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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30화 (30/271)

〈 30화 〉 29화

* * *

어제는 봉인이 풀린 라우라를 상대하느라 애를 먹었다.

처음에 한 번 즐긴 것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건 내 착각에 불과했다.

그녀는 나 때문에 성욕을 풀지 못했던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계속해서 나를 원했다.

결국 나는 지칠 대로 지쳐서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게다가 라우라의 음란도가 하루만에 10에 도달하는 바람에 예속퀘스트가 자동으로 활성화돼버렸다.

내가 어제했던 고민은 애초부터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피곤하네. 조금 더 누워있자.’

나는 언제나처럼 라우라에게서 하루의 첫 키스를 받은 뒤에 크게 하품을 하며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라우라는 이제 막 샤워를 하고 나와서 알몸이었는데 덕분에 예속각인의 변화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를 구입했을 때 새겼던 예속각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대신에 좀 더 화려한 디자인을 가진 나만의 고유예속각인이 새로 새겨졌다.

새로운 예속각인은 기존의 것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훨씬 화려했다.

또한 예속각인은 진한 분홍색으로 은은하게 빛났는데 얇은 옷을 입으면 선명하게 비쳐 보일 정도였다.

라우라는 거울 앞에 서서 살짝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새로운 예속각인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아직 내가 그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내게 다가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레베카님,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이게 다른 모양으로 변했던데 괜찮을까요?”

“아, 괜찮아. 예전에 노예상인들한테서 들은 적이 있는데 주인과의 관계가 깊어지면 변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 걱정할 필요 전혀 없어.”

“그렇군요.”

라우라는 내 거짓말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받아들었다.

그리고 내 설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예속각인이 새겨진 곳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 같으면 엄청 부끄러울 것 같은데 라우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라우라의 반응은 호감도와 음란도가 둘 다 최대치가 되면 일어나는 변화인지 아니면 그녀가 타고난 본성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제 겪은 일을 생각해보면 본성이 그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옷을 입기 시작한 라우라의 예속각인에 분석스킬을 사용해서 예속퀘스트가 제대로 활성화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먼저 확인해야할 것은 위치추적기능이다.

내가 상세개인정보창의 위치추적기능을 활성화시키자 지도창에 분홍색으로 이름이 표기되는 라우라의 위치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나와 라우라 사이의 거리는 물론이고 정확한 좌표와 고도, 라우라에게로 향하는 경로까지 상세하게 표시되었다.

이 기능이라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어도 라우라를 행방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건 기존의 음란도에 이어서 새롭게 나타난 수치인 성욕이다.

성욕수치는 지금 라우라의 성욕이 얼마나 강한지 가르쳐주는 것인데 어제 실컷 즐긴 덕인지 지금은 0이었다.

앞으로 하루에 한 번씩 이걸 확인해주면서 성욕이 너무 쌓여서 어제처럼 날 잡아먹으려고 드는 사태를 방지해야할 것 같다.

저번에 기사단이 제공한 마법의 연고가 없었더라면 여전히 온 몸이 자잘한 상처투성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그런 야성적인 라우라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한계를 벗어나는 쾌락을 몇 번씩이나 당하니까 기분이 엄청 좋기는 했거든.

나는 아직 내 성정체성이 남자라고 생각하지만 계속해서 어제의 경험 탓인지 몰라도 내가 남자라고 고집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기는 하다.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몸도 여자면 당연히 마음도 여자가 될 수밖에 없기도 하고.

하지만 아무리 내 성정체성이 바뀐다 하더라도 남자를 상대로 내 몸을 허용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나서는 안 될 최악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변화는 바로 고유예속각인이 제공하는 히든스킬 즉사회피다.

즉, 예속퀘스트가 취소되지 않는 한 라우라는 하루 한 번 즉사를 면할 수 있다.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전혀 없는 스킬이지만 라우라가 어이없게 죽는 일이 사라져서 정말 기쁘다.

히든스킬 아니랄까봐 아무런 설명도 없이 툭 튀어나온다.

‘이제 특수스킬을 살펴보자. 여기에 없는 걸 보면 내 스킬창에 있는 것 같네.’

나는 내게 분석스킬을 쓰고 스킬창에서 인류추적스킬을 찾아서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지도창에 반경 500m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과 신분이 다양한 색으로 표시되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설명부터 읽어보았다.

