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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46화 (46/271)

〈 46화 〉 45화

* * *

나는 기사단 본부에 다녀온 뒤로 기사단이 출병하는 날만을 고대했었다.

어떤 식으로 인류의 배신자들에게 앙갚음을 해주어야 좋을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하루는 그냥 모조리 죽일 생각뿐이었고 다음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을 죽이는 게 좋을지 고민했었다.

그리고 작전이 시작되는 날, 나는 라우라와 이리스를 대동하고서 기사단 본부 안으로 발을 디뎠다.

출병시간은 새벽 5시라서 넉넉하게 새벽 3시 30분에 기사단 본부에 도착한 우리들은 곧장 베로니카의 집무실로 안내를 받았다.

평소 같으면 조용할 기사단 본부가 오늘은 출병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바쁘게 돌아갔다.

보급품을 짐마차에 싣고, 마력총과 마법갑옷을 정비하고, 말을 보살폈다.

참고로 기사들은 말을 탈 때는 경량 마법갑옷을 입는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게 말의 허리가 중량 마법갑옷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깐 태우는 것은 괜찮지만 뛰는 시늉이라도 했다가는 순식간에 말의 허리가 부러져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처음 이 세상에서 눈을 떴던 날에 나를 구해줬던 기사단장과 그를 따르던 기사들도 모두 경량 마법갑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냥 평범한 판금갑옷으로 생각했었기 때문에 마법갑옷의 존재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전혀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정신이 팔려버렸네.’

나는 말에 대한 관심을 끊고 마법승강기에 올라탔고 꼭대기 층에 도달한 우리는 앞으로 쭉 뻗어있는 복도를 따라 걸어가서 베로니카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베로니카는 이제 막 대량의 서류를 부하들에게 넘기고는 얼굴에 수건을 덮은 채 소파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집무실의 다른 기사단원들이 모두 집무실 밖으로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아직 내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베로니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베로니카 언니.”

“우왁! 깜짝이야!”

베로니카는 화들짝 놀라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건이 얼굴에 반쯤 걸린 베로니카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언니 너무 웃긴다.”

“레베카, 너 왜 이렇게 일찍 왔니? 나한테 말도 없이.”

“늦는 것보다는 빨리 오는 게 훨씬 낫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네. 마음의 준비는 다 했니?”

“지금까지 그 인류의 배신자 놈들을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어.”

“좋은 자세야. 날 따라와. 너희들을 위해서 마법갑옷을 준비했거든.”

베로니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탈의실 쪽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탈의실은 우리가 쓰는 호텔의 거실만큼 넓어서 방 안에 또 다른 방이 있는 느낌이었다.

안에는 경량 마법갑옷 3벌과 소형 마법방패 3개가 준비되어 있었고 지금까지 봤었던 것들과 달리 눈처럼 하얀색으로 도색이 되어 있었다.

“이건 우리 기사단 병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량 마법갑옷이야. 마음 같아서는 저번처럼 중량 마법갑옷을 빌려주고 싶은데 체험입단을 한 사람은 중량 마법갑옷을 지급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어.”

“우리 입장에서는 뭐든 빌려주면 입어야지. 불만을 가질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마워. 너도 알다시피 경량 마법갑옷은 마력권총탄을 막는 게 한계니까 항상 조심해야 해. 알았지? 방패 꼭 들고 다니고.”

“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는 베로니카를 포옹한 뒤에 라우라, 이리스와 함께 경량 마법갑옷을 착용했다.

마법갑옷을 입을 때 요도와 항문을 반강제로 비집고 들어오는 촉수 같은 처리장치는 여전히 너무 기분 나빠서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라우라와 이리스도 얼굴에서 불쾌감이 드러났는데 특히 처음 입어보는 이리스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서 비명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막았다.

경량 마법갑옷은 내가 저번에 입었던 중량 마법갑옷처럼 든든하지는 않지만 몸이 굉장히 가볍게 느껴져서 이대로 뛰어오르면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베로니카는 만족스러워하는 나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옷은 우리 쪽에서 보관해줄까?”

“아, 내 가방에 넣으면 돼.”

“그 작은 가방에 너희들 옷이 다 들어가겠어?”

“마법이 깃들어 있어서 보기보다 많이 들어가.”

“그래? 신기한 물건이구나. 여태까지 많은 마법도구를 봤지만 그런 가방은 처음이야.”

베로니카가 내 가방에 많은 관심을 가지자 나는 무심코 가방을 내 뒤로 숨겨버렸다.

그러자 베로니카는 조금 섭섭해 하는 눈빛을 보냈고 나는 즉시 급조한 변명을 뱉었다.

“아, 우리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야. 그래서 나도 원리는 잘 모르겠어.”

“그렇구나. 네 고향은 제국 밖의 먼 곳에 있다고 했으니 내가 모르는 게 있어도 이상할 게 없겠지.”

“언니는 내가 하는 말을 믿어?”

“일단 네 눈은 상식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금색이라서 제국 밖에서 왔다는 주장의 신빙성이 커. 그리고 넌 나한테 악의적인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잖아. 그래서 그냥 믿는 거야.”

