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40화 (40/271)

〈 40화 〉 39화

* * *

호기심은 실로 무서운 것이다.

한 번의 자위가 나흘 입원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사건의 발단은 내게 음경성장이라는 스킬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바로 그 날 밤이다.

라우라와 이리스를 호텔로 돌려보내고 간호사들의 움직임도 뜸해진 늦은 시간.

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몰래 병실에서 나와서 구석진 곳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스킬로 다시 자지를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그냥 신기해서 보기만 했었다.

하지만 결국 손을 뻗어서 만져보다가 발기한 자지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점점 고조되는 쾌감은 내가 남자였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하게 느껴졌고 흥분에 빠진 나는 다른 손으로는 보지를 쑤셨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헉 소리와 함께 다리를 후들거리며 정액과 애액을 동시에 분출한 나는 전에 없던 어마어마한 쾌락을 경험했다.

한참동안 신경이 타는 것 같은 쾌감을 진정시키고 자지를 없애는 등의 뒤처리를 하고 화장실에서 나온 순간, 갑자기 엄청난 현기증과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겨우 화장실에서 빠져나왔지만 도저히 병실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이변을 알아차린 간호사들이 달려와 나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얼어 죽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자고 일어나는 것만으로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지만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원을 연장하고 또 다시 정체모를 탕약을 먹였다.

싱겁기 짝이 없는 병원식과 쓴 맛이 예술적인 탕약으로만 배를 채운 지 나흘 째 되는 날의 늦은 아침, 나는 고통스러운 입원생활에서 해방되었다.

나는 호텔로 가는 길에 부리토를 사먹으며 그동안 고통 받았던 혀를 위로해주었다.

호텔 입구에는 라우라와 이리스가 나를 마중 나와 있었는데 둘 다 나를 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함께 포옹해주었다.

“라우라, 이리스. 그동안 매일 병문안 오느라 수고 많았어.”

나는 두 사람을 꼭 안아준 다음에 라우라에게는 진한 키스를 해주었다.

이리스는 그걸 약간 부러운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는데 어쩌면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곁에 있어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라우라랑 같은 마음이었어요.”

라우라와 이리스는 차례대로 본인들의 생각을 드러냈다.

나도 이 애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었지만 그런 기가 막힌 일로 입원이 연장되어서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하기도 미안했다.

“둘 다 고마워. 너희들은 정말 사랑스러워서 탈이야.”

“저, 저도요?”

이리스는 조금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너도 라우라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레베카님의 사랑을 받으려면 우리 정도는 되어야지.”

내 말을 라우라가 거들고 나섰다.

라우라는 본인의 미모가 어떤 수준인지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자신감이 넘쳤다.

소심한 기질을 보이는 이리스에 비하면 확실히 적극적인 성격이다.

“뭔가 부끄러운데 기분이 좋아요. 헤헤헤.”

“레베카님, 우리 이리스가 너무 귀여운데 어쩌죠? 콱 깨물어주고 싶어요.”

라우라는 레베카를 꼭 끌어안고 볼을 비볐다.

서로의 말랑한 볼이 비벼지니 꼭 찹쌀떡 2개가 붙어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둘 사이가 더 친해진 것 같아서 기쁘다.

“네 이빨로 깨물면 다치니까 내가 대신할게.”

나는 이리스의 볼을 깨무는 시늉을 하면서 슬쩍 뽀뽀를 했다.

그러자 이리스는 홍당무처럼 얼굴이 빨개지면서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싫은 건지 좋은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요 며칠 동안은 시간을 낭비했으니까 오늘부터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 우리 일단 모험가길드로 가서 의뢰를 구해보자.”

“좋은 생각이에요. 저도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거든요.”

“저도 얼른 마안을 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라우라와 이리스는 내 제안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나는 두 사람을 데리고 곧장 모험가길드로 향했다.

라우라는 내 오른쪽에서 팔짱을 끼고, 이리스는 내 왼쪽에서 손을 잡았다.

양손의 꽃이라는 인생의 로망을 실현한 내게 있어서 더는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리스의 호감도도 얼른 올려야지. 그러면 3P라는 또 다른 로망도 실현할 수 있겠지. 벌써 기대되는 걸.’

나는 조만간에 일어날 분홍빛 미래를 그리며 모험가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길드가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저번에 질 떨어지는 것들을 솎아낸 이후로도 하루 종일 사람이 많은 곳인데 지금은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일단 접수처의 엠마에게로 다가갔다.

엠마는 내 양 옆의 꽃을 보더니 흥미로워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레베카 씨.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감기몸살 때문에 병원신세를 졌어요.”

“저런, 고생 많았네요. 이젠 괜찮으신 건가요?”

“네, 덕분에 멀쩡해져서 퇴원했어요.”

“정말 다행이네요.”

엠마는 진심으로 안도하며 언제나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흐뭇했지만 라우라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고 이리스는 은근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얘들은 본인들이 인정하지 않는 젊은 여자가 내게 살갑게 구는 것이 싫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리스까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예속각인에 질투심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걸까?