무해한 사람은 하얀색, 위험한 사람은 빨간색, 동료나 아군은 파란색, 본인과 가족, 연인처럼 중요한 사람은 황금색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이름 옆에 있는 괄호 안에는 그 사람의 신분이 적혀있었다.

신분에 따라서도 색이 다른데 황족과 귀족은 보라색, 평민은 초록색, 노예는 검은색이다.

따라서 나는 지도창에서 이름은 황금색으로, 신분은 초록색으로 표기된다.

그리고 라우라의 이름은 별도의 위치추적기능이 함께 활성화된 탓인지 황금색 글씨에 분홍색 테두리가 형성되었고 신분은 검은색으로 표기되었다.

나는 시험 삼아 지도창을 이용해서 가까이에 있는 베로니카의 이름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상세한 위치정보가 나타났고 다시 누르니까 정보가 사라졌다.

‘정말 편리한 기능이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아, 여기 필터기능이 있구나.’

필터기능을 사용하면 나와의 관계나 신분, 직업, 성별, 종족, 나잇대 등등을 기준으로 지도창에 표시되는 사람들을 설정할 수 있다.

나는 즉시 필터기능을 써서 무해한, 다시 말해 나랑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지도창에서 제외했는데 단지 그것만으로도 지도창이 썰렁해졌다.

어떻게 보면 내 인간관계가 정말 좁다는 증거였지만 상관없다.

눈가에 습기가 차는 것 같지만 그냥 기분 탓이겠지. 깔끔하고 좋기만 한 걸.

지도창에 제법 많이 보이는 위험한 사람들은 특정지역에 주로 몰려있었는데 바로 기사단이 관리하는 지하 감옥이다.

내가 머무르는 저택에서 기사단 본부까지의 직선거리는 200미터 정도라서 거기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위치를 내 지도창으로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베로니카의 말에 따르면 평소에는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거나 노예로 팔려가겠지만 갱단이 마물을 연구하고 풀어놓았으니 제국의 형법에 따라서 전부 죽인다고 한다.

지금도 10여 명씩 처형장으로 끌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도창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이 속도라면 다 죽이는데 며칠은 더 걸리지 싶다.

‘이걸로 새로운 건 전부 확인했어. 다시는 예속퀘스트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프랑카에도 특수상점이 있네.’

나는 지도창에서 ‘우연히’ 발견한 특수상점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악마 같은 호기심이 내 귀에서 자꾸만 특수상점에 가자고 속삭였다.

특수상점은 프랑카의 신시가지의 구석진 골목길에도 위치해있었는데 여기서 별로 멀지 않았다.

거리까지 확인한 나는 결국 호기심의 유혹에 홀랑 넘어가버렸고 외출을 결심하고 말았다.

“라우라, 나갈 준비를 해.”

“지금요? 점심식사는 어떻게 하고요?”

막간을 이용해 방을 청소하고 있던 라우라는 나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말은 당황한 척을 해도 이미 기대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가장 원하는 대답을 내놓았다.

“데이트할 거니까 점심은 나가서 먹자.”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준비를 끝낼게요! 아, 내 정신 좀 봐! 레베카님부터 꾸며드릴게요.”

“진정하고 차례대로 하자. 시간은 많아.”

라우라는 얼마나 기쁜지 흥분을 감추질 못하며 호들갑을 피웠다.

말 한마디에 저토록 행복해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나는 라우라가 골라주는 옷이라면 뭐든 기꺼이 입을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그녀는 내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겠다면서 한참동안 커다란 옷장과 씨름을 했다.

내가 보기에는 옷장에는 전부 그런 하늘하늘한 옷들 밖에 없어서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라우라는 아주 진지했다.

어떻게든 결정을 내린 라우라는 내게 청순한 분위기의 원피스를 내밀었다.

언젠가 광고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입고 나왔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참고로 그 연예인은 지금 내 모습에 참고가 된 사람이다.

나는 라우라가 내민 원피스로 옷을 갈아입고 그녀에게도 옷을 하나 골라주었다.

일부러 내가 입은 것과 거의 똑같은 것으로 골라서 커플룩을 만들었다.

라우라는 커플룩이라는 말은 몰라도 우리가 닮은 옷을 입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크게 만족했다.

