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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16화 (16/271)

〈 16화 〉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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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길드의 사격훈련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본격적이었다.

원래 세상에서 보았던 사격장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부족했지만 마법 덕분에 시스템측면에서만 보면 현대적인 부분이 제법 많았다.

모험가길드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사격훈련장에서 무료로 다양한 총기를 체험해보거나 사용료를 내고 특수탄을 써볼 수 있다.

지금은 실력향상을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이 전부라서 나는 여유롭게 체험코스로 향했다.

체험코스에는 안전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나를 담당하는 사람은 젊은 치타족 여성이었다.

그녀는 나를 총기가 준비된 곳으로 안내하면서 안전수칙을 가르쳐주었는데 전부 중요한 것들이라 확실히 새겨들었다.

체험장에 준비된 총기들은 모두 C등급의 품질을 가진 평범한 물건들이다.

내가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지금 수중에 없는 마력산탄총과 마력소총이다.

모험가길드의 총포상이나 방금 들렀었던 마법무기점에서 눈으로만 보았던 녀석들이다.

일단 아르카디아의 모든 총기는 기본적으로 6개의 약실이 있는 리볼버식이다.

그래서 다른 종류의 총기라도 총열의 길이나 무게, 사용되는 마력탄의 종류와 형태가 좀 다른 것을 제외하면 제법 익숙하게 느껴졌다.

우선 손에 잡은 것은 마력산탄총이다.

개머리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개머리판이 있는 쪽 총열이 더 길었다.

내가 마력산탄총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동안, 안전요원이 마력산탄을 가져와서 내게 보여주었다.

마력산탄은 탄두가 반구 형태인 원통모양인데 내부에 금속알갱이가 들어있다고 한다.

발사된 이후 일정거리가 지나면 폭발해서 금속알갱이를 전방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그런 방식이면 내가 알던 산탄총보다 유효사거리가 약간 더 길 것이다.

설명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은 마력산탄에 그려진 마법진으로 이루어진다는데 애초에 이 세상에서 화약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지 조차 의문이다.

‘어디 한 번 쏴볼까?’

나는 개머리판이 있는 마력산탄총을 고른 뒤에 안전요원에게서 마력산탄 6발, 고글을 지급받고 안내에 따라 정해진 사로로 향했다.

마력총은 공통적으로 소음이 크지 않아서 그런지 귀마개는 주지 않았다.

사로에 들어간 나는 마력산탄총의 약실을 열어서 마력산탄 6발을 장전했다.

마력산탄총이 생각 이상으로 무거워서 한손으로 들고 장전하는 게 힘들었는데 고속장전 스킬 덕분에 빠르게 장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힘을 올릴 걸 그랬나? 아니야,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마력이 더 나아. 힘은 운동하면 늘어나니까.’

난 잠시 후회 아닌 후회를 하다가 50미터 전방에 있는 목재표적에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마력권총에 비하면 제법 묵직한 반동과 함께 마력산탄이 발사되었다.

마력산탄은 표적의 몇 발자국 앞에서 폭발했고 거기서 튀어나온 금속알갱이들이 목재표적을 때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이 정도면 고블린 같은 약한 마족들은 한 발만 제대로 맞아도 피떡이 될 것 같다.

나는 확실한 재미가 느껴져서 남은 5발을 쉬지 않고 발사했고 결국 목재표적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압도적인 화력을 눈으로 확인하니 당장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마법무기점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마력산탄총 사격을 끝낸 나는 사로에서 나와 안전요원에게 돌아가서 마력산탄총을 반납했다.

다음으로 체험할 총기는 마력소총이다.

마력소총은 볼트액션 소총이나 반자동소총과 비슷한 형태에 리볼버식 장전장치를 갖춘 모습이다.

길이는 마력산탄총보다 길고 중량은 조금 더 무거웠다.

안전요원이 보여주는 마력소총탄은 탄두가 뾰족한 원뿔 형태인데 내가 지금까지 써왔던 마력권총탄에 비하면 꽤나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마력소총탄은 딱히 특별한 것은 없지만 철갑탄을 주문제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는 마력소총 중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골랐고 안전요원에게서 마력소총탄 6발을 받아서 다시 사로로 돌아갔다.

역시 한 손으로 장전하는 건 힘들었지만 이번에도 못할 건 없었다.

이번에 주어진 표적은 방금 전의 표적과는 달리 금속재질이고 200미터 떨어진 곳에 세워졌다.

징병제를 했던 시절에 군대를 다녀왔던 아저씨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100미터에서 250미터까지 사격을 해서 전부 완벽하게 명중시켰다고 하던데 내가 그 사람들처럼 잘 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안전요원의 조언과 총기사격스킬을 믿고 표적을 조준한 다음 방아쇠를 당겼다.

마력산탄총보다 더 강한 반동이 어깨를 타고 흘렀지만 딱히 아프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아마 화약을 이용하는 총이었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큰 반동이 느껴졌을 것이다.

“오, 맞았다.”

