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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간다-3화 (3/271)

〈 3화 〉 2화

* * *

내가 숨은 채로 잠시 기다리니 한 무리의 NPC들이 나타났다.

난 그 NPC들에게 분석스킬을 사용해서 신상을 파악했다.

다행히 모두 평범한 휴먼족 농부와 사냥꾼들이다.

나이는 대부분 40대이고 레벨은 10을 넘는 NPC는 한 명도 없었다.

어쨌든 나보단 레벨이 높은 NPC들이다.

‘적대적인 NPC들은 아닌 것 같은데 도와달라고 할까?’

낯선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언제나 고민되는 일이다.

도움을 청해도 들어준다는 확신이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고 속아서 강간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혼자서 숲을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는 나는 불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얼어 죽을 지도 모른다.

일단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자.

난 마력권총을 권총집에 넣고 NPC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요! 잠시 만요!”

내가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오자 NPC들은 화들짝 놀라며 날 경계했다.

활과 벌목도끼를 쥐고 있는 그들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뻔히 보였다.

그런데 총이 한 자루도 보이지 않는 건 이상했다.

마력총이 많이 비싼가? 아니면 다른 사용조건이 있는 걸까?

“너, 넌 누구냐!”

“제가 길을 잃어버려서 그런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난 최대한 무해함을 드러내며 NPC들과 일정거리를 유지했다.

다행히 내 의도가 통했는지 NPC들은 자기들끼리 상의를 좀 하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 모양을 보니 저거 분명 돈을 달라는 뜻이겠지.

“얼마면 되죠?”

“10라기르.”

라기르? 화폐단위인가? 그게 얼마지?

일단 난 가지고 있는 소동화를 전부 보여주었다.

그러자 NPC들은 약간 당황한 눈치를 보였다.

마치 나를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내가 정상이라는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사실은 기억나는 게 별로 없어요. 정신차려보니 숲에 쓰러져있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면서 넘겨야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불쌍한 미인이라면 친절을 베풀겠지?

일단 NPC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우리 마을로 가자. 혼자 숲에서 헤매는 건 너무 위험해.”

“감사합니다!”

다행히 작전이 통했다.

NPC들은 내게 물과 간식을 나눠주고 다친 곳이나 아픈 곳이 없는지 물어봤다.

생각보다 더 착한 NPC들이다.

난 일단 제일 만만해 보이는 가장 어린 NPC를 붙잡고 화폐의 가치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소동화는 정확히 얼마에요?”

“소동화 1닢이 1라기르이고 빵 한 개나 맥주 한 잔을 살 수 있어. 그것보다 큰 대동화 1닢은 10라기르인데 제법 그럴싸한 식사를 할 수 있지. 그래도 도시로 가려면 소은화 몇 닢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좋아.”

“소은화? 그건 얼마죠?”

“아, 소은화 1닢이 1백 라기르야. 그 정도면 여관에서 하루를 잘 수 있고 시장에서 밀이나 쌀 1kg을 살 수 있어. 그리고 대은화 1닢이 1만 라기르인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한 달을 꼬박 일하면 벌 수 있는 돈이야. 그마저도 벌기가 쉽지 않고. 그래도 창조신님 덕분에 먹는 건 언제나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

슬슬 감이 잡힌다.

현실에서 쌀 10kg이 4~5만 원 정도했던 것 같으니까 소은화 1닢은 대략 5천원쯤으로 보면 되겠다.

5천원이면 1박이 가능하고 5백 원이면 식당에서 밥을 사먹을 수 있고 50원이면 빵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내가 이 세상에 대해서 설정할 때 사악한 존재들이 수시로 인류를 공격하는 가혹한 세계를 만든 대신에 인류 세력권의 풍요도 수치를 어느 정도 높게 올려서 인류가 식량문제만큼은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땐 단순히 세력균형을 맞출 생각으로 설정했던 건데 항상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 NPC를 보니 그렇게 설정하길 잘한 것 같다.

하지만 NPC들의 벌이가 많아봤자 한 달에 50만 원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마냥 물가가 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람이 식비만 지출하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금도 내야할 테니 생활비가 꽤나 빠듯하겠지.

