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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6화 (6/271)

〈 6화 〉 5화

* * *

난 귀여운 드워프족 종업원에게 다가가 용건을 말했다.

“마핵을 팔고 싶은데요.”

“모험가 펜던트를 보여주시겠어요?”

“네?”

“길드원이 아니시라면 우선 길드에 가입을 해주셔야 해요.”

“아하, 그렇구나. 제가 그런 건 잘 몰라서요. 지금 바로 가입할게요.”

“그럼 여기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난 접수원에게서 신청서를 받았다.

언어와 문자 설정은 한국식으로 설정하길 잘했어.

물론 한자는 정말 싫어서 아예 설정에서 제외했다.

만약에 이런 것까지 별나게 설정했다면 난 지금쯤 언어장벽 앞에서 울고 있었을 거다.

“여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접수원은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에 나는 주변을 좀 더 둘러보았다.

모험가들의 나이와 종족은 천차만별이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고 종종 노인들도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들 얼굴에 기름이 흐르는 거 보니까 모험가는 수입이 괜찮은 것 같다.

기왕 모험가길드에 등록했으니 모험가로 활동하면서 돈을 벌고 겸사겸사 스킬레벨을 올려야겠다.

“레베카 카론씨.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이 펜던트는 모험가길드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것이니 항상 목에 걸고 다니셔야해요.”

접수원은 내게 목에 거는 부분이 가죽으로 된 펜던트를 건네줬다.

펜던트 앞면에는 내 이름과 모험가등급이 새겨져있고 뒷면에는 프랑카 모험가길드장, 트리다 보타킨이라고 새겨져있다.

“E급?”

“네. 모험가는 E급에서 시작해서 S급까지 승급할 수 있어요. 참고로 A급 모험가가 되시면 귀족이 될 수 있고 S급 모험가는 세습귀족이 될 수도 있어요. 그만큼 승급하기 힘들지만요. 그럼 이제 마핵을 매입해드릴게요.”

접수원은 마핵이 든 자루를 가져가서 마법도구로 진위여부를 확인한 뒤에 무게를 쟀다.

괜히 긴장되는 순간이다.

잠시 후에 접수원은 대은화 1닢, 즉 1만 라기르와 대동화 몇 닢을 내게 줬다.

야수족 한 마리의 목숨이 대충 1천 라기르인 셈이다.

“마력탄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2층에 총포상이 있어요. 거기서 구입하시면 돼요. 그리고 같은 층에 다른 물건들도 많이 팔고 있으니 필요하시다면 한 번 살펴보세요. 또 혹시나 사격연습을 하시고 싶으시다면 지하의 사격연습장으로 가시면 되요.”

2층은 일종의 만물상 같은 느낌인가보다.

그리고 의뢰알선에다 필요한 물건을 팔고 훈련도 가능한 것을 보면 모험가길드는 모험가에게 필요한 것들 대부분을 처리해주는 것 같다.

“의뢰는 어디에서 받나요?”

“저기 보이시는 의뢰게시판에서 등급에 맞는 의뢰서를 골라서 저희 접수원들에게 가져오시면 되요.”

의뢰게시판 앞은 모험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좋은 의뢰를 두고 다투는 모험가들도 있고 의뢰서를 들고 흔들면서 동업자를 구하는 모험가들도 있었다.

난 파티플레이를 선호하지 않지만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겠지.

“혹시 길드에서 운영하는 숙소가 있나요?”

“네. 4층과 5층이 숙소인데 하루 숙박비는 50 라기르이고 1년 임차를 하시려면 1만 라기르를 내시면 돼요.”

당장 임차하기에는 거의 전 재산을 털어야하는 금액이니 당분간은 숙박을 하도록 하자.

“숙박료는 여기서 처리하나요?”

“아니요. 4층에 있는 접수처를 이용해주세요.”

역시 이건 따로 처리하는구나.

그럼 이제 볼 일이 끝났으니 총포상으로 가보자.

“이것저것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그럼 다음에 봬요.”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찾아주세요.”

난 친절한 접수원과 헤어진 뒤에 2층으로 올라갔다.

진짜 마트가 따로 없었다.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파는 상점이 쭉 들어차있다.

총포상은 계단 바로 옆에 있었다.

사람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라 그런 것 같다.

난 일단 종업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수염이 덥수룩한 엘프족 아저씨는 열심히 마력총을 손질하고 있었는데 기사들이 쓰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비싼 물건이었다.

“찾는 물건이라도 있소?”

“이 총에 맞는 마력탄을 사고 싶어서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정비하는 법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나 참, 그런 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전투에서 살아남은 거요?”

종업원은 내 총을 힐끗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보는 것만으로 마력총의 사용여부를 알 수 있나보다.

“뭐랄까... 감으로?”

“하핫! 가끔씩 댁 같은 사람이 나타나지. 정말 재밌는 세상이야. 마력총은 총기의 종류별로 마력탄의 구경이 딱 정해져있어서 거기에 맞춰서 사면되고 정비는 그냥 녹이 슬지 않도록 기름칠을 하고 잘 닦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오. 그러다 고장이 나면 마법공학자들에게 수리를 맡기거나 아예 새로 하나를 장만하시오. 내가 정비용품을 추천해드리리다.”

간단하네. 아주 간단해. 마음에 들어.

난 종업원의 조언에 따라서 총기수입포 몇 개와 기름이 든 작은 통 그리고 꽂을대를 샀다.

문제는 마력탄이다. 마력탄은 일반탄이 1발에 10라기르이고 특수탄은 1발은 1천 라기르이다.

