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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5화 (5/271)

〈 5화 〉 4화

* * *

지난 사흘 동안 노력한 결과, 신속조준과 고속장전이 레벨2에 도달했다.

엄청 지겹고 힘들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최고레벨인 10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밖이 좀 시끄럽네.’

오늘은 내가 마을을 떠나는 날이라서 마을사람들이 촌장 할아버지의 집 앞에 모여들었다.

나는 외출복을 입고 짐을 정리한 뒤에 집 밖으로 나왔다.

마을사람들은 나를 보자마자 앞 다투어 내게 인사를 건네고는 내게 선물을 주려고 했다.

마음은 고맙지만 내 입장에서는 보관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모든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어서 상자나 통에 담긴 보존식과 당장 먹어치울 수 있는 간식거리만 조금 받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네. 모험할 생각이 없다면 이 마을에 계속 살아도 좋겠어.’

나는 내게 거의 무한한 호의를 베풀어주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웠지만 마냥 여기서 안주하고 살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인생을 얻었으니 세상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마음껏 즐기고 싶다.

“레베카님. 부디 창조신의 가호가 함께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레베카님!”

“부디 또 저희 마을에 들러주세요!”

난 마을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프랑카라는 도시로 향하는 짐마차에 올라탔다.

고작 사흘을 머물렀을 뿐이지만 마치 고향마을에서 떠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런 좋은 사람들이 야수족 때문에 몰살당할 뻔 했었다니 정말 아찔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족 따윈 설정하지 않을 걸 그랬다.

“그동안 제게 잘 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다들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나는 짐마차가 출발하자마자 마을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부디 평생 마족에게 시달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짐마차의 승차감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충격흡수가 거의 되질 않아서 벌써부터 엉덩이가 아프고 멀미가 나서 죽을 맛이다.

웃긴 건 멀미 때문에 고통내성의 레벨이 2로 올랐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마부는 날 배려해서 휴식시간을 많이 가져주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쉬면서 도로를 구경하고 있으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이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차나 짐마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대부분은 혼자나 가족단위로 이동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 사람들은 활이나 창 같은 냉병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단처럼 한꺼번에 이동하는 인원수가 많은 경우엔 모험가를 고용하고 있었다.

어차피 모험가길드에 들러야하니 나도 모험가가 되어 돈을 벌어볼까 싶다.

돈을 벌려면 기사단에 병사로 입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그냥 군인 같아서 싫다.

“길을 비키시오!”

갑자기 누군가 말을 타고 빠르게 지나가면서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도로 양 옆에 마차를 세우고 대기했다.

꼭 구급차가 지나갈 때처럼 보였는데 오는 건 구급차가 아니라 기사들이었다.

‘이 세상에 구급차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 저번에 마을을 구해준 기사들은 아닌 것 같네.’

난 심심해서 기사들을 상대로 분석스킬을 사용했다.

기사라는 신분과 함께 종족, 성별이 대략적으로 나왔다.

기사단은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드워프처럼 키가 작은 종족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신장제한 같은 규정이 있는 것 같다.

기사들은 모두 마력소총과 장검, 기병창으로 무장했고 부무장은 모두 마력권총으로 통일되었다.

마력소총은 마력권총처럼 리볼버 구조로 되어 있어서 장전하는 방식은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총신이 길고 마력탄의 구경이 커서 마력권총에 비해 사거리가 훨씬 길고 화력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들은 저번에 만났던 기사단장처럼 특이한 형태의 판금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거기다 분석스킬을 쓰니 경량 마법갑옷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법갑옷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마력탄 같은 것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 소금화 1닢이라는 비싼 돈을 들여서 방어구를 갖추는 거겠지.

분명 장검과 기병창도 사용할 일이 있으니 가지고 다니는 것일 테고.

“아, 기사님들을 또 뵙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마부는 기사들을 우러러봤고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기사단에 대한 여론은 내 생각보다 아주 호의적이다.

평민들은 기사를 존경했고 기사들은 평민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지배계급이라도 일정한 선을 지키고 사명감을 가지고 백성들을 지키는 모양이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들은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고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기사를 본받으라고 가르쳤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모범적이라서 다행이네.’

난 이 세계를 만들 때 정치적인 부분은 자동으로 설정했었다.

괜히 복잡하게 머리를 쓰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그럭저럭 좋게 만들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악했더라면 이 세상의 인류는 진작 멸종당했을 거야. 그런데 저 기사는 나한테 볼 일이 있는 것 같네.’

나는 웬 기사가 나한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으니 괜히 긴장이 되었다.

내가 너무 수상하게 생겼나?

기사단장이 미리 말을 해놓는다고 했으니 안심해도 되겠지.

“실례지만 신분증과 마법무기소지허가증을 보여줄 수 있겠소?”

뭐야? 아직 기사단장의 명령이 전달되지 않은 건가?

설마 이대로 불법체류와 불법무기소지죄로 잡혀가는 건 아니겠지.

큰 일 났네. 이거 어쩌면 좋지?

“그게... 어제 야수족과 싸우다가 잃어버렸어요.”

난 일단 진실을 첨가한 거짓말로 둘러댔다.

야수족과 싸운 건 사실이지만 애초부터 등록증 같은 건 아예 없었으니까.

제발 그냥 좀 넘어가면 좋겠는데 기사의 눈을 보니 의심이 깊어지는 것 같다.

씨발, 이러다 진짜 감옥에 끌려가는 건 아니겠지.

