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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39화 (39/271)

〈 39화 〉 38화

* * *

아침이 되었지만 나는 좀처럼 일어날 수가 없다.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고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게다가 머리도 깨질 것 같고 눈앞이 뱅글뱅글 돌 정도로 어지럽다.

어제 너무 무리를 한 걸까? 정말 죽을 맛이다.

라우라는 이미 일어났는지 내 곁에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침운동을 다녀온 라우라가 침실로 들어왔다.

“레베카님, 괜찮으세요? 세상에 열 좀 봐. 가만히 누워 계세요.”

라우라는 내 이마에 손을 올려서 열을 재보더니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대야에 물을 담아 와서는 수건을 적셨다.

그리곤 내 단추를 열어젖히고 뜨거워진 몸을 열심히 닦아서 체온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라우라의 노력 덕분에 나는 겨우 고열에서 미열로 체온이 내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두통이 있고 몸이 아파서 일어나 앉는 것도 힘들었다.

“으으... 아무래도 몸살인가 봐. 콜록, 콜록!”

“제가 업어드릴 테니 얼른 병원에 가요. 감기면 큰일이에요.”

“병원? 신전에서 주는 약을 먹으면 안 될까?”

“그건 상처치료에 도움을 주는 약이지 병에는 효과가 없어요. 자, 제가 옷 갈아입혀드릴게요.”

라우라는 능숙한 솜씨로 빠르게 내 잠옷을 평상복으로 갈아입히더니 나를 등에 업고 객실에서 나왔다.

원래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예속퀘스트를 달성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려고 했었는데 이 상태로는 아무 것도 못 하겠다.

만약 라우라가 내 열을 낮춰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난 호텔에서 병원까지 가는 내내 끔찍한 현기증과 싸우느라 바빴고 정신을 차려보니 환자복 같은 것을 입고 병실에 누워있었다.

수녀인지 간호사인지 모를 사람들은 내게 익숙한 수액을 놓아주는 대신에 한약처럼 생긴 시커먼 탕약을 반강제로 먹였다.

먹기 싫었는데 여러 명이 달려들어서 힘을 쓰니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내가 겨우 탕약을 다 마시고나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 향 같은 것을 내 머리맡에 피우고 내 몸 곳곳에 침을 꽂았다가 한참 뒤에 다시 뽑았다.

꽂을 때나 뽑을 때나 엄청 따끔거렸지만 저항을 할 기운이 없어서 가만히 누워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독감 같은 건 아니면 좋겠다. 잘못하면 죽을 지도 몰라.’

나는 무엇보다 내 목숨이 걱정이었다.

예전 세상에서는 웬만하면 병원에 가면 나을 수 있지만 이 세상은 의료기술이 뒤떨어지니 별 것 아닌 병도 자칫 치명적일 수도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감기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빼앗기면 억울해서 언데드로 되살아날지도 몰라.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의료진들과 대화를 나누고 온 라우라는 내 뺨에 키스를 해주었다.

아침에 경황이 없어서 키스를 해주질 못해서 이런 식으로 대신해주는 것 같다.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베카님, 우선 주무세요. 한숨 자고나면 좀 나을 거예요.”

“걱정 끼쳐서 미안해.”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챙겨주는 게 당연하죠.”

“고마워.”

나는 떨리는 눈꺼풀을 감고서 애써 잠을 청했고 라우라는 내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 엄마처럼 토닥여주었다.

내가 응석을 부릴 나이가 아닌데도 기분이 좋아져서 입 꼬리가 씩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자다가 꿈을 꿨는데 워낙 정신이 없는 꿈이라서 내용이 제대로 기억나질 않는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쳤던 것 같기도 하고 누가 날 괴롭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 예전 세상의 직장상사가 꼰대 짓을 하는 것 같았던 기분이 든다.

개좆같은 새끼! 대머리나 마저 다 까져버리라지!

‘아, 씨발. 이쪽에 와서도 그딴 악몽을 다 꿀 줄은 몰랐네.’

나는 불쾌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떴다.

꿈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머리가 조금 맑아진 기분이 들었고 몸도 약간 가벼워진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전체적으로 기운이 없어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는 게 귀찮았다.

나는 라우라가 보고 싶어서 낑낑거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귀여운 라우라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손을 뻗어서 라우라의 손과 맞잡았다.

