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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24화 (24/271)

〈 24화 〉 23화

* * *

베로니카가 내게 공언했던 것처럼 기사단의 갱단소탕작전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되었다.

구시가지의 슬럼가는 기사단 병력에 의해 철저하게 포위되었고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대피령이 내려졌다.

주민들은 자다가 일어나 비몽사몽하면서 위험구역에서 벗어나 기사단이 마련한 대피소에서 작전이 끝날 때까지 머무르게 되었다.

차디찬 새벽에 진행되는 군사작전에 놀란 것은 구시가지의 주민들뿐만이 아니었다.

슬럼가의 갱단들은 허둥지둥 각자의 방어구역으로 뛰어갔고 무고한 사람들은 슬럼가의 보다 깊은 곳으로 도망쳤다.

슬럼가에 사는 빈민들에게 대피할 시간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기사단에서 이런 사람들을 위한 구조대를 따로 편성해서 진압작전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별도의 대피작전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나와 라우라는 베로니카의 천막에서 작전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베로니카는 약속한 대로 우리에게 마법갑옷을 대여해주었다.

기사단의 특권인 마법갑옷은 일종의 파워드슈트 혹은 강화복에 가까운 형태다.

그래서 일반 갑옷처럼 부위별로 따로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람의 형태가 잡혀있는 갑옷의 뒤를 열고 몸 전체가 들어간 뒤에 투구를 쓰는 방식으로 입는다.

나도 마법갑옷을 입을 때는 마치 일체형 우주복을 입는 것 같았고 다 입고 나니 내가 전쟁용 로봇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듣자하니 마법갑옷은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력으로 작동하는 동력기관인 일명 마력기관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는 아무리 팔에 힘을 줘도 전혀 움직일 수 없어서 당황했었는데 베로니카에게서 내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난 뒤에 바로 실행에 옮겼다.

내 몸도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마법갑옷을 내 의지로 움직이는 것은 약간의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짧게 적응훈련을 하면서 마법갑옷의 기능과 성능에 대해서 들었다.

마법갑옷은 마법방어구의 기능에 수분공급, 지혈, 방독, 배설물처리 기능을 추가로 갖추고 있는데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알몸으로 마법갑옷을 입어야 한다.

마법갑옷 안쪽은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소재로 되어 있어서 몸이 불편하지 않았지만 배설물처리를 위해서랍시고 내 항문과 요도로 비집고 들어오는 촉수 같은 건 정말 질색이었다.

‘마법이 있어서 다행이야. 조금 불쾌해도 갑옷을 편하고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잖아. 돈이 아무리 많아도 기사단 소속이 아니면 절대로 이걸 입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워.’

나는 어쩔 도리가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법갑옷의 성능을 살펴보기로 했다.

마법갑옷의 내부에 장착된 마력기관은 단순히 마법갑옷을 기동하는 것을 넘어서서 착용자의 신체능력을 향상시킨다.

프랑카 기사단 소속 기사들이 입는 구형 마법갑옷을 기준으로 보자면 500kg까지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고, 시속 40km의 속도로 계속 달릴 수 있으며, 3m 높이를 제자리에서 단번에 뛰어오를 수 있는 출력을 낼 수 있다.

이 정도면 무기가 없더라도 사람뿐만 아니라 웬만한 마족들을 간단하게 죽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마력기관은 금속표면을 강화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마법방어막을 펼쳐서 마법갑옷의 방어력을 향상시킨다.

마법갑옷의 방어막은 마력소총에서 발사되는 마력철갑탄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마력탄을 방어할 수 있고 그것들에 준하는 충격량을 가진 근접공격도 모두 막아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갱단의 무기로는 상대할 방법이 전혀 없고 그들이 마법소총을 가졌다 하더라도 기사단에만 사용이 허용되는 마력철갑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

아무튼 나는 마법갑옷을 입었기 때문에 결국 한낱 인간에 불과한 갱단들을 상대로 전혀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레베카님, 정말 멋있어요!”

라우라는 마법갑옷을 차려입은 나를 보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감탄사를 보냈다.

