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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58화 (58/271)

〈 58화 〉 57화

* * *

나는 벌써 몇 시간째 지도창을 들여다보고 있다.

눈알이 빠질 것 같고 현기증이 느껴지는 기분이었지만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았다.

그렇게 겨울의 짧은 해가 지는 오후 6시가 되자 지친 나에게 단비가 내렸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신시가지에서 배회하던 적들이 모두 사방으로 흩어졌고 기사단은 자유를 되찾았다.

내 목숨을 노리는 배후의 권력으로는 이게 한계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몰라도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적들이 어디로 도망치는지 추적해봤는데 내 추적범위 밖까지 그저 직진만 하다가 사라질 뿐이었다.

‘씨발, 이래서야 놈들의 집결지가 어딘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베로니카 언니를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겠어.’

나는 쉬고 있던 내 사랑들과 베로니카 언니에게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로 했다.

세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잠들어 있었는데, 라우라와 이리스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로 새근새근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깨우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계속 죽치고 있을 수는 없으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모두를 깨웠다.

“레베카, 무슨 일이니?”

“적들이 다 물러났고 기사단이 임무에 복귀했어. 돌아가기 딱 좋은 상황이야.”

“다행이네. 그럼 얼른 가자. 윽! 역시 아직 혼자서 일어나는 건 안 되네.”

“무리하지 말고 우리에게 의지하도록 해.”

“알았어.”

나는 베로니카 언니를 등에 업고서 라우라와 이리스의 호위를 받으며 상점에서 나왔다.

몇 시간 정도 갇혀있었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해방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나는 도시의 향취를 맡으며 길을 따라서 베로니카 언니의 저택으로 향했다.

지나가다가 내 등에 업힌 베로니카 언니를 목격한 기사단 병사들은 부리나케 달려와 상황을 파악했고 언니의 말 몇 마디를 듣더니 온 힘을 다해서 기사단 본부로 뛰어갔다.

부디 본부에 비상이 걸려서 기사단 전체가 범인을 찾겠다고 도시 전체를 샅샅이 뒤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저택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베로니카 언니가 괴한들에게 공격당해서 총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퍼졌는지 난리도 아니었다.

저택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서 베로니카 언니의 무사귀환을 반겼는데 그걸 보니 평소에 언니가 얼마나 주변사람들에게 잘해줬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언제나 과묵한 줄 알았던 언니의 남편인 알론의 표정은 거의 울상이 되어있었다.

내가 언니를 등에서 내려주자 알론은 곧장 가까이 다가와서 아내를 부축했다.

“여보, 당신이 위험한 순간에 곁에 있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오히려 당신이 그 자리에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데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기필코 범인들을 찾아서 단죄하고야 말테니 그동안 마음 편히 가지고 몸조리를 하도록 해요.”

“요양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침대에 누워있게 생겼네요. 아무래도 창조신께서 우리보고 둘째를 만들라는 신호를 보내시는 것 같지 않아요?”

“여보, 당신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여자라오.”

베로니카 언니와 알론은 주변 사람들에게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면서 진하게 키스했다.

나 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놓고 둘째를 만들자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렇게 베로니카 언니는 한껏 여유를 부렸지만 본인의 어린 아들 앞에서는 결국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말았다.

베로니카 언니는 집사가 준비한 나무로 만든 휠체어 위에 앉아서 아들을 끌어안고 한참을 엉엉 울었고 아들도 덩달아 울음을 터뜨렸다.

겨우 5살에 불과한 아들을 세상에 두고 떠나는 건 베로니카 언니 입장에선 너무나도 가혹하고 두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아내를 살려줘서 정말 고맙네. 이 은혜는 반드시 크게 갚도록 하겠네.”

알론은 내게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감사를 표했다.

귀족은 체면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모양이다.

평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체면이 깎이는 일이지만 은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은 더욱 크게 체면이 깎이는 일로 여겨지는 게 아닐까?

“제게 은혜를 베푸신 분을 지켜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네는 아내가 말했던 대로 참 겸손한 사람일세. 당분간 저번처럼 식솔들과 함께 우리 저택에서 지내면서 마음껏 여흥을 즐기게나.”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론은 내 어깨를 잡으면서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눈빛을 보냈고 내 손을 잡고 악수했다.

저번에 저택에 있을 때는 나를 있는 듯 마는 듯 대했고 얼굴을 마주칠 일도 없어서 전형적인 귀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조금 오해였던 것 같다.

“레베카, 이제 내 걱정은 마시오. 정리가 되면 다시 부를 테니 그때까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시오.”

