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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13화 (13/271)

〈 13화 〉 12화

* * *

나는 따뜻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귀여운 라우라가 내 품에 안긴 채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모습이 나를 반겼다.

프랑카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아침은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어젯밤에 라우라는 노예라는 이유로 바닥에 자려고 했었는데 당연히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반대했었다.

나는 라우라에게 무조건 내 옆에 누울 것을 명령했고 둘이서 같은 이불을 덮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나보다 먼저 잠이 들어서는 무의식적으로 내 품을 파고들었었다.

그녀가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잠꼬대를 하거나 나를 꼭 끌어안는 게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잠이 들었었다.

‘라우라가 자는 동안 잠깐 내 상태를 살펴보자.’

나는 라우라를 포옹한 채로 나에게 분석스킬을 사용했다.

레벨은 고작 2가 올라서 12가 되었는데 전에 볼 수 없었던 특수 포인트라는 것이 보였다.

설명을 읽어보니 레벨이 10이 오를 때마다 주어지는 포인트인데 특정한 스테이터스를 영구적으로 1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당장 스테이터스창을 다시 열었고, 모든 스테이터스가 나의 선택을 기다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과연 뭐가 좋을까?’

솔직히 엄청 고민된다. 어느 스테이터스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니 노력으로는 절대로 개선할 수 없는 것을 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힘과 지구력, 민첩성은 꾸준한 운동으로 개선할 수 있고 건강도 유전적인 문제가 아닌 이상에야 운동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마력은 그런 범주에 드는 스테이터스가 아니다.

내가 그렇게 장담하는 이유는 각 스테이터스에 대한 설명 때문이다.

나머지 스테이터스는 훈련으로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 있지만 마력은 타고난 것이라는 설명이 전부다.

즉, 마력은 타고난 것 이상으로 강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력을 올리는 것이 좋은 것일까?

애초에 마법사라는 직업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데 귀한 특수 포인트를 섣불리 투자할 수는 없다.

‘어제 접수원한테 마법사에 대해서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 일단 특수 포인트는 건드리지 말자.’

특수 포인트에 대한 방침을 정한 나는 이제 스킬창을 열어서 스킬레벨을 살펴보았다.

분석스킬은 굳이 살펴볼 필요가 없고 고통내성이나 회피도 어제의 전투에서 스킬레벨이 오를 만한 경험을 하지 않았었다.

변화가 없는 비전투스킬은 넘어가고 전투스킬을 살펴보니 신속조준의 스킬레벨이 3으로 올랐고 총기사격의 스킬레벨이 2로 올랐다.

나머지 제압사격과 고속장전의 스킬레벨은 그대로였다.

제압사격은 고블린이 약한 마족이라서 바로바로 죽어버리는 바람에 오르지 않은 것 같고 고속장전은 좀 더 연습을 하면 오르지 않을까싶다.

‘다른 스킬도 얻고 싶은데 아직까진 소식이 없네. 검술 같은 건 굳이 총이 있는데 배울 필요가 있나 싶고. 아! 사격연습장을 가보자. 보통 게임을 하다보면 그런 곳에서 스킬을 배우거나 스킬레벨을 올릴 수 있잖아.’

나는 오늘은 의뢰를 수행하지 않고 사격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 할 일을 종합해보자면 마법사에 대한 정보 수집, 대장간에 녹슨 검 수리 맡기기, 사격연습장에서 훈련하기다.

“으음... 레베카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라우라는 마침 내가 생각을 다 정리한 뒤에 눈을 떴다.

살짝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아침인사를 하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응. 너도 잘 잤니?”

“네, 레베카님. 덕분에 편하게 잘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키스를 해줄래? 난 아침마다 네가 키스를 해주면 좋겠어.”

내가 라우라의 볼을 쓰다듬으며 부탁하는 말에, 라우라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내 얼굴을 부드러운 손을 감싸면서 키스를 해주었다.

어제 샤워실에서 했던 것과는 다르게 순수한 마음이 많이 담긴 키스였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사람이 나에게 아침부터 키스를 해주니 너무 좋다.

라우라와 함께한지 아직 24시간도 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레베카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매일 아침 이렇게 봉사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

나는 라우라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마에 입을 맞춘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식당으로 갔다.

어제 워낙에 고기를 많이 먹어서 아직도 배가 부른 것 같은 느낌이라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역시 이 시간에는 모험가길드에 사람들이 많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드워프 접수원에게로 향했는데 그녀의 앞에서 모험가 3명이 꽤나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남자 하나와 여자 둘로 이루어진 사자족 모험가파티는 이유는 몰라도 아침부터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뭐, 내 일도 아니고 상황이 심각한 것도 아니니 굳이 개입할 필요도 없겠지만 뭔가 이유가 궁금하니 구경이나 해야겠다.

“미치겠네, 진짜! 우리가 왜 위로금을 받을 수 없는 건데?”