나도 앞으로 돈을 벌어야 살 수 있을 텐데 현실처럼 푼돈을 받아가며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참, 금화라는 것도 있는데 우리는 평생 볼 일이 없는 물건이라서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몰라. 듣기로는 기사님들이 입는 마법갑옷이나 군마가 1백만 라기르짜리 소금화 1닢이고 귀족들의 대저택이 1억 라기르짜리 대금화 1닢이라는 것 같은데 정확한 건 아니니까 그냥 재미로만 알고 있어.”

방금 내가 대입했던 방식에 따르면 소금화 1닢은 5천만 원이고 대금화 1닢은 50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소금화는 몰라도 대금화는 내가 현실에서 평생 만져볼 수 없을 정도로 큰돈이다.

다른 게임에서는 금화가 기본화폐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평민들은 평생 구경도 하기 힘든 동전이고 나도 아마 대금화는 만져볼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좋은 기회를 얻는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아무튼 친절한 NPC덕분에 흔히 쓰이는 동전의 가치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난 NPC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에 대해서 듣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현실의 사람들이나 다를 바가 없게 느껴졌다.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농사와 가축에 대한 이야기, 위험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신에 대한 이야기 등등.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대화였다.

단순히 NPC라고 취급하기엔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다.

‘어쩌면 그 경고창은 게임회사의 센스 같은 게 아니라 진짜 경고였을지도 몰라. 그것 때문에 메뉴창이 뜨지 않고 사전설정과 다르게 고통과 허기 같은 감각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라면 일단 말은 돼. 하지만...’

비약이 잔뜩 섞인 생각. 아니, 망상이나 마찬가지다.

스킬창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자기가 만든 세상에서 원하는 몸으로 환생하는 건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잖아.

애초에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래도 난 여기가 내게 주어진 새로운 현실이라고 믿고 싶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어차피 난 현실의 삶에 대한 미련이 크게 없다.

여기가 다른 세상이든 가상현실이든 절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가 만든 세상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즐기며 살 테다!

“아가씨, 저기가 우리 마을이야 지금쯤이면... 모두 숨어! 얼른!”

뭐,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인데?

NPC. 아니, 사람들이 날 덤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슬쩍 들어보니 가까이 보이는 마을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짐승의 거친 울음소리가 들렸다.

분명 마을이 무언가의 습격을 받고 있었다.

‘저 놈들은...’

습격자들은 분명 야수족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족들이었다.

야수족은 키 크고 근육질인 남성의 몸에 짐승의 다리를 달고 털가죽을 뒤집어씌운 뒤에 초식동물의 머리를 붙이고 이빨을 날카롭게 갈아놓은 것처럼 생긴 마족의 일종이다.

참고로 마족은 인간을 공격하는 종족들을 싸잡아 부르는 말이고 고블린과 오크처럼 인간에 가깝게 생긴 마인족과 야수족처럼 짐승의 특징이 섞인 마수족 두 부류로 구분된다.

야수족은 마족답게 성질이 포악하며 성욕이 넘치고 식인을 즐기는데다 종족 내에 여성이 없어서 여성을 납치해서 씨받이로 쓰는 악질인 놈들이다.

내가 마족에 대해서 잘 아는 이유는 내가 직접 설정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마족뿐만 아니라 아르카디아에 살아가는 모든 종족들은 내가 대중적인 설정을 조금 변경하거나 아예 새로운 설정을 집어넣어 재창조했었다.

그리고 다른 생물들 중에서도 내가 관여한 것들이 많은데 거의 다 사람에게 위험한 것들이다.

즉, 지금처럼 괴물이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일은 모두 내 책임이나 마찬가지다.

재미삼아 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창한 것을 따질 때가 아니라 눈앞의 적들을 어떻게 처리 하냐다.

‘내가 저것들을 죽일 수 있을까?’

난 가장 가까이 보이는 소대가리 야수족을 대상으로 분석스킬을 사용했다.