“네, 베로니카님. 저희는 이만 물려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나는 베로니카 언니에게 인사를 한 뒤에 라우라와 이리스를 데리고 하녀의 안내에 따라서 우리가 당분간 머무를 방으로 향했다.

우리는 저번에 썼던 방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는데 마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정말 피곤한 하루였어.”

나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눈을 감았다.

몸과 정신이 모두 지쳐서 그냥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무기력한 내 양 옆에 라우라와 이리스가 동시에 누워서 나를 끌어안았다.

난 덕분에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릴 수 있었고 지도창을 열어서 5명의 용의자들의 상황을 확인해볼 정신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모두 영주의 저택에 있는 어느 방에 모여 있었는데 아마도 함께 식사를 하면서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것 같다.

설마 이 5명이 전부 한 패는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안전한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그건 너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거야. 프랑카에서 제일 권력이 강한 사람들이 한 팀이라면 난 일찌감치 죽었을 게 분명하다고.’

나는 조금은 희망적으로 상황을 보기로 했다.

우선 기사단 전체를 붙잡아두고 있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아내야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베로니카 언니가 지목했던 사람들은 모두 기사단 본부에 없었다.

즉, 그 사람은 대리인을 보냈거나 서면으로 명령을 하달했을 것이다.

이건 기사단의 부단장인 베로니카 언니가 알아보는 게 빠르겠지.

‘결국 난 이 5명을 계속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걸까? 첩보영화처럼 몰래 들어가서 정보를 빼오는 일 같은 건 못한단 말이지.’

나는 유서 깊은 영국산 첩보영화를 떠올려보았지만 미녀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 말고는 그 첩보원 주인공의 흉내조차 낼 수가 없다는 결론만 나왔다.

정말이지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레베카님, 고민이 있으시면 저희들에게도 말씀해주세요.”

“맞아요.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릴게요.”

라우라와 이리스는 나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나는 선뜻 받아들이기가 곤란했다.

분명 전직 현상금사냥꾼과 마안소유자의 능력을 빌리면 첩보영화의 흉내정도는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무래도 베로니카 언니가 총을 맞은 뒤로 겁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문제는 무섭다고 가만히 숨죽이고 있을 수는 없다는 거야. 아예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란 말이지.’

나는 잠시 겁을 먹긴 했지만 곧 첩보영화 주인공처럼 현실과 맞서 싸워보기로 했다.

내 능력이 부족하다면 동료의 능력을 빌리면 되고 남들은 상상도 못할 나만의 기능으로 그들을 도와주면 된다.

무전기 같은 게 있으면 라우라와 이리스에게 실시간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이 세상에 그런 마법도구는 없었다.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마법도구가 실존했다면 이미 기사단에서 절찬리에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특수상점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면 통신기기 같은 것도 구매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과연 이 세상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기계까지 팔아 줄지는 미지수다.

일단 시험해볼 가치는 있는 일이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딱 한 번 더 투자하면 거의 빈털터리가 된다는 게 문제다.

나중에 베로니카 언니가 1백만 라기르를 내 동전주머니에 채워주면 그때 다시 특수상점으로 가봐야 할 것 같다.

“얘들아, 지금 우리에게 정보가 필요한데 어떤 식으로 수집하는 게 좋을까?”

나는 내 대답을 진득하게 기다리고 있던 라우라와 이리스에게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두 사람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라우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쟤 경험상 두 가지 방법을 쓸 수 있어요. 첫 번째 방법은 목표와 가까운 곳에 위장취업을 하는 것이에요. 두 번째 방법은 몰래 목표의 집이나 사무실에 잠입하는 거예요. 첫 번째 방법은 안전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이고 두 번째 방법은 그 반대죠. 지금은 급한 상황이니 두 번째 방법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역시 잠입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 라우라, 할 수 있겠니?”

“혼자서만 해본 적은 없지만 준비만 충분하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음... 일단 알았어. 이리스, 넌 어떻게 생각하니?”

나는 전직 현상금사냥꾼답게 빠르게 방법을 제시하는 라우라의 의견을 들은 뒤에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리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리스의 앵두 같은 입술 너머에서 나오는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우선 내무관이라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의심 가는 사람들을 모두 저격해서 처치하는 게 어떨까요?”

“이리스, 그건 아무 죄도 없는 사람까지 죽게 만들 수도 있는 일이잖아.”

“죄송해요. 하지만 제 능력만으로 레베카님과 라우라를 지키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어요. 성당의 종탑이라면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영주의 저택을 저격범위에 넣을 수 있으니 맡겨만 주신다면 깔끔하게 해낼 자신이 있어요.”

나는 라우라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더 순하게 행동하는 이리스가 더 극단적인 태도를 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지켜주고 싶어 하는 건 고맙지만 이러다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다.