바로 잠이 깬 라우라는 다른 손을 뻗어서 내 이마를 만져보았다.

“라우라, 지금 몇 시야?”

“1시에요. 다행히 열은 거의 다 내렸는데 몸은 좀 어떠세요?”

“아까보다는 좋은 것 같아. 배도 고프고.”

“제가 죽을 받아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우라는 내가 깨어난 게 무척 반가운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그녀가 죽을 받으러간 사이에 나는 내 얼굴 위로 드리우는 한약 냄새나는 연기를 재미삼아 입김으로 후후 불고 놀았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때우다보니 라우라가 어디선가 따끈한 죽을 한 그릇 받아왔다.

라우라는 나를 조심스레 일으켜 앉혔고 내 눈에 죽의 내용물이 들어왔다.

온갖 종류의 채소들이 아주 잘게 썰린 채 들어가 있었다.

“넌 밥 먹었니?”

“나가서 간단하게 먹고 왔어요. 뜨거우니까 제가 식혀드릴게요.”

“고마워.”

라우라는 숟가락으로 죽을 적당히 떠서 입으로 식혀준 다음에 내게 먹여주었다.

솔직히 싱거워서 맛은 별로 없었지만 라우라가 정성껏 떠먹여줘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죽을 한 그릇 다 비우고 난 뒤에 포만감을 느끼며 배를 쓰다듬었다.

그럭저럭 살만해지니 이리스가 걱정되었다.

내가 아직도 찾아가지 않아서 실망하지나 않았을까?

혹시나 그 저주받은 물건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나는 지도창을 열고 이리스를 찾아봤는데 여전히 칼스란의 마법무기점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레베카님, 이리스 걱정하고 계시죠?”

“응. 원래 아침 먹고 바로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못가는 바람에 신경 쓰여서 말이야.”

“그래서 제가 레베카님이 주무시는 동안 잠깐 다녀왔어요.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마법술식을 해제할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오늘 오후까지 일을 마무리 짓는다고 해요.”

“그랬구나. 잘 되면 좋겠는데.”

“걱정 마세요.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이리스한테는 내가 병원에 있다고 말했니?”

“네, 솔직하게 말해줬어요. 그래서 레베카님을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기왕이면 나도 오늘 오후 안에 퇴원을 하고 싶은걸.”

“그건 아마 힘들 거예요. 의사선생님이 이틀이나 사흘 정도는 입원해서 회복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우리가 어제 너무 열심히 즐겼던 모양이야. 몸살이 날 줄은 몰랐어.”

“그러게요. 그게 아니면 제가 너무 무리를 시켜서 그런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훈련의 강도를 조금 낮춰야할 것 같아요.”

“그거 좋은 소식이네.”

“그런가요? 후훗. 그럼 저는 그릇을 가져다놓고 올 테니까 쉬고 계세요.”

나는 라우라가 너무 멀어지기 전에 그녀에게 분석스킬을 사용해서 예속퀘스트의 결과를 확인해보았다.

일단 예속퀘스트는 완전히 달성된 상태였고 그 탓인지 인연퀘스트 중 하나였던 노예해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앞으로 이것 때문에 불이익이 없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라우라는 질병면역과 노화방지 그리고 절대예속이 패시브스킬로 등록되었다.

질병면역과 노화방지는 피어싱의 세트효과이고 이름만 봐도 무슨 효과인지 뻔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절대예속은 예속퀘스트를 달성한 대가로 주어지는 패시브스킬이다.

절대예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인에게서 해방되지 못하게 만드는 대신에 타고난 스킬레벨의 제한이 사라져서 최고치인 10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스테이터스를 주인의 임의대로 올릴 수 있게 만들어줘서 태생적인 한계를 넘어서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라우라는 이미 레벨 20을 넘었으니 특수 포인트가 2개 쌓여있는 상태였고 나는 그걸 모두 망설임 없이 마력에 투자했다.

덕분에 라우라의 마력은 나와 같은 C랭크로 올랐고 패시브스킬 마력순환을 얻었다.

이것으로 라우라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생 늙거나 병들지 않고 강해질 수 있다니 정말 부러운 걸. 나도 어떻게든 불로장생의 비법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네. 아, 아직 능력이 하나 더 남아있었구나.’

