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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103화 (103/271)

〈 103화 〉 102화

* * *

우리는 오후 늦게 제르디아로 돌아왔다.

나는 루드비히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남자가 입어도 무난한 것을 골라서 넘겨주었다.

그는 종족 특성상 원래 체격이 크지 않은 편인데다 비쩍 마른 상태이고, 나보다 키가 좀 작아서 그런지 옷이 살짝 헐렁해보였다.

루드비히는 당연하게도 에리카와 함께 드라쿠스의 등에 올라탔다.

둘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화를 하느라 바빠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난 이번에는 질투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루드비히는 에리카를 동생으로만 여겼고, 에리카 역시 오빠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경우도 아니고 가족애마저 질투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루드비히, 지금부터 너를 제르디아 기사단의 단장대리이신 노먼님의 저택으로 데려갈 거야. 우리도 거기서 머무르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경계할 필요는 없어.”

“저를 그런 곳에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저는 죄인이고 언제 어떻게 가면을 쓴 사람들에게 조종당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너를 다른 숙소에 혼자서만 따로 숨겨둘 수는 없어. 눈에 보이는 곳에 두어야지 보호를 해줄 수 있잖아.”

“저를 말입니까?”

“그래. 넌 이번 사건의 중요한 증인이야. 네가 나와 노먼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해줄 수록 사태가 빨리 잡힐 테니까. 그리고 에리카의 오빠를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감사합니다.”

“내가 명예기사이기는 하지만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어. 에리카의 오빠라면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나는 루드비히의 어깨를 잡고 그를 격려해주었다.

그러자 루드비히는 선망에 가까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그를 우리의 여행에 데려갈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든다.

이 세상에 온 뒤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가졌지만 진정한 의미로 친구와의 우정을 느껴본 적은 별로 없었다.

베로니카 언니가 그나마 그런 감정에 제일 근접했지만 아직도 언니를 보면서 가끔씩 설레는 건 우정이라고만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칼스란이나 엠마도 있지만 이 사람들은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까놓고 말해서 만만한 친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나이가 비슷한 루드비히와 친구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루드비히가 무고한 희생자일 뿐이라는 사실이 제대로 입증이 된 뒤에나 그런 일이 가능하겠지.

솔직히 나는 여전히 루드비히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그에게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방심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본인은 우리를 배신할 생각이 없어도 자기가 한 말처럼 적에게 조종당하거나,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적대적인 행동을 벌일 지도 모른다.

그러니 곁에 두고 많은 눈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적들의 의도를 어느 정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단장대리의 저택에는 기사단에서 파견된 병력들이 상주하고 있으니 만일의 사태가 벌어져도 기사단 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노먼이 화가 많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저택의 입구에 도착해서야 뒤늦게 노먼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협조한다고 해놓고는 갑자기 도망가 버렸으니 날 의심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정을 설명한다면 어느 정도는 납득해줄 거라고 믿는다.

내가 저택에 들어서자 마침 근처를 지나고 있던 노먼과 눈을 딱 마주쳤다.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는가? 자네가 거대 인면어를 쓰러뜨리자마자 갑자기 사라져서 걱정했다네.”

“죄송합니다. 당장 돌봐야 할 사람이 생겨서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급히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노먼은 화가 난 상태가 아니었고 오히려 날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기쁜지 무뚝뚝한 표정임에도 희미하게 미소가 깔린 게 눈에 보였다.

“자네가 돌봐줬다는 사람이 바로 그 치타족 사내인가보군.”

“네, 제 노예인 에리카의 친오빠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차마 방치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네의 노예가 가족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군. 자세한 이야기는 방에 들어가서 하세나.”

노먼은 루드비히에게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거대 인면어가 죽은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라면 누구든 의심부터 하는 게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루드비히를 적대하지는 않았다.

역시 나처럼 두고 보려는 셈인 걸까?

우리는 노먼의 안내에 따라서 응접실로 향했고 나와 루드비히만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내 사랑들은 노예 신분이라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에는 들어갈 수 없는 게 일반적인 규정이다.

베로니카 언니의 저택에서는 라우라와 이리스도 거리낌 없이 응접실로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건 언니가 별난 귀족이라서 그런 것이다.

노먼은 소파에 앉으며 하인에게 우리를 위한 커피를 내올 것을 명령했고, 우리를 맞은편에 앉혔다.

그리고 잔뜩 긴장한 루드비히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넌 이름이 무엇이냐?”

“루드비히라고 합니다.”

“내 할아버지의 성함과 같군. 좋은 이름이다.”

“감사합니다.”