“기사님! 이 분은 야수족으로부터 저희 마을을 구해주셨습니다. 여기 마핵이 그 증거입니다. 그리고 여기 촌장님의 증서도 있습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마부가 나섰다.

마부는 날 의심하는 기사에게 촌장의 증서를 내밀면서 짐칸에 실린 마핵 한 뭉치를 보여주었다.

“흠. 마핵에 아가씨의 마력이 남아있구려. 좋소, 믿어드리리다.”

살았다! 마부 아저씨 고마워요!

야수족이랑 싸우는 것보다 훨씬 더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 짧은 사이에 등이 식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저기... 재발급은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시오.”

내게 호의적으로 변한 기사는 선두를 향해 말을 달려갔다.

그리고 거기서 누군가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병사들 몇 명을 이끌고서 다시 내게 다가왔다.

“부단장님께서 당신을 관공서까지 호위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부디 부단장님의 호의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기사는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단장이 아니라 부단장이라는 사람이 나를 잘 모시라는 명령을 내렸다보다.

마을을 구한 영웅이라 이건가?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기꺼이 받아드릴게요. 그런데 제가 말을 탈 줄 모르는데 어쩌죠?”

“걱정 마십시오. 제 뒤에 타시면 됩니다.”

난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말에 올라타서 앞에 있는 기사의 허리춤을 잡았다.

기사는 흠칫하는 기색이었지만 같은 성별이니 딱히 문제될 건 없을 것이다.

마부는 내 몫의 마핵이 담긴 자루를 건네주었고 정중하게 작별인사를 했다.

난 기사단을 상징하는 깃발을 든 기사 한 명과 일반병사 4명의 호위를 받으며 프랑카로 향했다.

기사단의 호위를 받으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어쨌든 기사단 덕에 나는 검문소를 바로 통과해서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도시는 두터운 성벽으로 둘러싸여있고 위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벽돌로 포장된 도로 위는 마차와 사람들로 북적였고 3층에서 5층짜리 건물들이 줄을 지어 건설되어 있다.

‘도시는 마을하고는 다르게 중세라기 보단 근세에 가까운 느낌이네. 투명한 유리창에 가로등이 있고, 승합마차 같은 것도 돌아다녀. 그리고 도로가 깨끗한 것도 좋아. 청결도 설정이 치트라면 치트야.’

내가 프랑카라는 도시를 보고 처음 느낀 점은 활기차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했고 그들의 겉모습은 여유가 넘쳤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기사단을 따라서 뛰어오고 사람들이 안심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도시를 구경하는 사이에 벌써 관공서 앞에 도착했다.

관공서에는 민원인들이 많았고 그들을 응대하는 공무원들도 적당히 있었다.

익숙한 모습을 보니 왠지 예전 세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어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행정능력이 제대로 된 세상에 떨어져서 다행이네. 애초에 신분증이 보자는 말부터 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건가.’

난 나를 말에 태워준 기사를 따라서 관공서 안으로 들어갔고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신분증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앞에 앉을 수 있었다.

깐깐하게 생긴 공무원은 처음엔 날 의심했지만 부단장의 보증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어서 내 이름을 듣더니 태도가 아주 적극적으로 변했다.

다행히 기사단장의 말이 관공서에는 미리 닿았던 모양이다.

아마 부단장이라는 사람의 귀에도 들어갔었으니 이 기사가 날 여기까지 호위해줬겠지.

역시 손해 볼 일 없는 선행은 하고 볼 일인가 싶다.

나는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한 다음에 공무원이 신분증과 마법무기소지허가증을 만들어 주는 것을 구경했다.

무슨 마법이라도 쓸 줄 알았는데 그냥 일일이 손으로 다 만들었다.

“이게 레베카 씨의 신분증과 마법무기소지허가증입니다. 항상 몸에 소지하고 다니시고 기사단의 신분확인요청에는 언제나 응하도록 하십시오.”

공무원은 내게 주의사항을 알려주며 신분증과 마법무기소지허가증을 넘겨주었다.

너무 익숙한 디자인이라서 또 다시 거부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겠지.

어쨌든 나는 정식적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인류국가인 인류연합제국의 국민이 되었다.

‘나라가 하나인 건 좀 웃기네. 정치설정도 건드릴 걸 그랬나? 아니, 아니. 그냥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살면 나라가 몇 개든 뭔 상관이겠어.’

그래, 내 성격에 정치는 무슨. 마핵이나 팔러 가야겠다.

분명히 모험가길드에 가면 된다고 했었지?

“기사님. 모험가길드는 어디에 있나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내가 직접 데려다드리지요.”

“감사합니다!”

기사는 다시 한 번 내게 호의를 베풀어주었다.

덕분에 나는 굳이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면서 다닐 필요 없이 바로 말을 타고 모험가길드로 향했다.

모험가길드는 도시 서쪽에 있는 상업구역에 있었는데 5층짜리 큰 건물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모험가들이 제법 많았는데 모두 마력총을 소지했고 냉병기로 무장한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나 마력탄이 떨어지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 같다.

모험가 중에서 전통적인 마법사 스타일은 한 명도 없었다.

아마 마력총이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마법주문을 외우며 싸우던 마법사들은 사라지고 실용적인 분야로 진출한 게 아닐까? 그런 마법사도 보고 싶었는데 좀 아쉽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접수원이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줬다.

분석스킬을 쓰니 드워프족이라고 한다.

내가 설정한 대로 드워프족 여성은 키가 작고 귀가 짧은 엘프와 같이 생겼다.

아무리 그래도 땅딸보 비율에 드럼통 몸매만 존재하는 건 좀 심하잖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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