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 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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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르카를 떠난 지가 오늘로 사흘째다.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지인들에게 여행을 떠난다고 알리고 다녀서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어차피 대도시에 도착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되돌아갈 수 있으니 아쉬움이 덜한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긴 했다.
내가 첫 번째 경유지로 삼은 곳은 ‘제르디아’라는 이름의 도시다.
리제르카와 이웃한 영지인 제르디아 지방의 영지수도이며 리제르카에서 넉넉잡아서 나흘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제르디아 지방은 리제르카 지방과 마찬가지로 백작령 영지이며, 여느 백작령들처럼 후작령 영지에 비해서 면적이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프랑카에서 리제르카까지의 거리보다 리제르카와 제르디아 사이의 거리가 더 짧고, 그만큼 가는데 필요한 시간도 적게 필요하다.
여행길은 말 그대로 순탄했다.
포장되지는 않았지만 잘 정비된 도로 위를 수시로 마차와 말을 탄 사람들이 지나쳤고, 곳곳에 위치한 요새화된 야영지나 여관은 밤에도 안전을 보장해주었다.
가끔 인적이 드문 길이 나타났지만 미니맵과 지도창 덕분에 미리 적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피해가거나 선제공격으로 처리했다.
어제는 산길에서 야영을 하는 바람에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야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4명이라서 부담이 덜했다.
나는 원래 제비뽑기로 불침번 순서를 정하려고 했지만 세 사람이 나에게 첫 번째 차례를 양보해주고 자기들끼리만 따로 순번을 정한 덕분에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항상 날 배려해주는,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다.
“정말 여유롭네요. 따스한 햇살에 산들바람까지 부니까 잠이 살살 쏟아지네요. 흐아암...”
어제 세 번째로 불침번을 섰던 라우라는 수시로 하품을 하면서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이틀 정도는 밤을 새도 멀쩡한 그녀라도 사람을 나른하게 만드는 날씨 앞에서는 버티지 못하는 모양이다.
“저도 그래요. 이래도 눈을 감으면 바로 잠들 것 같아요.”
나를 이어서 두 번째로 불침번을 섰던 이리스는 하품은 하지 않았지만 라우라처럼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불침번을 대체할 방법을 고심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두 사람에게 낮잠을 잘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
“우리 쉬었다가 갈까? 에리카, 넌 어떻게 생각하니?”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마침 말들에게 먹이를 줄 시간이 다 되어가기도 하고요.”
운 좋게 마지막 순번으로 뽑혔던 에리카는 누구보다도 또렷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에리카는 역시나 말들 생각이 먼저구나.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얼른 내가 저 지위를 차지하고 싶다.
그런데 갑자기 제하트, 이 건방진 녀석이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히히힝하는 소리를 내는 게 뭔가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비웃는 것 같단 말이지.
사람도 아니고 말에게 질투를 하는 내가 너무 부끄럽다.
“아, 그리고 기왕이면 물이 흐르는 곳이 좋겠어요. 물도 먹여야하거든요.”
“알았어, 에리카.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지도창을 열어서 에리카가 부탁한 조건에 맞는 곳을 찾았고 마침 근방에 있는 공터와 그 옆으로 흐르는 계곡을 발견했다.
여기라면 텐트를 쳐서 라우라와 이리스가 편하게 잘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고 에리카가 편하게 말을 돌봐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계곡 옆에서 쉬었다가 가자.”
나는 지도창에서 확인한 장소로 일행들을 이끌었다.
이제는 말을 타고 자신 있게 앞장을 설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는데, 승마스킬이 1에서 3으로 오른 게 그 증거다.
처음엔 자신감에 차서 허세도 살짝 부렸었는데, 에리카가 빠르게 달리는 말 위에서 가볍게 물구나무를 서는 것을 보고는 겸손한 태도로 바꿨다.
참 세상은 넓고 대단한 사람은 많다.
내가 지정한 계곡은 겨우내 얼었던 물이 반쯤 녹아서 졸졸거리는 소리는 내면서 흐르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바위에는 마치 모자라도 쓰고 있는 것처럼 눈이 조금씩 남아있었고 바짝 말랐던 나무에서는 새순이 돋아났다.
아직 겨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봄이 오는 기세가 명백하게 보였다.
아르카디아에서는 새해를 추운 겨울이 아니라 초봄에 맞이하기 때문에 1월이 봄이다.
그래서 새해맞이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고 뜻깊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평생을 추운 한겨울에 새해를 맞이했던 내 경험과는 사뭇 달랐고 뭔가 더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세상에서도 해돋이 구경을 하려나? 나중에 아무에게나 물어봐야겠다.
“얘들아, 바로 여기야. 내가 텐트를 칠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줘.”
나는 제하트의 고삐를 적당한 나무기둥에 묶어두고 가방에서 가지고 있는 마법텐트 중에서 제일 작은, 2명이 넉넉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을 꺼내서 펼쳤다.
일일이 손으로 설치해야하는 텐트가 아니라 마법술식만 작동시키면 자동으로 설치, 철거되는 마법텐트가 있으니 정말 편했다.
