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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115화 (115/271)

〈 115화 〉 114화

* * *

어제 가르탱과 함께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제대로 기분전환이 되었다.

제르디아에 도착하기 직전부터 불쾌한 일들을 많이 겪다보니 정신적으로 피곤했었는데 새로운 친구 덕분에 기운이 났다.

이 세상으로 넘어와서 처음으로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너무 기쁘다.

내가 명예기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신분 때문에라도 가르탱과 친구가 될 수 없었겠지.

리제르카에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 가르탱이 준 서류에 적혀있는 정도에 따라서 엘카렌이 책임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시설들을 찾아 나섰다.

혹시라도 남아있을 지도 모를 잔당들을 처리하고 쓸 만한 정보나 전리품을 얻는 게 목적이고 겸사겸사 드론의 성능을 시험할 것이다.

비밀시설들의 위치는 제르디아를 중심으로 동쪽의 협곡에 몰려있었다.

듣자하니 그곳은 굉장히 험하고 복잡한 지형과 위험하지만 돈이 되는 생물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수의 모험가들이 목숨을 걸고 그곳에 도전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명예와 보상을 노린다고 한다.

나도 모험가길드에서 적절한 의뢰를 하나 받아볼까 했었지만 비밀시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그만뒀다.

만약 내가 돈이 급했더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의뢰를 받았겠지만 말이다.

요즘은 모험가길드에 그저 지도창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만 들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우리는 협곡의 입구에 다다랐다.

여기서부터는 말을 타고 가지 않고 걸어가야 한다.

가다가 말이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길이 좁아지거나 험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들을 묶어놓으면 누가 훔쳐갈까 걱정이고, 풀어놓으면 도망갈까 걱정이 들었다.

내 걱정을 눈치 챈 에리카는 이럴 땐 적당한 곳에 말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았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부르면 된다고 귀띔을 해줬다.

덕분에 난 안심하고 말들을 풀어두고 협곡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양 옆으로 깎아 지르는 절벽이 높게 솟아있는 길은 모래와 자갈로 덮여있었고, 곳곳에 짐승과 사람의 발자국들이 아무렇게나 뒤엉켜있었다.

당연하게도 마법갑옷을 입은 내가 가장 앞에 섰고, 에리카와 이리스, 라우라가 순서대로 그 뒤를 따랐다.

나는 내 몫의 정찰드론을 공중에 띄우고, 무장드론은 에리카 주변을 지키도록 했다.

그리고 라우라에게는 정찰드론을, 마안을 쓰는 이리스에게는 무장드론을 배정해서 두 사람의 경계를 도왔다.

인간과 맹수는 몰라도 마족은 추적스킬이 없어서 이렇게 일일이 주변을 경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중량 마법갑옷을 입은 내가 앞장서있으니 만약 정면에서 마족이 나타난다면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다가 마법갑옷을 입고 지나칠 수 없는 곳이라 어쩔 수 없이 그걸 벗고 이동하다가 마주친다면 조금 곤란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협곡의 경계에 위치한 비밀시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협곡의 비밀시설들은 엘카렌이 죽은 뒤로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누구도 왕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부하들이 엘카렌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시설을 포기했거나 보다 윗선에서 복귀명령이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런 거라면 특별히 남아있는 게 없을 수도 있지만 급하게 떠났다면 쓸 만한 거 하나쯤은 남겨놓고 갔겠지.

어쨌든 간에 우리가 시설 내부를 싹 정리하면 나중에 가르탱이 부하들을 보내서 더 자세하게 조사해서 뭐라도 알아낼 것이다.

“얘들아, 저기가 바로 우리 목적지야.”

나는 갑자기 나타난 비교적 넓은 공간에 턱하니 자리잡고 있는 미래적인 디자인의 새하얀 자동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절벽에 붙어있는 자동문 주변을 지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괜히 어슬렁거리는 마족이나 짐승들도 없었다.

오직 협곡을 따라 부는 기분 나쁜 바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문에서 이어지는 발자국들이 흐릿한 걸 보면 인적이 끊긴지 며칠 정도된 것 같아요. 그런데 들어가는 발자국은 많은데 나오는 발자국은 거의 없는 게 이상하네요.”

라우라는 시야공유를 사용한 정찰드론으로 자동문 주변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드론이 있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접근할 필요가 없어서 참 좋았다.

“그렇다면 아직 내부에 인원이 제법 있을 거라는 말이네.”

“단순한 인력재배치일 수도 있지만 시설을 지키려고 병력을 보강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음... 일단 들어가 보면 알겠지. 내가 문을 열게.”

“저번처럼 힘으로 문을 여시려고요?”

“정답이야.”

나는 자동문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방문자를 스캔하거나 경보를 울리는 장치가 없는 것을 보면 단순히 디자인만 미래적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가방에서 쇠로 만들어진 지렛대를 꺼내서 문틈에 억지로 끼워 넣고 마법갑옷의 출력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문을 강제로 열었다.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에 틈새가 적당히 벌어졌고, 나는 그 틈새 사이에 양 손을 집어넣고 힘껏 벌렸다.

