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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34화 (34/271)

〈 34화 〉 33화

* * *

우리는 어제 세웠던 계획대로 다음날 동이 트기 전에 프랑카를 떠나서 요새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맞은편 봉우리를 향해 등산을 시작했다.

어제 올랐던 산보다 산세가 덜 험해서 올라가기가 수월했지만 이동거리는 더 멀었다.

그래서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고 휴식시간의 간격도 더 멀어졌다.

눈이 많이 쌓여있었지만 난 설피를 신고 걷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넘어지지 않고 라우라의 뒤를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어제보다 더 일찍 도시를 출발해서 부지런히 산을 오른 덕분인지 회중시계가 정오를 가리킬 때 목적지인 봉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일단 쉬면서 라우라가 타주는 따뜻한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지만 봉우리에서 대놓고 불을 피우면 적에게 위치를 가르쳐주는 것밖에 되질 않으니 꾹 참았다.

우리는 봉우리의 끄트머리에 따뜻한 양탄자 깔고 엎드려서 망원경으로 요새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요새는 인간의 손길이 닿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전체적으로 낡고 무너진 상태였다.

한 때는 인간의 소유였지만 지금은 맹금족의 둥지가 되었다.

맹금족은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도축된 사람으로 추정되는 것을 통째로 구워먹고 있었다.

서로 고기를 나눠먹고 술을 마시는 모습은 흔한 축제의 현장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식인이 일어나는 사건현장에 불과하다.

나는 망원경으로 다른 곳을 살펴보다가 반쯤 무너진 요새의 안쪽 벽 너머로 쇠창살에 갇혀있는 두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한쪽의 널찍한 감옥에는 번식도구로 전락한 젊은 여성들이 고블린 번식굴에서 봤던 것처럼 사지가 잘린 채 이상한 살덩어리에 반쯤 흡수된 상태로 갇혀있었다.

그리고 반대쪽 좁은 감옥에는 여러 사람들이 섞여있었는데 아마 식량으로 삼기 위해서 가둬둔 것 같다.

감옥 근처에는 사람의 뼈로 만든 모닥불이 몇 개 피워져있었는데 잡아먹기 전에 사람이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춥고 높은 곳까지 끌려와서 비참한 최후를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가엽게 느껴진다.

내가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사이에 라우라는 약도에다가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마치 본인이 의뢰를 받은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뒤늦게 뭐라도 적어보려고 했지만 라우라는 내게 연필을 잡아볼 기회조차 주질 않았다.

“레베카님, 보고사항을 다 적었어요. 확인해주세요.”

“나 대신에 써줘서 고마워.”

나는 라우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녀가 적은 것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내가 본 것은 물론이고 내가 놓쳤던 것들도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병종의 구성과 경계근무의 형태, 지휘관의 생김새와 특징까지 기록된 것을 보니 괜히 전직 현상금사냥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잘 썼어. 이대로 들고 가서 보고하면 되겠다. 돌아가면 꼭 보답을 해줄게.”

“기대하고 있을 게요.”

라우라는 내 볼에 입을 맞추고는 씩 웃었다.

이제 남은 일은 이대로 산을 내려가서 프랑카로 돌아가는 일 뿐이다.

하지만 저기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고 구하러 가기에는 나는 물론이고 라우라의 목숨도 위험해진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마력소총이 있고, 마법방어구가 있어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물량을 감당하기는 버겁다.

만약 내게 망원조준경이 있더라도 장거리 저격은 쉬운 일이 아니니 그걸로 지휘관을 죽이고 다른 놈들을 겁을 줘서 쫓아내는 것도 무리다.

일단 오늘은 그냥 내려가는 게 정답이다.

망원조준경이 있는지 확인하거나 그게 없더라도 저격스킬을 얻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노예를 한 명 더 구입해서 파티의 인원을 늘리자.

한 번에 여러 명의 노예를 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하렘의 일원으로 관리하는 게 어려워지니까 한 명씩 차근차근 진행하는 게 좋겠다.

“라우라, 이제 그만 갈까?”

“네, 더는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어요. 그렇다고 의뢰조건에도 없는 야간정찰까지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저기 갇혀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가져간 정보를 토대로 다른 사람들이 구해주길 바라자.”

“어쩌면 우리에게 그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르고요.”

“그럴 수도 있겠다. 저번에 기사단의 작전에 참가했던 것처럼 말이야.”