내 투구를 반강제로 벗겨놓고는 그럭저럭 늠름한 내 모습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라우라에게 칭찬을 받는 것은 좋지만 너무 띄워주니 부끄럽다.

“내가 보기엔 네가 훨씬 더 잘 어울려.”

“정말요? 고마워요.”

라우라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좋아했다.

그녀는 기사단의 일반병사들처럼 경량 마법갑옷을 입었다.

경량 마법갑옷은 기사들이 입는 중량 마법갑옷에 비해서 마력기관의 출력이 낮다.

따라서 전반적인 성능이 떨어지지만 기동성에 출력이 집중되어서 중량 마법갑옷을 착용한 사람보다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또한 방어력이 약하다고는 해도 마력권총탄은 전부 막을 수 있고 그것과 비슷한 충격량의 근접공격도 모두 방어가 가능해서 갱단을 상대로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갱단도 마력산탄총이나 마력소총을 보유하고 있어서 경량 마법갑옷을 입은 사람 입장에선 추가적인 방어수단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마법방패다.

전신을 가리는 대형과 반신을 가리는 소형으로 나뉘는 마법방패는 방어력 자체만 보면 마법갑옷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고가의 마법적으로 방법으로 처리된 금속표면 덕분에 특수탄과 같은 마법공격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고 약한 마법방어막으로 적의 공격을 1차적으로 막아준다.

원형인 소형마법방패는 이러한 기능을 통해서 경량 마법갑옷의 약점인 방어력을 일부 보완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중량 마법갑옷 전용인 직사각형 대형마법방패는 그러한 기능과 더불어 오른쪽이나 왼쪽 위에 작게 뚫린 총안구를 활용하여 엄폐 가능한 이동식 총기거치대로도 쓸 수 있다.

대형마법방패를 가지고 있는 기사들이 방진을 짜면 거의 움직이는 성채나 다름없어서 마족들을 굉장히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나는 대형마법방패를, 라우라는 소형마법방패를 지급받았다.

즉, 내가 라우라를 지켜주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내가 더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니 그만큼 책임을 더 져야한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라우라, 베로니카님이 빌려주신 검은 마음에 드니?”

“네! 멋진 검이라서 정말 좋아요. 기사님들에게 지급되는 명검을 실전에서 써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라우라는 베로니카가 예전에 썼다던 한손장검을 쓰다듬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내 생각에는 검을 쓸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라우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꼭 가져가야 한단다.

“준비는 다 끝났소?”

우리가 채비를 다 끝내니 베로니카가 천막으로 들어와 상황을 살폈다.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굉장히 진지하고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하들과 주민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어쩔 수 없겠지.

“네, 덕분에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어요.”

“좋소. 이제 곧 적이 점령한 시가지로 진입할 것이니 따라오시오.”

우리는 베로니카를 따라서 천막에서 나왔다.

이미 기사들이 슬럼가로 진입할 준비를 마쳤고 그 뒤로 일반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시가전에 대비한 장갑차와 보병의 조합처럼 보인다.

기사단 병력들은 대부분 마력소총으로 무장했지만 몇몇은 마력산탄총을 손에 들었고 모두 보조무기로 마력권총을 차고 있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된 상황이라면 내가 할 일이 아예 없을 것 같은데 베로니카가 내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내 예상과 좀 다른 말을 꺼냈다.

“레베카, 그대는 우리와 다른 임무를 맡아주어야 할 것 같소.”

“다른 임무요? 그렇다면 단순히 함께 싸우는 건 아니겠네요.”

“그렇소. 우리가 정면에서 적들의 시선을 끄는 동안, 그대는 지하수로를 따라서 이곳으로 가서 정보를 얻어왔으면 하오.”

베로니카는 내게 상세한 지하수로 지도를 보여주었고 그 즉시 알림이 뜨면서 지도창이 업데이트 되었다.

이제 나는 프랑카 시의 지상뿐만 아니라 지하까지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베로니카가 지휘봉으로 가리키는 곳은 지도창에 빨간색 물음표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뭔지 몰라도 굉장히 위험한 장소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기는 뭐하는 곳이지요?”

“그대를 위협했었던 붉은 고블린 갱단의 비밀시설로 추정되는 곳이오.”

