댓말을 하시는 건가요?”

“에리카님께서는 아쿨타리 왕실의 혈통을 이어받으신 분입니다. 저희들은 여전히 아쿨타리 왕국의 백성들이니 에리카님께 존대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세실리아는 고개를 숙여가며 에리카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그나저나 에리카가 공주님까지는 아니더라도 왕족의 후손이었구나.

아쿨타리 부족 사람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존재였을 텐데 왜 엉뚱한 프랑카의 고아원에 맡겨졌던 것일까?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권력투쟁이나 다른 정치적 이유 때문에 에리카의 부모님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예언 때문인가요?”

“물론 제가 예언을 보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에리카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쪽지입니다. 그 쪽지에는 아쿨타리 왕실의 암호가 담겨있고, 저를 포함한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것인지라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럼 제 부모님은 왜 저를 여기서 키우지 않고 고아원에 맡기셨을까요?”

“이런 말씀드려서 송구스럽지만 에리카님께서는 부모님 없이, 왕실의 피를 보관하는 신성한 그릇에서 홀로 태어나셨습니다.”

“아...”

에리카는 자신의 출생과 얽힌 진실을 듣고는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런 말도 하질 못했다.

그건 나도, 라우라와 이리스도 마찬가지라서 에리카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내가 예전에 살았던, 인공자궁이 보편화된 세상이라면 몰라도 사람의 배에서 태어나는 게 당연한 이 세상에선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일 것이다.

“그럼 대체 누가 절 고아원에...”

“족장님입니다. 그 사람은 자신을 대체할 새로운 권력을 두려워했고, 감히 에리카님을 제국의 영토에 유기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런 이유로 절 버린 사람이 제 뿌리와 관련된 쪽지를 남긴 이유는 뭘까요?”

“제 짐작이지만 족장님에게 남은 마지막 양심이거나 그 사람과 동행했던 제3자가 몰래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짐작대로 에리카는 정치적 이유로 고향에서 납치되어 타지의 고아원에 버려진 것이다.

에리카의 눈가는 촉촉해졌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했다.

난 그런 에리카가 안쓰러워서 옆에서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전 족장 같은 거 될 생각 없어요. 평생 레베카님이랑 친구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거예요. 아무래도 저는 여러분과 같은 부족으로 살아가지 못할 것 같아요.”

“아쿨타리 부족의 대무녀로서, 에리카님께서 겪으신 모든 고통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에리카님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세실리아는 에리카 앞에서 무릎을 꿇고서 바닥에 고개를 조아렸고,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아이리스도 어머니의 행동을 따라했다.

에리카는 두 사람의 사죄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먼저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었다.

그녀는 차마 친절한 사람들에게까지 못된 말을 하지는 못했다.

“전 대무녀님께 벌을 주고 싶지 않아요. 저를 버린 사람 한 명만 벌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최선을 다하여 협조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 분들은 왜 저기서 기다리고 계시나요?”

“실은 에리카님과 여러분을 위해서 약소하게나마 다과상을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대화를 하고 있어서 쉽사리 들어오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세실리아가 무녀들에게 손짓을 하자 무녀들이 우리 앞에 소반을 하나씩 놓아주었다.

소반 위에는 인절미와 각종 과일들이 담긴 접시들과 수정과가 담신 찻잔이 올려져있었다.

나는 수정과부터 한 모금 마신 뒤에 세실리아에게 가볍게 말을 걸어보았다.

“감사합니다, 대무녀님. 그런데 이런 지하에서는 식재료가 귀하지 않나요?”

“아직 우리의 나라가 있었을 때, 조상님들께서 마법으로 가동되는 자동화농장을 지하도시 곳곳에 만드셨습니다. 덕분에 우리들이 모자람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예전 세상에서 출퇴근할 때 지나치곤 했던 수직농장 같은 게 이 세상에도 존재할 줄은 몰랐다.

정작 이 세상에서 가장 발달한 제국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시설이 수백 년 동안 고립생활을 해온 지하도시에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정말 대단하네요. 아쿨타리 왕국은 유목민의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군요.”

“당시의 왕이 다른 유목민들에게 대족장으로 받들어지기는 했지만, 아쿨타리 왕국 자체는 무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국가였습니다. 그래서 마법공학에 많은 투자를 했었지요. 그러다 제국의 통합전쟁이 시작된 뒤로는 그 돈을 모두 지하도시 건설에 투입했고, 모든 국민들을 그곳으로 이주시켰습니다.”

“멸망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피해 지하로 숨은 거군요.”

“네, 지하에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지상과 완전히 단절되면 제국의 지배를 받지 않으리라 믿었습니다. 한동안은 그게 정답인 줄로만 알고 살았지요. 하지만 그건 오만에 불과했고, 지하에서 깨어난 재앙이 조상들을 덮쳤습니다.”

재앙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세실리아의 표정은 굉장히 심각했다.

게다가 늘 맹한 표정이나 짓고 있던 아이리스도 이번만큼은 사뭇 진지했다.