레벨 : 27

종족 : 야수족

성별 : 수컷

성장단계 : 청년기

신분 : 하급전사

병종 : 경보병

나에게 분석스킬을 썼을 때와 비교하면 이름이 나타나지 않고 나이 대신 성장단계, 직업 대신 병종이 나왔다.

성장단계는 총 다섯 단계이고 청년기는 딱 중간이다.

그리고 병종은 경보병인데 가죽바지만 입고 양손도끼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바로 납득이 가능했다.

‘레벨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데 어쩌지?’

난 차마 앞으로 나설 용기가 없었다.

만약 레벨차이 때문에 마력탄이 먹히지 않는다면 난 허무하게 패배할 것이다.

내가 만든 설정대로 야수족에게 온갖 능욕을 당하다가 잡아먹히거나 씨받이로 전락할 것이다.

그런 짓을 당하느니 그냥 도망가는 게 좋을 거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황이 날 도망가게 놔두질 않았다.

“가자! 가족들을 구해야지!”

갑자기 남자들이 일어나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레벨차이가 극명한데도 용기를 내어 가족들을 구하려고 나섰다.

모두 죽을 게 분명한데도 누구도 도망가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도 이대로 구경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덩달아 남자들과 함께 야수족이 쳐들어온 마을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내가 미친 모양이다.

캐릭터를 설정할 때 성격을 좀 건드리긴 했지만 그게 실제로 내게 적용되는 건가?

그럼 내 원래 성격이 캐릭터의 성격으로 덮어씌워지는 건가?

아, 씨발 몰라!

난 일단 무모한 남자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엎드려!”

오호라, 다들 내 말을 잘 듣네.

남자들은 모두 바닥에 바짝 엎드렸고 내가 마음껏 총을 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줬다.

일단 내 첫 상대는 방금 분석스킬을 써봤던 소대가리다.

놈은 날 발견하자마자 미친 것처럼 달려들었다.

날 따먹으려는 심산이 분명했다!

내가 몸은 여자라도 속은 남자란 말이다!

난 서둘러 마력권총을 소대가리의 미간에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요란한 총성과 함께 마력탄이 발사되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소대가리에 시원하게 구멍을 뚫어버렸다.

나무에 쐈을 때보다 위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좋았어!

­스킬획득­

신속조준 레벨1

소대가리가 죽자 스킬을 획득했다.

신속조준은 스킬레벨을 올리면 적에게 조준을 맞추는 속도가 빨라지는 스킬이라고 한다.

내가 빠르게 소대가리를 조준해서 죽인 덕에 스킬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엔 염소랑 말이구나. 덤벼!”

내가 손을 까딱이며 도발하자 염소대가리와 말대가리가 내게 덤벼들었다.

이 녀석들은 소대가리랑 다르게 날 따먹는 게 아니라 죽일 생각으로 가득해보였지만 레벨은 방금 죽인 소대가리보다 낮았다.

충분히 죽일 수 있어!

나는 염소대가리에게 먼저 마력탄을 2발 쏘았다.

한 발은 빗나갔지만 다른 한 발은 정확히 놈의 복부를 맞췄다.

염소대가리가 앞으로 고꾸라지자 말대가리가 놈을 밟으며 달려들었다.

난 급하게 마력탄을 2발 더 쐈고 말대가리의 허벅지와 어깨를 맞춰서 쓰러뜨렸다.

­스킬획득­

제압사격 레벨1

이번엔 제압사격 스킬을 얻었다.

제압사격은 적을 죽이지 않고 무력화하는 스킬이라고 한다.

경찰에게 어울릴법한 스킬이다.

아마 내가 염소대가리와 말대가리를 한 번에 죽이지 못하고 쓰러뜨리기만 해서 얻은 것 같다.

“남을 생포할 땐 유용한 스킬이네. 지금은 쓸모없지만.”

난 마지막 한 발을 바닥을 기어서 도망치려는 말대가리의 뒤통수에다 쏘았다.

두개골이 퍽하고 터지면서 내용물이 쏟아져 나왔다.

우웩, 더럽게 징그럽네.

“재장전하자. 아직 적이 남았어.”

6발을 다 쐈으니 재장전이다.

