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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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에서 돌아온 지 어느덧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이틀에 한 번 꼴로 D급 의뢰를 수행했고 모두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지난 일주일동안 달라진 것은 크게 없었다.
칼스란 부부의 마법무기점과 맞은편의 식당이 다시 정상적으로 영업을 시작했고, 곳곳에서 행해지던 장례식도 모두 마무리된 것이 전부다.
기사단은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지만 그들을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여론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사단이 여태까지 잘해왔는데 한 번의 잘못만으로 그동안의 노고와 성과를 없는 것처럼 취급할 수 없다고들 생각했다.
물론 권위에 대해서 도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신분사회이니 마지못해 수긍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기사단은 여전히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서 그들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나를 저택에 초대해주겠다던 베로니카 언니는 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도 일주일 내내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영주의 저택에 평소보다 더 많은 짐마차들이 드나들고 관공서에서 믿을만한 마부들을 끌어 모으는 중이라고 한다.
아마 조만간에 영주나 영주의 대리인이 제국의 수도로 떠날 것 같다.
나도 이번 기회에 수도로 가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미니맵 기능을 비롯해서 더 많은 편의기능을 습득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전에 칼스란이 수도에 가면 내가 원하는 마법도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었으니 분명 뭐라도 하나 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국의 중심지이니 어디보다도 종합적인 능력치가 뛰어난 노예를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이리스의 예속퀘스트를 활성화시키지 못했지만 내게 좋은 특수스킬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노예를 미리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괜히 정치에 휘말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느껴진다.
신분사회에서 나 같은 평민하나쯤이야 죽인 뒤에 아무것도 없던 일로 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차라리 베로니카 언니에 아무 것도 알리지 않는 방법을 썼더라면 이런 걱정을 할 일이 없었을 텐데.
하지만 그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이, 귀족이 먼저 준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를 하는 건 너무 위험할 뿐만 아니라 가면쟁이들로부터 나와 내 사랑들을 지킬 방법을 아예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권력이라는 것이 내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주기만 한다면 보다 안전하게 여행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건 다 내 생각일 뿐이야.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나는 아침부터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려고 내 허벅지 위에 올라와있는 라우라의 몽실몽실한 꼬리를 만지면서 이리스가 타온 커피를 마셨다.
지금 내 오른쪽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 있는 라우라는 내 자지에 첫 경험을 안겨준 뒤로 이번보다 더 내게 의존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금처럼 줄곧 내 곁에 붙어있다든가, 잘 때는 무조건 날 끌어안고 잤다.
그녀는 나와 같이 씻을 때면 종종 내 보지를 향해서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내곤 했는데 난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섹스를 할 때 자지를 쓰면 몇 배는 기분이 좋지만 그만큼 훨씬 더 힘들어서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저번처럼 입원을 하지 않는 게 어디냐만서도 매일 그런 짓을 했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게 분명하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되도록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라우라는 전보다 더 야한 사람으로 변해서는 더 빨리 성욕수치가 차올랐고 그 영향인지 수시로 날 유혹했다.
아무래도 내 정액에 최음제 성분 같은 게 포함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분석스킬을 한 번 써봐야겠다.
‘내가 멀쩡한 걸 보면 최음제 성분은 비약인 것 같기는 해. 그래도 한 번 검사를 해볼 필요는 있겠지. 괜히 쾌락을 탐하다가 라우라를 망가뜨리면 안 되니까.’
나는 소중한 라우라의 턱을 살살 긁으며 그녀가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즐겼다.
내가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가끔씩은 라우라가 덩치 크고 순하다는 메인쿤처럼 느껴져서 너무 귀엽다.
나는 라우라의 머리와 볼을 쓰다듬고 눈표범처럼 생긴 귀를 만지작거리고 가끔 배도 쓰다듬으면서 그녀에게 말없이 애정을 쏟았다.
그리고 충분히 라우라를 만끽한 나는 이제 막 내 왼쪽에 앉은 이리스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이리스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도 밝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내 걱정과는 달리 이리스는 슬픔을 잘 극복했고 전보다 덜 소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역시나 섹스와 관련된 부분만큼은 부끄러워서인지 쉽게 말을 꺼내질 못했다.
역시 그건 내가 이끌어가는 게 좋겠지.
이리스의 호감도는 저번 사건 이후로 최고치인 5까지 올랐다.
내가 해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호감도가 오르다니 이상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지만 이유 정도는 제대로 알고 싶은데 말이다.
음란도의 경우엔 욕조에서 이리스를 일방적으로 괴롭혔을 때 한 번에 3에서 6까지 올랐지만 그 때 이후로는 한 번도 그녀와 섹스 같은 걸 한 적이 없어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예속퀘스트를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섹스에 나서서 음란도를 올릴 필요가 있지만 나는 지난 일주일 동안 이리스를 유혹할 엄두를 내질 못했다.