나는 지도창의 파란색 물음표를 떠올리며 약간의 기대를 품었다.

영주가 주는 하사품 정도는 아니더라도 제법 괜찮은 보상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맞아요. 좋은 일로 보상을 받으면... 엎드려요!”

라우라는 갑자기 나를 바닥으로 잡아끌었다.

그녀의 숨은 거칠었고 심장이 세차게 뛰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저기 입구 쪽을 보세요.”

나는 라우라가 말하는 대로 일찌감치 문이 사라진 요새의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사람들이잖아?

한 무리의 중무장한 사람들이 맹금족과 무려 대화를 하고 있다!

마족은 대화가 불가능해서 어떠한 거래나 협상도 불가능하다는 게 내 설정이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이유는 몰라도 내가 만든 세계관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다.

털모자와 복면으로 얼굴을 철저하게 가린 그들은 금방 대화를 끝낸 뒤에 줄줄이 묶여있는 사람들을 맹금족에게 넘기고 놈들로부터 상자 하나를 받더니 내용물을 확인했다.

맹금족이 사람들을 납치해서 요새까지 데려온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마족에게 팔아먹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지도창을 열고 놈들의 신상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거리가 멀어서 인류추적스킬의 범위 안에 들어오질 않았다.

씨발! 저 개새끼들이 누군지 알아야 기사단에 고발을 할 텐데!

“레베카님, 신분을 확인할 단서가 전혀 없어요. 정황만 보고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여기서 저 놈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길이 완전 반대편이라서 불가능해요. 그렇다고 없는 길을 만들어 가기에는 위험성이 크고요.”

“후우, 그렇겠지.”

“우린 그저 이 사실을 모험가길드에 보고하면 돼요. 그게 최선이에요.”

나는 라우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인생을 만끽하는 것이지 알량한 정의감 때문에 목숨을 걸고 나서는 것이 아니다.

마족에게 팔려간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과 그 사람들을 팔아먹은 쓰레기들에 대한 분노만으로 무모하게 일을 저지를 수는 없다.

“프랑카로 돌아가자.”

“네, 레베카님.”

나는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며 라우라와 함께 봉우리에서 내려왔다.

산에서 다 내려왔을 때는 벌써 노을이 지고 있어서 도시와 마을을 이어주는 도로는 서둘러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바빴다.

오늘은 운이 나쁘게도 선뜻 태워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프랑카까지 한참을 걸어갔다.

도중에 마주치는 마부들에게 태워달라고 요청해봤지만 헛수고였다.

결국 밤이 다 되어서야 프랑카에 도착했는데 이미 성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시간에 맞추지 못한 사람들은 성문 근처의 야영장에 모여서 텐트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가방 안에 텐트가 들었어도 노숙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벌써 베로니카가 준 증서를 쓸 때가 온 것 같다.

나는 성문 앞에 서있는 문지기들을 향해서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러자 문지기들은 권총집에 손을 올리며 나를 경계했다.

“멈추시오. 지금은 도시로 들어갈 수 없소.”

“이걸 봐주세요.”

“이건... 실례했습니다! 바로 열어드리겠습니다.”

문지기는 홀로그램처럼 뜨는 증서를 확인하자마자 허겁지겁 성문 아래에 있는 작은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역시 인맥이 좋긴 좋구나? 이렇게 바로 통과할 수 있다니 말이야.

나는 야영장 사람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프랑카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바깥과는 달리 성벽의 내부는 내가 아는 프랑카답게 이 시간에도 활기가 넘친다.

슬럼가의 갱단들도 싹 소탕되었으니 예전보다 훨씬 더 안전해진 느낌이 든다.

“모험가길드는 이미 문을 닫았으니 보고는 내일해야겠다. 그럼 노예시장에 가볼까?”

“경매가 없는 날은 좋은 노예를 구하기 힘들 거예요.”

“그래? 뭐 당장 살 생각은 없으니까 일단 한 번 돌아보도록 하자.”

“네, 레베카님.”

나는 라우라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저번처럼 무서운 기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미리 알려주는 것. 그것만 잘 지키면 내 하렘을 지지해준다는 말은 진심이었던 것이다.

난 지도창을 열고 구시가지에 있는 노예시장으로 향하는 경로를 따라갔다.

노예시장은 시장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지만 찾는 사람들을 제법 많았다.