분명 이 사람들에 있어서는 정말 무시무시한 역사겠지.

“어느 날 한 철없는 왕자가 땅을 파다가 고대의 유물을 손에 넣었습니다. 유물은 자신을 꺼내줘서 고맙다며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전쟁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왕자는 그들이 되살아나 영원히 자신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빌었습니다.”

세실리아가 잠시 말을 끊었고, 아이리스가 이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유물은 흔쾌히 소원을 들어주었고, 왕자가 사랑하는 이들이 죽음에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데드에 불과했고, 왕자와 생전에 지켰던 백성들을 물어뜯어 자신들과 똑같은 처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지하왕국은 멸망했고, 오직 우리 마을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말을 잘하는 아이리스를 보고 있으니 정말 어색했다.

어쨌든 두 사람의 이야기 덕분에 아쿨타리 왕국이 멸망한 진짜 이유와 좀비들이 발생한 이유를 한꺼번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의문인 것은 왜 요즘은 한가하게 좀비들을 데리고 산책이나 하냐는 것이다.

“저희는 여기까지 오면서 좀비들의 공격을 받았고, 아쿨타리 부족 사람들이 좀비들을 데리고 도시를 돌아다니게 하는 것을 봤어요. 그건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살아남은 조상님들께선 외부의 도움을 받아 망자를 통제하는 방법을 손에 넣으셨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불쌍한 동포들을 위하여 하루에 한 번씩 생전에 아꼈던 고향을 걷게 했습니다. 우린 그 전통을 꾸준히 이어왔을 뿐이고요. 그리고 여러분을 공격한 좀비들은...”

세실리아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돌려 아이리스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아이리스는 잔뜩 쫄면서 엄마와 눈도 마주치질 못했다.

아, 이번에는 진짜로 사고를 친 게 맞구나.

“아이리스, 네 입으로 직접 설명 드려라.”

“알았어, 엄마. 사실은 내가 수정구로 좀비들을 산책시키다가 깜빡 졸아버렸지 뭐야. 그래서 다들 엉뚱한 곳으로 가버렸어. 미안해, 나 때문에 너희들을 위험하게 만들어서.”

내가 볼 땐 아이리스의 멍청함도 문제이지만 그런 사람에게 자꾸만 중요한 일을 맡기는 사람들도 문제다.

아이리스는 사원청소나 시키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일 거다.

아니, 그것도 위험해. 그냥 백수로 만드는 게 최선이야.

“우린 그 사건 때문에 너희들이 좀비를 이용해서 제국에 복수를 하려는 거라고 짐작했었어. 하지만 그냥 조상님들 산책시키는 거였다는 말을 들으니 좀 허무하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럼 나도 용서해주는 거야?”

“아니. 넌 벌을 좀 받아야할 사람이야. 아까도 보초를 엉망으로 섰었잖아.”

내 지적을 받은 아이리스는 울상을 지으며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세실리아는 한숨을 푹 쉬면서 아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둘도 없는 소중한 딸이라서 이것저것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데 늘 결과가 시원찮군요. 그래도 예언을 현실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

“예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본래 왕실의 혈통은 완전히 끊기는 바람에 조상들을 좀비로 만든 유물을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예언에 따라서 에리카님께서 스스로 태어나셨고, 제가 본 예언대로 고향으로 돌아오셨으니, 유물을 통제하여 좀비들을 해방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부족도 과거의 잔재에서 해방될 수 있겠지요.”

“지금 에리카에게 그 위험한 유물을 조작하게 만들 생각입니까?”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언성을 높였다.

오늘 처음 본 낯선 사람들을 위해서 죽은 사람을 언데드로 일으켜 세우는 정체불명의 유물에 에리카가 손을 대게 만들 수는 없다.

만약 그걸 강제한다면 앞을 막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서라도 사랑하는 이들을 데리고 탈출할 것이다.

나와 라우라는 물론이고 이리스까지 살벌한 분위기를 흉흉하게 풍기자 세실리아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진정하시고 제 말부터 들어주십시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인신공양 같은 천벌을 받을 짓이 아닙니다. 유물은 왕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즉시 그 사악함을 완전히 벗어던졌고, 단순한 마법도구가 되었습니다.”

“확실히 안전한 건가요?”

“물론입니다. 어린 아이가 가지고 놀아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깨끗합니다. 에리카님께서 유물에게 혈통을 인증하시고 올바르게 작동시키지만 하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세실리아가 아이리스를 보면서 말을 하는 걸 보니 아이리스가 직접 안전성을 몸으로 입증한 모양이다.

하지만 저게 거짓말이라면 난 에리카를 허무하게 잃고 말 것이다.

“레베카님, 저 한 번 해볼게요.”

“뭐? 너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네, 레베카님. 제가 그 불쌍한 사람들을 구원해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도와주고 싶어요.”

“에리카, 너 그러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우리들은 에리카의 무모한 발언에 경악하고 말았다.