마력탄파우치의 분류기능을 이용해 한꺼번에 6발의 마력탄을 빼내서 마력권총에 장전했다.

한 발씩 일일이 약실에 마력탄을 장전하려니 너무 번거로웠다.

내가 마력탄을 겨우 다 장전하자마자 다른 야수족들이 날 발견했다.

산양대가리 두 마리와 멧돼지대가리 한 마리였다.

“우선 너부터!”

난 가장 가까운 멧돼지대가리부터 조준하고 쐈다.

하지만 첫발이 빗나갔고 두 번째 마력탄이 놈의 목을 꿰뚫었다.

멧돼지대가리는 목을 움켜쥐며 숨을 꺽꺽거리며 쓰러졌다.

그걸 본 산양대가리들이 분노해서 내게 달려왔다.

난 앞에 있는 산양대가리를 먼저 쐈다.

다행히 한 번에 가슴을 맞춰서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뒤에 오는 놈은 갑자기 뛰어오르는 바람에 마력탄 한 발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미친!”

난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레벨1짜리 회피스킬을 얻었다.

내가 서있던 곳은 이미 산양대가리가 철퇴로 내려찍어서 움푹 들어가 버렸다.

겨우 목숨을 건진 난 산양대가리에게 남은 마력탄을 모두 쐈다.

놈의 뿔에 맞아서 튕겨나간 1발을 제외한 나머지 2발이 놈의 턱과 복부를 관통했다.

“이번엔 좀 힘들었어. 재장전... 오, 이런.”

난 사슴대가리 세 마리와 눈이 딱 마주쳤다.

놈들은 활과 투창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이미 날 조준하고 활시위를 당기는 놈도 있었다.

지금까지 만난 놈들처럼 다짜고짜 돌진하지 않았다.

당연히 난 놈들을 보자마자 죽어라고 뛰었다.

내 뒤에서 화살과 투창이 날아오는 게 너무 무섭다.

난 겨우 오두막 뒤로 몸을 숨겼고 어떻게든 손을 빨리 움직여서 재장전을 끝냈다.

­스킬획득­

고속장전 레벨1

휴우, 이건 딱 봐도 장전속도가 빨라지는 스킬이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사슴대가리들을 조준했다.

하지만 사슴대가리들도 마력탄에 맞지 않으려고 건물 뒤에 숨어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난 누구라도 몸을 내밀면 바로 쏠 작정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다 한 놈이 창을 던지려고 몸을 슬쩍 빼냈다.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겨 놈을 죽였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놈들도 내게 활을 쐈고 난 급하게 몸을 숨겼다.

난 다른 쪽으로 기어 나와서 화살이 날아온 곳을 향해 마력탄을 연속으로 쐈다.

두 발은 허공으로 날아갔지만 한 발이 한 놈의 영 좋지 않은 부위에 명중했다.

불알이 터진 사슴대가리는 입에 거품을 물면서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곧 축 쳐졌다.

“오우.”

난 있지도 않은 물건이 다 아픈 기분이 들었다.

이걸 환상통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이제 남은 놈은 한 마리다.

어? 도망간다!

“하, 씨발. 귀찮게 하네.”

난 놈을 쫓아서 달렸다.

남은 마력탄은 2발이지만 왠지 모르게 재장전하지 않아도 놈을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제자리에 서서 도망치고 있는 사슴대가리의 뒤를 조준했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사슴대가리는 등에 마력탄 2발을 정확히 얻어맞고 땅바닥을 굴렀다. 이제 끝인가?

“헉! 돌겠네, 진짜!”

적이다. 아직 적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너무 거리가 가까워서 마력탄을 장전할 틈도 없다.

난 단검의 자루를 잡았지만 빼낼 틈도 없이 소대가리에게 목을 붙잡혀 들어 올려졌다.

놈의 좆이 날 보면서 벌떡거린다. 역겨운 새끼!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대로 숨이 막혀 죽거나 놈에게 겁탈당할 것 같다.

발로 몸을 걷어찼지만 벽처럼 꿈쩍도 하질 않았다.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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