“위로금은 결격사유가 없는 가족이나 파티원에게만 지급됩니다. 단순히 파티원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드릴 수는 없어요.”

접수원은 자신을 노려보는 사자족 모험가들을 상대로도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저런 진상들을 상대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나보다.

역시 서비스직은 힘들어 보인다.

“결격사유? 지랄하네. 아니, 우리가 베네사의 진정한 동료였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리고 여기 유서에 분명히 우리에게 남은 재산을 다 준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눈깔이 삐었나 왜 못 알아봐?”

“그 유서는 감정결과 진짜가 아니었어요. 게다가 아직 베네사씨에 대한 수사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결격사유가 있는 당신들에게 함부로 위로금이나 유산을 내어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요.”

“아! 씨발! 존나 말이 안 통하는 병신이네. 오빠, 돈은 됐고 베네사의 펜던트를 어떤 새끼가 가져왔는지 물어봐.”

남자에게 일을 맡기고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들 중에서 머리가 짧고 화가 많게 생긴 쪽이 결국 욕을 뱉었다.

“그건 왜 알고 싶은 건가요?”

“그야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왜 결격사유가 있어서 인사도 못하나?”

이번에는 머리가 길고 야비하게 생긴 여자가 말했다.

전혀 고마워하는 눈치가 아닌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규정을 확인해봐야겠어요.”

접수원은 잠시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서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과 몇 분 정도 대화를 하더니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접수원의 표정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상급자에게 혼나기라도 한 걸까?

“규정에 따르면 그건 알려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협박이나 보복 같은 위법행위를 할 경우엔 길드에서 제명되고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세요.”

“그래서 누군데?”

“저기에 계시는 분이요.”

접수원의 표정이 왜 안 좋은지 알겠다.

그녀는 나에 대해서 저 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저 3명이 나를 보는 표정을 보아하니 그럴 만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 엄청 미인이었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한 방 먹일 준비부터 했다니깐.”

험악하고 무식해 보이는 남자는 나를 내려다보며 음흉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는 내 멋진 가슴이 그렇게도 만져보고 싶었는지 손부터 뻗었지만 난 바로 그 더러운 손을 쳐냈다.

“주접떨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

“야! 너 베네사의 마법검을 전리품으로 챙겼지? 그 불을 뿜는 것 말이야. 그 예쁜 얼굴 좆 되기 싫으면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다.”

머리 짧은 년이 단검을 꺼내들고는 싸가지 없는 말투로 물었다.

왜 이런 캐릭터들은 허구한 날 칼날을 혀로 핥으면서 병신 같은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것들이 내가 라우라에게 선물로 주려는 마법검을 원하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전리품은 손에 넣는 사람이 임자라는 게 길드의 규정이라던데, 너희들은 그걸 어기고 싶어? 하긴 생긴 대로 논다는 말이 있긴 하더라.”

“전리품은 지랄. 그건 원래 우리 거니까 당장 내놔!”

이번에는 머리가 긴 년이 소리를 질렀다.

입에 확성기를 달았나? 더럽게 시끄럽네.

“그게 왜 너희들 건데? 유서도 가짜를 챙겨올 정도로 쓰레기 같은 결격사유를 가진 새끼들이 입만 살아서 더럽게 나불거리네. 좆같은 소리 그만하고 다 꺼져!”

난 예전 같으면 상상으로 만족했던 행동을 직접 보여주었다.

내가 눈을 부릅뜨고 외치는 말에 여자들이 위협을 느꼈는지 그 시끄러운 주둥이를 닫았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자, 자. 진정들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서로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대화로 풀자고 어때? 술은 내가 살게.”

남자새끼가 나와 라우라를 따먹고 싶어서 안달인 모양이다.

어울리지도 않는 느끼한 미소를 지으면서 친절한 척을 다 하네.

“아침부터 무슨 술이야? 우린 바쁘니까 셋이서 마음껏 마시라고.”

난 내 엉덩이를 만지려고 다가오는 남자의 손을 거칠게 쳐냈고 그의 잔뜩 일그러진 못생긴 얼굴을 아예 무시하며 등을 돌렸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라우라의 비명소리에 난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가 라우라의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노예년도 존나 섹시하네. 야, 그냥 한 잔 하자니까. 비싸게 굴어봤자 좋을 거 없어.”

“씨발 새끼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저 개 쓰레기 새끼는 꼭 쳐 죽여야겠다.

난 옆에 있는 의자를 들어서 그 새끼의 머리를 내리찍고 비틀거리는 놈의 좆을 있는 힘껏 발로 걷어찼다.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또라이 새끼가 입에 거품을 물었지만 상관없다.

저런 씨발 놈이 새끼를 까는 건 세상에 있어서 큰 재앙이니까 미리 싹을 잘라야지.