베로니카가 내게 보내는 신뢰는 사소한 거짓말을 했는데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너희들은 내 창조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진실을 말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 선의의 거짓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에 네가 출신에 대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 아무튼 내가 널 항상 믿고 있다는 것만 알아둬.”

“고마워. 베로니카 언니.”

나는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나를 이렇게까지 믿어주는 연상의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너무 고마웠다.

내 ‘고향’에 대한 거짓말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거짓말은 절대로 베로니카에게는 하질 말아야겠다.

나는 배신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소중한 사람을 배신하는 것도 싫다.

결국 베로니카. 아니, 베로니카 언니도 내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내 인간관계가 주인과 노예의 주종관계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서 너무 기쁘다.

“고맙기는 당연한 걸 가지고. 그리고 이건 이리스, 네게 주는 선물이다.”

베로니카 언니는 일반적인 마력소총보다 총신이 더 길고 구경도 더 큰 마력소총을 이리스에게 내밀었다.

분석스킬을 사용해보니 ‘제국조병창의 마력저격소총 시제품’이라는 긴 이름을 가졌다.

품질은 C등급이고 특별한 기능이 달려있지 않았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당장 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시제품이지만 확실하게 정비를 했고 성능도 보장할 수 있다. 우리 기사단에서는 아무도 안 써서 어쩔 수 없이 치장물자로 보관하던 거니까 안심하고 쓰도록.”

“감사합니다!”

이리스는 예의바르게 인사하고는 마력저격소총을 받아들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총기의 상태를 확인하며 크게 만족스러워했다.

이리스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마법갑옷과 무기가 모두 준비되었으니 너희들의 임무를 말해줄게. 다들 이 설계도를 보도록 해.”

베로니카 언니는 탁자 위에 지도를 펼치며 우리들을 불러 모았다.

아주 오래되어서 낡고 너덜너덜한 요새의 설계도는 내 지도창에도 업데이트되어서 설계도보다 선명하게 요새의 구조가 드러났다.

현장에 도착하면 설계도와 상황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우선 본대가 전투를 벌이기 전에 너희들은 요새의 아래쪽 절벽에 붙어있는 비밀통로로 침투해서 생존자들을 확보하도록 해.”

“설마 구출작전이야? 난 그냥 기사단과 같이 싸울 줄 알았는데.”

“미안해. 하지만 규정상 체험입단을 한 사람은 관전만 가능해. 그래서 피치 못할 교전이 발생해서 어쩔 수 없이 싸우는 상황이 발생해야지만 네가 원하는 보복전을 펼칠 수 있지.”

베로니카 언니는 실망하는 나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하긴 체험입단한 사람은 보통 귀족자제들인데 그 귀한 자식들을 본격적으로 전장에서 굴렸다가 죽어버리면 기사단 입장에선 입장이 곤란해지겠지.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려웠는데 사정을 듣고 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그럼 계속 할게. 생존자를 구출한 다음에는 요새의 뒤에 있는 작은 봉우리로 올라가서 그곳의 전망대를 확보해. 여기는 요새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거리도 적당해서 화력지원거점으로 쓰기 좋을 거야.”

“아직은 피치 못할 교전이 벌어지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

“그렇지? 사실은 내가 이 전망대를 너희들의 탈출지점으로 보고서를 올려놨어. 완전히 비어있다고 슬쩍 거짓말을 했지.”

“그럼 우리는 탈출지점으로 가다가 ‘우연히’ 적과 마주쳐서 교전에 들어가는 상태가 되겠구나.”

“맞아. 교전을 하다 보니 사명감이 들어서 본대를 돕기 위해서 전망대에서 열심히 총을 쏜 결과, 많은 수의 적을 사살했다는 결말이 완성되는 거지.”

베로니카 언니는 싸우고 싶어 하는 내 입장을 배려한 건지, 아니면 겸사겸사 적당히 이용하는 건지는 몰라도 내가 싸울 방도를 마련해주었다.

전망대 위에서 아래쪽의 적을 일방적으로 농락하는 건 재밌을 것 같지만 괜히 이번 일로 베로니카 언니에게 곤란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언니, 날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상부에 거짓보고를 해도 괜찮은 거야?”

“단장님과 짜고 치는 일이니까 걱정 마. 단장님께서는 대의를 위해서 싸움을 원하는 사람을 좋아하시거든. 그래서 네가 뜻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시는 거야.”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배려는 고맙게 받을게.”

내 생각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이 자꾸 날 정의로운 사람으로 여기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

난 그냥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일 뿐인데 말이다.

만약 이번 일도 칼스란 씨와 관계있는 일이 아니었다면 그냥 관망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정의감이 아니라 그냥 분풀이를 할 대상을 찾고 있는 것뿐이지만 이 사실을 솔직히 말할 용기는 없었다.

베로니카 언니와 다른 사람들이 내게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좋아, 대신 너희들도 주의해야할 점들이 있어.”

“뭔데?”

“체험입단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는 항상 나를 단장님이라고 부를 것. 그리고 전장에서 금색문양이 새겨진 하얀 가면을 쓴 저격수를 조심할 것. 이 두 가지야.”