“넌 거대 인면어와 어떤 관계지?”

“가면을 쓴 사람들이 절 그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역시 그 놈들인가...”

노먼은 이미 가면쟁이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더 쉬워지겠어.

“단장대리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놈들은 가면을 쓴 자들입니까?”

“그렇다네. 자네가 그... 가면쟁이라고 명명한 놈들이 아버지의 도주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네만 좀처럼 추적하기 어려운 놈들이라서 애를 먹고 있지.”

“하하하, 제가 우스갯소리로 지은 명칭이 여기까지 소문이 퍼졌군요.”

“프랑카 기사단에서 보낸 공문에 그렇게 적혀있더군. 아마 주변의 다른 기사단들도 그렇게 알고 있을 걸세.”

나는 노먼의 말을 듣고 나니 너무 부끄러웠다.

장난삼아서 붙인 이름이 공문서를 통해서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니 말이다.

그래, 그런 사악한 미친놈들에게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주느니 가면쟁이 같은 허접한 이름으로 불러주는 게 훨씬 낫지.

“나는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네. 어찌되었든 간에 그 가면쟁이들이 제르디아에서 음모를 꾸미는 게 분명하고 거대 인면어는 그 음모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군. 루드비히,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도록 해라. 그러면 내가 직접 네 신변을 보호해주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저는...”

루드비히는 나에게 말했던 것을 모두 노먼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를 상대했던 것보다 말을 하기 어려워했지만 내가 옆에서 어깨를 잡고서 격려의 말을 보내자 용기를 내서 계속 증언을 이어나갔다.

고아원에서 납치당해서 가면쟁이들에게 팔려가고, 온갖 생체실험을 당한 끝에 거대 인면어로 변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으며, 그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까지.

조용히 듣고만 있던 노먼은 루드비히가 울먹이며 자신이 괴물이었을 때 저지른 학살을 고백하는 모습을 보더니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얼마나 마음이 편치 않았으면 기껏 나온 커피를 마실 생각도 하질 않고 다 식도록 방치했을까?

“잘 들었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도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아, 아닙니다. 제 말을 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의바른 친구로군. 혹시 갈 곳이 없다면 우리 기사단에서 일 해볼 생각은 없느냐?”

“제가 감히 기사단에서 말입니까?”

“그래. 당분간 기사단의 하인으로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틈틈이 몸을 단련해서 기사단 입단을 노려보는 것이지. 어떻게 생각하느냐?”

“기회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아. 오늘밤은 여기서 자고 내일 나와 함께 기사단 본부로 가도록 하자.”

“네, 단장대리님! 감사합니다!”

“벌써부터 그렇게 목청이 크면 나중에 훈련할 때 어쩌려고 그러나? 하하하, 이제 나는 레베카경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먼저 가서 쉬도록 해라.”

노먼은 자리에서 일어나 루드비히와 악수를 하고는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리고 하인을 시켜서 루드비히에게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할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살짝 열렸다가 닫히는 문 너머로 에리카가 루드비히를 따라가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오빠, 오빠하면서 쫓아다니는 모습이 병아리 같아서 귀엽다.

그리고 나는 노먼과 단둘이서만 응접실에 남아서 커피를 마셨다.

“레베카, 자네가 루드비히를 바로 나에게 데려와서 다행일세.”

“노먼님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만약 기사단 본부로 데려갔더라면 모진 고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테지. 내가 단장대리이긴 하지만 부끄럽게도 기사단 전체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네. 특히나 부단장 시절부터 나와 각을 세웠던 가르탱 빌란드르와 놈을 추종하는 파벌이 문제지.”

노먼은 자신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사람에게 그런 민감한 속사정을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말이다.

역시 베로니카 언니의 편지가 그만큼 영향력이 큰 걸까?

그나저나 가르탱이라는 사람은 왠지 내 적이 될 것 같은 사람이네.

증거 같은 건 없지만 내 직감이 그와 전투를 벌일 거라고 속삭였다.

잘 훈련된 기사들과 싸우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분명 마족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겠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부패한 자일세.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내 채권자이기도 하고. 가르탱은 아버지가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서 채권을 모조리 사들여서 나를 조롱하는데 쓰고 있다네.”

“그러니까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노먼님을 괴롭히기 위해서 그런 짓을 벌인 겁니까? 근성이 썩어빠진 사람이로군요.”

“실력도 없는 사람이 부모의 신분 덕에 부단장에 올랐으니... 곧 저택이 매각되면 빚을 다 갚고도 남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혹시 단장님의 실종이 가르탱과도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지 않아도 가르탱과 가면쟁이들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는 참이네만, 누가 내 편이고 누가 가르탱의 편인지 알 수 없어서 지지부진한 상태라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자네가? 가르탱의 저택은 이곳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라네.”