“오빠 진짜 병신이야? 저런 년한테 쳐맞고 지랄이야. 그리고 이 씨발년아! 남의 애인을 왜 고자로 만들고 곱게 집에 갈 생각하지 마라.”

머리가 짧은 년은 내가 자기 오빠를 죽이기 전에 나한테 단검을 휘둘렀다.

난 마법방어구를 믿고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라우라가 날 옆으로 끌어당겼다.

라우라는 적당히 두꺼운 탁자를 들고 옆으로 눕혀서 엄폐물을 만들었고 곧이어 총알이 몇 발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미친! 방어막이 작동하지 않잖아? 대체 왜?

난 급하게 나와 라우라의 몸을 살펴보았는데 다행히 하나도 맞지 않았다.

“레베카님, 마법방어막은 인간끼리는 작동하지 않아요.”

“뭐? 그런 이상한 조건이 있단 말이야?”

“네. 레베카님의 고향하고는 다르게 제국 내에서는 상식이라서 저도 그 점원도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

라우라는 내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내가 만든 세상인데 내가 모르는 상식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귀찮아도 마법에 대한 설정까지 세세하게 다 만들 걸 그랬다.

종족이나 생물계를 설정하는데 들인 시간의 반만 들였어도 내가 마법에 대해서 모르는 건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와선 왜 그런 설정에만 집착했었는지가 의문이다.

“아니야,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야. 그럼 이제 정당방위의 시간이네.”

“네, 레베카님. 명령만 내려주세요.”

라우라는 나보다도 빨리 마력권총을 꺼내들었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모험가들에 대한 라우라의 분노는 엄청나서 내 피부로 다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살려는 둬. 배상금부터 뜯어낸 다음에 죽이든 살리든 결정할 테니까.”

나는 라우라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다음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머리 짧은 년의 다리를 노리고 마력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마력탄은 내가 조준한 곳에 정확하게 명중했지만 머리 짧은 년은 실실 웃으면서 달려왔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달려드는 게 무슨 마약이라도 빨은 것 같다.

그 약쟁이 년이 나에게 몇 번이고 단검을 휘둘렀지만 난 당황하지 않고 열심히 피하면서 거리를 벌리고 약실에 남아있는 5발의 마력탄을 그 년의 몸에 정성스럽게 박아주었다.

팔다리에 구멍이 숭숭 뚫린 머리 짧은 년은 내 발 앞에 추하게 널브러진 채로 허우적거렸다.

보통은 저러면 죽을 텐데 모험가라서 그런지, 아니면 약쟁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죽지 않았다.

아, 마침 제압사격 스킬레벨 올랐네? 훈련이나 실전이 아니라 병신들 덕분에 강해지니까 뭔가 웃긴다.

“별 것도 아닌 게 사람 귀찮게 하네.”

난 누워서 욕을 퍼붓는 머리 짧은 년의 상처를 발로 밟아서 입을 다른 용도로 쓰게 만들었다.

쌍욕 대신에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리니 귀가 맑아지는 것 같다.

내가 이 년을 괴롭히면서 실실 웃는 모습에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한발자국씩 뒤로 물러났다.

여러분, 저 미친 사람은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레베카님, 명령하신 대로 산채로 잡아왔어요.”

그 사이에 라우라가 머리 긴 년을 제압하고 왔다.

라우라는 피를 철철 흘리는 머리 긴 년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질질 끌고 왔다.

꼴을 보아하니 총에 맞은 게 아니라 라우라의 주먹에 실컷 얻어맞은 모양이다.

어쩌면 내가 아니라 라우라를 보고 사람들이 물러난 걸지도 모르겠네.

“그럼 이제 돈을 뜯어내면 되는 건가요?”

라우라는 나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역시 전직 현상금사냥꾼이야! 돈 문제 앞에선 아주 빠릿빠릿하다니깐.

“당연하지. 겸사겸사 왜 그렇게 그 검을 원하는지도 알아보고.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대화의 시간을 가지자.”

“레베카씨, 이거 가져가세요. 저 사람들이 죽으면 기사단에서 레베카씨를 잡아갈 거예요. 저런 사람들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지면 곤란하잖아요. 그리고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괜히 고생을 하시고.”

드워프 접수원이 나에게 회복포션과 포승줄을 각각 2개씩 챙겨주었다.

아니, 당신은 말려야하는 입장이 아니었어? 아무튼 챙겨주니 고맙네.

“아니요. 어차피 전리품 때문에 충돌했을 게 분명해요. 걱정 마세요. 기사님들에게 혼날 짓은 절대로 저지르지 않을 테니까요.”

나와 라우라는 이미 삶의 의미를 잃고 울부짖는 남자는 버려두고 우리 손으로 제압한 미친년들에게 회복포션을 먹이고 포승줄로 묶었다.

그리고 함께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자 그것들을 으슥한 곳으로 데려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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