마법텐트는 라우라와 이리스가 말을 에리카에게 맡겨놓고 오는 동안 완전히 펼쳐져서 연신 하품을 해대는 두 사람을 맞이해주었다.
나는 텐트 안에 따뜻한 이불을 깔고 마법으로 작동하는 온열기구를 설치했다.
덕분에 누군가 질식하거나 불이 날 걱정도 할 필요 없었다.
마법이라는 건 정말이지 만능이었다.
“그럼 둘이서 쉬고 있어.”
“네, 레베카님. 배려해주셔서 고마워요.”
라우라는 나에게 가볍게 키스를 한 뒤에 텐트 안으로 들어갔고 이리스 역시 라우라처럼 고맙다는 인사와 키스를 남기고 라우라 옆에 누워서 그녀를 꼭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난 그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언제나처럼 열심히 말들을 돌봐주고 있는 에리카의 곁으로 갔다.
“에리카, 넌 안 졸리니?”
“네, 오히려 계곡의 공기가 상쾌해서 정신이 더 맑아졌어요. 레베카님은 어떠세요?”
“나도 별로 자고 싶은 생각은 없어. 내가 도와줄 거라도 있니?”
“음... 그럼 말들에게 당근을 먹여주세요.”
나는 에리카가 주는 싱싱한 당근이 담긴 바구니를 받아들고 고개를 숙인 채 주변의 풀을 뜯고 있는 제하트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제하트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드라쿠스까지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나는 둘이 싸우는 걸 막으려고 양 손에 당근을 들고서 녀석들에게 동시에 먹여주었다.
당근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나는 더 달라는 보채는 녀석들에게 얼른 당근을 하나씩 더 내밀었다.
잘 먹어서 좋기는 한데 너무 들이대니까 좀 무섭기도 하다.
당근을 3개씩 먹어치운 녀석들은 또 달라며 주둥이를 내밀었지만 나는 아직 당근은 입에도 대지 못한 슈나이더 2세와 샤리를 위해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다행히 녀석들은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고 다시 바닥의 풀을 뜯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이제 막 당근에 관심을 보이는 슈나이더 2세와 샤리에게 당근을 하나씩 내밀었다.
이 녀석들은 앞서 두 녀석들에 비해서 성격이 순한 편이라서 얌전히 당근을 받아먹었다.
지금 말들의 서열은 제하트가 대장이고 드라쿠스가 녀석의 오른팔이며 나머지 두 녀석은 그 둘에게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에리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만큼 제하트가 뛰어난 말이라는 증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걱정되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내가 가족으로 들인 녀석들이라서 누구 하나 다치거나 불행하기를 원치 않는다.
내가 당근을 먹이는데 집중하는 사이에 하고 있던 일을 다 끝낸 에리카는 내 곁으로 사뿐사뿐 다가와 슈나이더 2세와 샤리의 머리를 차례대로 쓰다듬어주었다.
“최근 들어서 말들이 레베카님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레베카님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신뢰가 느껴지지 않나요? 말들에게 항상 친절하시고 이 아이들의 대장인 제하트를 잘 통제하시는 분이니 말들도 레베카님을 믿고 따르는 거예요.”
“그렇다니 다행이네.”
나는 뿌듯함을 느끼며 제하트의 머리와 목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고개를 들어서 내 몸에다 비비더니 혀로 내 얼굴을 핥았다.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하트가 날 좋아해서 그런 거니 참아야겠다.
“생각보다 냄새가 좀 많이 나네. 가서 세수를 해야겠어.”
나는 볼에서 느껴지는 끈적거림에 인상을 쓰면서 계곡으로 가서 깨끗한 물로 얼굴에 묻은 침을 씻어냈다.
물이 아직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정신이 번쩍 들다 못해서 오히려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나는 물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와 눈을 딱 마주쳤다.
이건 뭐지? 사람? 아니야. 물고기인데? 그런데 왜 사람 얼굴을...
나는 사람도 물고기도 아닌 괴상한 생물에 홀려서 급격하게 깊어지는 계곡을 첨벙첨벙 걸어갔다.
미니맵에서 붉은 점으로 찍혀 나오는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무릎 높이였던 물이 금방 가슴팍까지 차올랐고, 곧 완전히 물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창백한 사람의 얼굴에 뱀장어의 몸을 가진 기괴한 인면어와 다시 한 번 눈을 마주쳤다.
놈은 희죽거리며 웃더니 기다란 몸뚱이로 내 목을 감싸 조르기 시작했다.
이러다 죽을 것 같은데 저항을 해야겠다는 의지자체를 가지기가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의식이 점점 더 멀어가는 와중에 누군가 날카로운 것으로 인면어의 목을 찔렀고, 놈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사이에 내 목덜미를 붙잡고 수면 위로 끌고 갔다.
“레베카님! 레베카님! 정신 차리세요!”
“쿨럭, 쿨럭! 우웨엑! 허억, 허억!”
나는 격하게 기침을 하면서 입에서 차가운 물을 토해냈다.