막시안의 저택에서 경량 마법갑옷으로 전력을 다해서 문을 열었을 때에 비하면 허무할 정도로 쉬웠다.

역시 일을 하려면 좋은 장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뭐야, 아무도 없네? 얘들아, 이쪽으로 와. 여긴 안전해.”

나는 일행들에게 손짓하면서 불렀다.

자동문 너머의 복도는 그것과 같은 재질로 보이는 금속 같은 것들로 만들어져 있었고 밝은 조명이 달려있었다.

지금까지 봤던 가면쟁이들의 비밀시설들과 크게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역시나 익숙한 모습이네요. 확실히 가면쟁이들은 범죄조직치고는 밝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누구든 간에 우중충한 분위기라면 일을 하기 싫어지잖아.”

“하긴 기왕 일을 하려면 밝은 게 좋긴 하죠. 그런데 레베카님, 드론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제가 뭘 잘못한 건가요?”

이리스는 눈앞에서 갑자기 생겨난 마법진 너머로 자취를 감추는 드론을 보면서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시간제한에 대해서 깜빡하고 말해주질 않았구나.

“이건 10분만 유지할 수 있어. 그래서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되어있어. 대신에 사라지면 이렇게 다시 소환하면 되니까 걱정 마.”

나는 다시 드론들을 소환해서 차례대로 일행들에게 배정했다.

지속시간은 예상보다 더 짧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스킬의 쿨타임이 지속시간과 똑같아서 사실상 무제한 지속이라서 다행이다.

하지만 전투가 발생하고, 서로 멀리 떨어진 상황이라면 다시 드론을 배정해주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얼른 스킬레벨을 올려서 지속시간을 늘리고 드론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싶다.

나는 이번에도 앞장서서 길을 걸어갔고, 길을 막는 문을 2개 더 강제로 개방한 뒤에야 넓은 공간으로 들어섰다.

일종의 사무실로 보이는 그곳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각종 사무용품들이 바닥에 널브러져있고, 책상과 의자는 거의 다 박살이 난 채로 아무 곳에나 처박혀있었다.

거기다 곳곳에 피가 잔뜩 뿌려져있고, 누군가의 것이었던 살점과 장기, 뼈들이 뿔뿔이 흩어져있었다.

그리고 내 발치에는 코 밑이 뜯겨나간 누군가의 머리통 여러 개가 굴러다니며 이곳에서 일어난 끔찍한 상황을 증명했다.

상황을 인지한 나와 이리스는 인상을 팍 썼고, 에리카는 겁에 질린 채 자신을 받아주는 이리스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하지만 라우라는 거리낌 없이 심하게 훼손된 머리통을 살펴보았다.

“아직 약간의 온기가 느껴지고 절단면에서 피가 제법 나오는 걸 보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건 내가 알기론 마물인데... 실험하던 마물이 탈출했나?”

나는 마치 예리한 채찍에 얻어맞은 것처럼 찢겨나간 살점들을 보고 있으니 최근에는 본 적이 없는 마물이 떠올랐다.

놈들의 몸에 달려있는 날카로운 촉수는 작은 개체라도 사람을 간단하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니 이런 상황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상처들은 마물이 아니면... 방금 비명소리 들으셨나요?”

라우라는 귀를 쫑긋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마력산탄총을 들었다.

나를 포함해서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일단 그녀를 따라서 총을 들어서 주변을 경계했다.

“비명소리가 확실하니?”

“네, 제법 멀리서 들렸어요.”

“좋아, 가서 확인해보자.”

나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다른 곳으로 통하는 복도로 발을 디뎠다.

복도 역시 심하게 훼손된 사람들의 시체가 널려있었고 그들이 흘린 피가 바닥을 흠뻑 적셨다.

“레베카님, 여기 발자국이 있어요. 크기는 호랑이랑 비슷하지만 모양은 완전히 달라요.”

이리스는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짐승의 발자국처럼 보이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람의 발자국이 없는 걸 봐서는 여기서 도망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내 경험상 이건 마물의 발자국이야. 그렇지, 라우라?”

“네, 레베카님. 크기를 보면 적어도 중급마물일 거예요. 어쩌면 이리스의 말대로 호랑이 같은 맹수가 숙주일 지도 몰라요.”

“마법갑옷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 마법방어구만 가지고는 그 괴물의 공격을 버텨내기가 힘들 거야.”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바로 한계에 도달할 거예요.”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 테니까 걱정 마.”

나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마물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다.

마물은 언제부터 사냥을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집요할 정도로 사람들을 찾아서 죽여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가면쟁이들이 죽는 건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혹시나 무고한 생존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비명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고, 곧 마물의 괴성이 이어졌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왜 똑같은 사람의 비명소리가 계속 나는 걸까?

마물이 사람을 가지고 놀면서 죽이지는 않는데...

나는 이젠 귀가 아플 정도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코너를 돌았고, 어느 사람과 눈을 딱 마주쳤다.

아니, 이건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괴물이었다.

대형맹수와 비슷한 덩치를 가진 중급마물의 몸 곳곳에 여러 사람들의 머리와 팔다리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포에 질린 얼굴들이 눈을 미친 듯이 굴리며 간헐적으로 비명을 지르거나 울부짖었다.