처음 아쿨타리 부족과 대화를 시도할 때는 에리카의 편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었던 이리스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곧 그녀가 보내는 텔레파시에 정신을 차렸다.

‘레베카님, 분명 저희들에게 하루에 한 번 죽음을 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설마 잊고 계셨던 건가요?’

‘아,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러면 제 목숨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전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재생능력이 있어요. 아무리 심하게 다쳐도 살아만 있다면 회복할 수 있죠. 저에게 이런 능력들이 생긴 건 다 이 일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에리카가 보낸 텔레파시에 나뿐만 아니라 라우라와 이리스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아직 즉사면역에 대해서 전혀 익숙하지 않았고, 그럴만한 일조차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에리카는 누구보다 먼저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들었다.

우린 여태껏 모질지 못한 순둥이 막내처럼 여겼던 에리카에게 한 방 제대로 먹고 말았다.

“에리카, 네 뜻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네, 레베카님. 제 말을 듣고 화를 내시지 않아서 고마워요.”

에리카는 내게 기대면서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녀의 이마에 뽀뽀를 해준 뒤에 다시 세실리아와 눈을 마주쳤다.

“아직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어요.”

“무엇이든 말씀하시지요.”

“에리카가 당신들을 도와주는 대가가 뭔가요? 대무녀님은 안전하고 간단한 일처럼 말씀하시지만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원봉사라고 치기엔 너무 큰일이라고요.”

“에리카님께서 성공하신다면, 우리 부족이 대대로 보호해온 아쿨타리 왕실의 유산을 모두 넘겨드리겠습니다. 또한 지하도시의 지도와 각종 자동화시설들의 설계도도 드리겠습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우리도 더 이상 지하에 숨어살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일단 알겠습니다. 하지만 꼭 해드린다는 보장이 없으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만약 우리가 그냥 나간다고 하더라도 앞을 막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저희는 에리카님께서 우리의 처지를 굽어보신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머무르는 동안 편히 보내실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머무를 곳으로 안내를 해주시겠어요? 갑자기 엄청 피곤하네요.”

나는 전혀 피곤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여기에 앉아있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댔다.

그러자 세실리아는 기꺼이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알겠습니다. 아이리스, 네가 숙소로 안내해드리렴.”

“네, 엄마!”

또 아이리스에게 일을 맡기네...

뭐, 자기 집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길을 잃어버리거나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진 않겠지.

“아까는 엄마가 이상한 말을 많이 했었지? 기분 나쁘게 만들어서 미안해.”

“신경 쓰지 마. 네 어머니도 대무녀로서의 입장이 있으시니까.”

“엄마는 평소에는 마냥 좋은 사람이지만 의무에 해당되는 일이면 방금처럼 듣기 싫은 말을 하기도 해. 그러니까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줘.”

“난 쉽게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 진짜 악한 사람들이면 몰라도.

아이리스는 세실리아와 나 사이의 갈등을 많이 신경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자주 사고를 쳐서 혼나는 일이 많아도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고마워. 그런데 난 말이야. 너희들이 그냥 여기서 도망갔으면 좋겠어.”

“어째서? 에리카도 협조해준다고 했잖아.”

“난 그 유물이 수상해. 가끔 엄마 몰래 가지고 놀기는 하지만뭔가 기분 나쁠 때가 있어. 그리고 조상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좀비들을 전부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면 해결될 문제를 불경하다면서 반대한 주제에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상해.”

“너 은근히 화끈한 구석이 있구나? 다시 봤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그렇게 생각해. 엄마처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나 반대하지. 엄마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해.”

왠지 모르겠지만 난 자꾸만 아이리스가 주장하는 해결책에 마음이 갔다.

수천에 달하는 좀비들을 태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겠지만 에리카를 미지의 위험에 빠뜨리느니 불로써 정화하는 게 훨씬 낫다고 본다.

“아이리스, 시간 나면 그 문제에 대해서 나랑 진지하게 대화해보지 않을래?”

“좋아! 아, 지금은 일이 바빠서 안 되겠어. 청소랑 빨래를 해야 하거든. 내일도 바쁘고... 모레는 괜찮을지도?”

“어차피 여기서 며칠 더 머물러야할 것 같으니 시간나면 찾아와. 아, 그런데 경비대장님이 밑에서 우릴 기다린다고 했었는데 어쩌지?”

“그건 내가 가서 말씀드릴게. 솔직히 지금 족장님을 만나봤자 에리카를 일부러 내다버린 사람이니 기분만 나쁠 거야.”

“그래, 아예 총으로 쏴버릴 지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여기서 쉬도록 해. 우리 사원에서 제일 좋은 방이니까 부족한 건 없을 거야. 그리고 이 종을 울리면 누구든 찾아와서 도움을 줄 거야.”

“알았어. 안내해줘서 고마워.”

나는 칭찬에 기뻐하는 아이리스를 보내주고 내 사랑들과 함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갔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