“그런데 제 승급심사는 어떻게 됐나요?”

“당연히 통과했죠. 짜잔! 바로 이게 D등급 모험가 펜던트랍니다.”

엠마는 동판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펜던트를 내게 넘겨주었다.

지금 내가 목에 걸고 있는 것과 같은 모양에 똑같은 재질이지만 조금 더 컸다.

앞면에는 내 이름과 D등급 모험가라는 글귀가, 뒷면에는 신임 길드장인 ‘제랄드 칼리가’의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나는 기존의 펜던트를 엠마에게 반납하고 새로운 펜던트를 목에 걸었다.

고작 한 단계 올라갔을 뿐인데 막 힘이 더 강해진 기분이 든다.

“앞으로도 좋은 활약 기대할게요.”

“맡겨만 주세요.”

“후훗, 저도 열심히 일해야겠어요. 오늘은 의뢰를 수주하실 건가요?”

“우선 새로운 전투노예를 등록하고 싶어요.”

“저번에 사격연습장을 충격에 빠트렸던 서큐버스로군요. 저도 그 소식을 듣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다른 직장동료들이나 길드장님도 처음엔 쉽게 믿지 못하시더라고요.”

엠마는 이리스의 유명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내가 한 번 작성한 적이 있는 서류를 내주었고 나는 그것을 빠르게 채워서 다시 엠마에게 돌려주었다.

나는 엠마가 서류를 처리하고 난 뒤에 이리스에게 분석스킬을 써서 그녀의 직업이 무직에서 전투노예로 변경된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이리스는 가사노예에서 무직으로, 무직에서 전투노예로 직업이 바뀌었다.

“엠마 씨, 저번에 제가 낸 보고서는 어떻게 됐나요?”

“솔직히 논란이 많았어요. 사람이 마족과 거래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길드장님께서 레베카 씨가 기사단과 함께 큰일을 도모했던 만큼 우선 믿어주자고 하셨지요. 덕분에 레베카 씨도 승급하실 수 있었고요.”

“한 번도 만나 뵌 적이 없는 분이 제 편을 들어주신다니 기분이 묘하네요.”

“사람 보는 눈썰미가 좋으신 분이세요. 그래서 레베카 씨를 믿어주자는 여론을 형성하셨고 토벌대를 꾸려서 어제 출정시키셨어요.”

“토벌대에 참가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아프셨으니 어쩔 수 없죠. 대신에 다른 의뢰를 찾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마침 승급도 하셨으니 선택폭이 더 넓어지셨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이 친구들이 몸을 풀고 싶어서 안달이었어요. 잠깐만 의뢰게시판을 살펴보고 올게요.”

나는 라우라와 이리스를 데리고 의뢰게시판으로 향했다.

다들 토벌대에 참가했는지 의뢰가 제법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지긋지긋한 고블린과 관련된 의뢰만 바글거리는 E급 의뢰게시판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D급 의뢰게시판을 살펴봤다.

야수족 같은 마족을 잡아달라는 의뢰가 절반이고 나머지는 표범이나 늑대 같은 날렵한 맹수들 혹은 하급마물과 관련된 의뢰다.

마물은 당분간 꼴도 보기 싫으니 넘어가고 나머지 의뢰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겠다.

이번 의뢰의 가장 큰 목적은 이리스의 마안을 최대한 빨리 테스트하는 것이니 추적이 까다로운 맹수들 대신에 지도창에 정보가 많은 편인 마족사냥의뢰가 좋을 것 같다.

“얘들아, 이 의뢰는 어때? 야수족을 사냥하고 가능하다면 부락을 파괴할 것을 요구하는 의뢰야.”

“적당한 의뢰인 것 같네요. 맹금족처럼 찾아가기 번거로운 것도 아니니까요.”

라우라는 즉시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확실히 높은 곳에 사는 놈들을 찾아가는 건 귀찮은 일이긴 하지.

“이리스, 너는 어떤 것 같니?”

“음... 저도 괜찮은 것 같아요.”

“좋아, 그럼 이 의뢰를 맡도록 하자.”

나는 의뢰서를 들고 엠마에게 가서 의뢰를 수주하고 착수금 5백 라기르를 받아왔다.

이제는 푼돈이나 다름없지만 1백 라기르의 착수금을 받던 시절보다는 훨씬 낫다.

일단 출발하기 전에 이리스의 방한복과 마법방어구를 사야겠다.

나는 라우라와 이리스를 데리고 2층의 상점가로 올라갔다.

이리스에게는 우리가 산 것과 같은 디자인의 방한복을 사줬는데 방한모는 뿔 때문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샀다.

방한모 위로 우뚝 솟아있는 뿔이 뭔가 귀엽게 느껴진다.

“이리스! 너 정말 잘 어울린다. 부러워.”

“고마워. 그런데 라우라, 넌 정말 방한모가 필요 없니?”

“나 같은 수인족은 계절마다 털갈이를 하잖아. 그래서 겨울에는 머리카락만 있어도 충분히 방한이 돼.”

“그렇구나. 나만 방한모를 선물 받는 것 같아서 미안했어.”