나는 구역질이 났지만 중급마물의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자 바로 대형 마법방패를 들어 올리고 마력산탄을 그 역겨운 괴물을 향해 쐈다.

하지만 중급마물은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와중에도 6개의 튼튼한 다리를 이용해 무지막지한 기세로 달려들어서 날 덮쳤다.

나는 그 충격에 뒤로 밀려서 넘어졌고, 중급마물은 8갈래로 찢어지는 주둥이와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을 비롯해서 8개의 등촉수와 4개의 꼬리촉수로 나를 마구 후려쳤다.

중급마물의 공격은 방패는 물론이고 마법갑옷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손상을 입혔고, 곧 방패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것 같았다.

“저리 꺼져!”

나는 마법갑옷의 출력을 최대로 올려서 중급마물을 밀어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약점조준 스킬을 이용해서 놈의 약점이 입 속을 정확히 조준하고 쐈다.

하지만 놈은 바로 아가리를 닫아서 총알을 튕겨냈고, 다시 나에게 돌진했다.

이번에는 라우라와 에리카가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중급마물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라우라와 에리카가 쏘는 마력산탄은 저지력이 충분하지 못했고 중급마물은 다시 한 번 달 덮쳤다.

그러나 난 이번에는 뒤로 넘어지지 않고 버텨냈고, 무장드론에 장전한 화염탄 6발을 빠르게 쏴서 놈의 몸을 불태웠다.

중급마물은 고통스럽게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고, 놈의 몸에 붙어있는 사람들의 머리들은 대부분 마력산탄에 맞아 죽은 지 오래라서 불에 타는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리스는 중급마물이 아가리를 벌리는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력저격소총을 쏴서 몸 속 깊이 마력탄을 박아 넣었다.

내 약점조준스킬보다 훨씬 정확한 솜씨에, 중급마물은 아가리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하며 휘청거렸다.

하지만 아직 놈은 죽지 않았고, 이번에는 마법갑옷을 입지 않은 내 사랑들을 노렸다.

“어딜 가려고!”

나는 불타고 있는 중급마물에게 달려들어서 놈을 어깨로 들이박아서 벽에 처박았다.

중급마물은 그 와중에도 아가리를 벌려서 내 투구를 씹고, 마법갑옷의 약점인 관절부위를 마구 촉수로 후려쳤다.

이대로라면 나도 위험해지겠지만 나는 쫄지 않고 놈의 아가리 속에 마력권총을 든 손을 집어넣어서 내부에서 풍압탄을 쏴버렸다.

그러자 뭔가 격하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중급마물의 배가 터져버렸고, 입에서 피와 장기를 마구 쏟아냈다.

그런 상태인데도 중급마물은 죽이 않고 날 죽이려고 발악을 했고 나는 마력산탄총으로 놈의 찢긴 배를 마구 쐈다.

그리고 내 사랑들은 날 돕기 위해서 중급마물에게 집중사격을 가했고 내가 그녀들에게 배정해준 무장드론들은 빙결탄을 쏴서 놈을 촉수를 제압했다.

결국 중급마물은 내 마법갑옷 관절부위 곳곳을 손상시키고 결국엔 내 투구를 찢어버린 뒤에나 죽었다.

나는 놈이 죽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는데, 뭔가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뭐, 별 거 아니겠지.

“괜찮으세요?”

라우라가 중급마물의 시체를 확실히 불태워서 후환을 없애고 이리스가 주변의 안전을 확인하는 사이에 에리카가 나에게 다가왔다.

에리카의 작은 손은 아직도 후들거리고 있었지만, 전투를 할 때는 침착하게 사격을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대답 대신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에리카는 사색이 되었다.

“세상에! 레베카님, 지금 볼에 구멍이 나서 이빨이 다 보여요! 얼른 치료 받으세요.”

나는 에리카가 하는 말에 놀라서 무심코 얼굴을 만지려고 했지만 그녀의 외침을 들은 라우라와 이리스가 부리나케 달려와 날 막았다.

그리고 에리카는 내가 미리 그녀에게 주었던 특수상점의 뛰어난 의약품으로 날 치료해주었는데, 이제서야 엄청 아팠다.

고속회복캡슐 덕분에 내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눈빛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얘들아, 미안해. 내가 너희들을 너무 놀라게 만들었어.”

나는 라우라와 이리스, 에리카를 안아주면서 그녀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하마터면 턱이 날아갈 뻔 했는데도 그걸 모르고 있던 내가 한심했다.

너무 아파서 고통을 느끼지도 못했던 것일까?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제가 저걸 레베카님에게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방금 상황이 그래서 늦어버렸네요.”

“저건...”

나는 굳이 분석스킬을 쓰지 않아도 이리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묵직한 기계가 뭔지 알 수 있었다.

투명한 보관함에 들어있는 저 기계는 분명히 제트팩이었다.

그것도 마법갑옷의 등에 장착하면 딱 좋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 고생한 보람이 있어야지.

나는 얼굴에 구멍이 뚫리는 위험을 무릅쓴 끝에 제트팩, 일명 마법추진기를 손에 넣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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