나는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서 그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호신용 마력권총을 챙긴 뒤에 방에서 나섰다.

“나가기 전에 베로니카에게 말은 하고 가야겠지?”

“네, 분명히 외출할 때는 본인이나 사용인들에게 미리 말씀해달라고 하셨어요.”

“맞아. 그랬었지. 완전히 잊고 있었어.”

“그런 건 제가 다 기억해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넌 정말 든든한 사람이야.”

“레베카님도 저에겐 둘도 없이 믿음직한 분이세요.”

“그래? 하하하.”

나는 라우라의 칭찬에 기분 좋게 웃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저택의 사용인들은 다들 내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고 나는 그 인사를 모두 받아주느라 바빴다.

나는 오늘 휴가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바쁜 베로니카 대신에 집사에게 우리가 외출하는 것을 알리고 곧장 저택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지도창을 보면서 특수상점으로 가는 최단경로를 따라서 걸었고 라우라는 그저 내가 가는대로 따라왔다.

마침 특수상점으로 가는 길은 기사단 본부에서 가까운 상설시장을 가로질렀다.

시장은 깔끔하고 위생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보기 좋았다.

라우라는 노점에서 파는 각종 먹거리를 보면서 군침을 흘렸고 나는 돈을 아끼지 않고 그녀가 먹고 싶어 하는 건 전부 다 사주었다.

하나를 다 먹으면 다른 하나를 사서 먹이고 그걸 다 먹으면 또 다른 것을 사줬다.

나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조금만 사먹으려고 했지만 라우라가 그러면 안 된다고 자꾸만 내 입에 먹을 것을 집어넣었다.

마치 손녀에게 밥을 먹이는 할머니처럼 말이다.

결국 나는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음식을 먹은 뒤에야 라우라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라우라는 나보다 배가 훨씬 큰 모양인지 여전히 식탐을 발휘했다.

저러다 살이 찌지 않을까 걱정이었지만 그녀의 활동량을 생각하면 하루정도 저렇게 먹는다고 문제될 건 없을 거다.

결국 라우라는 상설시장의 입구부터 출구까지 줄지어 늘어서있던 노점의 먹거리를 종류별로 거의 다 섭렵한 뒤에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배를 쓰다듬었다.

“너 정말 대단하구나?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니?”

“제가 많이 먹는 게 아니라 레베카님이 너무 적게 드시는 거예요. 다른 모험가나 기사 같은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어보시면 제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다음에 한 번 관찰을 해봐야겠다. 근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평균보다 더 많이 먹는 기분인데.”

“저 돼지 아니거든요.”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난 네가 잘 먹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

나는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라우라의 머리를 한껏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뒤로 한껏 젖혀졌던 귀와 빳빳하게 섰던 꼬리가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수인족은 감정을 파악하기 편해서 좋다니깐. 아유, 귀여워.

나는 기분이 풀린 라우라를 데리고 계속해서 특수상점으로 향했다.

특수상점은 번화가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골목길에 간판을 걸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로 취급하는 것 같았다.

“라우라, 우리 저기에 한 번 가보자.”

“선물이라도 사주시게요?”

“적당한 게 있으면.”

“그럼 얼른 가요!”

나는 라우라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특수상점으로 향했다.

특수상점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잡화점 같지만 내부로 들어가니 그냥 대놓고 성인용품점이었다.

우리가 어제 애용했던 딜도를 포함한 온갖 자위기구가 진열되어 있었고 다양한 코스프레 복장과 SM플레이 용품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로 위험해 보이는 물건들도 판매했다.

난 아무리 그래도 약물을 빨아가면서 쾌락을 추구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쪽 코너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여긴 제 생각과는 좀 다른 곳이네요. 구경 해봐도 될까요?”

“그럼. 대신에 저쪽은 절대로 가지마. 위험해보이더라.”

“네, 레베카님.”

내 허락을 받은 라우라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상점 곳곳을 둘러봤고 내가 가지 말라는 곳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나도 구경을 해볼까 싶었지만 일단 주인을 찾아서 특수상점의 기능과 특수한 장신구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주인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고 상점 전체를 뒤져봐도 주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뭐야? 왜 없어? 진짜로 상점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일종의 게임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상점이니 일반적인 방식으로 거래는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한 번 상점을 뒤져보려다가 보통 계산대가 있어야할 자리에 놓여있는 검은색 수정구에 관심이 갔다.