생각보다 비싸다. 아무래도 의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킬이 오르는 걸 기대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래서야 의뢰비가 적당히 높지 않는 이상에야 적자를 면치 못하겠네. 일단 마력탄은 충분하니 다음에 사자.’

난 마력탄을 포기하고 1층으로 내려와 의뢰부터 확인했다.

게시판 옆에 각 등급별 의뢰의 기준이 적혀있었다.

그중에서 E급의 예시를 보니 최하급마물과 고블린, 멧돼지 같은 게 있다.

맹수는 최소 D급은 되어야 의뢰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하급마물은 대체 뭔지 모르겠다. 저런 걸 설정했던 기억은 없다.

E급 의뢰는 일반적으로 1백 라기르 정도의 착수금이 책정되어 있고 마핵은 모두 토벌한 사람의 소유라서 그럭저럭 수지타산이 맞을 것 같다.

그나저나 야수족은 D급 의뢰대상이구나. 그냥 D급으로 시작하게 해주면 좋을 텐데.

‘혼자서 사냥하기엔 고블린이 좋겠다. 멧돼지는 너무 빨라서 조준하기도 힘들 것 같고.’

난 고블린 몇 마리를 죽여오라는 간단한 의뢰를 골라서 접수원에게로 갔다.

그 드워프 접수원은 이번에도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주었고 내 명의로 수행 중인 의뢰를 등록해주고 착수금을 주었다.

‘그럼 이제 숙소를 잡자.’

난 4층으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아, 여기서는 마법승강기라고 부른다.

마법승강기는 공중부양마법을 이용한 엘리베이터인데 왠지 내가 알던 엘리베이터보다 더 좋아 보인다.

마법승강기에 타니 각 층별로 뭐가 있는지 적혀 있었다. 이건 꽤나 익숙했다.

3층에는 식당이 있구나? 숙식이 전부 모험가길드 건물 안에서 처리되니 정말 편하다.

“4층입니다.”

음성안내까지 나올 줄이야! 하긴 문명수준이 좀 떨어진다고 사람들이 멍청한 건 아니지.

4층 접수처에는 후덕한 휴먼족 아줌마가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깨어났다.

“어서 와요. 못 보던 사람인데 신참이신가?”

“네. 방금 등록했어요.”

“그렇구먼. 느낌상 숙박으로 할 것 같은데 맞죠?”

“어떻게 아셨어요?”

“감이지 감. 여기에 이름과 등급을 쓰고 서명을 해주세요.”

난 아주머니가 내미는 계약서를 신속하게 작성해서 넘겼다.

계약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숙소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사고를 치지 말라는 것.

나한텐 아주 쉬운 일이다.

“이제 50 라기르 주시면 열쇠를 드릴게요.”

“아, 여기요.”

“507호를 쓰세요. 참고로 4층은 남성전용, 5층은 여성전용이고 방마다 샤워시설이 있어요. 그리고 각 층의 끝에 공중목욕탕이 있으니 시간에 맞춰서 사용하세요. 식사는 3층에서 해결하면 되는데 필요하다면 정기권을 끊어드릴게요.”

“정기권은 생각 좀 해볼게요. 그럼 수고하세요.”

난 5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쓸 507호 방은 생각보다 넓었다.

청소를 열심히 하는지 깔끔했고 나쁜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

그리고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정말 깨끗했다.

역시 청결도 설정을 최대로 올리길 잘했어.

“잠깐 쉬었다가 의뢰를 하러가자.”

난 침대 먼저 점검했다.

생각보다 푹신푹신하고 냄새도 좋은 것이 잠이 솔솔 쏟아졌다.

“뭔가 좀 시끄럽네.”

난 밖에서 들리는 소란에 창밖을 내다보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인 채로 도로를 걷고 있었다.

성별, 나이, 종족이 뒤섞여있는 것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난 분석스킬을 사용했고 조금 놀라고 말았다.

쇠사슬에 묶인 사람들은 모두 노예였다! 이 세상이 노예제도가 있을 줄은 몰랐다.

여태까지 노예처럼 보이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었는데.

신분제도는 있어도 기사들이 모범을 보이는 모습을 봐서 사람을 마구 대하는 세계는 아닐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내 처지에 노예 같은 건 사봤자 소용없겠지?’

그래, 노예는 사는 게 아니야. 기분 나쁜 제도라고.

난 불쾌한 시선으로 노예의 행렬을 내려다보다가 어느 노예가 눈에 띄었다.

그 노예에게 분석스킬을 당장 써봤다.

레벨 : 20

이름 : 라우라

성별 : 여성

종족 : 눈표범족

나이 : 20세

신분 : 노예

직업 : 무직

야수족을 죽여서 레벨을 올린 나보다 레벨이 10이나 더 높다.

즉, 맨몸으로는 날 때려죽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노예 신분이니 평민인 나를 함부로 죽이지 못하겠지.

어쨌든 내가 라우라가 신경 쓰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귀엽고 예쁘니까! 저 얼굴, 몸매가 진짜 존나 꼴... 아니, 아름답다.

라우라는 눈표범족답게 머리카락이 눈표범의 무늬와 똑같았고 귀와 꼬리도 눈표범과 같았다. 복슬복슬한 꼬리가 너무 귀엽다. 만져보고 싶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새파란 눈동자가 너무 매력적이다.

사귀는 건 힘들지만 노예라면 내 곁에 둘 수 있지 않을까?

씨발! 내가 생각해도 너무 찌질하다.

능력도 없으면서 돈과 신분으로 해결 보려고 하다니 쪽팔린다.

‘잠깐, 어차피 내 마음대로 살기로 했잖아? 뭐가 문제야?’

그래! 여긴 내가 만든 세상이고 난 마음대로 살기로 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결심했다. 난 라우라를 구입할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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