절대예속의 마지막 능력은 노예의 호감도와 음란도를 항상 최고치로 고정시켜서 다시는 내려갈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라우라에게 어떤 짓을 저질러도 호감도가 떨어지지 않는 건 조금 두렵게 느껴진다.

물론 나는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라우라를 고통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예속퀘스트는 내게 직접적인 대가를 주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앞으로 이리스를 상대로도 신속하게 예속퀘스트를 진행해서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

내가 마침 확인을 다 끝내니 라우라가 곁으로 돌아왔다.

“레베카님, 이제 다시 누워서 쉬세요. 아직은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 안 돼요.”

라우라는 다시 나를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쯤 되면 노예가 아니라 엄마 같단 말이야.

응애! 레베카는 애기야. 라우라 마망... 헤으응.

“레베카님! 방금 이상한 생각하셨죠?”

“아니.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그런가요?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었는데 이상하네요.”

휴우, 적당히 넘어가줘서 다행이다.

수인족들은 육감이 너무 좋아서 문제라니깐. 아, 그거 내가 그렇게 설정했었지.

“라우라, 나 조금 더 잘게.”

“네, 레베카님. 다른 일은 걱정 말고 푹 주무세요.”

“응.”

나는 반쯤 도피에 가까운 잠을 청했다.

이대로 대화를 나누면 결국 들켜버릴 것 같단 말이야.

그래도 이번에는 몸이 덜 아파서 생각보다 깊이 잠들었다.

덕분에 악몽은 전혀 꾸지 않고 달콤한 낮잠을 즐길 수 있었다.

단지 라우라의 모유를 빨아먹는 해괴한 꿈을 꾸긴 했다.

이건 절대로 라우라에게 말해줄 수 없는 꿈이다.

‘내가 몸이 안 좋긴 안 좋은 모양이야. 그런데 벌써 어둡네. 내가 많이 잔 모양이야.’

내가 개운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오후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병실은 조명이 걸려있었지만 별로 밝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침침한 느낌이었다.

“라우라?”

나는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라우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녁이라도 먹으러간 걸까? 지도창을 보니 그게 맞는 것 같아.

이제 몸에 기운이 많이 돌아와서 스스로 힘으로 일어나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아랫도리에 뭔가 힘이 쏠리는 것 같지만 그냥 근육통일 것이다.

“뭔가 덥네.”

나는 약간 후텁지근해서 이불을 걷었다.

적당히 기분 좋게 시원한 바람이 내 환자복 위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아주 익숙하지만 지금은 절대로 느껴서는 안 될 길고 단단한 감각에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내려다보았다.

“어? 씨발?”

나는 바지에 삼각텐트가 설치된 모습을 보고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가슴을 만져보았지만 역시 잘 붙어있었고 언제나처럼 풍만했다.

그럼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나는 내 눈으로 직접 가랑이 사이에 일어난 긴급사태를 파악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후타나리인 건가... 그런 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내 클리토리스가 있어야할 자리에 자지가 붙어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내려서 만져보니 불알은 없었다.

말 그대로 막대기만 덜컥 자라나서 꼿꼿하게 발기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닌데? 나는 황급히 분석스킬을 사용했다.

‘예속퀘스트가 나에게도 대가를 부여했을 줄은 몰랐네. 아, 근데 이거 어떡하지?’

나는 식은땀까지 흘려가면서 상태창을 열심히 돌아다녔고 겨우 해결책을 찾아냈다.

비전투스킬에 음경성장이라는 기묘한 스킬이 등록되어 있었고 이걸 해제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내가 서둘러 스킬을 해제하자 자지가 천천히 줄어들더니 클리토리스와 요도로 나뉘며 원래대로 돌아갔다.

시험 삼아 스킬을 쓰니까 클리토리스가 점점 자라나더니 요도와 합쳐져서 자지로 변했다.

은근히 섬세한 걸?

예전에 다큐멘터리의 자료영상에서 비슷한 걸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다시 스킬을 해제하고 평정심을 되찾았다.

휴우, 큰 일 나는 줄 알았네.

겨우 사태를 수습한 나는 스킬에 딸린 설명을 읽어보았다.

‘뭐야? 예속퀘스트 달성 보상이었구나! 내가 오늘 몸살이 났던 것도 이 스킬이 내게 부여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작용 때문이었고. 정액은 나오지만 임신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씨 없는 수박이네.’