아무리 도미닉이 나쁜 사람이라도 원치 않게 아버지를 죽이게 된 딸을 상대로 돌아서서 섹스를 요구하는 건 양심에 가책이 느껴져서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서 이리스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슬슬 욕심을 내도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피어싱을 한 이리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없애둔 자지가 벌떡 서버리는 것 같다.
거기에 저번에 라우라가 입었던 섹시한 란제리까지 착용한 채로 수줍어서 몸을 배배꼬면 그 파괴력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아무튼 그건 추후의 즐거움으로 미뤄두고 오늘은 휴식을 취해야겠다.
어제 동굴에서 하급마물들을 처리한다고 꽤나 애를 먹는 바람에 오늘은 총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총기관리는 라우라와 이리스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내가 직접 손을 댈 일은 없었다.
나는 기껏해야 가방에서 두 사람이 필요로 하는 걸 꺼내주고 손질을 끝낸 총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는 게 하는 일의 전부였다.
항상 두 사람에게 일을 떠맡기고 있으니 오늘은 보답을 해주고 싶다.
“얘들아, 오늘은 뭐하고 놀까?”
“사실 전 오늘 할 일이 있어요.”
라우라는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했다.
아침운동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별도로 행동하는 법이 없는 사람인데 말이다.
혹시 나랑 이리스가 단 둘이 있을 시간을 주려는 걸까?
일단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야겠다.
“무슨 일인데?”
“현상금사냥꾼길드에서 제가 노예가 되기 전에 수행했던 마지막 의뢰의 현상금을 받아가라고 해서요.”
“아, 길드가 따로 있었구나? 현상금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네.”
난 현상금사냥꾼도 모험가길드에서 관리하는 줄 알았는데 아예 별개의 길드가 있었다.
길드원이 노예가 되면 그냥 입 싹 닦을 줄 알았더니 꽤나 의리가 있는 조직인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무시하고 있다가 마지못해서 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많이 늦었지만 제대로 주는 게 어딘가 싶어요. 돈 받아오면 제가 한턱 제대로 낼게요.”
“정말? 기대하고 있을게. 그런데 너 혼자가도 되겠어?”
“걱정 마세요. 저희 부모님과 친분이 있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간 김에 그 분들하고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고 와.”
난 동전주머니의 회수기능을 써서 침실에 보관되어있던 그것을 내 손 위로 가져왔다.
그리고 1백 라기르짜리 소은화 3닢을 꺼내서 라우라의 고운 손에 쥐어주었다.
이 돈이면 부모님의 지인이라는 사람들을 모두 배불리 먹이고 남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레베카님.”
“난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놀다가 오도록 해. 그렇다고 너무 늦게 들어오지는 말고.”
“당연하죠. 레베카님의 곁에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으니까요. 그럼 슬슬 외출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요.”
라우라는 내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침실로 가서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라우라와 이리스에게 옷을 몇 벌 사주긴 했지만 보통은 화려하고 예쁜 옷보다는 실용적인 옷을 입고 다녀서 한두 번 입은 뒤에 줄곧 옷장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일상을 생각해보면 모험가길드에서 의뢰를 받아서 마족이나 마물을 죽이러 가고 남는 시간에는 체력단련이나 호텔에서 시간을 때우는 일이 많으니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나는 라우라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에 조용히 있는 이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이리스, 요즘 기분은 좀 어떠니?”
“항상 즐거워요. 레베카님이 언제나 저를 사랑해주시고 라우라도 항상 저를 챙겨주니까요. 저는 별로 해주는 게 없는데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하기도 해요.”
“네가 기운을 잃지 않고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내가 널 노예로 구입하기는 했지만 부려먹거나 괴롭히려고 산 게 아니잖아.”
“레베카님과 함께라면 평생 노예라도 상관없어요. 그러니 저도 라우라처럼 특별한 선물을 주시면 안 될까요?”
“특별한 선물?”
“네, 그... 피어싱이요.”
나는 순간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아니, 지금 저 순수한 얼굴로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이리스와는 아직 제대로 된 섹스를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피어싱을 달아달라고 그러다니?
나는 혹시나 싶어서 분석스킬로 이리스의 음란도를 확인해봤지만 그대로 6이었다. 아니, 방금 7로 올랐다.
말 한마디로 음란도가 오를 줄은 몰랐다.
아무튼 지금은 왜 아직 피어싱을 줄 수 없는지 설명을 해야 한다.