“마약생산시설 같은 걸까요?”

“정보원에 따르면 일종의 연구시설이라지만 정확한 정보는 없소. 따라서 레베카, 그대에게 비밀시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임무를 맡기고 싶소.”

보아하니 베로니카는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날 사지로 몰아넣어서 죽일 속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애초부터 그녀가 날 죽일 생각이었다면 난 일주일 전에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다른 사정이 있는 것 같다.

“왜 하필 저에게 이런 중요한 일을 맡기시나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고요.”

“기사단에 첩자가 있기 때문이오. 그래서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는 그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오.”

“제가 좀 자유롭게 살기는 하죠. 그런데 기사단에도 배신자가 생길 수 있나보네요.”

“아무리 기사단의 일원이라도 명예보다 돈과 쾌락이 중요한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오.”

베로니카는 씁쓸하면서도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프랑카 기사단에 그런 파렴치한 배신자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수치스러운 모양이었다.

“좋아요. 대신에 보상은 제대로 챙겨주세요. 기왕이면 전리품도 가지고 싶고요.”

“그대가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마음에 드는 보상을 주도록 하겠소. 전리품의 경우에는 우리 측에서 먼저 위험성을 확인한 뒤에 안전한 것만 줄 수 있을 것이오.”

“안전한 것이라... 좋아요. 만족하실만한 정보를 가져다드릴 테니 보상을 준비해주세요.”

“알겠소. 부디 조심하시오.”

베로니카는 나를 배웅하고는 본인의 지휘가 필요한 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는 뒤에서 들리는 총성을 무시한 채로 맨홀뚜껑을 열고 지하수로로 들어갔다.

뭐, 말이 좋아서 지하수로지 그냥 썩은 내 풀풀 풍기는 하수구다.

마법갑옷의 뛰어난 방독기능이 없었더라면 엄청난 악취에 시달렸을 것이다.

나는 회중시계로 주변을 밝히고 앞으로 나아갔는데 되도록이면 밑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너무 더러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헛구역질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차라리 밖에서 싸우는 게 낫겠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전쟁터에 목숨 걸고 뛰어드는 대신에 비밀시설을 확인하고 오는 것만으로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런데도 레베카님이 괴로워하시는 것 같아서요.”

“도저히 부정 못할 지적이네. 만약에 보상이 적으면 베로니카에게 엄청 화를 낼 것 같아.”

말이 그렇지 실제로 베로니카에게 막무가내로 화를 내지는 못할 것 같다.

귀족에게 고작 평민인 내가 항의한다고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 나라는 인간은 미녀에게 너무 약하니 말이다.

그래도 라우라가 손해를 입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레베카님, 전방에 뭔가 있어요.”

“알았어. 조심할게.”

나는 갑작스러운 라우라의 경고에 앞을 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회중시계의 조명 끄트머리에서 무언가 거무튀튀한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하고 서둘러 그쪽으로 조명을 비춰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안심하려는 순간에 무언가가 우리 쪽으로 빠르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난 그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으악! 씨발!”

나는 전방에서 나를 향해 달려드는 괴물을 보자마자 마력산탄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마력산탄에 제대로 얻어맞은 괴물이 뒤로 날려나면서 몸이 찢겨나갔고 그대로 고통에 찬 괴성을 지르며 도망쳤다.

“방금 그건 분명히 하급마물이에요.”

“저번에 본 비비랑은 다르게 생긴 것 같은데? 급이 올라가면 형태가 바뀌는 거야?”

“보통 마물은 자기 몸무게의 두 배는 먹어야 완전히 변이가 되는데 비비는 먹이를 구하지 못해서 제대로 변이를 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형태가 이상했었던 거예요.”

“그렇구나. 저기 또 온다, 뒤로 물러나!”

나는 라우라를 뒤로 물리고 하급마물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놈은 다리가 하나 떨어져 나갔는데도 힘차게 뛰어올라서 방패를 마구잡이로 물고 할퀴었다.

나는 놈을 벽에다 밀어붙인 다음 목과 배에 마력산탄을 한 발씩 박아 넣어서 확실하게 죽여 버렸다.