첫 번째 마력소총탄은 표적의 중앙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겨 5발 연속으로 표적을 명중시켰고 처음 사격한 것치고는 괜찮은 결과를 얻었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마력총은 화약을 쓰는 총보다 여러모로 더 좋은 것 같다.

비교대상이 실제 총기가 아니라 게임 속 총기라서 조금 애매하지만 말이다.

체험사격을 끝낸 나는 마법소총을 안전요원에게 반납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 마법권총으로 특수탄을 사격해보기로 했다.

잠시 사라졌던 안전요원은 특수탄을 종류별로 가져와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라우라는 자신이 팔려온 가격과 값이 똑같은 특수탄을 묘한 눈길로 바라보았는데 그 모습이 꽤나 귀엽다.

나는 특수탄에 대한 설명을 듣기에 앞서서 우선 돈부터 냈다.

안전요원은 규정대로 특수탄 비용만 받았고 다른 추가적인 요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특수탄은 6대 원소마법을 기반으로 한 화염탄, 빙결탄, 풍압탄, 제압탄, 조명탄, 연막탄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각 특수탄마다 색깔이 달라서 구별하기가 쉽기 때문에 실수할 일은 적을 것 같다.

안전요원의 설명을 계속해서 들어보니 화염탄과 빙결탄은 말 그대로 표적을 불태우거나 얼리는 용도이고 조명탄과 연막탄도 이름 그대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풍압탄은 순간적으로 강력한 바람을 발생시켜 표적을 넘어뜨리거나 날려버릴 수 있고 제압탄은 표적을 암석으로 감싸서 꼼짝도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데 좀 신기하다.

특수탄은 표적에 닿자마자 마법반응을 일으키는 특성상 관통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한다.

설명은 이제 충분하고 직접 쏴보면 뭔가 느낌이 제대로 올 것 같다.

나는 안전요원에게서 특수탄을 받은 다음에 사로로 돌아와 화염탄을 먼저 장전하고 나무표적에 쏘았다.

화염탄은 표적에 닿자마자 뜨거운 불꽃을 일으켰고 순식간에 나무표적을 집어삼켰다.

생각보다 위력이 상당해서 놀랍다.

그럼 빙결탄은 어떨까?

나는 불탄 표적 다음으로 나타난 새 표적에다가 빙결탄을 쏘았고 그것이 순식간에 표적의 절반가량을 꽁꽁 얼리는 모습을 감상했다.

이어서 조명탄과 연막탄을 사격했는데 이 두 탄종은 실전용보다 출력을 낮춘 상태라서 별로 밝지도, 연막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아마도 이런 실내에서 제대로 된 것을 사용하면 민폐가 심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인 것 같다.

이제 제일 성능이 궁금했던 풍압탄과 제압탄을 쏴보기로 했다.

이 두 탄종을 위한 표적은 나무나 금속 팻말 같은 게 아니라 마네킹이었다.

내가 이제 막 준비된 마네킹에다 풍압탄을 쏘자 작은 폭풍이 일어나면서 그것을 뒤로 날려버렸다.

동굴 같은 좁은 곳에서 밀집된 적을 상대로 사용하면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드는 연기나 유독가스 같은 것들을 싹 날려버리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는 다음으로 준비된 마네킹에 마지막 남은 제압탄을 쏘았다.

제압탄은 마네킹에 닿자마자 많은 양의 돌덩이를 만들어서 그것을 감싸버렸다.

저게 마네킹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꼼짝도 못한 채 제압당했을 것이다.

모든 특수탄 사격을 끝낸 나는 고글까지 안전요원에게 반납했다.

그리고 친절한 안전요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라우라와 함께 체험장에서 나왔다.

오늘은 이쯤에서 사격연습장 투어를 끝내고 내 상태를 한 번 살펴봐야겠다.

‘이게 말이 되나?’

나는 내 스킬창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기존에 배웠던 모든 종류의 전투스킬의 레벨이 올랐고 권총숙련, 산탄총숙련, 소총숙련이라는 패시브스킬이 새로 나타났다.

지금 내 상황을 보니까 스킬레벨을 올리거나 새로운 스킬을 얻으려면 일상생활에서 얻는 경험뿐만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사격연습장을 오질 않았더라면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거나 나중에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스킬레벨을 계속 올릴 수 있다면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할 수 있을 거야. 관련된 장소로 생각되면 어디든 꼭 들러봐야겠어. 그럼 새로 얻은 스킬을 좀 볼까?’

나는 들뜬 마음으로 새로 얻은 패시브스킬의 설명을 읽어보았다.

이 스킬들은 총기사격스킬과는 별도로 특정한 총기를 다루는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마력권총을 제법 사용했는데도 마력권총숙련의 스킬레벨이 1이다.

아마도 스킬레벨을 올리는데 경험치가 엄청 많이 필요하거나 이번처럼 특수한 경우에만 스킬레벨이 오르는 구조인 것 같다.