그 수정구는 왠지 모르게 그럴싸해보였고 나는 그것을 이리저리 관찰하다가 점을 보는 사람처럼 수정구 위에 손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거래창이 나타났다. 이 세상에 넘어와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주인을 찾을 필요가 없었네. 하긴, 나만 사용하는 시스템인데 누군가 개입하지는 못하겠지.’

나는 거래창을 쭉 훑어보았다.

상점 안에 진열된 물건은 물론이고 지금을 볼 수 없는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거래창에서 구입하면 자동으로 내 치트가방으로 들어오는데 난 그걸 항상 들고 다니기 때문에 지금도 상품을 사자마자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전투나 일상생활에 쓰이는 장비는 하나도 없고 전부 성인용품 뿐이었다.

예속퀘스트로 만들어진 특수상점이라 어쩔 수 없나보다.

‘당장은 쓸모없는 것들뿐이네. 그나저나 대체 촉수는 왜 팔고 있는 거야? 이걸 사면 라우라의 호감도가 바닥을 찍을 게 분명해.’

나는 심드렁하게 스크롤을 내리다가 분홍색 글씨로 표기된 상품을 발견했다.

설명을 읽어보니 바로 예속퀘스트 달성에 필요한 특수한 장신구였다.

문제는, 정말 큰 문제는 이 장신구의 착용방법이다.

유두와 그... 클리토리스에 피어싱을 하는 건데 이걸 라우라가 무려 자발적으로 착용하면 예속퀘스트가 완전히 달성되고 그렇게 되면 다시는 뺄 수 없다고 한다.

내가 야겜스러운 설정을 투입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인 설정은 건드린 적이 없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당혹스럽다.

하지만 내 은밀한 취향과 잘 맞아떨어지니 할 말이 없었다.

Y.W.S의 인공지능이 사람 머릿속을 다 훑어보고 이런 식으로 세상을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일단 성능이나 확인해봐야겠다.

3개의 피어싱은 모두 S등급이고 파괴불가, 자동세척 기능이 기본으로 달려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기능은 바로 세트로 착용 시 질병면역과 노화방지다.

말 그대로 불로장생 효과인데 예속퀘스트가 활성화된 사람만 착용할 수 있어서 나는 쓸 수 없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착용부위의 성감을 2배로 증가시키는 기능이 있는데 이건 비활성화가 가능하다.

‘라우라가 앞으로 절대 아플 일이 없고 늙지도 않으면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 대가로 이걸 스스로 착용하게 만들어야 한다니 쉽지 않은 결정이네.’

만약 라우라가 이 피어싱을 착용한다면 평생 내 성노예로 봉사하면서 살아야한다.

과연 내가 그런 짓을 라우라에게 자발을 빙자한 강요를 해도 되는 걸까?

그냥 없는 셈치고 넘어가려던 게 원래 계획이었지만 불로장생이라는 기능이 내 마음 속 어둠이 날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냥 물어보는 것으로 끝낼 수도 있고 공짜라서 손해 볼 것도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새로운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기로 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

결국 난 마음 속 어둠의 달콤한 제안에 슬쩍 넘어가고 말았다.

“라우라, 잠깐만 이리와 볼래?”

“무슨 일이신가요?”

“만약 네가 평생 병에 걸리지 않고 늙지도 않는다면 어떨 것 같아?”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이야기네요. 저라면 엄청 기쁠 것 같아요.”

“이런 걸 평생 착용하더라도?”

“아...”

라우라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방금 내가 거래창에서 구입한 3개의 피어싱을 보더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실시간으로 호감도가 깎이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미안! 내가 갑자기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야. 너한테 이런 걸 상스러운 것을 착용하라고 말하다니 미쳤지 정말.”

“잠깐만요. 레베카님이 말씀하신 게 사실이라면 일단 제가 가지고 있어도 될까요?”

“진심이야?”

“네, 확실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로 포기하기에는 아까우니까요.”

라우라도 사람인지라 불로장생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라우라에게 피어싱이 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넘겨주었다.

과연 라우라가 어떤 선택을 할 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다.

나라는 놈은 결국 사랑을 빙자한 변태 짓을 마음껏 하고 싶은 놈인가 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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