전신이 맹독성 생체물질로 엉망이 되었지만 마법갑옷이 날 철저하게 보호해주었다.

내가 처치한 하급마물은 대형견과 비슷한 크기인데 숙주가 된 동물의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라우라의 말대로 제대로 변이를 끝마쳐서 마물 본연의 모습으로 성장한 것 같다.

이건 이미 죽은 놈이라서 분석스킬을 쓸 수 없으니 눈으로 생김새를 살펴보기로 했다.

변이를 완전히 마친 이 하급마물은 비비의 경우와는 달리 제법 깔끔하게 생겼다.

전신이 벌레의 갑각과 비슷한 새까만 껍데기로 덮였고 등에는 맹독성 생체물질로 뒤범벅인 길고 가는 촉수가 6개나 달려있었다.

그리고 여덟 갈래로 갈라진 꽃처럼 생긴 아가리에는 질서정연하게 자라난 날카로운 송곳니가 빽빽하게 나있었고 목구멍에는 맹독성 생체물질을 발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관이 얇은 촉수에 둘러싸여있었다.

또한 다리는 사족 보행하는 동물의 다리에 벌레의 갑각을 씌워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방금 전에 이걸로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였었다.

마지막으로 꼬리에는 날카로운 채찍형태의 기다란 촉수 2개가 붙어있는데 마물이 이걸로 내 방패에 남긴 흔적을 보니 맞으면 곱게 죽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런데 굉장히 기분 나빴던 엄청난 수의 눈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예 보이질 않았다.

생각해보니 원래 다리도 사람의 팔처럼 생겼었지?

아마도 변이하는 동안에는 온갖 기관들이 자라났다가 변이가 완료되면 딱 필요한 것만 남고 사라지는 것 같다.

“비비를 죽였을 때도 그렇지만 이렇게 위험한 괴물들을 최하급이나 하급이랍시고 낮은 등급의 의뢰대상으로 올려놓는 모험가길드의 규정은 뭔가 이상해.”

“사실 그런 마물들은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모험가 파티 입장에선 크게 무서울 게 없거든요. 힘이 세고 생명력이 질기지만 지능은 거의 없는 편이라서 돌진밖에 할 줄 몰라요. 그래서 우리가 비비를 죽일 때처럼 준비만 잘 갖춰진다면 같은 의뢰등급에 속하는 영악한 마족들이나 맹수들보다는 오히려 상대하기 쉬운 편에 속해요.”

“그래? 내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가보네.”

“경험도 경험인데 모험가길드가 초보에 대한 배려가 없는 편이기도 해요. 초보들이 많이 유입되면 경쟁자가 너무 늘어나니까 그런 함정 같은 의뢰로 적당히 솎아내려는 거겠죠.”

“쉽게 말해서 그런 등급 낮은 마물들은 경력자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거네.그런데 중급마물은 아랫것들이랑은 좀 달라?”

“네, 어느 등급의 모험가든지 방심하면 간단하게 죽을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우리는 마법갑옷을 입었잖아요. 웬만해서는 중급마물에게 살해당할 일은 없을 거예요.”

“설마 그런 괴물이 튀어나오지는 않겠지. 계속 가자.”

“네, 레베카님.”

나는 라우라와 함께 계속해서 길을 따라갔다.

지도창 덕분에 길을 잃을 걱정은 없지만 최하급마물들과 하급마물들이 수시로 앞길을 막아댔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제는 그저 경험치로 보인다.

“라우라, 전방의 마물은 내가 전부 처리할 테니 넌 뒤를 부탁해.”

나는 길을 방해하는 마물들을 닥치는 때로 쏴 죽였다.

놈들의 촉수가 마법방패를 때려대고 아가리가 마법갑옷을 갉아대고 생체물질로 전신을 뒤덮어도 쫄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장전하는 틈에 마물이 달려들면 주먹으로 때려죽이고 발로 밟아 죽였다.

라우라는 내 등에 달라붙은 마물들을 향해 침착하게 약점을 사격하거나 검으로 다리를 베어내 떨어뜨리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놈들에게 포위당하는 곤욕을 치르지 않고 붉은 물음표가 있는 곳 바로 앞까지 길을 뚫을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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