“가면을 쓴 저격수라면 후퇴하는 모험가들을 사냥했다는 바로 그 사람이지?”

“그래. 기사단의 정보원들도 그 저격수 때문에 5명이나 순직했어. 그러니 너희들도 조심하도록 해.”

베로니카 언니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를 사지로 몰아넣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놈들에게 앙갚음을 해주고 싶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을 거다.

“이름이나 다른 정보는 없는 거야?”

“정보에 따르면 엘쿠단 혹은 도미닉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 엘쿠단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이름이지만 도미닉은 딱 한 명 일치하는 사람이 있었어.”

베로니카 언니가 잠시 망설이자 갑자기 이리스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행동에 나는 어마어마한 불길함을 느꼈고 곧 현실이 되었다.

“파라이네 가문의 전 숲지기 도미닉인가요?”

“그래. 내 남편의 가문이자 내가 두 번째로 속하게 된 가문이지.”

순간, 집무실의 공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마법방어구를 끼고 있는데도 뼛속까지 차가워졌다.

지금 당장 이리스가 베로니카 언니를 쏴 죽일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이리스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질 않았다.

“아버지는 분명 제가 보는 앞에서 참형당하셨어요. 그런 분이 어떻게 살아서 마족과 손을 잡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요?”

“난 이번 사건으로 우연히 너희 가족에게 닥친 비극을 알았다. 그리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네 아버지가 사실은 죽지 않았고, 어딘가로 이송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

“거기가 대체 어딘가요? 제발 말씀해주세요!”

“그건 모른다. 하지만 네 아버지 도미닉이 끌려간 곳에서 일종의 세뇌를 당해서 우리의 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커.”

“증거가 있는 건가요?”

“정보에 따르면 요새의 저격수 도미닉이 사용하는 마력소총이 네 아버지 도미닉이 사용했던 마력소총과 같은 물건이다. 개머리판에 두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네 이름이었지. 게다가 왼쪽다리를 먼저 쏘고 넘어지는 상대의 심장을 정확히 맞추는 수법을 쓰더군. 아마 네게는 익숙할 거다.”

“그, 그걸 지금 저보고 믿으라는 건가요?”

“4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1명이 내 품에서 숨을 거두면서 알려준 귀중한 정보다. 그들의 희생으로 완성된 보고서와 시신에 남은 2발의 정확한 총상은 무시할 수 없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네가 믿지 않아도 좋지만 부디 정보원들의 희생을 폄하하지는 말아다오.”

베로니카 언니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이리스는 더욱 슬퍼하는, 어쩌면 절망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서 오열했다.

나는 이리스를 옆에서 안아주는 것 말고는 어떠한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사실은 살아있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인류를 배신하고 마족과 함께 서서 싸우고 있다니 정말 무슨 이런 개 같은 일이 다 있나 싶었다.

정보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의 정보가 완전히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요새의 도미닉이 이리스의 아버지인 것은 믿고 싶지 않지만 엘쿠단이라는 이름을 함께 쓰고 있는 것은 확실히 마음에 걸려.’

나는 특이한 금빛 문양이 새겨진 하얀색 가면을 쓰고서 ‘엘’이라는 단어가 이름 맨 앞에 붙어있는 사람을 잘 알고 있다.

바로 라우라의 원수인 엘카힘이다.

만약 이리스의 아버지인 도미닉이 요새의 도미닉이자 엘쿠단이고, 그가 엘카힘과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이라면 이리스의 눈앞에서 목이 잘려 죽었어도 멀쩡히 살아서 돌아오는 게 이상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추측이 사실이라면 라우라와 이리스의 관계가 굉장히 불편해질 지도 모른다.

이리스의 아버지가 라우라의 원수와 한패라면 과연 라우라가 이리스를 좋게만 볼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리스, 네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우리가 같이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드리자. 그러면 분명 다시 네 곁으로 돌아오실 수 있을 거야.”

라우라는 도미닉이 엘카힘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질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이리스에 대한 우정에 변함이 없는 것인지 몰라도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다.

그러자 이리스는 라우라를 끌어안고서 더 크게 울면서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이리스는 겨우 진정할 수 있었고 베로니카 언니가 그녀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리스, 나도 파라이네 가문의 일원인 이상, 네 부모님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진심으로 사과하마.”

“아니에요. 부단장님은 아무런 죄도 없으세요. 원래 파라이네 가문 사람도 아니시고 저 같은 노예도 존중해주시잖아요. 나쁜 건 막시안 남작과 그 가족들이에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내가 책임지고 그들에게 죄를 묻도록 하겠다. 그러니 부디 나를 믿어주렴.”

“감사합니다.”

이리스는 베로니카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으며 말했고 베로니카는 이리스를 포옹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괜히 울컥해서 눈가가 촉촉해졌고 라우라도 마찬가지 심정인지 내게 기대며 훌쩍였다.

그리고 나는 이리스를 위해서 기필코 엘쿠단을 사로잡아 진실을 들을 것이라 다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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