아마 경매에서 원하는 노예를 구하지 못했거나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노예를 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노예는 일단 예쁘고, 나에게 착하고, 예속퀘스트를 통해 특수스킬을 얻을 수 있는 젊은 여자다.

아무리 예뻐도 라우라와 잘 어울리지 못하면 안 되고 내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곤란하다.

노예시장에서 상시 판매되는 노예들은 갇혀있거나 묶여있지 않고 상점 안에 줄지어 앉아서 새로운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혹 판촉을 위해서 바깥에 나와 있는 노예들도 있었는데 거의 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을 강조했고 단 한 곳에서만 외모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나는 일을 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니 당연히 외모를 중시하는 상점으로 향했다.

상점 안의 분위기는 거의 창관 수준이었지만 대놓고 여기서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일단 구경해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해서 집으로 데려간 다음에 섹스를 하라는 소리겠지.

“어서 오세요. 어머, 정말 멋진 고객님이시네. 호호호!”

“아, 안녕하세요.”

나를 반기는 사람은 나보다 두 배는 덩치가 큰 다크엘프족 아줌마였다.

그녀는 두툼한 목에 뱀이 몇 마리 감겨 있었는데 그걸 본 라우라는 내 뒤로 슬쩍 숨었다.

다크엘프는 엘프처럼 귀가 위쪽으로 길고 뾰족하지만 피부가 옅은 갈색이고 모두 붉은색 머리카락과 주황색 눈을 가졌다.

엘프는 식물을 좋아하지만 다크엘프는 동물, 그 중에서도 파충류를 좋아한다.

그래서 집집마다 애완용 뱀이나 도마뱀, 거북 심지어 악어까지 키운다.

난 벌레도 그렇지만 파충류에도 거부감이 없어서 아줌마의 목을 감고 있는 뱀들은 그냥 신기한 볼거리 정도로 여겼다.

“특별히 찾으시는 상품이라도 있으세요?”

“다른 곳과 분위기가 달라보여서 한 번 들러봤어요. 구경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부담가지지 말고 마음껏 살펴보세요. 아, 상품에 손대지는 마시고요. 오호호!”

아줌마는 특이하게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담뱃대를 물고서 친구로 보이는 사람에게로 돌아가 수다를 떨었다.

나는 의자 위에 방석을 깔고 앉아있는 예쁘장한 노예들을 쭉 살펴보면서 분석스킬을 사용해 능력치를 살펴봤다.

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노예는 없었다.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반항적이거나 멍한 눈빛이 거슬렸다.

괜찮다 싶은 몇 명과는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10명이 넘는 노예들을 살펴본 결과는 완전히 허탕이었다.

내가 세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노예는 없었고 전투노예로 쓸모 있는 경우도 없었다.

“라우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다음 경매를 노려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라우라도 나와 생각이 똑같았다.

그녀는 분석스킬을 쓰는 나보다 훨씬 깐깐한 눈으로 노예를 살펴보았는데 그것 때문에 노예들이 주눅이 들 정도였다.

“그럼 나가자. 으억!”

나는 무언가에 푹 찔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그대로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대체 뭐지? 나는 배에 구멍이 뚫렸나 싶었지만 다행히 피는 나지 않았다.

“어머, 어머! 맙소사! 이걸 어떡하면 좋아?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상품이 그만 무례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아줌마는 호들갑을 떨면서 내게 달려와서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나는 아직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라우라의 부축을 받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큐버스족 여자 즉, 서큐버스가 내 앞에서 빗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오른쪽 눈에 안대를 쓴 그녀는 엄청 겁을 먹었는지 손을 벌벌 떨고 있었고 감히 나와 눈을 마주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 뿔에 찔린 건가?”

“네, 레베카님. 청소를 하다가 허리를 숙였는데 하필이면 레베카님이 그 때 뒤로 돌아보시는 바람에 찔리신 거예요. 미리 막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니야, 내 실수인데 뭘.”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하고는 본의 아니게 나를 뿔로 찌른 서큐버스에게 눈길을 줬다.

큐버스족답게 외모가 출중한 그녀의 윤기 나는 긴 흑발은 포니테일로 묶였고 루비처럼 붉은 눈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몸매도 라우라처럼 늘씬하게 잘 빠진데다 가슴은 그녀보다 약간 더 컸다.

라우라보다 키가 조금 작아서 내 입에 정수리가 닿을 정도이지만 위로 솟은 뿔의 길이를 합치면 내 키와 비슷하다.