설명을 다 읽고 나니 왠지 얼굴에 흉터가 있고 은검으로 괴물을 사냥하는 어느 멋진 남자가 생각난다.

아무튼 당분간 이 스킬은 봉인이다.

라우라와 이리스가 엄청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 무섭다.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이 스킬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라우라의 처녀를 딜도로 가져가버리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뭐, 나도 라우라에게 같은 방법으로 처녀를 넘겨줬으니 피차일반이지만 말이다.

나 참, 진짜 쓸데없는 생각이다.

“레베카님!”

나는 갑자기 이리스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안대를 벗고 있는 이리스가 나를 향해서 쪼르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뒤로 라우라가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리스, 너 이제 괜찮은 거니?”

“네! 칼스란 씨가 저주를 안전하게 제거해주셨어요. 그래서 이제는 평범한 마법방어구가 되었고 제 마안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리스는 자신의 오른쪽 눈을 내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했지만 그녀가 마력을 투사하니 투명한 렌즈 같은 것들이 그녀의 눈앞 약 5cm 지점부터 시작해서 대략 20cm 지점까지 줄줄이 나타났다.

마치 잘 만들어진 홀로그램처럼 보이는 그것들 중 하나에는 내부에 십자모양의 조준선이 있었는데 눈금 같은 것들이 규칙적으로 나있었다.

“신기하다. 예쁘기도 하고. 분명 저격에 도움이 된다고 했었지?”

“네, 20배까지 확대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풍향을 알 수 있고, 목표추적도 가능해요.”

이리스는 자신의 마안이 가진 능력을 빠른 말투로 설명해주었다.

눈에 20배율 망원조준경이 달려있는 사람이라니 역시 마법이 대단하긴 하다.

기왕이면 조금 더 기능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저것만으로도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이 세상에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대단하네. 그 능력이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앞으로 잘 부탁해.”

“저야말로 레베카님과 라우라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정말 신나요.”

“퇴원하면 너한테 마력총을 좋은 걸로 사줘야겠다. 기대하고 있어.”

“네, 레베카님.”

이리스는 웃으면서 내 품에 안겼다.

위로 솟아오르는 뿔 때문에 턱을 찔릴 것 같아서 조금 곤란했지만 기뻐하는 이리스를 떼어놓을 수도 없었다.

그러자 라우라가 다가와서 이리스의 뿔을 안전한 방향으로 슬쩍 틀었다.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깐.

“레베카님, 칼스란 씨가 배운 게 많다면서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어요.”

“정말? 그럼 답례품이라도 따로 드려야겠다. 이리스를 무사히 구해줬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 마법공학자가 좋아할 법한 물건이 뭐가 있을까?”

“대량의 마핵이죠. 마법도구를 연구하고 만드는데 필수로 들어가는 자원이니까요. 구매하려면 은근히 비싸서 분명 좋아할 거예요.”

나는 이제야 마핵의 정확한 용도를 알았다.

여태까지는 그냥 모험가길드에게 매입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아는 것의 전부였었다.

즉, 이 세상의 공업에 마족과 다른 위험한 짐승들이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마족을 인류의 생활권에서 싹 몰아내고나면 마핵부족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적당한 의뢰를 수행해서 마핵을 충분히 모은 다음에 마법무기점으로 들고 가서 답례로 드리고 좋은 마력소총을 사서 이리스에게 선물하면 되겠네.”

“좋은 생각이세요.”

라우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아직 퇴원도 하지 않았는데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생기니 마음만 급해진다.

아, 그냥 탈출할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 거구의 간호사가 나타났다.

그녀는 조금 무서운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부탁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얘들아, 이제 그만 호텔로 가서 쉬도록 해. 나는 혼자서도 괜찮으니깐.”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혹시라도 갑자기 아프시면 어떡해요?”

“보다시피 거의 다 나았어. 걱정 말고 돌아가.”

내가 등을 떠밀듯이 명령하자 결국 라우라와 이리스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병실에서 나갔다.

차마 저 애들에게 갑자기 자지가 자라나는 바람에 아팠고 지금은 자지가 사라져서 완전히 멀쩡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 내 자지에 대해서 알게 되면 쟤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 지 걱정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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