“그게 왜 미안해. 우리가 꼭 레베카님으로부터 항상 같은 것을 받을 이유는 없잖아. 그리고 난 이미 너보다 많은 것을 선물 받아서 당분간 너한테만 선물을 줘도 아무렇지도 않아.”

라우라는 이리스에게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번에 내게 말했었던 언제나 자신이 첫 번째라는 자신감이 돋보였다.

내 입장에서는 이리스를 더 챙겨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다행이다.

나는 방한복과 방한모의 값을 치르고 두 사람을 마법방어구 상점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나와 라우라가 얼마 전에 구입한 것과 동등한 성능을 가진 마법방어구를 3개 구매해서 이리스에게 선물했다.

“3개씩이나 사주시는 건가요? 전 이미 유품이 있어서 이걸 사용하면 되잖아요.”

“이리스, 네 어머니의 유품은 쓰지 않고 소중히 보관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우선 내 가방에 넣어두자. 마법이 걸려있어서 어떤 물건이든 들어만 갈 수 있으면 완벽하게 보존할 수 있거든.”

“감사합니다, 레베카님.”

이리스는 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뜻 내게 어머니의 유품을 넘겨주었다.

이제는 ‘저주받은’ 이라는 접두어가 사라져서 순수한 유품이 된 팔찌를 보고 있으니 왠지 짠한 기분이 들었다.

이리스의 어머니가 대체 무슨 사정이 있어서 딸에게 그런 위험한 물건을 급하게 물려줬는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이리스를 보호해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이제 이리스도 방한복과 마법방어구를 제대로 갖추었으니 남은 것은 무기를 손에 쥐어주는 것이다.

“레베카님, 이리스의 마력소총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우선은 내 것을 빌려주고 다음에 칼스란 씨의 가게에 들르면 그 때 사줄 생각이야.”

“차라리 제 것을 빌려주는 게 어떨까요? 제 전투방식은 마력소총을 사용할 일이 별로 없거든요.”

“그럼 그렇게 하자.”

라우라는 이리스에게 자신의 어깨에 메고 있던 마력소총을 빌려주었다.

내 것보다 등급은 낮아도 이리스의 마안과 결합하면 등급 이상의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레베카님의 것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좋은 총이네요. 역시 군에서 쓰는 건 수준이 달라요.”

“기회가 되면 너한테도 이런 걸 세트로 맞춰줄게.”

“정말요? 고맙습니다!”

“하하하,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니까 진정해. 그리고 지금 주는 마력총들은 내가 너한테 따로 세트를 맞춰주기 전까지는 마음대로 쓰도록 해.”

나는 가방에 넣어두었던 특별한 모험가의 마력권총과 버려진 모험가의 마력산탄총을 이리스에게 줬다.

이렇게 빨리 보관하고 있던 무기를 다시 꺼낼 줄은 몰랐지만 이 무기들도 자신들을 써줄 사람이 생겨서 기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총포상에서 마력탄파우치를 사서 여러 탄종의 마력탄을 꽉꽉 담아서 이리스의 허리춤에 채워주었다.

이제 이리스는 제대로 싸울 준비가 끝난 훌륭한 파티원이 되었다.

“이리스, 다시 사냥을 하게 된 기분이 어때?”

“최고에요! 이 기세라면 와이번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모험가 등급이 B등급으로 오르면 의뢰목록에 있으니까 그때 도전해보자.”

“네, 레베카님!”

나는 흥분감을 감추질 못하는 이리스를 보고 있으니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평소에는 소심한 것 같아도 내가 무언가를 해주면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게 너무 귀엽다.

혹시 이리스는 서큐버스가 아니라 강아지가 아닐까? 무심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이리스를 귀여워해주다가 내게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라우라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라우라는 씩 웃으며 내 손을 잡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고 볼에 가져다대었다.

“레베카님, 이제 슬슬 출발하도록 해요. 너무 늦으면 위험하잖아요.”

“응. 그래야지. 가자, 얘들아.”

나는 두 사람을 양옆에 끼고서 모험가길드를 나섰고 엠마에게서 받아온 약도를 이용해 지도창의 정보를 갱신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야수족들은 저번에 정찰을 했던 산 위의 요새와 프랑카 사이에 위치한 숲 속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거기에 물음표가 하나 있었는데 분명히 야수족의 부락일 것이다.

의뢰서에는 야수족의 부락을 파괴하고 증거를 가져오면 두 배의 의뢰금을 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차피 싹 쓸어버릴 생각이니 겸사겸사 증거를 챙겨오고 생존자가 있다면 구출해주자.

그리고 펜던트를 수거하는 일처럼 선행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거다.

‘요새에 있는 사람들은 토벌대가 구해주겠지?’

나는 문득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그 불쌍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며 목적지를 지나가는 마차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거기서 멀지 않은 마을로 향하는 마차를 찾았는데 마부가 워낙에 무뚝뚝해서 처음에는 거절을 하는 줄 알았다.

우리는 그의 마차를 얻어 타고서 마안테스트의 제물이 될 야수족들에게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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