오른쪽 눈에는 그럴싸한 디자인의 안대를 쓰고 있었는데 패션인지 장애를 감추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젊은 서큐버스답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있었지만 복장이 전하는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꽤나 소심해보였다.

“이리스! 고객님께 제대로 사과를 드리렴.”

“죄송합니다.”

이리스라는 이름의 서큐버스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사과했다.

여러 면에서 흥미를 느낀 나는 이리스에게도 분석스킬을 써보았다.

마침 나이는 라우라와 동갑이고 신분은 당연히 노예, 직업은 가사노예로 나왔다.

스테이터스를 살펴보면 힘과 민첩성은 E랭크, 지구력과 건강은 라우라처럼 D랭크이고 마력은 두 번이나 특수 포인트를 투자한 나보다 높은 B랭크나 된다.

이리스의 마력랭크가 유독 높은 이유는 내가 큐버스족이 마법능력을 타고난다고 설정한 결과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들로 미루어볼 때, 종족의 특성과 연관된 스테이터스는 무조건 B랭크로 시작하는 것 같다.

상세개인정보창도 보고 싶었지만 이리스가 내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볼 수가 없었다.

‘외모가 훌륭하고 스테이터스도 괜찮지만 태도가 너무 소심해. 안대를 끼고 있는 것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고.’

나는 명확한 단점이 있지만 지금까지 봤던 노예들보다는 훨씬 장점이 많은 이리스에게 미련이 남았다.

그리고 결국 사지 않더라도 안대를 낀 이유는 알고 싶다.

“이 사람은 안대를 왜 끼고 있나요?”

“마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그렇답니다.”

“마안이요?”

“네, 마법의 힘이 담겼다는 그 특이한 눈이요. 저격에 도움이 되는 마안이라는데 본인이 통제를 못하니 팔리지도 않아서 저희 가게에서 허드렛일이나 시키고 있어요.”

나는 마안의 능력에 굉장히 구미가 당겼다.

통제만 가능하다면 내가 산봉우리에서 겪었던 한계를 바로 극복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통제하게 만들 방법이 없으면 계륵이나 마찬가지다.

이리스를 구입해서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하면 돈만 날릴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소심한 가사노예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여자 전투노예이니 말이다.

“라우라, 넌 어떻게 생각해?”

“제 경험상 통제하지 못하는 힘은 없는 것만도 못해요. 하지만 레베카님이 이리스를 원하신다면 반대하지 않겠어요.”

라우라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리스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게 분명했다.

나도 그녀의 태도를 보고 있으니 점점 이리스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

그렇게 우리는 가게를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줌마가 나를 불러 세웠다.

“우리 예쁜 고객님, 잠시 만요!”

“왜 그러시죠?”

“저 상품을 사흘 동안 무상으로 대여해드릴 테니 써보시고 판단하시는 게 어떨까요?”

아무래도 아줌마는 만년재고인 이리스를 어떻게든 나에게 팔아넘기고 싶은 모양이다.

공짜로 빌려준다면야 나도 이리스의 마안을 테스트해볼 수 있을 테니 나쁠 건 없다.

“그거 솔깃한 제안이네요. 대여하는 조건 같은 건 있나요?”

“호호호! 폭행이나 성행위 같은 것으로 상품을 손상시키지만 않으면 된답니다.”

“좋아요. 이리스, 알아들었으면 날 따라와.”

나는 이리스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고 그녀는 아줌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빗자루를 구석에 놓아두고 내게 다가왔다.

가까이에서 보니 큐버스족 특유의 매혹적인 분위기가 더욱 두드러졌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리스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레베카야. 그리고 이 친구는 라우라라고 해. 너랑 같은 노예이지만 내게 특별한 사람이니까 말과 행동을 주의하도록 해.”

나는 이리스에게 우리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했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소개말을 들은 라우라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를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라우라 씨.”

“만나서 반가워. 사흘 동안 레베카님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우라가 은근히 이리스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이자 이리스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맹수 앞에 선 어린 아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라우라, 너도 이리스가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해. 알았지?”

“네, 레베카님. 노예교육은 제게 맡겨주세요.”

음... 라우라가 교육이라는 말을 입에 담으니 왠지 모르게 걱정된다.

설마 이리스를 괴롭히지는 않겠지?

나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두 사람과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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