‘특수탄과 관련된 스킬은 따로 없구나? 이것도 따로 얻는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속단하지는 말자. 어쨌든 쉽게 강해져서 기분이 좋네.’

처음 이 세상에 떨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게임과는 거리가 먼 세상일 줄 알았는데 프랑카에 온 뒤로 게임적인 요소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재미가 느껴진다.

앞으로도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발견해나가면 이 세상에서 정말 내 마음대로 살아가는 게 가능할 것 같다.

‘이제 새로운 의뢰를 맡으러 가볼까?’

나는 라우라를 데리고 1층으로 올라가서 의뢰게시판을 뒤져보았다.

이건 고블린, 저것도 고블린, 고블린, 고블린... 아니 왜 전부 고블린이야?

누군지 몰라도 고블린에 한이 맺힌 사람이 다양한 장소의 고블린을 죽여 달라는 의뢰를 잔뜩 올려두었다.

당분간 고블린은 쳐다보기도 싫은데 말이야.

아, 다른 것도 있네. 최하급마물 1마리를 제거해달라는 의뢰다.

최하급마물은 대체 뭘까?

나는 세계관을 설정할 때 온갖 생물들을 만들어냈지만 마물이라는 분류를 만든 기억인 전혀 없다.

인류의 적 역할은 마족에게 맡겨두어서 마물이라는 걸 따로 만들 이유가 없었다.

아무래도 또 라우라에게 이 세상의 ‘상식’에 대해서 물어볼 때가 된 것 같다.

“라우라, 마물이 어떤 건지 설명해줄래?”

“마물은 악마기생충에 감염되어서 변형된 짐승들을 뜻하는 말이에요.”

라우라는 이번에도 친절하게 내가 모르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그 내용이 좀 꺼림칙한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악마기생충?”

“네. 아무도 정확한 기원을 모르지만 숙주로 삼은 짐승을 징그럽게 변형시키고 인간이든 마족이든 동물이든 전부 죽이려고 들어요.”

“사람한테도 감염돼?”

“아니요. 사람은 면역이에요. 정말 다행이죠.”

그래, 정말 다행이네.

그런 이상한 기생충에 감염되어서 변형된 사람 같은 건 절대로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차라리 좀비처럼 이미 죽어서 변한 것들을 보는 게 훨씬 낫지 산채로 변형되어 날뛰면서 죽여 달라고 소리치는 사람은 질색이다.

“최하급마물은 고양이나 개가 변한 수준이라서 그렇게 위험하지 않으니까 레베카님이라면 정말 간단하게 처리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별 것 아니네.”

“최하급이니까요.”

라우라는 생긋 웃으며 최하급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내가 여기서 물러나면 겁쟁이라는 꼬리표를 평생 달고 다니지 싶다.

좋아! 이번 의뢰는 최하급마물로 정했다!

나는 의뢰서를 뜯어서 이제는 친숙해진 드워프 접수원에게로 향했다.

접수원은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어서 오세요, 레베카 씨. 오늘 아침에는 민폐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기 그러니까...”

“제 이름은 엠마라고 해요.”

나에게 늘 친절한 드워프 접수원의 이름은 엠마였다.

왜 여태까지 이름을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라우라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 이름을 먼저 물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자주 볼 사람들을 상대로는 통성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엠마 씨 잘못은 하나도 없어요. 규정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제가 마침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엠마 씨가 피해를 입었을 지도 모르고요.”

“감사합니다. 가끔씩 그런 질 나쁜 사람들이 길드에 등록해서 여러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어요.”

“자격시험 같은 게 있으면 좋겠네요.”

“예전에는 있었는데 얼마 전에 새로운 길드장님이 취임하면서 없애셨어요.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윗대가리가 바뀌면 멀쩡한 시스템을 없애버리는 건 흔한 일이지.

어디를 가나 아랫사람들만 피를 본다니깐.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는데 시간이 답이더라고요. 그리고 이 의뢰를 하고 싶으니 착수등록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 착수금 100 라기르와 의뢰인의 집 주소에요.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만 시간이 난다고 하니 그때 가서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돼요.”

“도시 안에도 마물이 있나보네요.”

“애완동물이나 가축이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아, 그리고 다음에 좋은 의뢰가 있으면 레베카 씨에서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조금이나마 답례를 해드리고 싶어서요.”

이것 참 반가운 소식이다. 기왕이면 일에 비해서 보상이 두둑한 의뢰가 들어오면 좋겠다.

“고맙게 받을 게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나는 착수금을 챙겨서 접수처에서 멀어졌다.

문득 엠마가 찰스에 대해서 묻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레베카님, 오늘은 이미 시간이 늦어서 의뢰인을 만나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음... 너랑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정말요?”

“그래. 해가 떠있는 동안은 너랑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해가 지면 어제처럼 너랑 즐겁게 보낼 거야.”

내 제안에 라우라는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마 그녀는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제법 기대가 많이 되는 것 같다.

그 기대에 꼭 부응해주고 싶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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