“걱정 마세요. 저희 쪽에 전문가가 있고 저도 나름 비법이 있습니다. 한 번 믿고 맡겨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내가 약간의 허세를 부려가면서 하는 제안에 노먼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나에게 도움을 청하기는 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거대 인면어와 관련된 문제였다.

하지만 가면쟁이와 가르탱이 연관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그를 조사하면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루드비히가 변한 거대 인면어에게 가면을 씌워준 구도자를 잡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말단들은 아는 게 별로 없을지라도 간부급인 구도자라면 최소한 조직의 이름이나 당면한 목표정도는 알고 있겠지.

이미 만났던 구도자 엘쿠단, 도미닉은 죽어가느라 많은 정보를 줄 수 없었지만 말이다.

“레베카, 자네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네. 그러니 부디 실수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나는 노먼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잠시 잡담을 나누다가 응접실에서 나왔다.

나는 여전히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우라와 이리스를 데리고 우리가 머무르는 방으로 돌아갔다.

“얘들아, 우리가 잠입 작전을 펼쳐야할 것 같아.”

“이번에도 저한테 맡겨주세요.”

라우라는 언제나처럼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로 말했다.

그녀는 이미 몇 차례에 걸친 성공적인 잠입으로 실력을 입증했으니 믿고 맡길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적극적으로 작전에 동참하고 싶다.

“우리가 이번에 상대해야할 사람은 제르디아 기사단의 부단장인 가르탱 빌란드르라는 사람이야. 그의 저택은 보안이 굉장히 철저하다고 해. 그래서 라우라, 너 혼자서 가는 것보다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치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레베카님. 계획은 생각해보셨나요?”

“음... 우선 저번처럼 설계도를 확보하고 저택과 그 주변을 정찰하는 것으로 시작해야겠지. 그리고 기사단 본부에서도 가르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을 테고.”

나는 당장 떠오르는 말을 라우라에게 해주었는데 마치 선생님에게 숙제검사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가르탱이 가면쟁이들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려면 그의 저택은 물론이고 기사단 본부에 있는 그의 집무실도 조사해야 한다.

또한 그의 최측근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수집하고 빈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의 저택에 잠입을 해야 하나요?”

“좋은 지적이야, 이리스. 내가 그것부터 말했어야 했는데. 노먼님의 말에 따르면 가르탱은 가면쟁이들과 연관이 깊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거대 인면어 습격사건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레베카님, 우리가 종종 가면쟁이들에게 위협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먼저 그들을 공격할 필요가 있을까요? 며칠 정도만 여기서 머무르다가 바로 떠나는 게 안전할 것 같아요.”

“놈들의 중요한 실험체인 루드비히를 확보한 이상, 가면쟁이들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 다른 도시까지 문제를 끌고 가느니 여기서 해결을 보는 게 낫지.”

나는 이리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미 내 목에 인면어의 지느러미 자국이 생겨버린 이상, 이번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는 끝장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엮일 대로 엮여버린 상태에서 제르디아를 조용히 떠난다고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레베카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저도 적극적으로 그 뜻에 따를게요.”

“고마워, 이리스.”

나는 이리스의 부드러운 볼을 쓰다듬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이리스의 눈동자에는 나에 대한 신뢰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더 많은 신뢰를 받고 불안삼을 해소해주는 건 분명 내 역할이겠지.

“레베카님!”

“어서와, 에리카. 루드비히는 어때?”

나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귀엽게 내 이름을 부르는 에리카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에리카의 표정에서 행복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지금은 목욕을 끝내고 쉬고 있어요. 레베카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루드비히 오빠가 목숨을 구했어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그저 평생 날 사랑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좋은 걸 해드리고 싶어요. 당장 오늘밤이라도...”

응? 왜 하필이면 지금도 아니고 밤이지? 아! 그래, 그거구나!

에리카에게 키스를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녀와 섹스를 할 기회가 생기다니 너무 기쁘다.

밤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겠지만 지금은 에리카에게 루드비히와 함께할 시간을 더 많이 주고 싶다.

“라우라, 오늘밤은 우리가 따로 자야겠다. 그렇지?”

“그러게 말이야. 레베카님, 이리스는 우리보다 몸이 약하니까 진짜 살살하셔야 해요.”

“최대한 노력해볼게.”

나는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하면서 씩 웃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라우라와 이리스의 표정은 꽤나 의미심장했고 에리카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눈빛을 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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