다짜고짜 예속퀘스트 같은 말을 꺼내봤자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테니 뭐라고 변명을 하는 게 좋을까?
이리스는 내 대답을 기다리며 나를 오매불망 바라보았고 나는 일단은 당장 떠오르는 말부터 해보았다.
“이리스, 갑자기 피어싱 이야기는 왜 하는 거니?”
“라우라랑 같이 샤워를 하면 항상 그게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라우라한테 어째서 그런 곳에 피어싱을 했냐고 물어봤었는데 사랑의 징표라고 했어요.”
“너도 진심으로 그걸 하고 싶어? 한 번 하면 평생 뺄 수 없는데도?”
“그건 좀 무섭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생 늙지도, 병에 걸리지도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솔깃했어요. 그렇게 된다면 레베카님의 곁을 계속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라우라가 그냥 있는 대로 다 불어버렸구나.
물론 그녀의 잘못은 아니다.
분명 사랑하는 사람이 준 특별한 선물은 자랑하고 싶기 마련일 테니까.
“이리스, 네 마음은 고맙지만 당장은 줄 수 없어.”
“어째서요?”
“그게 착용하려면 조건이 까다로워서 말이야.”
“조건이 뭔가요? 얼른 말해주세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할 것과 나랑 섹스할 때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 것.”
“아...”
이리스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친구처럼 엄한 곳에 피어싱을 하고 싶어 하던 사람이 섹스에 대한 말이 나오니 수줍어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이리스, 네가 날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건 잘 알고 있어.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내가 처음부터 말했던 것처럼 섹스를 강요할 생각도 전혀 없어. 그러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나는 이리스의 살짝 차가워진 손을 꼭 잡아주면서 말했다.
그러자 이리스는 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먼저 키스를 해왔다.
이리스의 키스는 내게 보다 주도적인 애정을 갈구했고 나는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단련된 혀놀림으로 그녀의 혀를 압도하고 입 속을 유린했다.
오늘의 키스는 쌉싸름한 아침커피의 맛이 녹아들어있어서 자연스레 더 달콤한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나는 이리스의 옷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고 허리를 쓰다듬다가 엉덩이를 매만졌다.
이리스는 양팔을 내 목에 감고서 전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키스에 임했다.
그녀는 입술이 살짝 떨어질 때마다 얕은 신음소리를 흘렸고 내 손이 몸에 닿을 때마다 조금씩 움찔거렸다.
나는 그런 이리스의 사랑스럽고 깜찍한 반응을 즐기며 라우라가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침실 밖으로 나오는 순간까지 이리스에게 진한 키스를 선사했다.
“벌써부터 분위기가 엄청 좋네요. 역시 저녁까지 밖에 먹고 올까요? 후후후.”
라우라는 이리스의 잔뜩 상기된 얼굴을 보더니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나에게로 향했는데, 이리스를 너무 심하게 괴롭히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라우라, 나도 너처럼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 그러니까 괜찮지?”
“당연하지! 그래야 너랑 둘이서 레베카님을 동시에 사랑해드릴 수 있을 거 아니야? 네 사랑도, 처녀도, 마음도 전부 레베카님에게 바치면 우리 모두가 평생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
라우라는 상당히 무서운 소리를 하면서 이리스를 꼭 안아주었다.
이게 사랑을 응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흥사이비종교를 전도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이리스는 용기를 얻었다.
라우라는 이리스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했고 그걸 들은 이리스는 라우라의 팔을 찰싹찰싹 때렸다.
왜 항상 라우라가 귓속말만하면 때리는 걸까? 내용이 참 궁금하단 말이지.
“레베카님, 이리스를 잘 부탁드려요.”
“물론이지.”
“저한테 하듯이 너무 괴롭히지는 마시고요.”
“알았어. 걱정하지 마. 그리고 그건 우리가 쌍방으로 그러는 거잖아.”
“후훗, 그건 그래요. 이리스,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경험해보도록 해.”
라우라는 이리스의 볼에 뽀뽀를 해주고는 나한테 와서 짧고 굵게 키스를 했다.
그렇게 우리 둘에게 인사를 한 라우라는 손을 흔들어주며 객실 밖으로 나갔다.
“저... 레베카님? 오늘 저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싶으세요?”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네가 원하는 걸 말해주지 않을래?”
내가 역으로 하는 질문에 이리스는 그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아무런 말도 하질 못했지만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곧 그녀의 매력적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날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저를 당신의 여자로 만들어주세요.”
이리스는 그렇지 않아도 노출이 심한 옷을 스르륵 벗으며 나를 유혹했다.
아, 난 정말이지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이리스의 유혹을 마다하지 않고 그녀에게 음흉한 손길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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