온 몸이 얼어붙는 고통이 느껴져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레베카님! 일단 옷부터 다 벗어야 해요.”
“므, 뭐, 뭐라... 고?”
“가만히 계세요! 제가 해드릴게요.”
에리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추워서 몸을 미친 듯이 떨면서 땅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대체 왜 내 옷을 찢어가면서까지 벗기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갑자기 라우라와 이리스의 모습이 보였고 두 사람은 에리카와 뭐라고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더니 그녀 대신에 내 옷을 마저 벗기고 몸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 의해서 따뜻한 텐트 안으로 옮겨졌다.
여전히 몸이 너무 심하게 떨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서서히 체온이 올라가자 떨림이 잦아들었고 제법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겨우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나는 알몸이 된 상태였고 나와 마찬가지로 옷을 모두 벗은 에리카가 나를 안고 있었다.
거기에 라우라와 이리스가 각각 나와 에리카를 뒤에서 끌어안고 체온을 나누어주었다.
“에리카? 얘들아?”
내가 겨우 목소리를 내자 에리카가 급히 고개를 들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만지며 체온을 확인하더니 안도했다.
“레베카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응. 너희들 덕분이야. 그리고 네가 날 이렇게 꼭 안아주니까 기분이 엄청 좋은 걸?”
“아...”
에리카는 창백한 볼을 붉게 물들이며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내 풍만한 유방으로 눈을 가리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걱정 마. 잡아먹을 생각은 없으니까.”
나는 에리카의 젖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슬쩍 넘기고 그녀의 차가운 이마에 연달아서 뽀뽀를 해주었다.
“레베카님, 에리카가 아니었다면 정말 위험했을 거예요. 레베카님이 위험에 처한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던 저희들에게 벌을 주세요.”
“내가 너희들에게 주고 싶은 건 벌이 아니라 이거야.”
나는 에리카의 도움을 받아서 몸을 일으켰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라우라와 이리스에게 처벌 대신에 진한 키스를 해주었다.
나는 두 사람을 탓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이번 일은 순전히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 내가 만든 생물에 내가 죽을 뻔 했다니 정말 한심하네.
당분간 생선요리는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다.
“저런 계곡에 하필이면 인면어가 살고 있을 거라곤 누가 생각했겠어? 경계를 게을리 한 내가 잘못한 거야. 오늘은 정말 큰 교훈을 얻었다고 봐.”
“그건 제가 죽였으니까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
“에리카, 내 목숨을 구해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죽었을 거야. 그런데 옷은 왜 벗으라고 한 거야?”
“젖은 옷은 체온을 엄청 빨리 뺏어가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옷은 벗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체온을 올릴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도와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그렇구나. 에리카, 넌 아는 게 많구나?”
나는 에리카의 젖은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그녀의 볼을 만지작거리는 걸로 대신했다.
앙증맞은 입으로 나를 위한 말을 재잘거리는 게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다.
“아니에요. 생존과 관련된 지식은 저보다 라우라가 훨씬 더 많이 아는 걸요.”
“그래도 네 덕분에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잖아. 정말 고마워.”
“새로운 가족을 잃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방금 새로운 가족이라고 했니?”
“아, 네. 혹시 싫으세요?”
“아니! 너무 좋아! 네가 나를 가족으로 인정해줘서 정말 기뻐! 하하핫!”
나는 에리카를 와락 껴안고서 바보처럼 크게 웃으며 행복감을 느꼈다.
사실 라우라와 이리스에게 애정을 베풀다보면 뭔가 에리카를 소외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정작 에리카는 나에 대해서 좋게 생각해주니까 감동마저 느껴졌다.
“레베카님, 그러다 에리카가 숨 막혀 죽겠어요. 본인의 가슴크기를 생각하셔야지요.”
“아차차, 미안해. 내가 너무 행복해서 그만...”
나는 이리스의 지적에 에리카를 얼른 놓아주었는데 뭔가 황홀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리카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스스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아! 지금 내 가슴 속에서 뜨겁게 피어오르는 이 감정은 뭘까?
설마 모성애? 정신은 아직 남자인 내가 모성애를 느끼고 있단 말이야? 에이, 설마.
“에리카, 너한테 정말 큰 빚을 졌어. 진심으로 고마워.”
라우라는 에리카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마저 숙였다.
그러자 에리카는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무려 같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난 그 모습이 너무 웃겼지만 진지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꾹 참았다.
“맞아. 네가 아니었다면... 네가 레베카님의 곁에 없었으면... 사랑해!”
이리스는 울먹거리면서 말하더니 나보다도 먼저 에리카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그녀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나를 안고 울어야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에리카는 이리스를 토닥여주면서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을 품었다.
“레베카님, 이리스가 하는 말이 진짜 사귀자는 의미는 아니겠죠?”
“푸흡! 아, 미안. 그건 그냥 친구끼리 하는 말이야.”
나는 내 대답을 듣고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하는 에리카가 너무 귀여워서 한참동안 그녀를 끌어안고서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기분 좋은 향취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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