“이리스, 그건 너무 위험해. 레베카님을 더 큰 문제로 몰아갈 수 있는 일이야. 화가 나는 건 알겠지만 넌 나처럼 이성을 잃고 날뛰는 일이 없었으면 해.”

“하지만 레베카님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이리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문제해결보다도 내가 목숨을 위협받은 상황 자체에 분노해서 저격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도 라우라가 본인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듣고 반발하지 않았다.

“얘들아, 그럼 이렇게 하자. 라우라가 가져온 정보를 바탕으로 진짜 배후를 찾아서 그 놈에게 총알로 경고를 하는 거야. 경우에 따라서는 죽여서라도 끝장을 볼 생각도 있어.”

“레베카님, 귀족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전국적인 수배령이 내려지고 신분이 노예로 강등당해요. 레베카님이 안전하시려면 베로니카님을 이용해서 법적으로 처벌을 내리는 게 최선이에요.”

“범인은 기사단을 사적으로 통제하거나 베로니카 언니가 공격에 말려들어 다친 일로 곤욕을 치르긴 하겠지만 어쨌든 귀족이니 평민인 날 공격한 건에 한해서는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그럴 경우엔 내가 직접 처벌을 내리는 수밖에 없어.”

“레베카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전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라우라, 저번에도 말했지만 언제나 이성적인 조언을 해줘서 고마워.”

“전 이성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는 걸 보셨잖아요.”

“그건 예외상황이라고 치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라우라에게 짧게 키스를 해주었다.

항상 나에게 올바른 조언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그녀가 너무 기특하다.

“레베카님, 저희들이 작전을 수행하려면 외출이 가능해야하는데 과연 베로니카님이 허락을 해주실까요?”

“이리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지금 베로니카 언니는 정보원들을 모두 믿을 수 없는 상황이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손을 내민다면 결국 잡을 수밖에 없겠지. 물론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볼게.”

“그럼 저는 좋은 저격지점들을 찾아볼게요. 그리고 라우라가 잠입할 때도 뒤를 봐줄 거예요.”

이리스는 내 몸 위로 팔을 뻗어서 라우라와 손을 잡았다.

그러자 라우라는 방긋 웃으면서 화답했다.

“네가 내 뒤를 봐준다니까 엄청 든든한 걸. 자세한 작전계획은 베로니카님이 조만간에 레베카님께 하는 말에 따라서 짜보도록 하자.”

“응! 열심히 할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리스는 라우라 앞에서는 마치 한 마리의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

라우라가 이끄는 대로 적극적으로 따라가고 그녀가 무언가를 제안하면 언제나 긍정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 늘 귀엽다.

그래서 나는 이리스에게도 키스를 해주었다.

“이리스, 넌 너무 귀여워서 문제야.”

“제가요? 라우라가 더 귀엽지 않아요?”

“둘 다 귀여운데 귀여움의 종류가 달라.”

“그럼 더 귀여워해주세요.”

“좋아. 라우라, 너도 더 가까이 와.”

나는 내 곁으로 바짝 붙은 라우라와 이리스를 애정을 담아서 꼭 안아주었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 나를 이렇게도 사랑해주는 두 사람이 너무 고맙다.

그러니 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너희들의 일이 대강 정해졌으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저번에도 말했었지만 난 사람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그리고 건물의 설계도가 있으면 나만 보이는 마법지도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도 있지.”

“그렇다면 설계도를 먼저 구한다면 일이 더 편해지겠네요.”

“맞아. 목표가 개인공간이나 일터에서 어떤 행동유형을 보이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라우라, 네가 잠입하는 일을 도울 수 있어.”

“설계도는 보통 관공서에서 원본을 보관하지만 현상금사냥꾼길드에서 복사본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제가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볼게요.”

“좋아, 설계도 입수는 너한테 맡길게. 대신에 갈 때는 반드시 이리스랑 같이 가도록 해.”

“명심할게요.”

“그리고 내가 지금부터 적어주는 이름들은 처음에 나와 베로니카 언니를 공격했었던 적들의 이름이야. 길드에 가면 이들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해.”

“네, 레베카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메모장에다 아직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가증스러운 이름들을 살생부를 작성하는 것 마냥 써내려갔다.

이중에서 태반은 이미 죽은 사람이겠지만 죽었다고 이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 아는 사람을 찾기만 한다면 배후를 알아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난 배후뿐만 아니라 놈을 도와서 오늘 우릴 죽이려고 했던 조직까지 박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오늘 받은 굴욕은 기필코 복수하고야 말거다.

당하고서 도망가는 건 진짜, 진짜 마지막 선택지로 남겨두고 어떻게든 맞서 싸울 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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